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26 14:31

노화의 진화 이론(18) ; 나이 갖고 놀기 ㄴ노화(老化)의 진화 이론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데

과학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 Norman Ingersoll, 작가(1936) -


 그럴리가.  하지만 이 작가가 왜 이렇게 단언했는지는 다음에 이어지는 문장을 보면 대략 알 수 있습니다.

  베시 싱글트리의 예를 생각해보자.  베시는 다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졸지에 여섯 살이 되어 학교에 갔다.  아홉 살까지 트롤리 전차를 타고 다니면서 그녀의 나이는 줄곧 여섯 살이었다.  그녀는 11세가 되었을 때 12세였고, 영화와 철도 혜택을 받기 위해 15세가 될 때까지 계속 12세였다.... 스물일곱 번째 생일에 싱글트리는 24세가 되었다... 40세 때에는 39세라고 했고, 50세 가까이 될 따까지 그 나이 그대로였다.  50세에는 40세라고 했다.  60세가 되었을 때는 55세... 일흔번째 생일에는 모두들 싱글트리 할머니가 80대치고는 너무나 기운차 보인다고 말했다.  75세가 되자 그녀가 살던 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93세의 여성으로 신문에 사진이 실렸다.  10년 후 그녀는 109세라는 고령으로 세상을 떠났다.

- 'Why we age(인간은 왜 늙는가)', Steven Austad, 최재천 & 김태원 역, 궁리 刊, p.45

이거 틀린 말이 아니네..

  이 문장을 오스태드 박사가 인용한 이유는, 사람들이 말하는 나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얼마나 힘든가에 대해 경각심을 주고 싶어서입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나이를 속이는데 - 연장자가 존중을 받는 마을 분위기가 될 수도 있고, 할인 혜택을 받고 싶어서일 수도 있으며, 단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요 - 신뢰할 만 하고 정확한 문서 기록이 없으면 나이를 검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끔 몇 군데 '장수 마을'이 있다는 얘기가 오르내리는데(link 하나), 정확히 조사해 보면 거주민들이 말하는 것처럼 실제 그들의 나이가 많다는 증거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기사도 믿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지요.  오스태드 박사는 이 '장수 마을'들이 왜 신뢰성이 없는지를 아주 재미있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역사를 보더라도, 인간처럼 '작은 종'의 경우 유전적 균질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수명이 수십 % 차이가 날 정도로 유전적 차이가 나는 집단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하기는 꽤 어렵습니다.

  교훈; '장수 비법'이나 '장수 음식'같은 말에 넘어가면 손해 볼 가능성이 높다.

  漁夫

 참고] 시리즈의 앞 글은
 
 * 노화의 진화 이론(1) ; 기계와 생물
 * 노화의 진화 이론(2) ; 성숙, 생식률, 사망률
 * 노화의 진화 이론(3) ; 생식률과 수명의 관계
 * 노화의 진화 이론(4) ; 거장들의 공헌
 * 노화의 진화 이론(5) ; 거장들의 공헌 - 직관적인 이해
 * 노화의 진화 이론(6) ; 잡다한 것들 
 *
노화의 진화 이론(7) ; 이론의 예측
 * 노화의 진화 이론(8) ; 이론의 예측과 실제 I - 사람
 * 노화의 진화 이론(9) ; 불로 집단의 안정성 - simulation
 * 노화의 진화 이론(10) ; 'undervaluation of the future' I
 * 노화의 진화 이론(11) ; 'undervaluation of the future' II
 * 노화의 진화 이론(12) ; Gompertz curve - 생물의 사망률 곡선
 * 노화의 진화 이론(13) ; 이론의 예측과 실제 II
 * 노화의 진화 이론(14) ; All the lazy guys over the world, unite!
 * 노화의 진화 이론(15) ; 웹페이지 살펴보기 
 * 노화의 진화 이론(16) ; 노화 지연의 확실한 방법 I
 *
노화의 진화 이론(17) ; 6000억 원의 내기
 * [원문/번역] 다면 발현, 자연 선택, 그리고 노화의 진화 - G.C.Willi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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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sianote 2011/06/26 14:35 # 답글

    뭐 잔 칼망 할머니처럼 우월한 유전자를 타고나면 120살도 살 수 있지요! 마침 이 할머니는 서류도 비교적 완비된(19세기 프랑스) 곳에서 태어났고 거기다 최신 의학의 힘을 빌릴 수 있었는데 그 할머니의 생애에서 특이한 것은 술과 담배도 딱히 남들보다 덜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엄청 오래 살았다는 점에서 우월한 유전자 논의를 주장하지 않을수 없게 되더군요.
  • 漁夫 2011/06/27 21:46 #

    사실 어떤 유전자가 '우월한가'는 결정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칼망 할머니의 집안은 소문난 장수 집안이었지만, 그 할머니의 유전자가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현재의 OECD 환경에서 건강에 이로운 유전자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유전자가 인간이 진화해 온 환경에서도 이로왔을지는 전 좀 회의적이지요.
  • asianote 2011/06/28 09:14 #

    그야 우월한 유전자라는건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게 아니겠습니까? 말라리아 유행 지역에서 낫모양 적혈구 보인자를 가진 분들은 상대적으로 우월한 유전자를 보유한 거니까요!
  • jane 2011/06/26 14:44 # 답글

    다만 수명단축엔 확실한 비법(!)들이 많으니, 그런 비법을 피하게 해준다는 면에선 효과가 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말하자면 굶고 야채만 먹고 하는 게 장수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는 좀 의문입니다만, 맨날 탄고기만 먹고 사는 것보다야 수명을 연장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일천한 저의 생각입니다. ^^;;
  • 漁夫 2011/06/27 21:47 #

    실상 '야채독'도 만만치 않지요 ㅎㅎㅎ 굳이 까맣게 탄 고기 먹을 필요는 없지만, 그런 위험이라면 땅콩버터도 마찬가집니다.

    신선한 음식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게 최고겠지요.
  • 아빠늑대 2011/06/26 15:01 # 답글

    졸라게 좋은거 먹고, 졸라게 좋은 운동하고, 졸라게 좋은 환경에서 명이 길 줄 알았더니만 명 길어지게 할라는 스트레스로 명이 짧아 져 버렸습니다. 크크크.
  • 漁夫 2011/06/27 21:48 #

    ㅎㅎㅎㅎ
  • kuks 2011/06/26 15:15 # 답글

    헐, 이럴수가...
    예전에 일본에서 연금타먹는 100세이상 노인들이 대부분 실재하지 않는 걸로 밝혀져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지요.
    후손들의 사망신고 불이행이나 호적정리 미비인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 漁夫 2011/06/27 21:48 #

    하하 일본에서도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 보군요 ^^;;
  • 2011/06/26 15:20 # 삭제 답글

    노화에 영향을 주는 특정 유전자가 있다고들었는데, 아무래도 요즘은 과학으로 수명을 더 늘린다해도 과학으로 수명을 더 깍는게 많으니...
  • 漁夫 2011/06/27 22:34 #

    과학으로 수명을 더 깍는게 많으니... =====> 어떤 거 말씀이셔요?
  • 셰이크 2011/06/26 15:43 # 답글

    노력으로 늘리기는 쉽지 않지만 단축시키 것은 굉장히 쉽죠
  • 漁夫 2011/06/27 22:34 #

    줄이긴 쉽지요 ㅎㅎㅎ
  • RegnaCroxe 2011/06/26 18:07 # 답글

    맨 처음 부분만 보고 "이 양반은 약을 주술사가 만드는 줄 아나..." 라고 생각하다가 나머지를 읽으며 무릎을 치고 갑니다.
  • 漁夫 2011/06/27 22:35 #

    하하 ^^;;
  • RegnaCroxe 2011/06/27 22:39 #

    ...아. 부연하자면 "이 양반" 이란 Norman Ingersoll 을 말합니다;;
    위 리플이 읽기에 따라서는 어부님에 대한 직접적인 모욕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 漁夫 2011/06/27 22:45 #

    걱정마셔요. 잉거솔 얘기인 줄 바로 이해했습니다 :-)
  • RuBisCO 2011/06/26 19:21 # 답글

    저도 갑자기 주화입마하신줄 알고 깜놀 ㄷㄷㄷㄷㄷ
  • 漁夫 2011/06/27 22:35 #

    하하, 그럴리가요. ㅋㅋㅋ
  • JOSH 2011/06/26 19:45 # 답글

    여자의 나이란....
  • 漁夫 2011/06/27 22:35 #

    나이 바꾸려는 동기는 남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
  • Grelot 2011/06/26 21:18 # 답글

    최고의 장수 비법은 음주와 흡연이란 말이지요. 마시고 피고, 스트레스 날리고!
  • 漁夫 2011/06/27 22:35 #

    하하하하하 ^^;;
  • 들꽃향기 2011/06/26 22:24 # 답글

    말씀하신대로 저 역시 훈자마을의 장수비결 운운이 실은 공공행정의 미비와 그로 인한 자료부족, 그리고 서구적 개념으로 나이를 접근하지 않는 지역 주민들의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얘길 들어서인지, 쓰신 글이 격하게 공감이 되네요. ㄷㄷ
  • 漁夫 2011/06/27 22:36 #

    이거에 대해서는 저자 Austad가 간략하게 일침을 가했는데 그건 제 포스팅 거리가 떨어지면 소개하도록 하지요 ㅋㅋㅋ
  • BigTrain 2011/06/26 23:07 # 답글

    결국 야구랑 비슷하게 "장수는 오래사는 사람이 장수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 漁夫 2011/06/27 22:40 #

    네. 해당 환경에서 장수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물려받는 것은 장수의 큰 요인이 됩니다.

    거의 유일한 예외 사례; 최소한 XX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XY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보다 거의 모든 환경에서 평균 수명이 몇 년 깁니다. ㅎㅎㅎ
  • ㄱㄷ 2011/06/27 02:58 # 삭제 답글

    '나는 몇 살까지 살까?' 란 책을 보니 신중하고 성실한 성격인 사람이 오래산다고 하는군요.
    성실이 장수의 원인이란 소리가 아니라 성실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하여튼 오래 사는 경향이 있대요.
    성실한 성격 유전자와 장수 유전자가 한배를 타고 있어서 그런지는 알 수 없고요.
    (왜냐면 이 책은 과학책이 아니라 통계조사자료를 정리해 놓은 책일 뿐이거든요.)
    책에서 1500명의 인생을 80년간 추적한 결과랩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온 게 성실한 성격 뿐이래요.
    사교성, 낙천성, 일상적인 스트레스, 운동 같은 건 별 관련이 없다고 하네요.
  • 漁夫 2011/06/27 22:42 #

    음... 성격하고 장수의 관계는 솔직히 잘 모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다만 여러 가지 성격이 공존하고 있는 것은 행동 전략으로서 '다형 평형(polymorphic equilibrium)'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능이 아니라 성격의 경우 특정 성격이 오래 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해요.
  • 푸른미르 2011/06/27 20:55 # 답글

    인간이 어떤 기준으로 '작은 종'이라고 하는건가요?
  • 漁夫 2011/06/27 22:44 #

    유전적 변이가 많지 않으면 '작은 종'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친척 침팬지의 경우 개체수는 사람보다 작지만 유전적 변이는 인간보다 훨씬 큽니다. 인간은 수만 년 전에 개체수가 1만 5천 내외로 떨어졌다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에 유전적 변이가 작은 편입니다.
  • 누군가의친구 2011/06/28 01:43 # 답글

    20대가 꺽였단 사실에 대해 애써 부정하고 있습니다.(...)
  • 漁夫 2011/06/28 09:00 #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전 40대죠)
  • 위장효과 2011/06/28 08:00 # 답글

    뭔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우리는 영원한 열 아홉 동지들이잖아요!!!!!!
    (촬사마라든가 늑대별님이라든가 어부님이라든가 기타등등...)
  • 漁夫 2011/06/28 09:01 #

    큭 '노 땅' 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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