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20 21:40

노화의 진화 이론(20) ; Gompertz 곡선이 적용 안 되는 구간 ㄴ노화(老化)의 진화 이론

  노화의 진화 이론(19) ; 억세게 재수없는 사나이에서 아주 고령이 되면 사망률의 지수적 증가를 의미하는 Gompertz 곡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아래 그림에서 보이는 한국 남성의 사망률 그래프에서 거의 직선에 가깝게 보이는 구간(남자에서 30~90세 정도)이 Gompertz 거동이다.

  하지만 90세를 넘어가면 약간 사정이 바뀐다(110세 가량이라고 했는데 기억 오류였뜸... ).  잘 보면 위 그래프에서도 90세 너머에서 곡선의 기울기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90세 이상 인간의 경우, Gompertz 곡선의 기울기는 감소한다.  이 나이까지 생존하는 사람들은 특별하다.  그들의 사망률은 실질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듀크 대학교와 오덴세 대학교(덴마크)의 제임스 보펠(James Vaupel)이 진행하는 연구에 의하면, 100만 명 중 1명에 불과한, 105세 노인이 106세까지 생존할 가능성은 104세 노인이 105세까지 생존할 가능성보다 더 크다.

 - 'Aging; a natural history(노화의 과학)', Robert Ricklefs & Caleb Finch, 서유헌 역, 사이언스북스 刊, p.23

cf. Vaupel의 이 논문을 참고하시기 바람; http://user.demogr.mpg.de/jwv/pdf/PUB-2001-024.pdf

90세까지 살아 있기만 해도 대단한데 말이지..

  재미있는 일은 이런 감소 현상이 다른 동물, 특히 인간과 유연 관계가 매우 먼 곤충에서도 보인다는 점이다.  설마 싶으시다면 다음 연구 결과를 보시라.  지중해광대파리(ceratitis capitata; 아래 사진 소스도 같음)에 대한 연구 결과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멕시코에서 제임스 케어리(James Carey)와 동료들은 120만 3646마리의 파리가 모두 죽을 때까지를 기록했는데, 최후에 죽은 파리들은 171일 동안이나 살았다고 보고했다.  노화의 일반적인 경로로서, 사망률은 급격히 증가하는데, 생애 첫 3주 동안은 매일 Gompertz 상수 0.2 ~ 0.3을 유지했다.  다른 소규모 실험 결과와는 달리 3~8주에는 매일 12~15퍼센트였지만 사망률은 수평을 이루었다.  100일 정도가 지나서는 4퍼센트로 감소했다.  사망률이 감소할 때쯤부터는 원래 개체 수의 10퍼센트보다 적은 수의 개체만 살아남았다.

- Ibid., p.169 & p.27(graph)

실험 결과만큼이나 근성이 더 인상적

  다만, 앞 편에서 말했듯이 '자연 상태'에서 이 현상을 관찰할 확률은 사실상 없다.  사람마저도 문명 시대 이전에 20세가 된 성인이(5세까지 유아 사망률도 1/2 정도) 50세 부근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1/2도 채 안 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자.  90세 이상(파리에게 수명 15일 이상)이 진화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진화는 평균적인 이득을 골라낸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漁夫

  ps. 근성 시리즈 1, 2편에 이어 3편으로 등장시켜도 좋을 분들이다.  우와!

 참고] 시리즈의 앞 글은
 
 *
노화의 진화 이론(1) ; 기계와 생물
 * 노화의 진화 이론(2) ; 성숙, 생식률, 사망률
 * 노화의 진화 이론(3) ; 생식률과 수명의 관계
 * 노화의 진화 이론(4) ; 거장들의 공헌
 * 노화의 진화 이론(5) ; 거장들의 공헌 - 직관적인 이해
 * 노화의 진화 이론(6) ; 잡다한 것들 
 *
노화의 진화 이론(7) ; 이론의 예측
 * 노화의 진화 이론(8) ; 이론의 예측과 실제 I - 사람
 * 노화의 진화 이론(9) ; 불로 집단의 안정성 - simulation
 * 노화의 진화 이론(10) ; 'undervaluation of the future' I
 * 노화의 진화 이론(11) ; 'undervaluation of the future' II
 * 노화의 진화 이론(12) ; Gompertz curve - 생물의 사망률 곡선
 * 노화의 진화 이론(13) ; 이론의 예측과 실제 II
 * 노화의 진화 이론(14) ; All the lazy guys over the world, unite!
 * 노화의 진화 이론(15) ; 웹페이지 살펴보기 
 * 노화의 진화 이론(16) ; 노화 지연의 확실한 방법 I
 *
노화의 진화 이론(17) ; 6000억 원의 내기
 * 노화의 진화 이론(18) ; 나이 갖고 놀기
 * 노화의 진화 이론(19) ; 억세게 재수없는 사나이
 * [원문/번역] 다면 발현, 자연 선택, 그리고 노화의 진화 - G.C.Williams

핑백

덧글

  • Charlie 2011/10/20 21:52 # 답글

    저런 사람들에게 실수로 잘못을 저지른 불쌍한 사람들에게 /애도
  • 漁夫 2011/10/21 21:32 #

    원한도 오래 갑니다 ㅎㅎㅎ
  • 死海文書 2011/10/20 21:54 # 답글

    아무리 파리목숨이라고 해도 그렇지 120만이 다 죽을 때까지 관찰하다니. 정말 과학에도 근성이 필요하군요.
  • 漁夫 2011/10/21 21:32 #

    제가 생각하기에는 과학에서 근성의 중요성이 줄어든 일은 한 번도 없습니다.
  • kuks 2011/10/20 22:05 # 답글

    제겐 낯설지만 그저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오오~ *.*
  • 漁夫 2011/10/21 21:33 #

    정말 과학자들의 근성에는 경의를 보내야지요.
  • RuBisCO 2011/10/20 23:56 # 답글

    갑자기 생각난건데 저기 저 예외에 속하는 분들께 한번 원수지면 본인 뿐 아니라 손자에 손짜까지 원수를 지는셈이군요 ㄷㄷ
  • 漁夫 2011/10/21 21:33 #

    원한도 수명과 함께 오래 갑니다 ㅎㅎㅎ 오직 믿을 것은 Alzheimer disease!
  • Allenait 2011/10/21 00:21 # 답글

    장수가 노벨상의 비결이라더니 역시 근성이 중요하군요
  • 漁夫 2011/10/21 21:34 #

    이 분야에선 근성은 필요 조건이지만 충분 조건은 아니더군요. OxzTL
  • RedPain 2011/10/21 08:28 # 답글

    120만 3646마리라는 숫자를 보고 '말도 안돼...'라고 생각했는데 계산해보니 가능은 하겠더군요.

    '하루 8시간씩, 한 마리 당 30초씩'으로 계산하니, 겨우 1253.7979일밖에(?) 안 되는군요.
  • 漁夫 2011/10/21 21:34 #

    하루 단위로 센 듯. 모아 놓고 키우면 하루 지나면 바닥에 우수수 떨어져 있을 테니 그거 세었겠지요.
  • 위장효과 2011/10/21 09:15 # 답글

    카할-라몬이카할-교수라든가 도킨스도 있지만...파리와 관련해서 근성가이라면 역시 초파리 거대 염색체를 분석한 모건 교수...
  • 漁夫 2011/10/21 21:35 #

    사실 누구건 근성은 필요 조건이래서 이 분야는 이야기거리가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ㅎㅎㅎ
  • 르혼 2011/10/21 09:21 # 답글

    120만 3646마리...

    한 번에 만 마리씩 배양하고 평균 3개월 정도 걸렸다고 생각하면 30년 걸리는 일이군요.

    (실제로는 한 실험실에 여러 단계가 동시 배양되고 있었겠지만, 어쨌든 사육 총량이라는 면에서)
  • 漁夫 2011/10/21 21:36 #

    아 이게 그렇게 시간이 오래 안 걸린 이유가 있습니다. 이 넘들이 사실은 이 파리 종 수를 줄이기 위해 풀어 놓으려고 대량 배양한 불임 수컷들이거든요. ;-)
  • 獨步 2011/10/21 10:28 # 삭제 답글

    단순반복작업을 요즘 트렌드(?)인 창의력의 대척점에 놓고 무언가 인간이 할 짓이 아닌 저급한(결국 나는 그런 일 하기에는 너무 고상해...라는 뜻) 것으로 취급들 하지만 현실은 창의력과 근성은 같은 근원... 단순반복작업은 머리를 비우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들죠. 결국 잡념이 사라진 무아의 경지에서 번뜩 떠오르는게 창의력(무슨 소리인게냐)...
  • 漁夫 2011/10/21 21:39 #

    단순반복작업을 요즘 트렌드(?)인 창의력의 대척점에 놓는 것에는 저도 반대하지만, 머리를 비워 버리면 좋은 생각이 안 나옵니다. 단순 반복 작업을 하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의외의 발견이 나오죠. 그리고 쉴 때는 철저히 쉬고요.
  • 일화 2011/10/21 10:41 # 삭제 답글

    사망율이 유지도 아니고 감소한다는 것은 확실히 상식을 깨는 연구결과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그나저나 근성은 정말 대단하네요!!
  • 漁夫 2011/10/21 21:39 #

    감사합니다. 사망률 감소는 정말 좀 의외지요.

    과학자에게 근성은 필요조건이에요 ;-)
  • MoGo 2011/10/21 16:03 # 답글

    그니까 건설판만 노가다가 있는 게 아니라니까요!(ㅋ)
  • 漁夫 2011/10/21 21:39 #

    어케 보면 뭔가 크게 되려면 노가다를 꺼리면 안 돼요 ㅎㅎㅎ
  • jane 2011/10/22 05:50 # 답글

    인문학자에게도 노가다는 있습니다. ㅠㅠ 사실 인문학 자체가 노가다입니다. 끊임없이 읽고 외워야 한다는... ㅠㅠ
  • 漁夫 2011/10/22 13:14 #

    공부란 것 자체가 노가다지요. 인문학에서도 쓸만한 자료 얻어내려면 office job뿐 아니라 남들이 놓친 자료 찾기 위해 현장을 뛰어야지요. 아무리 필요한 정보의 95%는 공개돼 있다고 하더라도 현장 조사의 중요성이 줄어들었던 일은 한 번도 없습니다.
  • 누군가의친구 2011/10/25 09:05 # 답글

    120만을 넘는 수를 관찰하다니...(...)

    놀라운 근성이 아닐수 없습니다;;
  • 漁夫 2011/10/25 09:25 #

    사실 이게 가능했던 이유가, 이 대상이 불임 방사용으로 대량 기르던 넘들이거든요 ;-)
  • 별빛수정 2011/10/25 13:09 # 답글

    대류...
    폭룡이 최고다.

    120만 마리...ㅇ<-< 입이 안 다물어집니다;;;;;;
    제가 본 근성가이 중에는 리보솜을 통째로 crystallization해서 X-ray로 구조를 해석한 분이 계셨습죠 OTL
    900가지가 넘는 단백질의 네트워크를 규명한 양반도 계셨고...ㅠㅠ 그 밑의 원생들에겐 그저 애도를 OTL
  • 漁夫 2011/10/25 21:38 #

    처음에 번데기에서 우화한 넘들을 우루루 모아 뒀다가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죽어 떨어지는 넘들을 모아서 나중에 세었겠지요. 그래도 100만 넘는 넘들을 언제 다 셌으려나 OxzTL

    제가 늘 말하듯이 '근성은 필요조건' 입니다. 충분조건이 아닌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내부 포스팅 검색(by Google)

Loading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834

통계 위젯 (화이트)

173234
1191
1227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