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9 01:35

방사선 피폭 손상; DNA 수리 부전(不全)과 세포 수준 대책 Views by Engineer

  방사선 피폭 손상의 근원 ; DNA 손상('1편'이라 하겠다)방사선 피폭 손상의 근원; DNA 손상과 그 수리('2편'이라 하겠다)에서는 생명의 근원이라 할 DNA에 방사선이 입히는 손상 및 분자 수준의 수리에 대해 보았다.  이 포스팅에서는 분자 수준 수리가 제대로 안 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그리고 분자 수준보다 한 단계 높은 수리 방법에 대해 적겠다.

  1. DNA가 제대로 수리되지 않을 때

  생물은 모든 DNA 손상을 다 고치지는 못하지만 바로 앞 포스팅에서 본 바와 같이 상당히 큰 손상도 고칠 수 있으며, 사람처럼 유성 생식을 하는 생물은 DNA를 2조씩 갖고 있으므로 한 쪽이 많이 망가져도 다른 쪽의 정보를 참고하여 고칠 수 있다고 2편에서 얘기했다.  그러면 DNA를 수선하는 다양한 효소들이 제 기능을 못 할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그 가장 생생한 사례가 2편에서 잠깐 언급한 색소성 건피증(
xeroderma pigmentosum)이다.

  색소성 건피증은 햇빛을 쬐면 피부에 금방 색소가 침착하고 건조해 까칠까칠해지며, 이런 현상이 반복되다가 결국 피부암으로 진전하기 때문에 대개 오래 살지 못하는 유전병이다(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신 분은 이 동영상을 한 번 보아 주시기 바란다).  이 병의 근본 원인은 태양광 중의 자외선 때문에 피부 세포의 DNA에 아래와 같은 '2량체'가 생긴 경우 이것을 DNA에서 일단 잘라내야 하는데, 그 일을 하는 효소가 활성이 없기 때문에 자외선 손상을 DNA에서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source ; here)

 
  ▲ 그림 1. thymine이 광화학 반응으로 바로 옆의 다른 thymine 염기와 결합했다.
        색소성 건피증 환자들은 이렇게 된 thymine 2량체 염기를 DNA에서 제거하지 못한다.

  여기서 보듯이, DNA에 이런 돌연변이가 누적되는 경우 높은 확률로 암세포를 만들어 낸다.  이 의미는 나중 포스팅에서 더 상술하겠다.

  물론 상당수의 돌연변이는 원래 생긴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이것이 중요하다) 세포가 수선 기전을 써서 제거한다.  하지만 완벽이란 건 없으므로 결국 돌연변이는 많건 적건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돌연변이가 생긴 세포는 다음에 어떤 과정을 밟는가?

  2. 다세포 생물의 대응

  대장균 같은 단세포 생물은 일단 돌연변이가 생기면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세포의 죽음이 곧 개체의 죽음이니, 죽든 살든 갖고 살아야 한다.  그러나 다세포 생물은 다른 해결책이 있다.  여기서는 식물이 아니라 동물 위주로 보겠다[1].
  다세포 생물의 세포는 대체로 여러 모습 및 기능으로 - 피부, 뼈, 근육, 면역 등등 끝이 없다 - 분화되어 있으며, 보통은 같은 종류의 세포와 인접해 있다.  피부 세포 주위에는 다른 피부 세포가 있을 것이며 근육 세포나 위장 상피세포 등도 마찬가지다.  이 중 어느 세포 하나가 무슨 이유건 - 방사선이건 세균 감염이건 - 치명상을 입으면, 두 가지의 길이 있다.  첫째 세포에 내장된 자폭 회로가 가동한다.  보통 이것을 apoptosis라고 부른다('명탐정 코난' 때문에 꽤 유명해지지 않았을까).

     

  ▲ 그림 2. 정상적 인간 림프구 세포(왼쪽)와 apoptosis가 일어난 림프구(오른쪽) [2]


 이렇게 자폭한 세포는 백혈구 등이 깨끗이 먹어치우고, 빈 자리는 근처에 존재하는 같은 종류의 다른 세포가 분열하여 메꾼다.  정상적 상태에서는 인체의 많은 세포가 분열하지 않는데, 옆의 다른 세포가 죽으면 멀쩡한 세포들이 분열하도록 자극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죽은 세포의 빈 자리를 복구한다.
  두 번째는 면역 체계가 이상 세포를 없애 버리는 방법이다.  세포가 감염되거나 하면 세포 표면에 기생체의 항원을 갖다 붙이는데, 이것을 탐지한 면역 체계는 용서없이 이 세포를 날려버린다.  그 사후 처리는 세포가 자폭한 경우나 똑같다.  암세포로 의심되는 경우도 면역 체계는 똑같이 대응한다.  따라서, 어떻게든 세포가 복구하기 어려운 손상을 입은 경우는 대부분 몸에서 알아서 제거한다.[3]

  3. 암 및 기타 방사선 손상의 경로

  그러면 손상된 세포들을 알아서 제거하는데도 색소성 건피증 환자에게 암은 왜 생길까?  '손상이 너무 많고 빈번히 생기기 때문이다'가 답이다.  자외선을 얼굴에 잠깐만 쬐어도 수십~수백만 개의 돌연변이는 거뜬하게 생길 것이며, 노출이 계속됨에 따라 언젠가는 면역 체계의 감시를 피하면서 분열하는 암세포가 생기게 마련이다.  즉 손상을 입어도 제거되지 않고 분열을 계속하는 세포도 생긴다.  
  아래 그림은 방사선을 세포에 쬘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순서대로 정리한 것이다.  X축이 시간 단위다. [4]
  

 ▲ 그림 3. 세포에 방사선을 쬘 때 그 이후의 경로.  곳곳에 인체가 손상을 막는 대비를 하고 있다(파란색 글씨).

  위 그림에서 주목해 볼 만한 점은 문제가 생기는 곳마다 제거하는 기전을 생명체가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DNA 손상은 효소로 복구하고, 세포의 손상은 자폭 프로그램(apoptosis)이나 면역 체계가 막으며, 태아에 문제가 생길 때는 태어나지 못하도록 이른 시기에 자연 유산이라는 수단까지 동원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방사선을 조금 쐰다고 바로 암이 생기거나 기형아 출산, 그리고 유전병으로 진전하지 못한다문제는 인체의 자연 복구 능력을 넘어서는 양의 방사선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이런 사실들을 실제 피폭 사례와 비교해 보겠다.  역시 tbC라니까 


  漁夫

 [1] 식물은 동물하고는 약간 다른데, 식물은 세포 분열 능력 자체는 거의 모든 세포가 갖고 있지만 세포벽을 동원하여 어떤 세포도 몸 속을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므로 동물 같은 전신적 암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Matt Ridley의 '이타적 유전자' 참조.  사람 입장에서는 동물 세포 쪽이 더 관심이 깊지 않을까.
 [2] Source ; 연세대 원주캠퍼스 방사선학과의 프리젠테이션(출처), slide 20,21
 [3] 이 포스팅에서 늑대별님의 설명도 흥미진진하다.
 [4] Source ; [2]번과 동일, slide 9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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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카오루 2011/04/29 04:00 # 삭제 답글

    글 잘 읽었어요
  • 漁夫 2011/04/29 23:20 #

    감사합니다
  • MK-10 2011/04/29 05:28 # 답글

    잘 보았습니다. 언제나 반갑게 맞이하는 tbC 네요. :)
  • 漁夫 2011/04/29 23:21 #

    이제 그거 안 넣으면 손가락이 떨리더군요 :)
  • 위장효과 2011/04/29 08:05 # 답글

    또또또 Tbc!!!!!!!!!!!!!!!!!!!!!!!!!!!!!!!!!!!!!!!!!!!!!!!!!!!!!!!!!!!

    그런데 의학계 연구도 보면 일종의 사이클을 탄다고나 할까요...60년대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혔을때는 유전자 연구, 70년대에는 receptor 연구-그러면서 cytokine도 덤으로, 80-90년대에는 면역학적 연구, 인간 유전자 지도 완성되니까 다시 gene 연구...이런식. 그러면서 곁다리지만 꾸준히 진행되는 게 Intracellular, Intercellular transport system(사실 이것도 매우 중요하지요 Gene을 하든 Cytokine을 하든 immunology를 하든 발현과정은 과연? 하고 의심하게 되니까요.
  • 漁夫 2011/04/29 23:23 #

    Ode to the tbC!!!!!!!!!!!!!!!

    어느 학계에서나 분명히 유행은 있게 마련이지요. 요즘에는 gene 연구인가요?
    좀 ㅎㄷㄷ이 미국에서 원래 밝혀낸 유전자 sequence 자체에 특허를 준다는 아이디어를 특허청 쪽에서 진지하게 다뤘다고 하더군요 -.-
  • 위장효과 2011/04/30 08:39 #

    네. gene expression에 대한 논문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제가 전공의때 주로 apoptosis 논문들이 많았고 전임의 들어가니까 gene에 대한 것들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인간유전자 지도 만들어지고 정크 유전자 어쩌구 이야기가 나오니까 gene 자체보다도 그 결과인 protein에 대한 분석들이 늘어났습니다.
  • 漁夫 2011/05/01 17:39 #

    생명 현상을 결국 '현장에서' 좌우하는 것은 거의 단백질이니까, 그거 없이는 생명 현상을 설명할 수가 없겠지요. 단백질의 여러 가지 작용은 참 경이적입니다.
  • kuks 2011/04/29 10:04 # 삭제 답글

    다음편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봐야겠군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漁夫 2011/04/29 23:24 #

    하하 그 정도로 겁나거나 하지는 않아요 :-)
  • n1203 2011/04/29 10:17 # 삭제 답글

    덤으로 인간의 경우와는 무관하지만 박테리아들은 이량체 크리가 터지면 그냥 즉석에서 떼버릴수가 있습지요. 빛 좀 쬐면 효소가 알아서 떨궈줍니다.
  • 漁夫 2011/04/29 19:18 #

    http://fischer.egloos.com/4564635#13750932 보시면 L.s 님께서 photolyase 애기를 적어 주셨습니다. 솔직히 그 전까지는 제가 모르고 있었지요(전 이 분야 직업인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
  • n1203 2011/04/30 02:13 # 삭제

    아. 이미 photolyase 언급이 있었군요.
  • 漁夫 2011/05/01 17:06 #

    제가 올리는 포스팅들은 (제가 직업인이 아닌고로) 아주 최근의 정보까지는 참고하지 못하는데, n1203님이나 L.s님 같은 전공하신 분들께서 comment를 달아 주시는 게 많이 도움이 됩니다. 덕분에 저도 photolyase가 뭔지 알게 되었고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_ _)
  • MoGo 2011/04/29 10:33 # 답글

    잘 읽고 있습니다. 아주 흥미진진합니다. 책 살 돈 굳혀주셔서 그것도 감사...ㅎㅎ 아닌가? 사실 진화생물학 관련 읽는 것만 해도 부외자는 버겁거든요..ㅎㅎ
  • 漁夫 2011/04/29 23:24 #

    감사합니다. 로셰님 포스팅들에서 MoGo님의 좋은 리플 많이 보았습니다 ^^;; 전혀 부외자 같지 않으시던데요!
  • Allenait 2011/04/29 13:21 # 답글

    절묘한 tbC....(...)
  • 漁夫 2011/04/29 23:25 #

    ㅋㅋㅋㅋㅋㅋㅋ
  • jane 2011/04/29 22:42 # 답글

    전 몰라서 그저 공부만 하고 있습니다. 리플 답니다(....) 리플도 t! b! c!
  • 漁夫 2011/04/29 23:25 #

    아하하 한 방 먹었네요!
  • oigom 2013/07/18 07:15 # 삭제 답글

    글 쓰시고서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보게 된 사람이지만 ㅎㅅㅎ;; 정말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근데 방사선피폭 관련 글은 이게 마지막인가요? 실제 피폭사례와 비교해주시겠다고 한 글을 어떻게 찾아봐야 할 지 모르겠네용 ㅠㅠㅎㅎ 다음 글도 보고싶어요!
  • 漁夫 2013/07/18 09:53 #

    아직까진 이게 마지막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글 쓴 시점이 벌써 2년이 넘었군요 ㅠㅠ
  • deeppp 2013/11/04 18:31 # 삭제 답글

    와~ 정말 잘 봤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위에 기술한것 같은 방사능에 의한 DNA손상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방법이라던지, 진단장비는 어떤것들이 있는지 혹시 알려주실수 있나요~??
  • 漁夫 2013/11/07 08:18 #

    말씀하신 정도라면 DNA의 염기 배열 수준까지 봐야 하는데,제가 이 분야 직업인이 아니라 구체적 장비 종류까진 모르겠습니다. 우선 DNA를 증폭하려면 PCR machine, 배열 판독에서는 Sequencer가 나와 있다고 압니다. 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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