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tvcateid=1001&newsid=20110213212724044&p=imbc
전원 갑자기 껐을 때 난리쳤는지 여부가 '폭력성을 증가시킨다'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은 기사 리플들만 훑어도 명백하니 생략한다. 하지만 TV나 게임이 실제 [통계적으로] 폭력성을 증가시키는지는 한 번 짚어볼 문제다. 결론적으로;
Steven Pinker가 제시한 논증은
앞으로 이 비스무레한 게임/매체 금지 합리화 얘기가 나오면 일단 한 번 의심을 해 보셔도 괜찮을 것임.
漁夫
전원 갑자기 껐을 때 난리쳤는지 여부가 '폭력성을 증가시킨다'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은 기사 리플들만 훑어도 명백하니 생략한다. 하지만 TV나 게임이 실제 [통계적으로] 폭력성을 증가시키는지는 한 번 짚어볼 문제다. 결론적으로;

미국 의사회, 미국 심리학회, 미국 소아과 학회는 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양자의 관련성을 조사한 3,500건 이상의 연구 중 단 18건만이 그 관련성을 밝혀 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사회과학자라면 누구나 이 숫자에서 미심쩍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심리학자 조너선 프리드만은 자신이 직접 조사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랬더니 대중 매체 폭력과 폭력적 행동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는 단 200건에 불과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연관성을 밝혀 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연구들 또한 밝혀 낸 연관성이 미미하거나 다른 설명이 가능한 - 가령 폭력적인 어린이가 폭력적인 오락을 찾는다거나, 아이들이 액션 영화 장면에(영구 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흥분한다는 식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 - 것들이었다. 그 문헌을 조사한 프리드먼과 몇몇 심리학자들은 대중 매체 폭력에 노출되는 것이 실제 세계에서의 폭력적 행동에 전혀 혹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최근의 역사를 대상으로 사실 확인을 해 봐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 텔레비전과 영화가 발명되기 이전의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폭력적이었다.[1] 캐나다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과 똑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지만 그들의 살인율은 미국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영국령 세인트헬레나 섬에 1995년 처음 텔레비전이 들어왔을 때 그 곳 사람들은 더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폭력적인 컴퓨터 게임들이 쏟아져 나온 1990년대는 범죄율이 뚝 떨어진 시기였다.[2]
- 'The blank slate(빈 서판)', Steven Pinker, 김한영 역, 사이언스북스, p.544
[1] 수렵 채집 사회의 끔직한 폭력성에 대해서는 http://fischer.egloos.com/3520907, 농경 사회 이후에 대해서는 Matt Ridley의 '이성적 낙관주의자'를 참고.
[2] 논란은 있지만 Steven Levett의 '괴짜경제학(Freakonomics)' 참고. 그의 논문은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결과가 어느 편으로 결정나건 간에 그가 사용한 논리 자체에서는 흠을 찾을 수 없었다.
- 'The blank slate(빈 서판)', Steven Pinker, 김한영 역, 사이언스북스, p.544
[1] 수렵 채집 사회의 끔직한 폭력성에 대해서는 http://fischer.egloos.com/3520907, 농경 사회 이후에 대해서는 Matt Ridley의 '이성적 낙관주의자'를 참고.
[2] 논란은 있지만 Steven Levett의 '괴짜경제학(Freakonomics)' 참고. 그의 논문은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결과가 어느 편으로 결정나건 간에 그가 사용한 논리 자체에서는 흠을 찾을 수 없었다.
앞으로 이 비스무레한 게임/매체 금지 합리화 얘기가 나오면 일단 한 번 의심을 해 보셔도 괜찮을 것임.
漁夫
덧글
TV 등의 폭력적인 매체가 없었던 시대에는 '사형식'을 단체관람한다던가 하는 더 폭력적인 행사를 즐겼죠.
아메리카에서는 고기를 먹었고,
유럽에서는 피에다가 빵 찍어먹는다던가, 손이나 손가락을 잘라간다던가.
그런데 데드 스페이스나 GTA같은 겜들을 보면 실제 연구결과야 어떻든 높으신 분들은 겜이 폭력적 성향을 부추긴다고 믿어버릴 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옛날에 Phantasmagoria나 The ripper 같은 오락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 '믿고 싶은'게 사실보다 앞선다고 봅니다.
인간은 자신이 사는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인지에 따라 자신의 폭력적인 정도를 조절하도록 진화한 것 같습니다. 더 폭력적인 사회일수록 더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적응적이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인간은 어떤 때는 TV와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TV 속의 음식을 보고 군침을 흘리거나 TV 속의 벗은 여자를 보고 발기를 하기도 하지요. TV 속의 폭력을 현실의 폭력으로 착각할 여지도 충분히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간 TV에서 폭력적인 장면들을 보면 자신이 사는 세계가 폭력적이라고 무의식적으로 판단하여 더 폭력적인 전략을 쓸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TV 속의 예쁜 여자 연예인들을 장기간 본 결과 남자들의 미모에 대한 눈이 높아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TV 속의 세상이 현실보다 더 미모가 뛰어나면 인간은 현실이 미인들로 넘쳐난다고 착각한다"와 "TV 속의 세상이 현실보다 더 폭력적이면 인간은 현실이 폭력으로 난무한다고 착각한다"는 구조가 상당히 비슷한 가설입니다.
이 두 가설은 입증하기도 반증하기도 매우 힘듭니다. 어쨌든 진화론적으로 볼 때 상당히 그럴 듯한 가설로 보입니다.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저는 판단을 유보할 생각입니다.
아래 글도 참고하십시오.
<폭력물과 폭력성>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154
인간은 어떻떄 TV와 현실을 잘 구분못하고, TV 속의 이쁜 (이하 생략) 을 언급하시는데, 비슷한 경우를 길가다가 본 푸른하늘에 도입해보죠.
상사에게 꺠져서 길가다가 하늘을 본 김씨는 높은 하늘에 비해 자신은 얼마나 초라한가 라는 생각이 들으며 높은 하늘을 보며 구름은 얼마나 자유롭게 떠다니는지 꺠닫게 됐습니다. 김씨는 될되로 되어보 라지라는 심정으로 자신의 상사 김씨를 팼습니다.
게임에서 폭력성을 찾는것은 길가다 본 푸른 하늘에서 폭력성을 찾는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설 공간(hypothesis space)은 무한합니다. 적응론자들은 이런 무한한 가설 공간에서 가망성이 큰 가설을 찾아내는 데 적응론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속한 사회의 폭력 정도에 맞추어 폭력성과 관련된 자신의 전략을 조절하는 것은 적응적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그런 식으로 인간이 진화했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습니다. 반면 하늘의 구름 모양을 보고 폭력성과 관련된 자신의 전략을 조절하는 것은 적응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인간이 그런 식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덕하 님께서 양편 모두를 왜 입증/반증이 힘들다고 생각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Pinker가 말했듯이, 캐나다와 미국 인구를 감안하면 대단히 큰 인구 집단입니다. 이 정도의 인구에서는 통계적 요동의 문제가 훨씬 적겠지요. Pinker가 위에서도 설명해 놓았지만, 저도 이런 자극들의 일시적인 영향과 장기적인 영향을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매체나 게임이 사회 개인들의 성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듯하다는 쪽이 현재까지 '정설' 이겠지요.
효우도 님 // 아래 리플의 이덕하 님 지적이 이 문제에서는 타당합니다. 제가 이덕하님과 생각이 다른 것은 바로 위에 적어 놓았습니다.
제가 제시한 폭력물-폭력성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무의식적 기제에 영향을 끼칠 만한 형식으로 된 폭력물을 장기간 꾸준히 본 집단(예컨대, 하루에 한 시간 이상 10년 동안)과 거의 보지 않은 집단을 나누어서 연구를 해야 합니다. 게다가 유전자 요인을 잘 통제(control) 해야 합니다. 어떤 형식이 인간의 폭력성 조절과 관련된 무의식적 기제(그런 기제가 있다고 가정할 때)에 영향을 끼칠 만한 형식인지를 알아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은 아니지만 아주 많은 비용이 드는 대규모-장기간 연구를 해야 합니다. 제 추측으로는 아직 이런 식으로 설계된 연구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폭력물이 끼치는 장기적 영향에 대해서 저는 "영향이 사실상 없다"가 정설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냥 "아직 모른다"라고 답하겠습니다.
제 가설의 일반적인 버전은 "인간에게는 주변의 폭력 정도를 입력 값으로 받아들여서 자신의 전략을 조절하는 선천적 기제가 있다"입니다.
제 가설의 특수한 버전은 "TV나 영화 속의 장면과 같이 실제 생활과 매우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에 의해서도 그런 선천적 기제가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입니다.
(비용과 기간이라는 측면을 제쳐 둘 때) 위의 가설에 대한 검증이 얼마나 힘들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제가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한 것 같기도 합니다.
Pinker가 위에 언급한 연구들은 평균적으로 일반인이 노출되는 상황을 위주로 조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TV나 영화를 보는지 저는 잘 모르는데, 아마 대부분 2~3시간 내에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이런 정도의 시청 시간이 행동에 장기적인 영향을 주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결론이겠지요.
일부러 사람들에게 '폭력적 영화를 하루 1시간 이상씩 장기간 봐라'고 하기도 어려우니 자연적 실험으로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 현실적일 텐데, 이것이 오히려 현실을 더 잘 묘사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하루에 한 시간 이상 10년 동안"으로 제시한 것을 만족시키는 현대인이 설사 1%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 1%에게 폭력물은 폭력성을 유발하나?"라는 의문을 던지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심지어 0.1%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도요. 이론적으로 흥미로울뿐 아니라 실천적으로도 중요합니다. 이것은 어떤 나라의 마약 복용자가 전체 인구의 1% 미만이라 하더라도 마약의 악영향을 연구하는 것이 실천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게임에 대해 계속 딴지거는 현상은 다수의 비전문가가 얼마나 떡밥을 잘무는지 보여주는 현상인것 같습니다.
대신 이런 건 있을 거 같습니다. GTA나 심즈 같은 게임으로 폭력이나 침팬지식 짝짖기를 하며 나름 많은 사람들이 본능을 충족시키는데(-_-) 적어도 게임에서의 자극은 더 강한 걸 원하게 될 거 같네요. 사실 이거까진 꽤 당연하지만 설령 리얼한 체감형 GTA가 있다 한들 행동 제어와 관련이 있을지는 역시 의문입니다.
윗분 얘기에서 이쁜 연예인의 예는 특정 지식의 습득 정도로 볼 수 있을 거 같고, 이게 게임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은 문제가 안 되죠. 게임으로도 비행기나 레이싱카를 위한 훈련이 가능하다는 것과 비슷한 예라고 보는데, 이것도 일종의 착각을 이용하지만 역시 근본적인 행동 습성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뭐 어쨌거나 어린시절 폭력적인 영상물과 게임에 심취했지만 지금은 소심하게 살아가는 저의 모습을 보면, 게임이 폭력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별로 공감이 가질 않네요.
아 그리고 바로 저 대목 부근에서 "헐리웃 영화가 폭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헐리웃의 영웅들은 악을 무찌르는 착한 사람들이다." 라는 이야기가 있었죠. 아주 재밌는 이야기였습니다.,
영화가 악이 승리하는 스토리 라인이면 관객들이 굉장히 불쾌해 한다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OECD 정도면 '선남선녀'라 해야 하나요? ^^;;
어부님이 말씀하신 "악이 승리하는 스토리라인"을 아주 제대로 만들어냈죠. 그것도 일상적인 일을 가지고.
무조건 금지가 아닌 관람지도의 기준(사실 미국 MPAA 등급의 의도이기도 하고)으로서의 등급이라면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지만, 역시 대한민국에서는 뭐든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전면금지로 흐르는게 심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폭력성 수위가 매우 높을 경우 제한상영한다는 그 자체는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지만 제한상영관 자체가 없다면 상영금지나 다름없는거죠).
제 홈페이지를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저는 만화도 한때 많이 보았습니다(지금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만). 만화도 유해매체 지정을 받아 두드려 맞은 일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참 이랬다 저랬다 기준이 없어요..
네, 저는 매체/게임 등이 만약 어느 집단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면, '그 누군가가 그런 방향을 타고났을 가능성'을 검토해 봐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큰 집단에서 무작위로 하는 경우는 (가령 미국과 캐나다 등) 이런 가능성이 평균화하여 없어질 테니 알기가 쉽지 않겠지요.
확실히 0.1%의 인구집단에게서라도 폭력성이 증가한다면 문제가 되겠지요. 그러나 적절한 '엔터테인먼트'가 없는 시대에 나타난 폭력성은...(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로마 제국이 폭력적이다 폭력적이다 했지만 동시대 중국이나 유목민의 행위를 보면 장난 아니죠. ㄷㄷ... 이런 가설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게임이 소수의 인구집단에 있어서 폭력성을 증가시켜주는 건 사실이라고 해도 전체 인구집단의 폭력성을 하향화해주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
관련성이 조금밖에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전 세상이 나빠진다 말세다 하는 말에 물렸습니다. 점점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데 말입니다. 부족 사회 30% 살인율이 0.5%로 하향화되고 의료기술의 발달로 못 살던 사람도 비교적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인데요. 스티븐 핑커나 매트 리들리의 글을 읽어보면 확연하지 않습니까...-.-
세상이 말세라는 말에 물렸다면 기대하시라 짠짠~~~
음....
닭서리도 잘하고... 손으로 닭을 잘 비틀어 죽이며... 손으로 닭의 입을 찢여서 피를 빼어 죽이며(목을 발로 밟고 담배 한대 피면, 피가 빠져서 맛있음), 칼로 목을 따서도 잘 잡던 저는.... 싸이코 패스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어려서는 동네 개구리들을 잡아서 친구들과 야구를 하기도 하고, 활로 잡기도 하고.... 들고와서 닭에게 먹이기도 하던...
음... 정신감정이 필요한가요? ^^;
근데 개구리 잡아먹는 것은 주의하셔요. 우리 나라에도 독개구리가.... -.-
옛날 옛적의 인간의 폭력성의 원인은 지금보다는 훨씬 더 단순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사회구조니, 계층이니, 등등 아주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을텐데, 그거 찾아내고 연구할려면 귀찮으니까 그냥 편하게 게임탓하려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회구조니, 계층이니, 등등 아주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이유들이 있을텐데" --> 근접인(proximate cause)은 복합적일 수 있지만 궁극인(ultimate cause)은 항상 똑같습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행동의 근원은 딱 하나로 연결되지요. 그게 진화생물학의 매력입니다 :-)
어찌됐건 바로 위에 달아 주신 comment는 전혀 흠잡을 데 없습니다.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사실, 이건 게임을 까는 쪽에서 유해함을 증명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워낙 해로울 것처럼 생각하고 있으니 참 어렵죠. 이걸 무슨 수로 어떻게 실험해서 증명하라고(...)
잠재 되어 있다가도, 그런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다양한 매체중 하나로 게임을 둘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자세히는 메타 분석을 한 논문을 읽어 보는게 먼저겠지만요, 문화적인 요인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것도 하나의 오류적인 부분이라고 생각은 해봅니다. 물론 제 생각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