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9 23:38

QWERTY vs. DVORAK 책-과학

  제목만 봐도 영어 타자기(키보드) 자판 비교고, 어떤 얘기가 나올지 뻔하다고 지루해 하실 분이 있겠지요. 하지만~ 

전말은 어땠냐
 
  실제로 경제학자인 스탄 리보위츠(Stan Liebowitz)와 스티븐 마골리스(Stephen Margolis)는 QWERTY 대비 드보락(August Dvorak) 자판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여러 테스트 결과를 추적했다[1].  그 결과 그들이 알아낸 것은 드보락에게는 그다지 유리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일례로 어떤 연구 사례를 보면, 드보락은 나이도 학교도 교육 기간도 타자 시험도 다 다른 학생들을 데리고 비교하고 있다.  "그런 비교가 제어된 실험을 통한 것이 아님을 알기 위해 굳이 과학자가 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라고 리보위츠와 마골리스는 비꼬는 투로 적고 있다.  그리고 이것 외에 드보락이 QWERTY보다 우월하다는 결정적인 근거가 되는 것으로 자주 인용되는 1944년의 해군 테스트 결과는 조작된 것임이 드러났다.  처음 이 작업을 시작하면서 리보위츠와 마골리스는 누가 해군 테스트 결과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는 어떤 저자가 다른 저자의 글을 인용하고 이 다른 저자는 또 누군가의 기록에 의존했고, 이 누군가는 다시 다른 누군가의 책에서 내용을 가져오는 식의 일이 일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어느 누구도 원본을 읽은 일이 없었던 것이다"라고 결론짓지 않을 수 없었다[2].  그들이 마침내 자칭 드보락 인터내셔널이라는 집단의 본부라는 버몬트 주의 한 농가 다락방에서 그 사본을 찾아냈을 때, 테스트를 행한 사람은 다름 아닌 해군 중위 어거스트 드보락 그 자신이었음이 드러났다.

- 'Mind of Market(진화경제학)', Michael Shermer, 박종성 역, 한국경제신문 刊, p.117

[1] S.J.Liebowitz and S.E.Margolis, 'The Fable of the Keys', Journal of Law and Economics, 33, Apr. 1990(link;
http://www.utdallas.edu/~liebowit/keys1.html )
[2]
http://fischer.egloos.com/4458904의 '붉은털원숭이 이야기'에서 Judy's comment도 비슷한 얘기임

No more than an urban legend

  저자가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이나 고착 효과(lock-in)를 부정하는 주장이 아닙니다.  단 요즘에 일반적으로들 얘기하는 것보다는 '품질' 또는 '성능'은 훨씬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그는 QWERTY 자판에 대해 설명한 부분의 결론을 이렇게 내립니다;
 
  QWERTY 자판을 둘러싼 이야기는 참으로 종잡을 수 없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판 배열이 시장을 지배하기에 충분할 만큼 훌륭하다는 것은 스스로가 입증해 왔다.  만일 드보락 자판이(혹은 다른 어떤 형식의 자판이) QWERTY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QWERTY가 확보하고 있던 개인적-사회적 선호의 관성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내시 평형을, 파레토 최적을, 혹은 진화적 안정 전략을 이루었을 것이다.  기술적인 시스템은 생물학적인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형태와 기능을 고정시켜버리는데, 이는 그 효능과 역사가 결합되는 데서 가능한 것이다.  최적이냐 최적 미달이냐가 유일한 결정 요인이 아니다.

 - Ibid., p.121

[1] QWERTY 자판에서도 shift나 return key처럼 경로에 의존하는 요소가 여전히 있다는 것을 앞에서 설명


  漁夫

.

닫아 주셔요 ^^


덧글

  • asianote 2011/08/09 23:43 # 답글

    뭐 VHS 대 베타멕스 방식 대결에서 VHS가 가정시장은 장악하고 베타멕스는 방송시장을 장악하는 것으로 종결되었지요. 물론 당연히 VHS쪽이 훨 돈 많이 벌었...
  • RuBisCO 2011/08/10 01:09 #

    사실 그건 소니의 병크가 좀 크죠. 학교에선 선점효과 이런거로 가르치지만 현실은 그런게 아니라 폭력, 노루표(...) 이런거 막다가 다 우르르 VHS로 넘어가 버려서 시장을 넘겨준건데.
  • 漁夫 2011/08/10 18:28 #

    PC에서 애플 식이냐 IBM 식이냐 하는 것하고 별로 다르지 않겠지요.
  • 앨런비 2011/08/10 00:02 # 답글

    어익후-_- 뭐 갠적으로 두벌식 세벌식 논쟁도 너무 세벌식을 띄워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세벌식이 우월한 면에 물론 많지만, 두벌식이 처절히 단점이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손가락 피로 문제는 타자기 시대 이야기고 ㅡㅡ;
  • 漁夫 2011/08/10 18:30 #

    세벌식을 써 본 적이 없어서 말을 하기가 뭣하긴 합니다만, 일반인이 컴퓨터 자판 두들길 때 그렇게까지 속도에 중요한 factor 같지는 않습니다. '성능'에서 두벌식이 처절히 발릴 수준은 아닌가 보지요?
  • 앨런비 2011/08/10 18:37 #

    배우는 시간은 두벌식이 확실히 오래 걸리는 듯 하고, 두벌식이 왼손에 피로가 확실히 많은 편이긴 하죠. 자음을 다 왼쪽에 몰아 넣었으니 받침이 있는 한국어의 특성상 자음을 더 많이 칠 수 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국제적 키보드 양식에 확실하게 대응된다는 점에서 너무 깔 필요가 있을가는 의문이더군요. 세벌식은 숫자칸까지 글자가 먹고 그게 충분히 큰 단점이 될 수 있으니까요. 고로 분명 성능차가 나더라도 굳이 우월론을 주장하며 세벌식을 해야한다고 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이더군요. 이벌식도 국제적으로는 매우 빠른 편인고로-_-;;; 다만 문제는 키가 자주 엉키는 문제인데, 이건 확실히 이벌식의 크나큰 단점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없습니다;;
  • 漁夫 2011/08/10 18:47 #

    아, 숫자판까지 사용해야만 했었지요. 이제 한메타자로 3벌식을 시도해 보던 고리적 기억이 좀 납니다 ^^;; 그게 18년 전이군요. -.-

    어차피 지금 컴퓨터 자판 쓰는 한에서는 너무 익숙해져서 크게 단점을 모르겠네요. 숫자판까지 사용하려면 손가락이 좀 많이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 3벌식을 접하던 시절에는 좀 짜증을 냈던 기억이 어렴풋이.........
  • kuks 2011/08/10 00:11 # 답글

    예전에 저 책을 읽고 할 말을 잃었지요.
    세벌식 자판과 달리 사기나 다름없었기에...
    환상 또는 알고있던 지식이 깨질 때의 배신감이 너무 크더라는...

    제가 예전에 변형된 세벌식 자판인 '안마태 자판'을 쓴 적이 있었는데 괜찮더군요.
    물론 지금은 쓰고 있지 않습니다. 귀차니즘(개인적-사회적 선호의 관성) 때문이지요.
  • 漁夫 2011/08/10 18:30 #

    저도 눈이 똥그래졌었지요 ^^;;
  • 대공 2011/08/10 00:27 # 답글

    오 마이 갓;;
  • 漁夫 2011/08/10 18:30 #

    :-)
  • 초록불 2011/08/10 00:44 # 답글

    이것은 유사역사가들이 서로 근거를 주고받는 것과 같은 형태군요...^^
  • 漁夫 2011/08/10 18:30 #

    근거는 항상 중요하지요 :-)
  • Allenait 2011/08/10 01:02 # 답글

    ..결국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했군요
  • 漁夫 2011/08/10 18:30 #

    그러게 말입니다. 이런 식이면 곤란하지요.
  • RuBisCO 2011/08/10 01:10 # 답글

    역시 그랬군요. 사실 저런 이야기 보면 대체 그렇게 좋은데 왜? 라는 의문이 들던데 역시나...
  • 漁夫 2011/08/10 18:31 #

    저도 그냥 lock-in의 한 형태라고만 이해했었는데 진실은.........
  • 소드피시 2011/08/10 01:17 # 답글

    될 놈은 어떻게든 되고 안 될 놈은 어떻게 해도 안 된단 이야기로 마무리.
  • 漁夫 2011/08/10 18:31 #

    결론은 DTD (응)
  • 소드피시 2011/08/11 00:03 #

    움크크
  • 라임에이드 2011/08/10 01:56 # 삭제 답글

    그러나... 게임이론 책을 보시면 드보락이 정말 좋다고 해도 쿼티 타자수, 쿼티 키보드가 충분히 많으면 쿼티를 이길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내시 평형이자 파레토 최적이 항상 해피엔딩은 아니니까요.
  • kuks 2011/08/10 04:20 #

    애로우의 정리가 떠오른다는......
  • Ya펭귄 2011/08/10 09:59 #

    그 문제는 책까지도 갈 것 없이 두벌식 vs 세벌식 문제에서 이미 나오게 된....

  • 漁夫 2011/08/10 18:43 #

    http://fischer.egloos.com/3113384 가 가장 간단한 ESS의 사례입니다.

    저는 두 가지 자판의 선택이, 위 포스팅의 사례에서 이익과 손해 값을 적절히 바꿔서 나오는 평형으로 비슷하게 모델링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QWERTY가 선점을 한 이상, user가 다른 자판으로 바꾸려 할 때 들여야 하는 barrier만큼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점이 barrier보다 더 큰 자판 또는 입력 수단이 나온다면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가령 음성 입력 수단 같은 것은 다소 사용법을 익힐 필요는 있습니다만, 다소 인식 잘못이 있더라도 키보드 입력에 비해 근본적으로 이점이 많습니다. 인식률만 충분히 높인다면 언젠가 음성 입력이 mainstream이 될 수 있겠지요.
  • BigTrain 2011/08/10 08:43 # 답글

    이래서 Back to the source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니까요 ㅎㅎ
  • 漁夫 2011/08/10 18:43 #

    근거는 중요하지요 :-)
  • 울군 2011/08/10 09:19 # 답글

    아 쒯 -_-... 결국 자화자찬이였다니;
  • 漁夫 2011/08/10 18:43 #

    하하하 ^^;;
  • freki 2011/08/10 09:22 # 삭제 답글

    음. 다이아몬드형아는 그럼 총균쇠에 잘못된 근거를ㄱ가지고 즈장했었다는 거군요
  • lkjasd 2011/08/10 15:45 # 삭제

    잘못된 근거를 가지고 주장했는데, 주장이 틀리지는 않았기도 합니다. 그것까지 착각할수도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음....
  • 漁夫 2011/08/10 18:44 #

    네. 제가 이 포스팅에서 주장한 것도 '자판을 경로 의존의 전형적인 사례로 주장하기는 어렵다'지 경로 의존 효과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 獨步 2011/08/11 00:16 # 삭제 답글

    20년 가까운 세벌식 사용자인데... 세벌식의 경우 양손의 리듬을 타는 것이 거의 전부이기 때문에 이게 꼬이면 마치 권투선수가 스텝꼬이면 뭐되듯이 아주 가관이 되어 버리죠;;; 독수리타법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기에, 독타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한 손을 다쳤다든지)인 경우 두벌식으로 바꾸는 수 밖에 없죠.
  • 漁夫 2011/08/11 21:26 #

    정말 오래 사용하셨네요 ^^;;

    두벌식은 한 손이 다쳐도 그럭저럭 대강 칠 수 있기는 합니다. 단 쉬프트 키 눌러야 하는 쌍자음의 경우 좀 복잡은 합니다만......
  • skel 2011/08/11 09:52 # 답글

    망외부성의 사례로 대표적으로 꼽는게 QWERTY 자판 사례랑 베타 대 VHS 사례인데 그중 하나가 저렇다니 기분이 미묘해 집니다... 석사과정때 제 전공이 산업조직론이었던지라...ㄱ-
  • 漁夫 2011/08/11 21:30 #

    뭐 모차르트가 오페라에 대해 했던 말처럼 "그럭저럭 참을 만한 대본을 받으면 그 다음은 작곡가의 책임이다"하고 비슷한지도요. '대본의 품질'이 어느 정도 받쳐 준다면 그 다음은 음악 붙이는 사람 문제라는...

    일단 성능 품질이 어느 정도 기본이 되지 못하면, 선점을 했다고 해도 새로 등장하는 경쟁품을 못 이깁니다.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를 따돌린 예야 숱하게 많지 않겠습니까.
  • 지나가다 2011/08/21 19:20 # 삭제 답글

    이준구 미시경제학에도 나온 얘기지요... 드보락 키보드 우월설은 드보락 자작이라능!
  • 漁夫 2011/08/21 19:30 #

    아 전 경제학 전공이 아니라서요.. 그건 모르고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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