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9 00:18

...... 님에 대한 답변 및 토론장 Evolutionary theory

  이 포스팅은 이덕하님의 이글루스 분실에 올라온 포스팅 하나에 붙은 리플에서 시작.  그 리플에서 ...... 님은

 2-1. 당연히 침팬지는 유전자가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유전자를 침팬지 행위의 근거로 삼는 것은 귀인오류입니다.

   라 적었으며 漁夫는 여기에 리플을 "궁극인과 근접인이 다른데, 유전자가 있는지 모른다고 '그 행동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오류임을 지적하고 싶습니다."라 달았습니다.  다음 답플에서 漁夫는 토론을 여기로 옮겨주실 것을 부탁했으며, ...... 님은 여기에 이렇게 리플을 다셨습니다.

  ........ 2011/01/08 11:28 #삭제답글 

  으음..;; 이덕하님의 블로그에서 넘어왔습니다. 해당 블로그에 남긴 "동물이 먹는 것은 명백히 유전자의 작용이지만, 어느 동물도 먹을 때 자기 유전자를 신경 쓰지 않습니다."라는 부분에 대한 문제입니다.
  일단 '명백하다'라는 말에 대한 문제를 차치하고, '동물이 먹는 것은 유전자의 작용이다.'라는 문제만 생각해 보지요. 적어도 동물이 먹는 이유 중에 유전자가 차지하는 역할은 있습니다. 유전자는 소화기관이나 소화기관을 작동하는 신경계통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며 이 주장-유전자와 신경계통의 관련성-은 모든 사람이 인정할 만한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해석하기에 '동물이 먹는 것은 유전자의 작용이다.'라는 말은 '동물이 먹는 행동을 하는 원인은 유전자이다.'라는 주장으로 보이는데 이는 옳지 못한 주장으로 보입니다. 앞서 지적했듯 소화기관의 형성에 유전자는 관여하며 소화기관 없이 먹는 행위가 있을 수 없으므로 적어도 동물이 먹는 행동을 하는 원인들 '중'하나에는 유전자가 들어갑니다. 그러나 유전자 '만'으로 동물이 먹는 행동이 생겨난다는 보장은 없으며 이 때문에 저는 '확증하는 근거가 빈약해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너무도 분명한 것이.... 특정한 DNA를 시험관에 넣어놓는다고 해서 '동물이 먹는 행위'가 촉발되는 것은 아니지요. 적어도 유전자가 하나의 개채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다른 물질적 조건은 있습니다. 이런 문제까지 다루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것이지만, 적어도 '유전자'라는 말로 漁夫님께서 어떤 부분까지를 지적하시는지 명확하게 정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color로 강조한 문장이 있는 문단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우선 이 문제에서는 제 http://fischer.egloos.com/4165501포스팅을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 링크된 놈이 많습니다만, 진화적 분석의 기본틀은 http://fischer.egloos.com/4495133입니다. '궁극인'과 '근접인'의 개념이 없으면 "유전자가 그렇게 시키냐?  배고프니까 먹는 거지"같은 말이 나오기 쉬운데, 유전자는 개체가 자손을 남길 가능성이 높아지게 만드는 일반 지침을 개체가 시행하도록 입력해 놓는 것이지요.  여기서 '배고프다'는 '근접인'이고, '먹은 개체가 평균적/결과적으로 자손을 더 많이 보았기 때문에 먹는다'는 '궁극인'입니다.  사람이 눈으로 보면서 빛의 물리학을 이해할 필요가 없듯이, 배고픈 이유도 동물이 이해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간을 포함해 '먹는 행동을 하는' 동물들은 그 행동을 해야 번식 가능성이 높아진 조상의 자손이기 때문에 먹는 행동을 보이는 것입니다.  개체는 '배고프니까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왜 배고픔을 느끼고 먹는가'란 질문에는 유전자 수준까지 가야 답이 나오지요.  실제 하루살이나 일부 나방류 성충의 경우 먹지 않고 번식만 하는데, 이런 일회성 생식은 강으로 올라온 연어들이 산란처로 가는 중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번식에 모든 것을 투자하는 편이 연어의 생활 방식상 번식률을 올리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과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말할 필요도 없이, 인간/침팬지 같이 계속 먹는 동물과 연어/하루살이 같은 동물의 근본적 차이는 유전자지요.
  그러면 왜 이렇게 '궁극인'과 '근접인'처럼 복잡한 층위가 필요합니까?  Richard Dawkins의 말마따나 "유전자는 생물에게 충분히 빠른 반응 시간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신경계 등과 그것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지침을 부여한다"가 이번 문제에서는 정답입니다.  더 간단한 표현은 Steven Pinker의 "근접인은 행동을 실시간에 하도록 누르는 버튼이고, 그 버튼이 왜 생겼는가는 궁극인이 설명해 준다."겠지요.

  여기서 漁夫가 전제하는 것은 '신체 뿐 아니라 행동도 유전자의 영향 아래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에 대해서는 이 포스팅에서 빌어 오지요; 
 

    모든 생물들은 환경의 효과가 일정하면 어느 정도의 세대 후에는 그 환경에 맞도록 적응합니다.  여기에는 신체적 구조 뿐 아니라 행동도 들어갑니다.  신체적 구조가 환경에 맞도록 적응하더라도 행동적 특성이 그것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처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행동을 바꾸는(무려 사회생물학의 '괴수' E.O.Wilson의 말이지요)' 동물이라도 거의 고정된 환경에 오래 처하면 (아예 아무 생각 없이도) 즉각적으로 그 상황에 행동이 고정적으로 이득인 방향으로 대응하도록 진화하는 것이 그 개체에(더 근본적으로는 그 개체의 유전자에) 이득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뱀 보고 '저거 도망가 말아'라 곰곰이 생각하는 사람보다 별 생각 없이 잽싸게 튀는 사람 중 어느 편이 생존에 유리했을지야 분명합니다(학습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본능이지요). 

 
  위에서 말했듯이, 특정 신체 구조를 갖추더라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행동이 없이는 무용지물입니다.  남성도 젖을 분비할 수 있는 '하드웨어(유선과 젖꼭지)'가 아직 남아 있으며 남성에게서 젖이 나온 많은 사례가 보고되어 있습니다만, '소프트웨어(젖을 먹이는 행동과 필요한 호르몬)'가 없기 때문에 남성이 아이에게 젖을 먹여 이유까지 시켰다는 사례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  유전자 영향 부인론자들도 신체 구조에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을 부정하긴 힘들겠지만(워낙 '눈에 잘 보이니까'요), 실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행동도 유전자가 기본 방향을 통제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긴 마찬가지입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유전자가 행동을 제어하는 방식은 '조건부'지 상황에 관계없이 나타나는 기계적 양식이 아닙니다.  물론 상황에 관계 없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 사람의 호흡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사람이 산소는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지요(참고로 이런 것도 대개 어느 정도는 멈출 수 있습니다).  성관계 추구도 의심할 바 없이 유전자가 만들어 놓았지만 안 하겠다고 결심하고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꺼리지 않는 사람들도 대부분은 아무 이성하고나 관계를 갖지는 않습니다.  마음에 맞는 이성이 나타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성관계 하고 싶다는 '본성'이 눈을 뜨지요.  특히 인간의 행동은 사회적 맥락에 대단히 예민하다는 점을 어떤 진화심리학자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漁夫

  ps. 다른 분들께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항상 그렇듯이 토론은 정중하게..


덧글

  • jane 2011/01/09 00:36 # 답글

    저야 문외한인지라 발언할 자격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생물체의 '형성'과정에 작용하고, 그 '적응' 과정에 적어도 간단한 지침을 내리며, <궁극적 목적>인 번식을 지향하는 건 유전자가 아니라면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유전자가 내리는 지침이란 게 간단하고 때론 모순적인 것이라 여러 상황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건 좀 무리가 있겠습니다만, "음, 빛이 각막에 닿았군. 그럼 시각 해석을 담당하는 뇌부분에 분석을 내려 눈에 맺힌 상을 보정하고 위협 혹은 이익을 산출한다음 내 행동을 결정해야겠어. 일단 내가 가진 자원은 이렇고..." 식으로 행동한다면생존에 지대한 장애를 남기겠죠. 그래서 저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앗 사자다. 도망쳐야지" 정도도 아니라 사자를 보면 일단 달리고 보는 건 유전자의 지시사항 아닐까요. 그런 모듈이 한두개가 아니라 수없이 많이 있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즉각적인" 행동은 설명될 수 있다고 봅니다만. ^^;;
    그런 모듈들이 서로 충돌할 때도 있을 것 같고, 그럼 상당히 복잡해지겠습니다만 상황에 보다 적합하다고 판된했던 모듈이 개체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줄이자면, 제 생각은 기본적으로 어부님과 같습니다. 1. 신체의 형성에 유전자가 관여한다. 2. 형성된 신체의 행동에 유전자가 어느 정도 관여한다.
    1번의 근거는 제 능력밖이기도 하고 증거가 너무 많이 쌓이기도 쌓였으니 좀 넘어갔으면 싶구요. ^^;; 2번의 근거는 위험이나 이익은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분석/고려/산출의 프로세스를 전부 거친다면 좀...-_-; 그 외에도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겠습니다만, 지금은 이정도만 생각이 나네요.

    과장된 생각일는지...-.-
  • 漁夫 2011/01/13 00:11 #

    보통 사람들이 2번을 잘 못 받아들이지요. 그것은 유전자가 행동에 관여한다면 '기계처럼 유전자의 노예일 것이다'라 생각하는 데서 온 오해 때문이 크지 않을까 합니다.
  • ...... 2011/01/09 23:06 # 삭제 답글

    일단 진지한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정확하게 이해했다면 漁夫 논점은 '근접인'과 '궁극인'에 대한 구별에 있겠습니다. 그리고 '근접인'에 대한 간단한 정의는 '특정한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정도 이겠고 '궁극인'은 '특정한 사건의 궁극적인 원인'이겠군요. '특정한 사건의 원인'과 '사건을 발생가능하게 만드는 물리적인 구조의 원인'을 바탕으로 한 구분도 가능하겠습니다.

    저는 일단 이 구분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근접인'과 '궁극인'의 구별이 위와 같다면 유전자는 먹는 행동의 궁극인이 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유전자는 선행하는 물리적 구조 없이 탄생하지 않았습니다. 동일하게 '근접인'과 '궁극인'의 구분을 받아들여 널리 통용되는 것으로 보이는 주장들에 적용한다면, '탄소화합물로 가득 찬 수프에서의 우연한 사건'은 유전자의 '근접인'이 될테고, '힉스입자 또는 인플레이션 및 빅뱅 당시에 결정된 우주상수'는 유전자의 '궁극인'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동물이 먹는 이유는 우주 창조 때문이다.'라는 주장도 타당하며, 사실 너무도 당연하게 타당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궁극적인 이유'를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보기에는 적어도 유전자는 '궁극적인 이유'가 아니며 우주의 시초에서부터 일어나는 인과적인 - 양자역학을 고려한다면 확률적인 - 과정의 연쇄 중 어디에 있을 뿐입니다. 단지 '동물이 먹는 행동'에 빅뱅보다 가까이 있을 뿐이며, '배고픔'보다 조금 멀리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빅뱅에서 유전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인과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유전자에서 '먹는 행위'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인과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먹는 현상'의 원인이 설령 유전자에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먹는 현상을 유전자를 바탕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제가 양보하여 '궁극인'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물론 받아들일 수 있지만, 모든 문제의 궁극인이 '우주탄생'이라면 굳이 그런 개념을 사용할 이유가 없어보입니다.) '궁극인'에 바탕하여 '먹는 행위'를 설명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이는 원리적인 설명가능성을 보장할 뿐, 우리가 지금 현재 채택가능한 설명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리적인 설명가능성이 보장되는지조차 의문입니다만, 이는 또다른 철학적 문제와 관련되므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제 지적사항은 둘 정도로 정리되겠군요.
    1. 우리가 '궁극인'과 '근접인'을 구분한다면, 어느 수준 까지를 '궁극인'으로 인정해야 하는가?
    2. 직접적인 인과관계에 바탕하지 않은 설명은 직접적인 인과관계에 바탕한 설명보다 오류가능성이 크지 않은가?
  • ...... 2011/01/10 01:03 # 삭제

    이래저래 논점이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 답변이 좀 더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되겠군요.
    제가 원래 블로그에 남겼던 리플의 2.항목을 모두 보도록 하지요.

    2. 성교의 결과로 동생이 생긴다는 것을 그 새끼 침팬지가 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2-1. 당연히 침팬지는 유전자가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유전자를 침팬지 행위의 근거로 삼는 것은 귀인오류입니다.
    2-2. 이 귀인오류를 피하려면 위 행위가 '사고가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한 행위'를 입증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각종 반사작용을 들 수 있겠습니다.

    원래 포스트에서는 단순히 '어느 한 침팬지 새끼가 부모의 성교를 방해하는 장면'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이는 분명히 지나치게 적은 사례에 대한 것이지요. 만일 '침팬지 새끼 중 절대다수가 부모의 성교를 방해하며, 이는 성에 대한 인식이 있기 이전에도 나타난다.'라고 전제해 봅시다. 그렇다면 우리는 침팬지 새끼가 부모의 성교를 방해하는 이유를 일종의 '반사작용'과 유사하게 본능의 일종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아기가 젖을 물렸을 때 빠는 것이 교육을 바탕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닌 것이나 다른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는 뻐꾸기 새끼의 행위가 교육을 바탕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침팬지 새끼가 부모의 성교를 방해하는 일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해당 포스트에서는 유전자의 번식이라는 관점에서 설명을 달고 있습니다. '새끼가 자신의 형제와 유전자를 많이 공유하지 않으므로, 유전자 입장에서 가장 널리 퍼지기 위한 전략은 부모가 새끼를 낳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라는 설명이지요. 제가 2-1에서 지적한 '유전자를 근거로 삼는 것은 귀인오류이다.'라는 말은 여기에 관련됩니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유전자'에 대한 관점이 조금 차이가 나는군요. 제가 2-1에서 전제한 사항은 '행위는 사고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유전자를 행위의 원인으로 삼으려면 유전자가 사고 속에 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인데, 포스트에서는 사고와 무관한 형태로 유전자가 행동의 원인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유전자'라는 개념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 때문에 2-1의 지적은 양자가 공유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2-2의 지적은 충분히 유효해 보입니다. 2.과 2-1에서는 '행위에는 사고의 내용이 필요하다.'가 전제되어 있는데, 유전자에 기반하여 사고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는 물리적 구조의 존재가 입증된 경우, 이 전제를 만족하면서도 '유전자가 행위를 결정한다.'는 주장을 양립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침팬지의 경우에 대해 제가 원하는 설명은 다음과 같은 형식을 띱니다.

    1. 특정한 유전자가 있다. 2. 이 유전자로 인해 특정한 신체기관이나, 신체기관의 일부 구조물이 만들어진다. 3. 이 구조물은 '부모가 성교하는 것을 볼 때 그것을 방해하는 사고'를 촉발시킨다. 그러나 해당 포스트에서는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유전자의 확산(또는 존속)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되어있으며, 이는 제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명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궁극인과 근접인이 다른데, 유전자가 있는지 모른다고 '그 행동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오류임을 지적하고 싶습니다."라는 말은 약간의 오해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 지적은 '유전자를 모르는 상태에서 유전자에 관한 사고가 불가능하다.'는 것일 뿐입니다. 컴퓨터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컴퓨터를 가져다 줘'라고 이야기했을 때 그가 요청을 수락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요. 제가 지적한 사항은 이를 넘지 않습니다.

    결국 오해는 양쪽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궁극인과 근접인'이라는 언급대로 저는 '근접인'을 요구하지만 포스트와 漁夫님은 '궁극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양자는 '원인'개념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었지요.

    방명록에 단 리플 역시 비슷한 오해로 보입니다. '동물이 먹는 특정한 행위'에 대해서는 제 설명이 옳습니다. 이 포스트의 마지막에서 덧붙이셨듯, 아무리 '궁극인'이 '특정한 먹는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해도 그 행위는 이런 저런 조건이 없이 나타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먹는 행위의 보편적 구조'에 대한 문제는 (보편과 개별의 문제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볼 여지는 있지만) 궁극인에 관한 문제로 국한되며, 이는 개별 사건과 관계없이 진화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방식으로 접근해도 충분할 것입니다. 이는 漁夫님께서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계시는 사안으로 보이며 제가 리플을 쓸 때 고려에 넣지 않은 부분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로서 적어도 해당 리플에 대한 문제는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여전히 '궁극인'의 성격이나 그 개념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앞선 리플의 의문사항은 상당히 원론적이니 일단 차치하고, 일단 '궁극인'개념에 '목적'개념이 포함되는지 먼저 확인하고 싶습니다. 가령 링크해 주신 포스트에서는 '자동차의 물리적 문제들'을 '궁극인'의 일종이라 이야기하는데 이 대답에는 목적성이 없습니다. 그러나 신다윈주의에 기초한 대부분의 진화생물학적 주장들은 '생존'이라는 목적을 전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령 동일한 포스트에서 결혼문제를 언급한 진화심리학자의 주장 역시 '안정적인 자녀 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에'라고 되어있지요. 만일 목적성이 '궁극인'개념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확인된다면 제가 앞서 제기한 문제에 대한 해결 역시 더욱 빨리 될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PS : 텍스트 정확하게 읽으라고 교수님들이 허구한 날 갈구는데, 아직도 이렇군요 -_-; 초장에 입장차이를 파악했으면 수고를 몇 배는 줄였을 텐데 아쉽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좀 더 상대방의 주장을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라고 수 백번 다짐했습니다..;; 뭐 그러니까 한 번 더.)
  • 漁夫 2011/01/12 12:53 #

    사정이 있어서 그간 차분하게 답을 달기 어려웠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저는 일단 이 구분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근접인'과 '궁극인'의 구별이 위와 같다면 유전자는 먹는 행동의 궁극인이 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 ===> 이 사안에 관해서라면 '특정 상황에서는 생물을 먹게 만드는 유전자가 살아남아 왔고, 다른 상황에서는 먹지 않게 만드는 유전자가 살아남아 왔다. 이 상황은 어느 종이 사는 생태학적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문에서도 얘기했지만, 알을 낳으려고 험한 개울을 상류까지 올라가는 연어의 경우에는 알을 낳은 다음에 다시 바다로 되돌아갈 확률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일단 번식 단계로 들어가면 먹지도 않고 자신의 모든 자원을 번식에만 투자합니다. 유전자가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드는 이유는 환경의 자연선택 및 해당 종이 이전에 겪어 온 진화적 역사에 따라 다릅니다. 궁극인은 그런 과정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2. 소립자 간 상호작용에는 소립자가 자기증식하려고 하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물론 생체에서 효소가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완벽하게 화학으로 논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물리학으로 환원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생물체가 어떻게 진화했나에 대해 논할 때 자기 복제에 대한 논의를 빼면 말이 안 됩니다. 어느 포스팅에 다른 분이 단 리플처럼 '인간의 행동에서 의도가 명백하지 않으면 아무리 관찰 결과만 많더라도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근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 '의도'는 결국 '자기 복제를 늘리기 위해 생물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나은가'로 귀착됩니다.
    일반적으로 과학적 가설들 중 어느 것이 더 나은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http://fischer.egloos.com/4403701 포스팅을 보시기 바랍니다. 직접적으로 인과관계가 보이면 해당 사실에 대해서는 신뢰도가 높겠지만, 과학적 가설이 신뢰도가 높냐 낮냐를 보는 기준은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 이덕하 2011/01/10 08:36 # 답글

    첫째, 진화 생물학에서 말하는 궁극 원인(ultimate cause)은 "특정한 사건의 궁극적인 원인"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자연 선택을 말하는 것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Tinbergen's_four_questions 를 참조하십시오.


    둘째, 새끼 침팬지가 일반적으로 성교 방해 행동을 보이는지 여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적응 가설("새끼 침팬지는 동생이 늦게 태어나게 하기 위해 엄마의 성교를 방해한다")을 제시했을 뿐이며 그 가설이 확실하게 옳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습니다.

    가설을 제시할 때 모든 것을 다 검증한 다음에 제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면 이미 가설이 아니라 잘 검증된 이론이지요.


    셋째, 저는 "유전자 입장에서 가장 널리 퍼지기 위한 전략은 부모가 새끼를 낳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제 글에 "아기를 못낳게 하는 방법"이라는 표현이 있어서 오해의 소지가 있긴 하지만 그 구절 바로 위의 문단을 보면 제 의도가 "동생이 늦게 태어나도록 하기 위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이 구조물은 '부모가 성교하는 것을 볼 때 그것을 방해하는 사고'를 촉발시킨다"라는 명제는 제 가설에 암묵적으로 존재합니다.
  • 이덕하 2011/01/10 10:51 # 답글

    대충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미 비슷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연구가 발표되었네요. 아마 더 찾아보면 논문이 몇 편 더 있을 것 같습니다.


    -------------------------------------------


    「Mother-offspring conflict and interference at mother's mating in Macaca fascicularis」, 『Primates』, Volume 27, Number 2 / April 1986

    Mauvis A. Gore

    --- Abstract ---
    Theory suggests that it is in the interest of an infant to garner more care than its mother is selected to provide and that a rival sibling would curtail care from the mother. Thus delayed conception in the mother would be of advantage to the infant. One method of achieving this result would be to interfere with the mother's potential matings. To test this theory, the conflict between mothers and their infants in relation to maximizing inclusive fitness has been studied inMacaca fascicularis and infant interference has been observed. Focal animal samples were taken on 8 mothers and their 13 infants. Interactions analyzed were those between the mother and (1) an adult male, (2) her infant, (3) an adult female, (4) her infant and an adult male, (5) her infant and an adult female. Only explicit behaviours were analyzed. The infant's interference was found to be significantly related to its mother's mating, and this produced a deterring effect on the male. Infants did not interfere with any female's matings other than those of their mother. The interference was related to the number of mother-male contacts. In mothers that did subsequently conceive, infant interference at mating increased up to the mother's conception date and decreased thereafter. By contrast to the infants direct method, mothers approached the conflict indirectly. There were significantly more contacts and mounts with males in their infant's absence, they reacted negatively to their infant only when it had interfered, they were more lenient in the presence of an adult female than with an adult male, and they avoided their infant's presence at mother-male contacts. No significant sex bias in interference or the number of contacts with mother-male pairs has been found. There are indications of a sibship pattern of interference.

    http://www.springerlink.com/content/y8561426h13k67l2
  • 이덕하 2011/01/10 11:08 # 답글

    이 논문도 참고하십시오

    「Responses of chimpanzees to copulation, with special reference to interference by immature individuals」, 『Animal Behaviour』, Volume 27, Part 3, August 1979, Pages 845-854

    Caroline E. G. Tutin*

    --- Abstract ---
    The responses of wild chimpanzees to the copulations of others are described. During 1070 copulations 420 active responses were observed, 340 by immature individuals, 78 by adult males and two by adult females. Analysis revealed that for immature individuals variables affecting responses to copulations were age, sex, and relatedness to the copulating pair. All infants responded with interference to a proportion of their mothers' copulations which coincided with weaning. Male juveniles also interfered in copulations of unrelated females. Adult males sometimes responded aggressively to others' copulatory attempts when being possessive of a female, but their response was regulated by the relative ranks of the males involved. The motivation and function of the various responses to copulation are discussed.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_ob=ArticleURL&_udi=B6W9W-4F2M5GV-87&_user=10&_coverDate=08/31/1979&_rdoc=1&_fmt=high&_orig=search&_origin=search&_sort=d&_docanchor=&view=c&_searchStrId=1601376554&_rerunOrigin=scholar.google&_acct=C000050221&_version=1&_urlVersion=0&_userid=10&md5=f059c7cbdcf2287d4436b3791c70e45e&searchtype=a
  • -_-; 2011/01/10 14:07 # 삭제

    1. 궁극인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漁夫님의 답변을 들은 후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 2011/01/10 14:08 # 삭제

    스팸 방지기능이 뭘 잡아내는지 모르겠군요 -_-;;;; 좀 순서가 엉켜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 2011/01/10 14:09 # 삭제 답글

    2. 가설을 설정하는 과정 자체의 타당성에 대해서도 의심이 가능합니다. 이덕하님의 포스트에는 그 가설을 설정하게 된 배경으로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제인 구달(Jane Goodall)은 <인간의 그늘에서In the Shadow of Man>에서 또는 <Through a Window>에서엄마가 성ㅁ교하는 것을 뜯어말리는 어린 침팬지에 대해 썼다. 그 책에는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어린침팬지는 자신의 엄마가 성ㅁ교를 하면 항상 달려들어서 뜯어말리는 것 같다.

    다른 새끼침팬지가 동일한 행동을 보이는지의 여부는 일단 차치하지요. 한 침팬지가 엄마가 성교를 할 때마다 뜯어말리는지 그렇지 않은지 조차 검증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즉, 우리는 부모의 성교를 방해하는 행위가 그 침팬지만의 특수한 행위인지 침팬지 종 전체에서 일어나는 행위인지 알지 못합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침팬지 종 전체에 관계되는 가설을 제기하는 것은 무리로 보입니다.

    저 역시 모든 것들 다 검증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단지 그 행위가 침팬지 종 전체에서 일어나는지를 물었을 뿐입니다. 그 후에야 '침팬지 종에서는 이러저러한 행위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그 행위의 궁극인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그 행위가 침팬지 종 전체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저런 가설을 세워 그 현상의 진화적 원인을 찾으려 하는 행동은 그저 낭비일 것입니다.

    3. 그렇군요. 이는 가설에 포함되는 부분이므로 가설의 설정과정이 타당하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겠습니다.

    4. 흐음..;; 네 번째 답변은 그 의도를 잘 알지 못하겠군요. 저 역시 이덕하님께서 그렇게 전제하셨다고 생각했습니다.

    5. '비슷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연구의 존재'는 '가설이 설정되는 과정의 정당성'을 정당화하지 못합니다. 제가 이덕하님의 포스트에서 비판한 1.에 관련된 사항은 그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관련될 뿐입니다. 만일 그 연구들에서도 '침팬지 종에서는 새끼 침팬지가 부모 침팬지의 성행위를 방해한다.'라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면 그 연구들은 모두 제가 지적한 문제에 걸리겠지요. 저로서는 굳이 이를 검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므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6. 아니. 조금 막말로 해서.; 만일 새끼침팬지 중 절대다수가 부모의 성교를 방해하지 않는다면 그 가설들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 .... 2011/01/10 14:16 # 삭제

    아... 네 번째 답변에 대해 이제 이해가 가는군요. 제가 요구하는 것은 '그러한 신체구조를 만들어내는 유전인자의 존재'를 밝히라는 것입니다. 제 앞선 리플의 이 부분이 해당되겠습니다.

    1. 특정한 유전자가 있다. 2. 이 유전자로 인해 특정한 신체기관이나, 신체기관의 일부 구조물이 만들어진다. 3. 이 구조물은 '부모가 성교하는 것을 볼 때 그것을 방해하는 사고'를 촉발시킨다. 그러나 해당 포스트에서는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유전자의 확산(또는 존속)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되어있으며, 이는 제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명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앞서 6.으로 제시된 것과 동일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적어도 현재까지 그러한 종류의 사고가 신체기관의 기능이라고 볼 만한 근거는 없습니다. 만일 그런 신체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신체기관의 발생원인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겠지요. 적어도 침팬지의 그 행동이 신체의 특정 구조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입증된다면 이에 대한 적절한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덕하 2011/01/10 15:33 #

    제가 제시한 가설(하지만 제가 댓글에서 인용한 논문이 보여주듯이 이미 1986년에 비슷한 가설이 발표되었습니다)의 일반적인 버전은 이렇습니다:

    새끼가 엄마의 성교를 방해하면 동생이 더 늦게 태어나도록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그런 행동을 보이도록 하는 기제가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침팬지 새끼들이 일반적으로 그런 경향을 보이지 않는다면(하지만 제가 댓글에서 인용한 논문이 보여주듯이 침팬지 새끼들은 일반적으로 그런 경향을 보입니다) 다른 종을 찾아보면 됩니다. 만약 모든 종을 뒤졌는데 그런 경향이 없다면 그 때 가설을 폐기해도 됩니다.

    가설은 착상이나 감(hunch)에서 출발합니다. 감은 학자마다 다릅니다. Trivers의 부모-자식 갈등 이론에 큰 감명을 받은 사람은 침팬지 새끼 한 마리의 행동에서 출발하여 위의 가설을 만들 수 있으며 상당히 가망성이 크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게 뭐가 문제입니까? 때로는 진실은 매우 황당합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황당해 보이는 가설을 밀어 붙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됩니다. 누구에게는 시간 낭비로 느껴지는 것이 누구에는 상당한 가망성으로 느껴집니다.

    감은 지금까지의 관찰 결과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지하는 이론들에도 의존합니다. 어떤 이론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면 빈약한 관찰 결과에서 출발하여 가설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 ...... 2011/01/10 20:57 # 삭제

    이덕하 //
    죄송하지만,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한 문제에 - 그러니까, 제가 이덕하님의 포스트에 처음으로 단 덧글의 1번 항목에 대한 문제 -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침팬지 새끼들이 일반적으로 그런 경향을 보인다'라고 확인되기 전에 그런 경향의 형성과정에 대한 진화생물학적 논의는 모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여기서 지적된 사안은 추론과정의 문제이지 추론 결과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 침팬지 새끼는 부모의 성교를 방해하네. 그렇다면, 혹시 대다수의 침팬지 새끼가 저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묻는 것 역시 가설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침팬지새끼가 부모의 성교를 방해한다.'라는 가설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는 이상 이 가설에 관한 연구는 모두 무의미한 것입니다. 관찰이 빈약하다면 그 빈약성을 보완하는 가설을 세워야지, 그 빈약한 기반위에서 다른 이론을 전개하는 것은 분명히 좋지 못합니다.

    이제 신뢰할 만한 다른 논문을 통해서 위 가설이 확인된 지금에는 이에 관해 이러저러하게 이야기한다 해도 무방하겠지요. 그러나 제가 포스트에 리플을 다는 시점에서 이는 분명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저는 이덕하님의 포스트에 달린 1.부분에 지적한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논쟁을 진행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 이덕하 2011/01/11 07:12 #

    빈약한 관찰 사례들을 바탕으로 가설을 만들어서 입증한다면 더 인상적입니다. 아예 관찰 결과가 없는 상태(즉 동물 새끼가 엄마의 성교를 방해하는 사례가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는 상태)에서 "새끼가 엄마의 성교를 방해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워서 입증한다면 더 인상적입니다.

    과학계에서는 남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생각해서 입증했을 때, 아직 관찰되지 않은 사실을 가설 설정에서 출발한 관찰을 통해 알아냈을 때 더 인정 받습니다. 이것은 부분적으로는 운에 달려있지만 부분적으로는 이론적 능력에 달려있습니다.

    과학계에서 왜 사후적 설명(잘 관찰된 사실을 나중에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빈약하거나 전무한 관찰 사실에서 출발하여 가설을 세울수록 과학자는 더 위험한 모험을 하는 것입니다. Popper가 이야기했듯이 모험을 무릅쓸수록 그 성공이 더 인상적입니다.
  • ...... 2011/01/12 00:16 # 삭제

    이덕하 // 그 시도가 성공했으므로 인상적이게 되었지, 실패했을 경우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늘에 총을 쏘았는데 꿩이 떨어졌다고 칩시다. 이 사건은 당연히 인상적입니다. 잘 일어나지 않는 (혹은 잘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늘에 총을 쏘았는데 꿩이 안 떨어졌다고 칩시다. 아무도 그 총 쏜 사건을 특수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의 뇌리에는 강하게 남지 않겠지요.

    이덕하님의 주장대로라면 '꿩을 인상적으로 잡기 위해 눈 감고 하늘에 총을 쏘는 행위가 허용된다.'라는 주장도 가능해 보입니다.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모험을 하는 것은 단순히 비효율입니다. 제가 아는 한 과학자들은 우리가 현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것들에 의문을 품지 현상으로 인정할 수조차 없는 것에 의문을 품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는 "과학계에서 왜 사후적 설명(잘 관찰된 사실을 나중에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지 생각해 보십시오."라는 이덕하님의 주장에 대한 반례를 아주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마이컬슨-몰리의 실험은 당대의 과학자들에게 잘 알려진 실험이지만 그 실험이 널리 알려졌다고 해서 특수상대성이론의 과학사적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역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며, 이 오류는 제가 포스트의 리플에서 지적한 것과 동일한 오류입니다.

    결과론적으로 침팬지가 부모의 성교를 방해하는 행위는 자연적 현상이며, 따라서 이덕하님의 해당 포스트에서 제기한 가설은 하나의 가설로 탐구할 만한 가치를 지닙니다. 그러나 앞선 리플들에서 지적되었듯 그 포스트에서는 '성교를 방해하는 행위'가 하나의 현상으로 확증되기 이전에 가설이 제시되었지요. 결과적으로 그것이 하나의 현상으로 확인되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포스트가 제시된 시점에서 이는 하나의 현상인지 분명하지 않았듭니다. 따라서 그 가설이 제시되는 과정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보여집니다.

    과정의 적절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것이 결론의 타당성을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적절하지 않은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결론이라 하더라도 타당할 수 있으되, 그 타당성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가령 '어떤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라는 논증을 볼 때, 이 논증의 결론은 옳습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가 죽는다.'라는 결론은 위 논증 자체로서는 옳지 않고 우리가 직접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확인했기에 옳지요. '물에서 사는 어떤 생물은 어류이다. 갈치는 물에서 산다. 따라서 갈치는 어류이다.'라는 논증을 봅시다. 이 논증의 결론은 분명히 타당합니다만, '어떤 생물이 어류이다.'라는 이유로 '갈치가 어류이다.'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물에서 사는 생물 중에는 포유류도 있지요. 우리는 '갈치는 어류이다.'라는 결론을 단지 갈치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 또는 다른 지식을 바탕으로 얻었을 뿐 '물에서 사는 어떤 생물이 어류이다.'라는 지식에서 얻지는 않습니다. 삼단논법에 관한 경우를 위의 '가설 설정의 적절성'에 완전히 적용시키려면 약간의 과정이 더 필요합니다만, 적어도 올바른 추론 혹은 적절한 의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례로는 충분해 보입니다. 그러므로 가설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설정되어야 하며, 현상으로 확인되지도 않은 주장에 대해 가설을 세우는 것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현상임이 확인된 이후에 그 현상에 대한 가설을 세우는 것은 타당한 추론과 유사하되, 현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설을 세우는 것은 부당한 추론과 유사합니다. 설령 이후에 그것이 현상으로 확인되었다 하더라도 이후에 동일한 부당한 추론을 행했을 때 또다시 타당하다고보장되지 않습니다.

    저로서는 이 이상 이 문제에 대해 잘 표현하기가 어렵군요. 죄송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추가적인 답변은 어려울 듯합니다.
  • 이덕하 2011/01/12 07:19 #

    제 의도는 사후적 설명의 가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에 알려진 것들을 일관성 있게 잘 설명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아주 복잡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만 하겠습니다.

    진화 심리학자들이 보통 가설을 세울 때에는 눈 가리고 하늘에 대고 총을 쏜 후 새가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과는 다릅니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진화 생물학 이론들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화 생물학 이론들이 무한한 가설 공간에서 가망성 있는 가설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어림짐작법(heuristic, 발견법)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진화 심리학자들의 주장입니다.

    관찰 사실도 없을 때 이론의 도움도 받지 않고 무작위적으로 가설을 만든다면 가망성이 거의 없습니다. 이것은 무턱대고 하늘에 대고 총을 쏘는 것과 같습니다. 관찰 사실이 탄탄할수록, 이론이 탄탄할수록 그런 관찰 사실 또는 이론에서 출발한 가설의 가망성이 커집니다. 이것은 뭔가를 겨냥해서 총을 쏘는 것과 같습니다. 님은 전자(관찰 사실이 탄탄한 경우)에만 주목하는 것 같습니다. 후자(이론이 탄탄한 경우)일 때에도, 심지어 관찰 사실이 전혀 없을 때에도, 상당히 가망성 큰 가설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보통 진화 심리학이 사후적인 끼워맞추기식 설명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는데 님처럼 이론에서 새로운 사실을 예측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은 처음 봅니다. 보통 그런 경우에는 칭찬을 받습니다.
  • 일화 2011/01/12 12:18 # 삭제

    일반적인 관행대로라면 보통 이론에서 끌어낸 가설이 현실적인 증거로 입증되면 그 이론의 지위가 대폭 격상되죠.
    쉽게 설명되지 않는 관찰결과를 모순없이 깔끔하게 설명하는 이론도 물론 존중됩니다만, 아무래도 학문의 현실적인 효용은 예측이다보니 전자가 좀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되죠. 상대성원리의 경우에도 빛이 중력에 의하여 휘는 현상을 예측하고 이게 일식관찰결과 입증된 것이 일반적으로 인정받는데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님과 같은 말씀을 하는 분은 처음 뵙습니다.
  • 漁夫 2011/01/12 22:22 #

    제가 요구하는 것은 '그러한 신체구조를 만들어내는 유전인자의 존재'를 밝히라는 것입니다. 제 앞선 리플의 이 부분이 해당되겠습니다.

    1. 특정한 유전자가 있다. 2. 이 유전자로 인해 특정한 신체기관이나, 신체기관의 일부 구조물이 만들어진다. 3. 이 구조물은 '부모가 성교하는 것을 볼 때 그것을 방해하는 사고'를 촉발시킨다. 그러나 해당 포스트에서는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유전자의 확산(또는 존속)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되어있으며, 이는 제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명입니다.

    ===========================

    이 점에 대해서는 설명이 어렵지 않습니다. 어느 개체건 간에 부모가 형제자매에게 자원을 돌리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하는 편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혹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유전자의 확산(또는 존속)에 유리하기 때문'이란 점이 이해가 잘 안 가신다면, 여러 가지 행동을 보이는 개체들을 가정하도록 합시다. 그 중 결과적으로 자손을 가장 많이 남긴 개체가 대다수가 될 것이며 그 개체들은 가장 번식에 적합한 행동을 보일 것입니다(그리고 그렇게 행동하게 만드는 유전자를 갖고 있겠지요). 이런 상황을 진화생물학자들은 편의상 '유전자의 확산/존속에 유리한 행동이다'라 말합니다.

    하나 덧붙일 것이라면 특정 행동 및 기능을 조절하는 유전자의 존재(및 염색체상 위치)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도 그게 그 기능을 관장하는 유전자가 없다는 증명이 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생명체가 후대에 물려주는 것은 유전물질 및 일부 세포질(미토콘드리아 외) 뿐이며, 어떤 행동이 유전적인지 및 어느 정도로 유전되는지는 인간의 경우 쌍동이/친형제/입양 등을 조사하는 비교 검증으로 상당히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론과 예측 사이의 중요성 등은 다른 분들이 말씀을 많이 해 주셨으니 생략하도록 하지요.
  • ..... 2011/01/13 01:14 # 삭제

    이덕하 // 으음...;;; 저는 이덕하님께서 널리 통용되는 진화심리학 이론에 바탕해서 가설을 세우셨다고 생각합니다. 그 가설은 널리 통용되며 저도 인정할 만한 것으로 여기므로 이 부분은 (지금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제 지적은 '보편적인 자연현상으로 확인되지 않은 관찰'에 대해 가설을 세우는 부분에 국한됩니다. 저로서는 제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 표현이 명료하지 않았나 보네요. 후일 보다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면 다시 말씀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 ..... 2011/01/13 01:15 # 삭제

    일화 // 계속 반복이기는 합니다만.... '현상으로 보이는 것을 설명하고자 가설을 세울 때에는 먼저 그것이 실제로 하나의 현상인지를 입증해야 한다.'라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덕하님은 이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십니다. 상대성이론에 대한 예시는 이덕하님의 주장에 대한 반례이지 저의 중심된 주장과는 무관합니다. 아마도 이덕하님의 원래포스트에 달린 제 리플중 1번 항목을 보신다면 이 부분의 논점파악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글쎄요... 이런 사람을 처음 보셨다면 어떤 점이 특이하게 느껴지셨는지 궁금합니다. 혹시나 말씀해주실 수 있다면 좋겠네요.
  • ..... 2011/01/13 01:26 # 삭제

    漁夫 // 흐음.... 제가 에른스트 마이어의 책들이나 더글러스 푸투야마의 <진화학>이라는 책을 볼 때 품은 의문이 그것입니다. 염색체상에서 그런 기능이 없다는 증명은 없지만, 있다는 증명 또한 없지요. 그렇다면 제 생각에는 '그것이 염색체의 작용인지 그렇지 않은지 아직은 알지 못한다.'라는 것이 정답입니다. 제 생각에 漁夫님께서는 '염색체 상에는 그런 기능이 있다.'라고 주장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아가, 지적하신 쌍둥이의 경우에는 분명히 유전자의 영향을 통계적으로 입증할 수 있으나 진화생물학의 주장들 중 상당수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들 사이의 통계적 비교와 무관한 자료를 근거로 제시합니다.

    '특정 유전자를 통해 만들어진 신체 기관이 고정된 특정한 환경 하에서 존속에 유리하기 때문에 그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게 되었다.'라는 설명은 타당합니다. 그러나 특정한 환경 하에서 생존에 비교적으로 조금 불리한 유전인자가 멸절한다고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요. 물론 등비가 1 미만인 무한등비급수는 0으로 수령합니다만, 문제는 그 등비가 1미만으로 무한한 세대 동안 유지되느냐는 것입니다.

    위에서 제시한 '진화학'의 책에서는 이에 관한 문제를 수학적으로 증명하나, 저는 그 증명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 수식을 도출하는 과정에서는 오직 자연선택만이 생존율을 결정한다고 전제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책에서 조차 진화에 관여하는 많은 요인 (유전자 부동, 돌연변이 등) 을 제시하지요. 자연선택만이 생존율을 결정한다고 전제할 때 '아주 약간의 선택적 불이익을 갖는 표현형을 낳는 유전인자가 종국에는 사라진다.'라는 주장은 타당할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스스로 제시한 많은 가능성 중에 오직 자연선택만을 남기고 다른 가능성을 배제한 상태에서 내려진 수학적 결론을 매우 강하게 강조하는 것은 좀 이상해 보입니다.

    나아가 제 생각에는 그 책에서 side-effect를 다룰 때에 사용한 자료는 위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쥐에 관한 문제였는데, 특정한 쥐는 어떤 쥐약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쥐약이 있는 환경에서는 이 종류의 쥐가 생존율이 월등히 높으나, 쥐약이 없는 환경에서는 그 유전다가 다른 기능에 지장을 미쳐 생존율이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겸형 적혈구 빈혈증'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렇다면 해당 유전자는 왜 자연선택에 의해 사라지지 않고 그 때까지 있었는지 조금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으음..;; 말 나온 김에 그냥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저는 신다윈주의가 옳지 않다고 보지는 않지만 이를 바탕으로 진화의 전 과정을 설명할수 있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최근에 대장균을 4만세대동안 실제로 배양해본 실험에서 2만세대 까지는 생존율과 유전자변이의 정도에 상관관계가 있었으나 그 이후부터는 이게 점차 감소했다고 얼핏 들었는데, 제가 생각하는 것은 딱 이 정도입니다. 그 실험에서 아마 3만 1천 세대 근처에서 새로운 종으로 분류할 만큼 큰 변화가 일어난 대장균이 나타났다고는 하는데, 그 대장균이 나타난 방식 역시 신다윈주의로 설명하기는 매우 어려울 듯합니다. 물론 단 하나의 케이스로 신다윈주의가 틀렸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우며, <주석> 에른스트 마이어도 '급진적으로 새로운 종이 탄생하는 현상이 관찰되기는 했으나 매우 드물다.'라고 이야기했던 것으로 보아 이런 현상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며 신다윈주의를 주장하는 진화생물학자들 역시 이를 고려에 넣고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도대체 그런 급진적인 현상이 진화에서 잠정적으로 차지할 수 있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차분하게 계산한 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급진적인 진화현상이 매우 드물다 해도 우리가 자연계를 밀착적으로 자세하게 관찰한 시기 역시 매우 짧습니다. 진화라는 개념 자체의 역사가 300년이 채 안 되니까요. 진화론에서 다루는 시간의 스케일은 대개 백 만년을 쉽게 뛰어넘는데 이에 비하면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는 과도하게 짧은 시간으로 보입니다.
    또한 우리가 모든 종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새롭게 발견되는 여러 곤충이나 식물들이 오래 전 부터 존재해 왔던 것인지 혹은 급진적 진화에 의한 결과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적어도 제가 읽은 책에서는 급진적인 형태의 진화를 중요하지 않다고 평가하기 위한 적절한 통계자료를 접한 적이 없습니다. 혹시 이에 관한 자료를 아신다면 감사하게 읽어보도록하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현재의 진화생물학에서 타당한 것으로 인증되는 주장들의 요건은 물리학이나 화학에서 타당한 것으로 인정되는 주장들 보다 조금 느슨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것이 리플의 2.부분이나 지금의 토론에서 제가 갖는 주된 불만인 것으로 보입니다.

    ........ 흐음 -_-; 뭔가 모르게 점점 문제가 커진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는군요. 지나치게 漁夫님께 폐가 되지는 않는지 조금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저야 뭐 크게 할 일 없-_-고 배우는 게 일인 학생이라 이런 토론을 통해 배우는 것이 유익합니다만, 저는 이 논쟁에서 漁夫님께 유익한 정보를 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네요. 제 분야 주제가 나온다면 혹 모르겠지만요 ^^;;;;;
    이 토론이 불편하지 않으시다면 답변 부탁드립니다.


    * 주석 : 오해를 피하기 위해 참고사항을 쓰다 보니 매우 길어졌군요..;;

    저 역시 신다윈주의를 절반정도는 인정합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ㅠ.ㅠ 단지 '그것만이 주된 원리이냐?'라는 의문이 일단 생깁니다. 나아가 '그것이 주된 원리라면, 진화에 관해서 어느 정도까지 이를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느나? 90% 80%?'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진화를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원리 중 이 특정한 케이스에 어떠한 원리를 적용시킬 수 있는지 결정할 수단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남습니다. 으음..;; 진화론을 현실적으로 응용할 때- 아쉽게도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대충 공학적 응용가능성 정도... 랄까요. - 문제가 없을 수준까지 오류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면 세 번째 질문은 무방하겠지요.
    저는 신다윈주의에 기반해서 여러 생물들의 현재 구조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적어도 그 설명들을 인정하려면 위와 같은 문제점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런 설명들은 실험실 수준에서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자연이 모두 실험실이다.'라는 주장하는 경우를 보았는데 솔직히 말해 좀 과도하게 과장된 표현으로 보입니다. -_-; 변인 통제가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실험을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의 진화론은 하나의 '해석체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과학적 주장들은 대개 'P -> Q'임을 테스트한 후 '~P -> ~Q'임을 동시에 테스트해서 확실하게 검증할 수 있지만 진화론에서 이야기되는 주장들은 대개 저런 논리적 형식을 갖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PS1 : 그냥 임시로 블로그 하나 만드는 것이 낫겠군요. (....) 블로깅 하려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아직 준비도 안 되고 형편도 안 되서 좀 그렇습니다. 이후로는 임시로 만든 블로그에서 트랙백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PS2 : 블로그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서 핸드폰 인증이 정지되었네요. 나중에 다시 시도해 보고 일단은 이렇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漁夫 2011/01/13 20:33 #

    "제 지적은 '보편적인 자연현상으로 확인되지 않은 관찰'에 대해 가설을 세우는 부분에 국한됩니다." ==> 보편적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특정 맥락(context)에 의존할 수는 있습니다. 이런 경우 가설 검증을 위해서는 보통 '맥락을 통제하여' 실험하게 됩니다. 침팬지야 실험실 실험이 곤란한 수가 많으므로 관찰에 의존하는데, 이 경우 맥락 통제가 어려운 게 흠이지요.

    "염색체상에서 그런 기능이 없다는 증명은 없지만, 있다는 증명 또한 없지요. 그렇다면 제 생각에는 '그것이 염색체의 작용인지 그렇지 않은지 아직은 알지 못한다.'라는 것이 정답입니다." ==> 우리는 염색체와 유전의 작동 기작에 대해서 대단히 많은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생명체의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것은 유전자 및 일부 세포질의 유전물질(미토콘드리아 등) 외에는 없습니다. 어떤 종이 공유하는 것은 해당 유전자 풀(pool)인데, 그 종의 모든 개체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으며 다음 대에서도 나타나는 행동/신체적 특질을 유전자 외에 다른 방법으로 설명 가능한가요? 이런 것들은 해당 종이 진화한 환경 외에 실험실에서 키워도 나타나는데 말입니다('학습으로 획득하도록 된 거동이나 신체적 특징'은 예외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유전자가 부여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물론 등비가 1 미만인 무한등비급수는 0으로 수령합니다만, 문제는 그 등비가 1미만으로 무한한 세대 동안 유지되느냐는 것입니다." ==> 상당수의 경우에 거의 0으로 될 정도로 환경이 꽤 유지가 됩니다. 0.99^10000=2.25*10E-44 입니다. 1만 세대 정도는 지질 역사 기준으로 볼 때 거의 순간이나 다름 없습니다. 사람처럼 오래 사는 동물이래도 1만 세대는 기껏해야 30만 년 정도에 불과합니다.

    " 쥐약이 있는 환경에서는 이 종류의 쥐가 생존율이 월등히 높으나, 쥐약이 없는 환경에서는 그 유전다가 다른 기능에 지장을 미쳐 생존율이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겸형 적혈구 빈혈증'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렇다면 해당 유전자는 왜 자연선택에 의해 사라지지 않고 그 때까지 있었는지 조금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 어떻게 다양한 유전자가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ESS(evolutionary stable strategy)의 개념을 보시면 될 것입니다. 여기서는 평형 다형(polymorphic equilibrium)의 개념이 중요하며 빈도의존 선택과 함께 다양한 유전자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수식을 도출하는 과정에서는 오직 자연선택만이 생존율을 결정한다고 전제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책에서 조차 진화에 관여하는 많은 요인 (유전자 부동, 돌연변이 등) 을 제시하지요." ===> 자연선택'만'이 생존률을 결정하지 않습니다만(자연 선택을 좀 넓은 의미로 사용하여 성선택까지 포함하여서) 대개의 경우 그것이 가장 강력한 선택압입니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유전자 pool을 어느 편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은 자연선택 뿐입니다. 돌연변이가 있어도 자연선택이 골라내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진화라는 개념 자체의 역사가 300년이 채 안 되니까요. 진화론에서 다루는 시간의 스케일은 대개 백 만년을 쉽게 뛰어넘는데 이에 비하면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는 과도하게 짧은 시간으로 보입니다." ===> 물론 백만년 단위로 실험을 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대신 어떤 실험들이 가능한지는 R.Dawkins의 '지상 최대의 쇼'를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를 보면 특정한 경우 진화론의 예측이 얼마나 잘 부합할 수 있는지를 - 일반인이 진화론에서 상상하는 정밀도를 아득히 뛰어넘는 정도로 -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현재의 진화생물학에서 타당한 것으로 인증되는 주장들의 요건은 물리학이나 화학에서 타당한 것으로 인정되는 주장들 보다 조금 느슨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것이 리플의 2.부분이나 지금의 토론에서 제가 갖는 주된 불만인 것으로 보입니다." ===>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요. 진화론이 처한 상대가, 물리학이나 화학처럼 실험실 실험이 자유롭지 못하며 상황을 단순화시켜 다루기가 대부분 지극히 어렵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한 환경에서는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바로 위에 단 답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신다윈주의에 기반해서 여러 생물들의 현재 구조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적어도 그 설명들을 인정하려면 위와 같은 문제점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런 설명들은 실험실 수준에서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 진화론의 상당 부분이 '역사적 과학'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다른 종류의 과학들과 마찬가지로, 특정 설명이 반증 가능하며 지금 정설로 불리는 것들은 반복 검증을 통과한 것들입니다. 마찬가지로 천문학은 실험실 재현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일반인들은 천문학의 발견 사항들에 대해 크게 문제를 삼는 것 같지는 않군요.
    반복하지만, 어떤 사실에 대한 '정설'은 현재 그 사실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이론입니다. 신다윈주의의 유전자 중심 관점(Dawkins, Williams, W.Hamilton 등이 대표하는) 이상 생물계의 여러 사실들을 잘 설명해 주는 이론은 아직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더 잘 설명하는 이론이 나오면 전 당장 그 편으로 돌아설 거라 장담합니다.
  • 이덕하 2011/01/13 07:17 # 답글

    ..... /

    어떤 현상이 일관되게 관찰된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여 귀납적 추론을 하여 어떤 이론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반면 어떤 잘 정립된 이론에서 출발하여 연역적 추론을 하여 어떤 현상이 있다는 가설을 만들어서 그런 현상을 찾아나설 수도 있습니다.

    거칠게 이야기하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관찰 사실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의 공식이 발표되자 빛이 중력 때문에 휜다는 이론적 유도에서 출발하여 빛이 진짜로 휘는지 찾아나섰습니다. 아직 그런 현상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실제로 일식 때 빛이 휜다는 관찰이 나오자 한 순간에 아인슈타인은 대중적인 과학 스타가 되었지요.

    거칠게 이야기하면 해밀턴의 친족 선택 이론은 동물이 방계 친족도 돕는 현상에 대한 관찰에서 출발했습니다. 트리버스는 친족 선택 이론에서 출발하여 부모-자식 갈등에 대한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저는 그 이론에서 출발하여 빈약한 관찰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자식이 엄마의 성교를 방해하도록 진화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제가 그와 관련된 논문을 쓰려고 했다면 실제로 그런지 현상을 찾아나섰을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논의의 편의상 이미 1980년대에 그런 것을 다룬 논문이 발표되었다는 점을 무시했습니다.)

    저도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한 것 같습니다.
  • ...... 2011/01/13 22:40 # 삭제

    ㅎㅎㅎ 아쉽게도 관점을 더 이상 좁히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다음 번에는 상호간에 더 좋은 결론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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