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9 23:41

술먹는 동물들 Evolutionary theory

  BBC의 뉴스 하나를 보고.
  사람만 술을 먹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동영상을 보시지요.



  설명은 "In the Caribbean, Vervet Monkeys have developed a taste for alcohol and can regularly be spotted stealing cocktails from humans on the beach. Brilliant wildlife video from BBC animal show 'Weird Nature'"래는데 vervet monkey는 아프리카에 살지 않나요?  다른 데도 사는지는 잘 모르겠음..  
  위 동영상이 vervet monkey건 아니건, 다른 기록도 있습니다.  옛날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코끼리가 사람이 빚어 놓은 술을 먹었다가 취했고 숲으로 돌아갔다가 다음에 다시 돌아왔다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지요.

  그러면 동물들(물론 사람 포함)은 어떻게 술을 마실 수 있게 되었을까요?  지금까지의 정설은 과일을 먹는 식성(frugivore)이라는 것입니다.  잘 익은 과일에는 0.*% 정도 에탄올이 들어 있는 수가 많으며, 특히 발효된 과일에서는 상당히 높은 함량까지 올라가고 좀 많이 먹으면 동물을 취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발효되지 않은 다 익은 과일에 에탄올 소량이 있는 이유는 과일의 숙성을 알리는 신호라고 하네요.

  과실의 부산물 가설에 따르면, 알코올을 선호하는 인간의 경향성은 익은 과일을 선호하는 적응 메커니즘의 부산물이다(Dudley, 2002).  즉, 모든 인간은 익은 과일의 섭취를 선호하는 섭식 메커니즘을 진화시켜왔으나, 현재 이 메커니즘은 높은 수준의 알코올이 함유된 인공적인 술에 의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게다가 알코올 중독은 근래에 이르러 이러한 과실을 섭취하도록 만드는 메커니즘의 지나친 작동에 의한 부적응적 산물이 될 수도 있다.

- 'Evolutionary Psychology(마음의 기원)', David Buss, 김교헌 외 역, 나노미디어, p.118~19

  David Buss는 이 뒤에 재치 있는 말을 하나 덧붙입니다만 스포일러가 될 듯해 생략하기로.

  덧붙이자면, 왜 과일이 '익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요.  '총, 균, 쇠'에 잘 나와 있으니까 이것도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 관점에서라면, 과일이 왜 메탄올이 아니라 에탄올로 숙성 신호를 보내는지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漁夫

  [ 주의 ] 이런 동영상이 돌아다니는데, 영상에서 먹고 있는 과일은 marula fruit입니다.  근데 코끼리가 marula fruit를 먹고 취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저 동영상은 연출되었을 것이라고 하네요. 

덧글

  • RuBisCO 2011/09/09 23:59 # 답글

    그러고보니 코끼리 씩이나 되는 덩치면 보드카 한두병쯤은 들이켜도 취할거 같지 않은데 왜 이상하게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 漁夫 2011/09/10 12:16 #

    그 덩치에는 술 조금으로는 안 되고 마을 사람들이 항아리에 만들어 놓은 걸 먹어치우고 취해 곯아떨어졌다는 기록(아마 인도)은 있습니다. 근데 그 넘들이 다음 날 다시 술 찾아서 마을로 내려왔다는 기록이. ㅎㄷㄷ
  • 로자노프 2011/09/10 00:05 # 답글

    1. 동영상을 보니 300년전에 서아프리카에서 카리브해로 건너갔다고 하는군요. 아마 노예 무역과 관계된듯요.

    2. 코끼리도 그렇고 자유 폴란드군 소속의 어떤 곰은 맥주를 즐겼다지요. 아니.. 이 곰은 담배를 폈다는 이야기도 있음.
  • Jes 2011/09/10 00:31 #

    2. 뭐 보이텍 말씀이신가 보군요.
  • 로자노프 2011/09/10 00:49 #

    그 곰 말하는 거 맞음.
  • 漁夫 2011/09/10 12:15 #

  • 아인베르츠 2011/09/10 00:16 # 답글

    공포의 술취한 곰.
  • 漁夫 2011/09/10 12:17 #

    보이텍에게 취할 때까지 맥주를 줬는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
  • water4life 2011/09/10 00:27 # 답글

    vervet monkey (Chlorocebus pygerythrus)는 아프리카 동부, 인도양에 연한 나라에 분포하는데, 카리브해의 Barbados, Saint Kitts, and Nevis에는 인간에 의해서 유입되었군요. (http://en.wikipedia.org/wiki/Vervet_monkey)

    The marula fruit is also eaten by various animals in Southern Africa. In the movie Animals Are Beautiful People by Jamie Uys, released in 1974, some scenes portray elephants, warthogs and monkeys becoming intoxicated from eating fermented marula fruit. Later research showed that these scenes, at least in large animals were improbable and, in all probability, staged. Elephants would need a huge amount of fermented marulas to have any effect on them, and other animals prefer the ripe fruit. The amount of water drunk by elephants each day would also dilute the effect of the fruit to such an extent that they would not be affected by it. (http://en.wikipedia.org/wiki/Sclerocarya_birrea)
  • 漁夫 2011/09/10 12:18 #

    이거 올릴 때 동영상 소리를 틀어 놓고 하지 않아서......

    위키에서 올려 주신 얘기는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영상이 재미있어서 좀 의심을 해 봤거든요.
  • mmst 2011/09/10 07:45 # 답글

    동영상 초반에 300년전 서아프리카에서 노예와 함께 유입되었다는 설명이 짧게 나오네요.
  • 漁夫 2011/09/10 12:18 #

    이거 올릴 때 동영상 소리를 틀어 놓고 하지 않아서...... [2]

    나중에 틀어 보니 그 얘기가 나오는군요.
  • 이덕하 2011/09/10 07:59 # 답글

    저는 알코올이 뇌의 신경 전달 물질 등에 영향을 끼쳐서 쾌락 중추를 자극하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술이 약간 땡기는 정도까지 포함하여)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그런 특성은 적어도 모든 포유류가 공유하는 것 같습니다.

    과일 가설이 옳다면 과일을 먹는 동물만 알코올 중독에 취약할 것입니다. 반면 제 생각이 옳다면 사자 같은 육식 동물들도 술을 어느 정도 먹어보면 알코올 중독에 걸릴 것입니다.

    TV에 가끔 술을 좋아하는 농장 동물 또는 서커스 동물이 나오는데 제가 보기에는 과일 먹는 것과 상관 관계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 漁夫 2011/09/10 12:23 #

    고양이처럼 평시에 과일을 먹지 않는 넘도 술 먹이면 취하기는 마찬가지라 저도 포유류 공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보이텍(곰)이나[곰은 평시에 과일도 먹었으므로 예외로 칠 수 있음] 동물원의 고래도 술을 일단 주면 좋아한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고 발효된 과일을 먹어치우고 새들이 비틀거리며 날아다녔다는 얘기도 본 적 있으므로 어쩌면 파충류 이후 공유하는 특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인간처럼 평시에 과일을 상식하는 경우는 알코올 내성이 좀 더 높을 가능성이 있으며, 따라서 자발적으로 '알코올 중독'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체질적으로 아마 약간 더 높겠지요.
  • 漁夫 2011/09/10 18:57 #

    다시 보다 보니, 하나 까먹은 게 있군요. 평시에 과일 같은 저농도 알코올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알콜 분해 능력이 모자라는 유전자가 동아시아에는 꽤 널리 퍼져 있습니다(그 기원은 남중국이라고 하더군요). 조훈현처럼 소주 한 잔만 먹어도 쓰러지는 사람도 있지요.

    이런 것을 보면, 육식 비중이 상당히 높은 인간의 경우 고농도 알콜에 내성이 있지 않더라도 생존에는 별 영향이 없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 Jes 2011/09/10 09:56 # 답글

    으아니 과일에 메탄올이라니!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 漁夫 2011/09/10 12:25 #

    하하하!

    메탄올이 싫으시다면 에틸렌(폭발성 가스)는 어떨까요? 몇 가지 과일에서 에틸렌은 성숙을 유도하는 물질이거든요 ㅎㅎ
  • L.s 2011/09/10 11:08 # 삭제 답글

    인간과 꽤 흡사한 행동 양태를 보여 '숲속의 사람'이라 불리기도 하는 오랑우탄 또한 술을 만들어 먹는다는 이야길 들어본적 있습니다^^ 과일을 채취한다음에 나무 줄기안의 빈 공간 같은 곳에 모아두고 오래 내버려두어 발효시킨 다음 그걸 먹는다고 하더군요. 출처를 구했음 좋겠는뎅 제 능력이 미진하여 못찾겠네영(오랑우탄 알콜 가수분해 효소랑 인간의 알콜 가수분해 효소 비교한건 많이 나오는데 우이씽)
  • 漁夫 2011/09/10 12:34 #

    구글링해 보면 좀 나오기는 하는데 저도 정확한 기록을 못 찾겠습니다...
  • L.s 2011/09/10 12:54 # 삭제

    가수분해 효소가 아니라 탈수소효소-_-;; 잠시 넋이 나갔듯
  • 漁夫 2011/09/10 18:57 #

    저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가수분해라고 쓰셨군요 ㅎㅎㅎ
  • Allenait 2011/09/10 11:59 # 답글

    예전에 어디선가 오랑우탄이 과일을 발효시켜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것도 같군요.
  • 漁夫 2011/09/10 13:00 #

    유인원들은 모두 과일 식성을 공유하므로 오랑우탄이 저런 행동을 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만 기록은 못 찾았...........
  • 효우도 2011/09/10 16:40 # 답글

    웬리 제독 왈 알코올은 인류의 친구.
  • 漁夫 2011/09/10 17:41 #

    웬리 제독 왈 커피는 인류의 적.
  • BigTrain 2011/09/10 21:13 # 답글

    메탄올로 신호를 보냈으면 맹인 동물 천지가 됐겠군요.

    그나저나 장미 태우시던 조국수께서 술을 못하신다니, 의외네요. 몰랐었습니다. ^^;
  • 漁夫 2011/09/10 21:27 #

    네. 기본적으로 동물을 이용해서 씨를 퍼뜨리는 전략이기 때문에, 씨를 못 씹어먹도록 씨에 독을 넣더라도 기본적으로 먹어 줘야 하는 과육에 메탄올 같은 것을 넣으면 득보다 손해가 크지요. [하지만 먹히지 않을 목적이거나 특수한 종에게만 적응했다면 독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조국수께서는 소주 한 잔 드시고 눈앞이 까매지며 엎어졌다는 말씀을 전하시더군요. 정말 전혀 못 드시는 분이더군요.
  • 누군가의친구 2011/09/11 00:44 # 답글

    저거 보니 사람이 왜 단것을 좋아하냐면 그것은 유인원이 과일을 좋아하는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하던걸 듣던게 생각나네요.ㄱ-
  • 漁夫 2011/09/11 14:03 #

    제가 맛의 진화에 대해서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사람의 식성상 단맛이 많이 나는 단당/이당류를 먹는 것은 영양에 이롭거든요.
  • 지구밖 2011/09/11 02:05 # 답글

    그럼 남중국은 왜 그렇게 됐을까요? 그 동네 과일은 도수가 좀 낮은 걸까요?
  • 漁夫 2011/09/11 14:04 #

    그냥 돌연변이가 생긴 것이라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그게 크게 번져나간 것이지요.

    그 유전자가 특별한 이득이 있다는 증거는 없으므로(오히려 술 먹으면서 이뤄지는 사회생활을 방해하므로 손해는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돌연변이가 그냥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하겠지요.
  • 알랄라 2012/04/02 16:20 # 삭제 답글

    술 취하는 곰탱이, 술 취하는 코끼리, 술 취하는 호랭이,사자.... 주정이라도 부리면 집 한채 날아가겠네요;;

    동물농장에서 술 찌꺼기 먹고 취한 멍멍이가 나온 적도 있으니 어쩌면 술은 모든 동물의 친구일지도 모르겠네요.
  • ㅇㅇ 2019/07/26 14:16 # 삭제 답글

    동아시아인은 아세트알데히드를 잘 분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어떤 환경때문에 이렇게 진화했는데 학자들의 의견이 있나요? 덕분에 알코올중독에 걸릴일은 없지만 억지로 술을 먹이면 너무 고역이더군요.
  • 漁夫 2019/08/02 21:28 #

    글쎄요 딱히 가설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건 현재의 분포 빈도로 보면 남중국에 그런 사람이 가장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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