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05 23:22

[기사 단평] 흠집 스스로 없애는 플라스틱 직업 얘기

  source ; http://news.dongascience.com/PHP/NewsView.php?kisaid=20110429200002236801&classcode=01 

 [ 기사 발췌.  물론 저작권 문제 생기면 삭제예정 ]
 
  미래에는 긁히는 등의 손상 걱정 없이 플라스틱 물건을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빛에 닿으면 흠집을 스스로 치료하는 물질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특별한 구조를 가진 고무 같은 플라스틱에 상처를 만들고 자외선을 집중적으로 쪼이자 1분 내에 상처가 없어졌다...  이 플라스틱이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보통의 플라스틱과 다른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보통은 긴 사슬 형태의 폴리머(중합체)가 강한 공유결합을 이룬다. 베더 박사팀이 개발한 플라스틱은 아연이나 란탄 등 금속 이온이 더 짧은 분자 결합을 형성한다. 
  플라스틱 표면에 자외선을 쪼이면 금속이온이 빛을 흡수해서 열로 바꾼다.  이 열로 손상 부위를 녹이고 균열을 수리한다.  박사팀은 400µm(마이크로미터. 1µm는 100만분의 1m) 두께의 플라스틱을 만들어 200µm이상의 깊은 흠집을 냈다. 30초에 걸쳐 두 차례 자외선에 노출시키자 흠집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베더 박사는 "얆은 플라스틱에서만 작용하는 단점을 보완하면 광택제, 페인트 등의 형태로 전자기기에 쓰이거나 의학, 건설, 교통 등 다방면에서 플라스틱의 수명을 늘리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위 '고분자쟁이' 입장에서 보건대 상당히 재미있는 얘기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를 연구자가 다음 응용으로 지목한 '다방면에서 플라스틱의 수명 연장'에 성공적으로 적용하려면, 지금 기사에서 나온 새로운 특성의 반대 방향으로 가는 편이 일반적으로 이롭다는 점이 문제다.

공학적으로는 항상 그렇지 머

  
  물론 적절한 reasoning은 중요하니, 漁夫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들겠다.

  1. 이 플라스틱은 아연이나 란탄(La) 등의 금속을 포함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여러분이 이미 아시다시피) 금속이 (꼭 필요한 양 이상은) 별로 안 들어가 있다.  대부분의 금속(및 그 화합물)은 중량당 가격이 플라스틱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금속 화합물이 들어간다면, 플라스틱 제조에 꼭 필요한 촉매, 아니면 제조 후 제품을 만들면서 넣는 첨가제 정도며 그것도 값싼 금속인 칼슘 같은 넘이 태반.  아연이나 란탄은 현재도 꽤 비싼 편인데, 기사 내용에서 짐작하건대 소량(보통 100ppm 이하) 수준을 쓰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물론, 플라스틱에서는 더더욱 가격을 빼놓고는 얘기가 안 된다.
  2. 플라스틱에 금속 사용을 되도록 줄이려는 이유가 또 있다.  플라스틱 제조나 성형에서 거쳐야 하는 고열에서 금속 성분이 보통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보통 작은 양을 사용하는 촉매의 경우라도, 대개 부반응 때문에 플라스틱에 착색(보통 분해 부산물이 플라스틱을 누렇게 만든다)을 유발한다.  물론 금속이 많이 들어가는 경우 더 빨리 '색이 맛이 가므로', 실제 사용 가능한 수명은 더 줄어들 것이다[1].  그리고 금속 화합물은 대개 환경에 나가면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가. 
  3. 금속들이 '짧은 분자 결합을 형성한다'는 점이 핵심 중 하나다.  자외선 같은 빛을 쬐면 금속이 열을 내서 손상 부위를 녹인다는데, '잘 녹는다'는 특성과 '짧은 분자(즉 분자량이 낮은 분자)'는 서로 비례하는 관계다.  그런데 이 '잘 녹는다'는 특성은 고분자 세상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흘러서 모양이 바뀐다'는 말과 동의어다[2].  따라서 이런 특성은 일상에서도 접할 수 있는 고온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처음 만들었던 제품 모양이 쉽게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플라스틱들이(아니 모든 '제품'들이) 일상 환경에서 노출될 수 있는 온도 범위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데, 한국의 경우 대략 -30 ~ +70℃ 정도는 기본이다.  50℃ 정도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쉽게 모양이 바뀐다면 아주 널리 쓰이기는 좀 곤란하지 않을까.
      이 기사에서 보듯이, 깊이 0.2mm 정도의 깊은 흠이 자외선으로 온도를 올린 정도에서 없어졌다면 꽤 많이 '흐른' 것이다.  漁夫는 이렇게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흐르는 효과가 나타난다면, 한국의 일상 조건에서도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짐작한다.

  漁夫 생각에는 이 플라스틱을 사용할 만한 최적의 장소는 매끈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표면의 코팅이며, 특히 실내용 용도다.  이유라면;

  1. 값이 내려가기 어렵다.  따라서 많은 양이 필요없는 코팅이 최적.
  2. 본체 위에 코팅을 한다면, 시간 경과 후 물러져서 모양이 변하는 문제가 적다.
  3. 자연광 등에 따른 변색 효과가 두께가 얇기 때문에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4. 실내에서는 야외보다는 고온 및 직사 일광에 노출되는 일이 비교적 드물다.
  5. 두께가 어느 정도 이상 되면 빛이 내부까지 도달하기 어렵다. 

  현재 저 기사에서 고무 같고 얇은 플라스틱에만 작용한다고 되어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漁夫

 [1] 색만 맛이 가는 게 아니다.  자세히 적지 않지만, 강도 및 내구성 등도 나빠진다.
 [2] 이런 것을 다루는 학문이 바로 유변학(rheology)이다.  사실 이 내용은 유변학의 기본 정리 중 하나다.  비슷한 현상인 크리프(creep)에 대해서는
이 기사가 (물론 공돌이 입장에서) 매우 흥미깊다.  금속도 장시간 및 고온에서 얼마나 '흐를' 수 있는지가 뽀인뜨.


덧글

  • kuks 2011/05/05 23:41 # 삭제 답글

    저는 스마트폰의 액정코팅을 생각했는데 어부님 말씀듣고 보니 많은 단점이 있군요.
  • 漁夫 2011/05/06 19:13 #

    저런 특성이 맞는 응용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더 발전을 시킨다든가........
  • 푸른미르 2011/05/05 23:50 # 답글

    결국, 장식품이라는 얘기군요... --;
  • 漁夫 2011/05/06 19:16 #

    원래 새로 출발하는 것은 다 장식품 수준이긴 하지요. 다음에 어떻게 개선을 할 건가, 아니면 그냥 묻혀 버리는가가 갈림길.
  • 커티군 2011/05/05 23:58 # 답글

    순식간에 적용 범위가 축소되네요 ㅋㅋ
  • 漁夫 2011/05/06 19:16 #

    후속 진로가 사실 더 중요하지요.
  • 댕진이 2011/05/06 01:05 # 답글

    저도 얇은 부분에서 적용된다는 점에서 코팅을 생각 하고 있었는데 저같은 비전문가의 의견이

    화학쟁이의 고견과 유사한 결과라니 좀 자부심 생기는데요, ㅋㅋㅋ
  • 漁夫 2011/05/06 19:16 #

    고견까지요. 저도 뭐 그냥 '쟁이'일 뿐이라.
  • 댕진이 2011/05/11 13:42 #

    "쟁이"란 표현이 비하가 될수 있었네요. 자칭에 자주 쓰다보니 별생각 없이 사용했는데.. 너그러이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漁夫 2011/05/12 22:24 #

    괜찮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공돌이'라는 말도 안 쓰겠지요.
  • 라면사리 2011/05/06 01:11 # 답글

    좋은 분석 잘읽었습니다. 저 기사를 보면서 얇은 플라스틱에만 작동한다면 결국 산업현장에서는

    쓸모가 아직까지는 없을꺼라 생각헀네요
  • 漁夫 2011/05/06 19:16 #

    개발자는 '더 큰 것까지 가고 싶다'고 했지만 현시창.........
  • 긁적 2011/05/06 03:36 # 답글

    딱 보고 3번 이유로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네요 (....) 잘 읽었습니다.
  • 漁夫 2011/05/06 19:18 #

    3번을 어떻게 개선하냐도 문제지만, 비싼 금속을 사용하는 추가 비용이 복구 원가절감을 능가할거냐도 못지 않은 문젭니다.
  • 아빠늑대 2011/05/06 05:46 # 답글

    얼라? 어부님도 화학돌이 셨어요?

    어쨌거나 저런 개념은 제가 학교 다닐떄 부터 나왔던건데 생분해 플라스틱이 아니라면 물성이 대단히 떨어져서... 저 개념이 플라스틱 말고 콘크리트나 금속등에도 적용되는걸로 아는데 말이죠. 그때는 구조 자체를 변형하는게 아니라 일종의 접합물 캡슐을 포함하는 합성물을 만드는 거였는데...
  • 漁夫 2011/05/06 19:21 #

    생분해 플라스틱은 대체로 한 번 쓰고 버리거나 하는 넘이 많으니 creep 특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저 개발자는 분명히 다방면에서 수명 늘리고 싶다고 했는데 그 편으로는 좀 '상당히 더 많이' 가야 할 듯합니다.

    음? 제 직업을 뭐로 생각하셨습니까? 지난번 천안함 포스팅에서도 제 직업을 다들 대충 짐작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요.....
  • 少雪緣 2011/05/06 09:28 # 답글

    일단 현재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페인트나 코팅재들의 대다수가 UV 타입이라는 부분에서 이미 시망 확정이네요; 두꺼워 봤자 10um내외의 코팅층인데다 경화/건조용으로 UV램프를 조사한단 말입니다lllorz
  • 漁夫 2011/05/06 19:22 #

    UV curing 뿐이라면, paint를 경화시킨 위에 이 플라스틱을 코팅으로 입힐 수도 있겠지요. 한 번 curing 끝난 다음에는 다시 UV 쬐더라도 별 문제는 없을 테니까요. ^^;;
  • 少雪緣 2011/05/07 10:57 #

    모재로 사용되는 순간 시망...인데다...스핀들->건조->스핀들이라니, 엄청난 공정의 발상입니다;;
  • 漁夫 2011/05/07 11:21 #

    그 공정 아주 세부까지는 잘 몰라서 그러는데, 조금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경화 뒤에 이 플라스틱을 살짝 입히는 정도까지는 그렇게 큰 문제는 없을수도 있지 않나요?
  • 少雪緣 2011/05/07 11:29 #

    UV curing을 한뒤에 다시 스핀들이나 어떠한 방식으로 스프레이를 하면 신뢰성이 안나옵니다. 스프레이 계열 페인트뿐만아니라 흔히 상도라고 불리는 그라비아/옵셋 방식의 인쇄도 툭하면 벗겨지니까요. 이는, 경도가 높은 UV curing type의 페인트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뿐만아니라 컬러링에서도 문제가 됩니다. 컬러링이 최종층의 색상만으로 결정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사실은 모재+페인트층의 인쇄인데다...모재로 많이 활용되는 PC같은 경우는 장시간, 여러번 UV에 노출될 경우 컬러링 변색이 쉽게 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신뢰성 테스트에서도 48시간정도 챔버에서 버티는게 한계입니다.
  • 漁夫 2011/05/07 11:36 #

    아 그렇군요. 제가 전에 했던 쪽이 condensation polymerization(주업)하고 injection/extrusion molding 및 compounding 쪽이라서 인쇄 쪽은 공정을 잘 모릅니다. 감사합니다.
  • 새벽안개 2011/05/06 10:32 # 답글

    핸폰 코팅필름에 사용할수 있겠네요. 그래도 햋빛을 쬐면서 피부 치료하는 거 좀 웃기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 漁夫 2011/05/06 19:22 #

    여름에 바깥에서 오래 꺼내 들고 있기 어려울 듯하다는 걱정이 좀........
  • Frey 2011/05/06 11:40 # 답글

    코팅 쪽에서도 저렇게 빨리 흐른다면 형태를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여름철에 실수로 차 안에 휴대폰을 두고 내렸더니 전부 녹아내렸더라... 라는 기사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漁夫 2011/05/06 19:23 #

    어 진짜 그건 좀 문제일지도 모르겠어요. 정말로.
  • Allenait 2011/05/06 11:50 # 답글

    ..역시 현실적으로는 잘 안되는 것이군요
  • 漁夫 2011/05/06 19:23 #

    모든 발명이 처음에는 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었으니, 물꼬를 터 놓은 후의 후속 기술 진행이 사실 더 중요합니다.
  • RegnaCroxe 2011/05/06 12:21 # 답글

    유동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을만한 요인이 더 갖춰지면 좀 쓸모가 생길지도 모르겠군요.
  • 漁夫 2011/05/06 19:24 #

    사실 유동성 조절이 접착제에서는 핵심입니다. curing type의 접착제를 빼면, 유동성과 인장 강도/toughness의 균형이 접착제의 핵심 know-how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 AndrocUS 2011/05/07 22:51 # 답글

    반도체 소자로 사용될 수도 있을거 같네요
  • 漁夫 2011/05/08 01:53 #

    어떤 방식으로요? 반도체 공정은 아주 오래 전에 들은 게 다래서 요즘은 잘 기억이........
  • S 2011/05/09 12:49 # 삭제 답글

    논문을 안읽어봐서 네 포스팅만 보고 생각해 보건데.. 힌트는 Zn 과 La 인 것 같다. 둘 다 UV 를 잘 흡수해서 효율 높게 열에너지로 변화시킬테니 적당량 (추측컨데 2,000 ppm 이상) 필름 제조시에 블렌드해 두면 매트릭스 폴리머를 시각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겠지. 직접 실험해 볼 수도 있지만 그 정도로 흥미가 느껴지진 않네.. -_-
  • 漁夫 2011/05/09 12:56 #

    응, 그러니 나도 100ppm 이하 수준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1,000ppm이라면 화합물 기준으로는 아마 2,000 ppm 이상 될 가능성이 높은데, 비용 압박도 만만치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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