2011/10/25 22:39

오늘의 오역('11. 10. 25) 책-과학

  오늘의 잡담('11. 10. 24)에서 언급한 대로 오늘은 '오늘의 오역'을 올릴 차례입니다.

 
'이타적 유전자'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 보루네오 섬 밀림의 오랑우탄을 연구하는 비루테 갈디카스(Birute Galdikas)는 새끼 수컷 빈티(Binti)를 원숭이들의 캠프에 넣어 키웠다.  그녀는 이런 특수 환경이 아니면 발견할 수 없었을 새로운 사실, 즉 음식나누기에 대한 인간과 오랑우탄의 차이에 주목하게 되었다.  "빈티는 음식나누기를 무척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프린세스(Princess)는 다른 오랑우탄들과 마찬가지로 기회만 있으면 먹이를 달라고 조르고 훔치고 독차지하려고 달려들었다.  음식나누기는 그 나이의 오랑우탄에게는 아직 본능의 일부가 아니었다."

 - p. 127

  이거 보면 누구라도 오랑우탄 새끼 중에서는 음식을 나누는 넘과 그렇지 않은 넘이 섞여 있다고 생각하겠지요.

  같은 구절이 같은 저자(Matt Ridley)의 '이성적 낙관주의자'에는 이렇게 실려 있습니다.

  비루테 갈디카스는 어린 오랑우탄을 자신의 딸 빈티와 같이 키웠는데, 두 유아가 음식을 나눠먹는 문제에 대해 상반된 태도를 취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음식을 나눠먹는 것은 빈티에게 큰 기쁨인 것 같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프린세스는 다른 오랑우탄과 마찬가지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음식을 달라고 간청하고, 훔치고,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 'The rational optimist(이성적 낙관주의자)', Matt Ridley, 조현욱 역, 김영사 刊, p.101


학계의 저명 인사, 오랑우탄 출산!


  이게 다가 아니지요.  이 소스를 보면

학계의 저명 인사의 딸, 인간 자연 성전환 사례!

  2015. 3. 2 추가 ] 이 포스팅의 두 번째 '인간 자연 성전환'은 이성적 낙관주의자의 저자 Matt Ridley의 실수이지, 번역하신 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알려 주신 번역가 노승영 님께 감사드립니다.


  漁夫

  ps. 생각 나면, '이타적 유전자'의 다른 번역 문제(!)도 올려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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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sianote 2011/10/25 22:40 # 답글

    오역이라기엔 너무나 심각하군요.
  • 漁夫 2011/10/26 22:18 #

    이 정도 되면 유쾌하지 않습니까? ㅎㅎㅎ
  • kuks 2011/10/25 22:44 # 답글

    저걸 찾아낸 어부님도 헐... 아니, 우왕!이네요.

    부왘을 올리도록 하지요, 부와와오와왘!
  • 漁夫 2011/10/26 22:19 #

    허허 저도 첨 볼 땐 몰랐지요. 나중에 '이성적 낙관주의자'를 보니 뭔가 좀 이상하지 뭡니까... 근데 후자도 틀렸다니 ㅋ
  • Charlie 2011/10/25 22:45 # 답글

    어떻게 오역을 저렇게..;;; 으음.. 저도 저런 실수 할까 무섭습니다.;
  • 漁夫 2011/10/26 22:20 #

    인터넷이 저런 큰 실수 저지를 가능성을 많이 막아 준 것은 사실입니다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분야를 번역할 때는 저런 문제가 터질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겠지요.
  • oldman 2011/10/25 23:27 # 답글

    치명적 오역이군요...orz
  • 漁夫 2011/10/26 22:20 #

    좀 상당히 심한 오역이지요. 근데 어쩐지 좀 유쾌합니다 ㅎㅎ
  • 초록불 2011/10/25 23:59 # 답글

    성별 전환은 종별 전환보다는 가벼운 문제로 보이는군요. 더 큰 실수를 한 책은 사이언스 북스...

    민음사 책들에 이런 오역이 자주 보인다는 생각이 드는 게 그냥 착각인지 모르겠습니다.
  • 漁夫 2011/10/26 22:21 #

    아무래도 편집자가 영장류 쪽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던 듯....
  • Allenait 2011/10/26 00:04 # 답글

    ...오역을 넘어서는 창작의 단계군요
  • 漁夫 2011/10/26 22:21 #

    어허 초월번역이 있슴미다~!!!
  • RuBisCO 2011/10/26 01:08 # 답글

    이것이 초월번역?!?!?!?!
  • 漁夫 2011/10/26 22:21 #

    SURE!
  • 리리안 2011/10/26 01:12 # 답글

    아아 대폭소했습니다^^
  • 漁夫 2011/10/26 22:22 #

    이 정도 오역이면 그건 나름 또 유쾌하더군요. 이런 교양 과학서에서 YELLOW JOURNALISM을 볼 줄이야! ㅎㅎㅎ
  • 일화 2011/10/26 01:44 # 삭제 답글

    우와~ ㅎㄷㄷ한 오역이로군요. 뭘 어떻게 하면 저런 번역이 나오는지...
  • 漁夫 2011/10/26 22:23 #

    저도 제가 직접 번역한 것을 가끔 올리는 것은 아시겠지요.

    ......... 큭, 이 정도로 '초월번역'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지요. 최소한 제 번역은 Yello Journalism을 추구하지는 않슴미다! ㅎㅎㅎ
  • 뱀  2011/10/26 01:57 # 답글

    아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군요. ㅋㅋ
  • 漁夫 2011/10/26 22:26 #

    우리에게는 최종병기인 '힘센 이끼'가 있습니다! ㅋㅋㅋ http://wtfman.egloos.com/4256648
  • 진성당거사 2011/10/26 05:48 # 답글

    아이고........초록불님 말씀대로 민음사의 번역에는 여간 이상한 것이 많은거 같습니다...;;

    그러나저러나 갈디카스 여사의 책 "에덴의 벌거숭이들"에서 오랑우탄이 사람을 강간했다는 얘기를 읽고 엄청나게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적이 있는데, 그것도 설마 오역일까 모르겠습니다. 오역이 아니라면...그런 식의 얘기를 다른 레퍼런스에서 본 적이 없어서 과연 신뢰할 만한 이야기인가도 모르겠구요.
  • 漁夫 2011/10/26 22:27 #

    아무리 민음사가 yellow journalism을 추구해도 초월번역이라는 점에서는 http://wtfman.egloos.com/4256648 이게 단연 최고입지요!

    음? 저도 사실 오랑우탄의 인간 강간 얘기는 소스를 잘 모르는데, 가능하면 좀 찾아 보도록 하지요.
  • 漁夫 2011/10/26 22:48 #

    http://en.wikipedia.org/wiki/Animal_sexual_behaviour 를 보시면 Cross species sex 항목에 그 얘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유명한 도시전설 격파 site인 snopes.com의 게시판에 이런 게 보이더군요; http://msgboard.snopes.com/cgi-bin/ultimatebb.cgi?ubb=get_topic;f=89;t=000132;p=0

    기본적으로 아주 어려서부터 같은 종의 개체들하고 접촉을 하지 못하고 인간만 보고 자란 동물들은 인간과 성적 접촉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말이건 개건 다 그러므로, 만약 동물원 개체라면 그리 많이 놀랄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많지 않다고 보는데, 관찰된 사례가 존재하는 모양이네요.
  • 진성당거사 2011/10/27 09:05 #

    아이고....전설의 왈도체로군요 ㄷㄷㄷㄷ
    덧글로 알려주신 부분도 감사합니다.
  • dunkbear 2011/10/26 07:54 # 답글

    이게 무슨 수치 플레이인지... 남자 아이를 암컷 오랑우탄으로 변신(?)시키다니... ㅡ.ㅡ;;;
  • 漁夫 2011/10/26 22:28 #

    1단계; 남자 아이 --> 수컷 오랑우탄

    2단계; 남자 아이 --> 여자 아이

    '암컷 오랑우탄'은 아니에요 ;-)
  • 위장효과 2011/10/26 08:19 # 답글

    ........................(어이가 안들호 특급 여행중)
  • 漁夫 2011/10/26 22:28 #

    우리에게는 최종병기인 '힘센 이끼'가 있습니다! ㅋㅋㅋ http://wtfman.egloos.com/4256648 [3]
  • Apraxia 2011/10/26 10:10 # 답글

    오역도 오역이지만 그것보다 대학원생(?) Gary 선생님한테 반해서 수화 열심히 배우다가 사랑이 좌절되자 공부도 때려치우는 Rinnie암컷이 너무 재밌군요
  • 漁夫 2011/10/26 22:29 #

    어허 공부의 동기로 숭고한 sexual attraction을 무시하시다니요! ㅎㅎㅎ
  • D-Liszt 2011/10/26 22:07 # 삭제 답글

    어허! 이것은 speciesism을 극복하려는 숭고한 시도임미다! (....)
  • 漁夫 2011/10/26 22:29 #

    오호 그런 심오한 뜻이! (........)
  • 누군가의친구 2011/10/27 20:00 # 답글

    !!!!!
  • 漁夫 2011/10/27 22:15 #

    !!!!!!!!!!!!!!!!!!!!!!!!!!
  • jane 2011/10/28 20:08 # 답글

    힘센 이끼... 왈도체는 일부러 구사하기도 어렵더군요.
  • 漁夫 2011/10/28 23:20 #

    차라리 '힘센 아메바'라면 넘어가겠는데 '힘센 이끼' ㅋㅋㅋㅋㅋㅋㅋ
  • 새벽안개 2011/11/06 09:39 # 답글

    이건 오역배틀이네요. ㅎㅎ
  • 漁夫 2011/11/06 10:11 #

    좀 안타깝지요....
  • 노승영 2015/03/02 17:37 # 답글

    (선생님께는 이미 트윗 멘션 보내드렸지만, 이곳에도 올려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성적 낙관주의자』 영어판에서 ‘her daughter Binti’라고 한 것을 보면 ‘자신의 딸 빈티’는 번역자가 아니라 저자 맷 리들리의 실수인 듯합니다.
    원문은 다음 트윗 글을 참고하세요. https://twitter.com/socoopbooks/status/572269771405701121/phot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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