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밭떼기 Critics about news

  E님과 twitter에서 대화하면서 주고받은 내용을 중심으로 약간 보강.
  최근에 '밭떼기'라면 아마 배추 가격을 연상하실 것이다.  극심한 가격 등락과 함께 '밭떼기한 중간 상인이 나쁜넘'이란 보도는 빼놓지 않고 등장한 얘기다.  하지만 그런 보도는 일단 의심부터 하고 출발해야지?  漁夫가 기억하는 한 밭떼기란 거래 방식은 적어도 30년 이상 들어 봤는데, 요즘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어느 한 쪽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거래 방식이 수십 년 그럭저럭 돌아가고 있었으리라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는 한 말이다.

  우선 근래 두 시점의 배추 가격을 반영하는 기사부터;

  1)
(2011년) 5월 배추 한 포기 값 800원
  2) 배추 헛농사... 수박도 큰일

  근데 단지 8개월 전은 이거하고 완전히 상황이 반대였다.  아래에서 2010년 상황을 보자.

   위 조선일보 기사에서.  최고점에서는 10kg당 2만원이 넘었다.

  3) 트윈드릴 님의
분석 포스팅; 애초에 이런 가격 널뛰기가 일어난 원인은 재배면적 감소에다 날씨가 겹쳤다고 봐야 한다.

  이런 원인으로서 밭떼기하는 중간 업자 또는 복잡한 유통 구조를 탓하는 기사는 널렸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9302221455&code=920100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01008175310&section=03

  그러나 프레시안의 기사 중간에도 밭떼기(포전거래/계약거래)를 농민들이 선택하게 만드는 동기에 대해서 언급이 되어 있다.  어느 농민 분이 두어 해 농사 짓다가 수익이 보장 안 되어 계약거래로 돌아섰다고 하지 않은가.  한 해만 더 버텼다면 대박쳤겠지.... 하지만 일반인들은 이 점에 대해 잘 모른다.  데일리언의 이 글은 그 측면에 대해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 '업계인'의 글을 볼 차례다.  많은 분께 칭찬을 들었던
클리앙의 배리님의 글은 특히 이해하기 쉽다.  그 중 핵심적인 점은

  뉴스에 보시면 "시세가 그렇게 올랐어도 이익은 중간상이 보고 우리는 예년과 동일하다며 눈물짓는 농민" 이 바로 이런 농민 A입니다. 자기가 중간 상인에게 안넘기고 잘 가꿨으면 시장에 팔아서 수천만원을 벌 수도 있었겠지만, 자기가 진작에 밭떼기로 넘겼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거죠. 그런데 모르는 사람들은 그 기사만 보고 중간상인이 무슨 악덕 상인에 악의 표본인 줄 알게 됩니다.  쉽게 말해, 농민A는 리스크를 지고 싶지 않아서 최소 적정가를 받고 판매한 것이고, 중간상 B나 C는 리스크를 지고 도박을 한 겁니다.  바로 "도박" 그것이 배추 농사, 그 중에서도 여름 고랭지 배추 농사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입니다. 농민 A도 그걸 알기에 도박 안하고 조금만 받고 넘기는 것이죠... 
  이렇게 여러 사람 명줄이 왔다갔다 하는게 바로 배추 농사 입니다. 배추 농민은 순진 무구한 피해자도 아니요, 중간상인이라고 악의 화신도 아닙니다. 그냥 제각각 자신의 이익에 맞추어 움직이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그러니 무슨 FTA의 음모 이런건 좀 말이 안됩니다. 이렇게 수 많은 사람들이 걸린 문제를 "조작" 하려면 조용히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교훈; HIGH RISK, HIGH RETURN. & low risk, low return
  
  배추는 원래 저장이 쉽지 않아서 가격 변동 요소가 큰 작물이다.  즉 가격 '파동'의 가능성이 크다(링크; 그간 파동 이력).  배추의 가격 변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면 날씨, 직전의 가격, 그 가격에 상당히 좌우되는 재배 면적(참고)[1]등이 클 것이며 거기다가 수입 가능성도 넣어야 한다.  수입 가능성 및 이전 가격은 객관적으로 알 수 있지만 날씨하고 재배 면적은 누구도 어찌해 볼 수가 없다[2].  그렇다고 해서 문제의 싹이 보일 때 바로 공급을 늘리자고 하면 - 한국 내에서 농사 지어서는 적어도 2~3개월은 걸리니까 그건 수입배추를 말한다 - 일부 압력단체에서 가만 있겠는가?  원래 '예방책'은 욕은 많이 먹고 효과를 인정 못 받는다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시지 않은가.[3] 

  마지막으로 생산자-구매자 직거래에 대해 검토해 보자.  밭떼기가 나타나는 가장 큰 요인은 그 위험 회피 기능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직거래가 위험 회피를 현재의 시점에서 보장해 줄 수 있을까?  상당히 많은 구매자들이 적절한 가격으로[4] 미리 계약을 맺거나 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시장 개척'도 공짜일 리가 - 괜히 가락 농수산물시장에서 각 도매업자에게 팔려나가는 게 아니다.  그냥 파종만 해 놓으면 알아서 좋은 가격으로 팔릴까?  농사가 그렇다면 漁夫도 그 쪽으로 진즉에 전업했지

  (고랭지 아닌 다른 지방 배추는) 고랭지에 비해 농민 A가 직접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랭지는 말하자면 깡촌이라서 농민 스스로도 거주하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하자면 한 철 장사죠. 하지만 다른 지역은 농민들을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밭도 자기가 대대로 가꾸어 온 밭이라서 끝까지 자기가 키워서 시장에 출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땅이 넓은 농민은 자기가 다 관리할 수 없으니, 일부를 중간에 밭떼기로 넘겨버리기도 합니다. 

  이런 밭떼기의 장점(농민이 보기에)은, 먼저 자기가 일일히 관리하지 않아도 일정한 소득을 보장한다는 겁니다. 5톤트럭 한트럭이 나오는 고랭지 밭을 제대로 수확해서 시장에서 경매 받으면 대략 200만원을 수수료 제하고 받는다고 칩시다. 그런데 어떤 중간상 B가 와서 내가 130만원 줄께 나한테 팔아라 그러면 어떨까요? 원래대로라면 자기가 비료 뿌리고 물 대고 다 해야 하는데다 몇달간 죽을 고생을 해야 하는데, 그냥 130만원 쥐어준다고 하면 넘기게 마련입니다.


- 클리앙의 배리님의 글에서

처음에 심은 거 빼고, 출하 전 대부분 과정을 중간상이 하잖아!

  漁夫 생각을 정리하면 이 정도

  -1) 꽤 오래 돌아간 제도라면, 제도 이해 관계자들의 합의에 따랐을 가능성이 높다.
  0) 중간 상인은 이 문제에서 대개 그냥 '중간 상인'이 아니다.  대마왕 취급한다면 error다.
  1) 배추는 가격 변동 요인이 큰데 '중간 상인'들이 일정 수준의 buffer 역할을 하고 있다.[5]
  2) 수입선을 풀어주면 변동 요인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3) 직거래가 먹히려면 중간 상인의 역할을 - 위험 분담이나 물량이나 - 어느 정도 흡수해 줘야만 한다.

  하나 덧붙이자면, 이해 당사자들의 말은 - 특히 '특정 농민분이 중간상인 탓하는 스타일의 인터뷰'들 - 너무 믿지 않는 게 좋다.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언제든지 취사선택할 수 있다.  다양한 경로로 확인해서 믿을 수 있는 데까지만 믿어야 안전하다.

  漁夫

  [1] 예병일의 경제노트에서(
link).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란 이름이 붙어 있지만, 실제는 
     '죄수의 딜레마'다.  마찬가지로, 개인이 취하는 최선의 길이 전체로는 최선이 아닐 가능성이 있음에 주의.
  [2] 국가에서 '지도'는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  따라서 전해에 뭐가 비쌌다고 하면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
      다.  바로 위 링크 참고.
  [3] 예방책이 성공적이라면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을 테니 나중에 '그렇게 (돈 들이거나) 할 필요가 있었
      냐'고 까인다.  백신처럼 대단히 성공적인 사업도 대부분 백신을 맞아서 무임승차 가능해지니까 일부 부
      작용 갖고 까대는 마당에, 배추를 미리 수입했다 어떤 일이 생길지는 각자 추측에 맡기자.
  [4] 적어도 평균적인 소매가보다는 싸고, 평균적인 밭떼기 가격보다는 비싼 가격이어야 한다.
  [5] 생산자의 규모가 커지고 이곳저곳에서 재배할 경우 이런 위험은 좀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국
      농업 규모가 어디 그런가?

핑백

  • 漁夫의 'Questo e quella'; Juvenile delinquency : 오늘의 뉴스('11. 11. 3) 2011-11-03 12:50:37 #

    ... 까? 한 쪽 입장만 말해서는 문제의 단면을 올바로 이해할 수 없다. 근데 너무 많은 기사들이 문제의 전체 측면을 만족스러울 정도로 조망하지 않는다('배추 밭떼기' 포스팅에서 든 예도 그러하다). 그러니 '오늘도기자를까자'란 tag가 널리지만 8. http://news.chosun.com/site/da ... more

  • 漁夫의 'Questo e quella'; Juvenile delinquency : 오늘의 늬우스('17.1.22) 2017-01-22 23:37:22 #

    ... 질적인 보조금 크리... ps. 공산품은 한국이 비싸다고 말하기 힘들다. ps. 2. 중간 유통과정 탓하는 건 사실 안이하다고밖엔 못 하겠다. 배추 밭떼기 참고. ps. 3. 정말 그렇다고 해도 왜 중간 유통이 지금처럼 힘이 세졌는가? 생산자는 규모가 작고, 반면 유통은 &nbsp ... more

덧글

  • kuks 2011/05/07 11:36 # 삭제 답글

    클리앙의 배리님의 글은 오랜만에 다시 보는군요.
    어차피 햇배추는 김장용이 아니라는(또는 적합하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가격폭락은 예견된 것 입니다.

    어부님이 인용한 그래프에서 두번째 폭락을 보여주는 2010년 9월 이후의 하락세도 수입물량 때문이라기 보다는 뒤늦게 재배된 국내산 배추의 물량이 쏟아지면서 발생한 겁니다.
  • 漁夫 2011/05/08 21:28 #

    솔직히 배추를 심고 출하하는 데 2~3개월밖에 안 걸린다는 건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냉지 배추 작황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나중의 후속 출하량이 나오니까 급락한 게 맞겠지요.
  • Charlie 2011/05/07 11:40 # 답글

    순박한 농민은 잘못같은것 하지 않습니다. 이건 다 거대자본과 미국과 아시아 모나라의 대통령과 기타등등 탓이라는.
  • 漁夫 2011/05/08 21:29 #

    다 '자신의 이익을 쫓는' 사람들........ 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보지요.
  • Allenait 2011/05/07 11:56 # 답글

    마지막 줄에 공감합니다.
  • 漁夫 2011/05/08 21:29 #

    어느 한 쪽 주장만 까거나 편들면 다소 곤란한 사태가 벌어지죠?
  • 無碍子 2011/05/07 12:22 # 답글

    이게 다 4대강 때문입니다.

    =한경오=
  • 파란나라 2011/05/07 18:01 #

    최초 주장은 민주당 의원이 했더군요....

    지금 배춧값 폭락도 4대강 탓일듯.. ㄷㄷ
  • 漁夫 2011/05/08 21:29 #

    4대강 때문이란 건 말도 안 되지요.
  • Grelot 2011/05/07 13:45 # 답글

    이 것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농촌 판타지에서 비롯됨이겠죠.

    "농촌 사람들은 순박해" & "농부의 땀은 솔직해" & "고향에 계신 아버지 생각에.." etc
  • 지구밖 2011/05/07 13:47 #

    그렇네요. ㅎㅎㅎㅎㅎ
  • 漁夫 2011/05/08 21:30 #

    판타지죠, 판타지......
  • BigTrain 2011/05/07 16:44 # 답글

    어부님은 농촌이 아닌 어촌으로 가셔야.. ㅎㅎ

    다른 얘기지만, 요즘은 어업도 동남아 노동자들이 없으면 못 굴러가겠더군요. 나이들어 은퇴하는 한국인 어부들의 빈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는지 몇 년 된 것 같습니다. 제주도 얘기를 들어보면..

    그래서 예전엔 한 달에 한 번 계산하고 갈비집 회식이 정석이었는데 요즘은 오리고기 등 다른 식당이 흥한다고 ㅎ더군요. -_ㅜ
  • 漁夫 2011/05/08 21:31 #

    하하하 전 어느 편에도 인연이 사실 없어요 ㅎㅎ

    어업도 그렇게 된 줄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한국처럼 작은 나라의 농림수산업은 좀 대단위되기 전에는 참 힘들어 보입니다.
  • 獨步 2011/05/07 22:26 # 삭제 답글

    '사회적 약자'들도 사람 하나하나를 들여다보아야 하는데 그저 맨날 당하고만 사는 불쌍한 사람들로 뭉뚱그려 상수화시켜놓는게 편하니까 그렇게 계속 유지되는거죠. 그래야 나는 저런 불쌍한 사람들에게 동정심으로 느끼고 가끔 도움도 주는 도덕적으로 우월한 사람~ 이라는 정신적 딸치기에 좋으니까.

    지나가는 여행객에게 도저히 못먹을 물건을 제 값 다 받고 팔아넘기고 귀농했던 도시인이 도저히 못견디고 돌아가게 만들어도 그들에게 고의 따윈 없죠. 순박한 그들에게 도시인의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안될 짓일 뿐.
  • 漁夫 2011/05/08 21:31 #

    뭐, 어떤 의미로는 '고상한 야만인'과 상당히 닮은 사고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일화 2011/05/08 20:48 # 삭제 답글

    '밭떼기'를 다른 말로 하면 '선물(future)"이라는...
    물론 생산자 스스로 리스크를 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간단하게 말하면 독과점을 조장하는 결과가 되고, 그러면 다시 국가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문제가 있죠.
  • 漁夫 2011/05/08 21:32 #

    네 그건 선물거래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 risk hedging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직거래가 큰 의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band 2012/01/21 09:47 # 삭제 답글

    좋은글 늦개나마 잘 봤습니다. 수도권으로 대단위공급이 시작하개된 70년대중반부터 저런식으로 돌아갔다고 풍월에 들었고 80년대초반부터 저런 널뛰기현상을 겪었다고 직접들었었죠(식육, 양계,노지작물 과수 모두요...)

  • 漁夫 2012/01/21 19:57 #

    정말 근본적 이유는 수요가 탄력성이 낮은데다 생각 외로 배추 공급 쪽이 탄력성이 '높다'는 겁니다(물론 공업 쪽보다는 낮습니다만). 그리고 공업 쪽에서도 공급 조절이 제대로 안 되지만, 배추 농사에도 '쏠림 현상'이 생각 외로 대단히 심하더군요. 이 땜에 수박 농사 지은 분들께서는 한 해 (밭떼기 안 하셨음) 대박이셨을 듯.
  • NLPDE 2013/06/15 06:38 # 삭제 답글

    제가 아는 (마트 운영하는) 유통사 임원분께서, 배추 밭떼기로 샀는데 폭락해서 손해를 많이 봤다고 합니다.
  • 漁夫 2013/06/16 22:23 #

    risk 부담을 누가 하는지가 진짜 문제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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