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정도 되면 앞으로도 비 내리는 스타일이 이번과 같을 확률이 높음을 염두에 두고 하수 시설을 손보는 편이 나을지 모르겠다. 근데 하수 순간처리량 증대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고 들었는데......
짜맞추기
단위조작(Unit operation) 및 유체역학을 들은지 너무 오래라 정확히 기억은 못 하겠다만, 애당초 유체 배관(이번 건에서는 하수관이다) 지름이 작으면 단위 시간당 유량을 증가시키는 데 한도가 있다. 그 이유는
* 대개의 pump는 대기압을 이용하여 작동한다. 압력 차가 대기압이 돼 버리면 더 이상 driving force
가 증가하지 않는다.
* 배관이 작으면 벽면 마찰(wall friction)로 인한 pump 힘 손실이 커진다.
* 실제적으로 잡다한 것들이 내부 배관을 막는데, 지름이 작으면 당연히 이물에 취약해진다.
따라서 처리 능력, 즉 시간당 유량을 늘리려면 pump 및 저수조 외에 배관도 당연히 그에 걸맞게 키워야 한다.
그럼 서울시의 현황은 어떤가? 이 링크를 보면 서울시의 상당 부분에서 빗물 처리 능력이 10년에 한 번 정도의 폭우에 대비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필요한 예산만 5조 원이 넘어 현실적으로 예산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서울시 물재생계획과 관계자는 “전체 1만 km 길이에 이르는 하수관 공사를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2013년까지 광화문 일대는 50년 빈도 수준으로 하수관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동아일보 2011. 7. 28 입력
서울시 의회에서 이것을 아는지는 모르겠다. 단 '오세이돈' 시장이 의회에서 보고한 내용을 보면 '예산을 90% 삭감'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 서울시의회 회의록(2010. 11/10), 마즈net님 포스팅에서 URL 확인 후 점검
그러면, 투자를 계속 한다는데 왜 물난리가 났나? 그 중 한 가지 이유가, 현실적으로 하수관 교체 사업은 생각 외로 진행 속도가 느리다고 한다.
- 동아일보 2011. 7. 28 입력(위쪽 링크)
서울시는 총 사업비 3조5000억원을 투입해 시내 전체 1만286km의 하수관 중 노후 하수관 5476km에 대한 교체작업을 진행중이며 매년 150km*씩을 교체해 지금까지 2218km 구간의 공사를 마쳤다.
- 노컷뉴스 2010. 6. 30 입력(link)
"악취가 나는 등의 문제로 공사를 하려 하면 주변 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SBS뉴스
* 아마 1500km라 생각한다. 뒤의 2218km로 볼 때 150km면 말이 안 된다. (9:37am 수정)
** 漁夫가 TV에서 본 뉴스에서 나온 요지. link 제시해 주시면 환영. 처음에 실수로 2010으로 입력...
예산 타령이 이유의 100%가 아니다. 위 노컷뉴스 링크에 '소음, 분진 줄인다'가 기사 제목인 이유가 이해가 간다.
오세훈 시장에게 확실히 책임을 묻고 싶다면
가 될것이다.
이 정도로 자문해 볼 여유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번은 예측할 수도 있었다고 인정하더라도(회의록을 보면 오 시장이 그 정도 예산을 배당한 것을 민주당 시의원들도 알고 있었다는 소리), 적어도 3번에서는 돈도 배당하고(삭감 드립은 집어치고)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었음은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제 이번에 온 비는 몇 년에 한 번 정도의 빈도에 해당하는가? 그리고 한반도 강수 패턴이 바뀌고 있는가?
간단하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고맙게도 다른 분들이 답해 주셨다.
DEFINITION
* 10년 빈도 강우량 =75mm/시
* 100년 빈도 강우량 =110mm/시
* 기왕 최대 강우량 =120mm/시
FACT
* 2010년은 일일 최대강우량 259.5mm, 1시간 최대강우량 75mm로 비가 많이 오긴 했지만 절대로 100년 빈도 강우량에는 미치지 못했다. 대신 10년 빈도 강우량에는 준했다.
* 2011년 7월 27일은 일일 강우량 301.5mm, 1시간 최대강우량 110.5mm로 100년 빈도 강우량에 준한다.(확률 강우량이기 때문에 실제로 100년만에 가장 많이 온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많이 온 것은 사실이다. 일일 강우량은 10년만에 두번째이고, 시간당 강우량은 최근 40년 동안 최대. (기록상 최대는 1937년 147mm/hr)
- 실례인 줄은 알지만 http://noteing.tistory.com/260에서 가져왔음. 漁夫가 본 중 가장 명쾌하기 때문이다. 저자께서 요구하면 언제든지 삭제할 것이다.
2010년은 모르되, 올해 온 비는 시간당 기준으로 볼 때 기존의 data를 기준으로 '100년에 한 번'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비가 정말로 많이 오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정도가 '100년에 한 번'이 아마 아닐 것이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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漁夫는 앞 포스팅들에서 이번 비에 대해 전반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고 생각한다). 단정적으로 누가 뭘 잘못했는지 말할 객관적 근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고, 문제가 된 예산 집행에서는 이 포스팅에 리플을 달아 주신 분의 의견처럼 제한을 가하는 잘 안 알려진 요소가 있을 수도 있으며, 漁夫도 [평범한 일반인인지라] 위험 대비 문제에서는 여기서 보듯이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른 여러 분들의 좋은 의견을 직접 읽어 보고 많이 배웠다. 漁夫의 의견이라면;
1) 강우 형태는 확실히 바뀌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가령 '30년 폭우 대비' 같은 목표를 세웠더라도 좀
더 절대 강수량 대비 목표를 늘려잡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2)개인적으로 비에 대한 배수시설 대비는 '50년 기준'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한다(물론 1번에서 말한 것처럼
목표를 늘려잡아야 하겠지만). 너무 짧은가? 하지만 위험 대비란 게 원래 이 정도 수준이다. '완벽'은 항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쓰나미 문제처럼 지나치게 많은 인명이 걸려 있지 않은 한은, 50년 기준 정도면 괜찮
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漁夫
ps. 오세이돈 같은 발언은 좀 삼가 줬으면 좋겠다. 정말 근거가 부족하다고밖에 말 못하겠구만...
ps. 2. 00:23 추가. 대부분의 인명 피해를 부른 산사태 대비는 별개다. 이 포스팅에 그에 대한 말은 전혀 없다.
.
닫아 주셔요 ^^
덧글
혼자 중얼거려보니 정말 찰지네요ㅋㅋㅋ
정말 찰진 단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나는 세훈신을 뒤늦게 밀었다. 제기랄 oTL
물론, 몇몇 사고는 분명히 피할 수 있었고, 잘못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네, 우면산 문제는 이번 수해에서 좀 별도로 취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강남이나 광화문 같은 내수 침수는 2011년 수해에서는 어디까지 현 시장의 책임 소재로 봐야할지 좀 애매한 점이 많습니다.
언론도 과장보도를 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있었습니다. 시골에 살면 그런 거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도시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국지성
호우의 성격을 고려하면 앞날을 내다보고 미리 대비할 수 있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은 여전합니다.
다만 위에 언급하신 내용 중에 '50년 기준'은 저도 동의하지만, 광화문이나 강남 출퇴근 길 등 교통량이
많은 지역은 70-100년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오세이돈이나 100년만의 강우
운운하지도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지만, 오시장에게 이번 일이 네거티브가 된 건 분명한 듯 싶네요.)
저는 기준만 정확히 정하면 강남 같은 데라도 50년이면 되고, 그 돈으로 산사태 대비 쪽에 돌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산사태에 이렇게 많은 인명을 잃은 이유 중 하나가 경치만 보고 위험 지역에 사전 조사 없이 너무 가깝게 접근해 집들을 지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떠나지 않는군요.
재수 없는 일 일어나면 직접 책임이 없어도 인기가 내려가는 게 통치자의 숙명 아니겠습니까. [2]
"온난화는, 앞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각각 2도씩 올라간 세상에서 사는 걸 뜻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지구 전체의 표면온도를 2도 올릴 만큼의 엄청난 열에너지가 추가로 쌓여서 어딘가로 터져나갈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에 가깝다."
도시 표면포장을 투수성으로 바꾸고 친환경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좌파)
대형 하수관과 펌프를 추가로 설치하고 강바닥도 파야 한다 (우파)
주장이 대립하는 와중에도 인류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최대값을 경신하고 대기 중 수증기량은 더더욱 올라가겠지요..ㅡ,.ㅡ;
어딜 가나 가난한 쪽이 먼저 피해 먹지요. 해수면 상승도 후진국이 더 큰 피해를 입고, 홍수가 나도 반지하 사는 사람이 더 큰 피해를 입으니...
그리고 도시 표면 포장을 투수성으로 바꾼다면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나요? 전 자타가 공인하는 꼴통이라 비용이 우선적인 관심사래서요 -.-
서초/강남구 부자동네가 피해 났다고 좋아하는 치들은 진흙에 한 번 데여 봐야 합니다........
제 관점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저지대 면적 감소 (경작지), 그리고 열대지방의 해충 및 전염병 상륙 이런 게 신경쓰입니다. 당연히 온난화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고 있지만 더위에 대응하는게 추위에 대응하는 거보다 돈이 더 많이 드는 거 같아서요.-_-
저는 비용을 잘 모르지만, 투수성 포장으로 바꾸는 건 도시 지반을 물로 포화시킬 다른 위험을 안고 있다고 봅니다. 불투수성 포장이 까이지만, 그 덕분에 그 아래의 지반이 액화되거나 하는 이런 위험은 별로 없지요. 어설프게 경사면 같은 곳을 투수포장으로 해 놨다가 뒷감당이 가능할까요? 결국 투수성으로 바꾸건 그냥 내버려두건 집중호우 대비를 위해선 하수관 배수관을 둘 다 깔아야 할 텐데 하수관 설치에서 파이프 값보다는 땅파고 덮는 거 자체가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는 걸 생각하면 저는 그냥 대형 하수관 쪽을 더 선호합니다.
물론 비용측면에서 그렇지 않다는 걸 설득력있게 누군가가 말씀해 주신다면 의사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지요...ㅎㅎ
제가 투수성 포장에 좀 시큰둥한 이유가 우선 포장 자체를 사그리 뒤집어 엎어야 하기 때문에 하수관 확장보다 돈이 더 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 외에, 우면산 산사태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흙과 암반 사이에 물이 포화되어 흙 층 전체가 미끄러져 버렸다는 분석을 본 탓도 있겠지요. 말씀처럼 암반이 지표 가까이 올라와 있는 곳에서는 투수성 도로포장이 별로 좋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아주 싸다면 모를까 전 별로 그럴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예산 깎이는 것만으로는 좀... 제가 공기업들 현장 예산 상황을 들을 수 있는 직장이라 아는데, 경제 위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신규 장비 투자 등이 동결/50% 삭감/취소 등으로 거의 나가리난 꼴을 꽤 많이 들어서요. 이런 상황은 오 시장이 서울시의회에서 한 예산 상황 답변에서도 나와 있더군요.
재수 없는 일 일어나면 직접 책임이 없어도 인기가 내려가는 게 통치자의 숙명 아니겠습니까. [2]
제가 서울시 재정이나 오 시장 정책에 대해 별반 잘 알지는 못하니만큼 말씀하신
"복지부분은 대부분의 예산증가폭이라고해도 거의 교육이나 시설투자 등 실효가 다소 부족한 부분들에 그치고 있는 반면 장애급여나 여러 종류의 생활보조 등 직접적으로 수혜자에게 타격이 들어가는 부분에서는 집중적으로 예산 삭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점을 왜 비판하셨는지는 충분히 이했습니다만, 이에 대해 제대로 알기 전에는 언급을 삼가고 싶습니다. 우선권을 어느 편에 주는 편이 좋은지는 예산 삭감 면에서 실무자가 아니면 제대로 알 수 없는 미묘한 점이 많아서요.
(이전의 전시행정 형태보다 나아진것은 인정 그래도 쓸모가 조금이라도 있는 쪽의 전시 행정이니까요.)
그외 비용이 인플레에 맞춰서 올라가는걸 막고있었으니 실질 수준의 삭감이 이루어진것을 감안하면
본디 그다지 오세훈시장을 좋아하지 않던 저로선 이번 네거티브는 기분좋은 일입니다.
물론 넷에서처럼 부풀려진 형태는 아니지만 책임이 있다란 입장이고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는 면이 있습니다.
재수 없는 일 일어나면 직접 책임이 없어도 인기가 내려가는 게 통치자의 숙명 아니겠습니까. [2]
비용 올라가는 문제로 예산 실질적 삭감이라는 문제는 RuBisCo님 리플에 단 답플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Water drain pipe is mostly designed with natural drain (with gravity). So pressurizing with pump can damage the pipe.
아, 집은 33년 동안 한 번도 수해 온 적 없는 지역입니다. 오히려 직장이 있는 구역이 http://fischer.egloos.com/4605205 이거처럼 난리가 났지요. 직장이야 지하나 1층이 아니었으니 멀쩡했지만 출근 때 장난이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