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04 09:02

성적으로 상반된 선택 Evolutionary theory

  어떻게 동성애자가 되는가?(아이추판다님)를 트랙백.

세부는 말입니다
 
  중요한 부분들은 아이추판다님 및 "동성애는 어떻게 설명하죠? [ 1, 2 ]"(크로스로드)에 이미 나와 있으므로, 전문가들께 설명을 맡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조금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라면, 아이추판다님의 글에서는 '일란성 쌍동이라도 동성애 지향은 절반 정도만 공유한다'며, 크로스로드 글에서는 '성적으로 상반된 선택'이라는 측면입니다.  전자는 여기서는 일단 좀 접어 두기로 하고(tbC), 후자에 대해서만 언급해 보기로 하지요.  
 
  진화심리학자 캄페리오-시아니(Camperio-Ciani)와 그 동료들은 X 염색체에 위치한 게이 유전자가 남성에게는 손실을 끼치지만 여성에게 이를 상쇄하는 번식상의 이득을 주기 때문에 계속 유지된다고 주장하였다. 이들 연구팀은 게이 유전자가 과연 어떻게 여성에게 도움을 줄지 대해서는 딱 부러진 대답을 내놓진 않았다 (여성을 훨씬 더 새침하고 여성스럽게 만들어서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게 만들 것 같다고 필자는 추측해 본다).


- Crossroad article, by J. Jeon

  이것은 사실 이들이 처음 한 생각은 아닙니다.  대가 로버트 트리버즈(Robert Trivers)가 이미 제안한 적이 있지요.
 
  로버트 트리버스와 같은 진화생물학자들에게 이러한 유전자가 X염색체 위에 있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트리버스의 주장에 의하면 X염색체가 여성에 존재하는 기간이 남성보다 두 배나 길기 때문에, 특정 유전자가 남성이 자손을 가지는데 두 배씩이나 해가 되더라도 여성이 자손을 가지는데 이익을 준다면 이 유전자는 X염색체 위에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 'Genome(게놈)', Matt Ridley, 하영미 외 역, 김영사 刊, p.145

  동성애 정도라면 그래도 '병' 수준은 아닙니다만 (요즘은 누구도 동성애를 '병'으로 취급하지는 않지요.  특정 종교 신자들은 모르겠습니다만), 좀 더 심각한 사례도 이미 漁夫의 포스팅 중에 이미 나왔습니다.  바로 남성염색체허약증후군(Fragile-X Syndrome)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남성염색체허약증후군 역시 잘 알려진 유전병으로, 사내아이 2000명 중 1명 꼴로 정신지체장애를 나타낸다.  이 증후군의 유전자를 이형접합자(heterogozytes)로 가지고 있는 여성이 높은 번식성공도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 'Why we get sick', G.C.Williams & R. Nesse, 최재천 역, p.151

[ 전문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을 위해 조금 더 설명을 드리면, 이 병은 X 염색체의 끝 쪽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아서 생기며, 남성의 경우 X 염색체가 1개 뿐이기 때문에 문제의 X 염색체(X')가 있으면 100% 증상이 나타납니다.  여성은 X 염색체가 2개이기 때문에, 이 중 한 개가 문제가 있더라도(X-X'; 異形 접합자) 증상이 가볍거나 정상입니다.  위 말은, X-X'인 여성이 평균적으로 자식이 많다는 얘깁니다. ]

  앞 포스팅에서는 번식과 질환을 저울질한 진화적 교환(trade-off)의 예로서 언급했지만, 약간 다른 시각으로는 X염색체와 Y염색체 위에 있는 유전자들끼리 경쟁을 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다 알다시피 X염색체 위의 유전자와 Y염색체 위의 유전자는 다르며, 이들이 자신들을 더 널리 퍼져나가도록 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얘기입니다.  트리버즈의 설명에 따르면, '성적으로 상반된 선택'은 결국 X 염색체 위의 유전자와 Y 염색체 위의 유전자가 서로 적대적 경향을 갖도록 만든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남성에게 문제를 일으켜도 X염색체(의 유전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좀 황당한 얘기 같지만, 이런 증거는 제법 많습니다.  왜 X염색체에 비해 Y염색체의 크기가 그리 작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의 Y염색체는 매우 효과적으로 자신의 유전자 발현을 중단하여 대부분의 DNA는 단백질을 만들지 않도록 해 놓았고, 전혀 아무 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되도록 X염색체의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않게 하였다.  여기에 최근 X염색체에서 따온 듯한 이른바 의사상동 염색체 부위라는 작은 부위가 있다.


- 'Genome(게놈)', Matt Ridley, 하영미 외 역, 김영사 刊, p.137

  안습인 점이라면, 인간이 남성으로 발달하도록 작용하는 (매우 중요한) SRY 유전자는 바로 저 '최근 X염색체에서 따온 듯한' 부분에 있다는 것입니다.  남성으로 발달하도록 만드는 핵심 부위마저 (아마도 X염색체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X염색체에서 빌어와야 하는 Y염색체.... OxzTL
 
  여기서 이래저래 인간 남성은 여성에 비해 안 좋은 점이 많다고 남성을 동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많이 눈치채셨을 것입니다('부적응자 우대' 관점이 반드시 여성 및 소수자에게만 좋다고 생각하면 오햅니다 ㅎㅎㅎ).  거시적으로는 그렇다 치고, 근본적인 유전자 수준에서까지 안습성을 유감 없이 보여 주는 Y염색체(의 유전자)만 생각하면 가끔 비애감에 젖고는 하지요.

  漁夫
.

닫아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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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Ha-1 2010/10/04 09:14 # 답글

    남성은 유전자 풀을 제공하는 잉여일 뿐!
  • 위장효과 2010/10/04 11:25 #

    그리고 먹을 것도 물어와줘야 하고...

    (죄송합니다. 실은 달아주신 리플을 실수로 삭제했습니다. OTL)
  • 漁夫 2010/10/04 22:14 #

    Ha-1 님 / 의외로 그러치요...

    위장효과 님 / 잉여에게 동물성 단백질 물어오도록 분업을 시켜 놓았더니 '아내를 동산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어이없는 사례가. ㅋㅋㅋ
  • jane 2010/10/04 09:18 # 답글

    저는 게이가 병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붉은 여왕에서 매트 리들리가 "다른 건 몰라도, 불임만큼은 절대 유전되지 않는다" 라는 말 때문에, 게이가 유전적으로 선천적이라는데 회의적이었는데, 역시 붉은 여왕을 읽으면서 x유전자와 y유전자 사이의 싸움을 알게 되면서 게이가 유전일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여성이 손해볼 때가 많지만 진화론적으로는 진정한 피해자는 y유전자인듯요.
  • 漁夫 2010/10/04 12:13 #

    정치적으로 왈가왈부하기가 싫어서 그냥 병이 아니라고 적어 놓기는 했습니다만, 크로스로드 article에서 보듯이 일종의 전염병이라고 제안한 학자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원칙적으로 '치료 혹은 예방 가능'이란 얘기인데, 후속 연구가 어떨지 참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요.
  • 아빠A 2010/10/04 14:08 #

    어부 / 확실히 도시에서 더 나타나고 수렵/채집 사회에서(분산된 사회죠) 확률이 낮은건 분명히 전염병의 특성과도 일치하는 부분이기는 한데, 어떤 결론이 날지는 모르겠네요.
  • 漁夫 2010/10/04 22:17 #

    아빠 A 님 / 만약 질병설에도 나름 근거가 있다면 동성애가 농경 사회 이후에 주로 기록되어야 하는데, 성경을 보더라도(sodomy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역사는 상당히 오래지요. 그렇다면 과연 어떤 병원균이 원인일까요?

    치은염 세균이 죽상경화증의 원인이라는 말은 이제 방송에까지 등장하고 있던데, 실제 어떤 세균이 동성애 정도의 지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을지는 정말 흥미진진한 일입니다. Paul Ewald의 얘기를 빌어오지 않더라도, 탐색해 볼 만한 값어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동성애의 유전적 소인은 기껏해야 50% 정도니 말이지요.
  • jane 2010/10/04 23:45 #

    모두들 위험천만한 이야기들 하고 계시는 군요(...)
    마아. 그럼 치료(?) 라는 것도 가능하긴 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게이 치료(?)는 형편없는 성적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 그럼 '항생제'를 쓴 게이들 중에선 순간적으로 이성애를 보였던 케이스가 있을까요? 광범위 항생제를 쓰면 일단의 병원균이 대충 사라지지 않습니까. 최소한 호전되는 기미는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 아빠A 2010/10/05 00:16 #

    jane / 옙. 매우 위험천만한 이야기이지만, 또한 과학이라는 관점에서는 매우 매혹적인(...) 이야기이기도 하죠.

    그리고 대부분의 항생제는 바이러스에 효과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또한 '치료는 불가능'하지만 '예방은 가능한' 형태일수도 있고...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나올수 있습니다. 어쨌뜬 전염병과 유사한 양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 자체는 사실인거죠.

    어부 / 혹시 바이러스나 세균이 아니라고 한다면, 사람이 '많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발현이 될만한 그 무언가가 있을까요? 흐음...
  • jane 2010/10/05 00:28 #

    병원균이라고 하시기에 말입니다. 박테리아를 생각했죠. 바이러스라면 "예방 주사"가 가능하겠네요.

    ...
    제 블로그 완전 다 날아가는 거 아닙니까? orz
  • jane 2010/10/05 00:37 #

    그나저나 지난번 아빠A님의 블로그에서 태엽감는새님과의 논쟁은 죄송합니다. ^^;; 저도 좀 흥분했던지라 남의 블로그에서 그래버렸네요.
  • 아빠A 2010/10/05 08:57 #

    jane / 아뇨, 저는 딱히 제가 제어할 수없는 것에 제한을 두는 것을 별로 의미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논쟁은 언제나 환영이죠.
  • 漁夫 2010/10/05 23:15 #

    jane 님 / 저도 "'또한 '치료는 불가능'하지만 '예방은 가능한' 형태일수도 있고...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나올수 있습니다."의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정신분열증의 감기 바이러스 원인설은 꽤 유명합니다. 감기 바이러스는 없어질 지 몰라도 정신분열증은 나중에 나타나지요(그러고 보면 정신분열증도 일란성 쌍동이의 공유 비율이 50% 부근밖에 안 됩니다).

    아빠A 님 / 사실 질병의 가능성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약간 동떨어진 예가 될지 모르지만, psychopathy에 대해서 http://fischer.egloos.com/4234903 과 같은 해결책도 있었습니다. 저도 동성애에 대해 같은 해결책을 구사했으리라 생각하기는 약간 어렵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말이지요.

    "사람이 '많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발현이 될만한 그 무언가가 있을까요? 흐음... " <== 이 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이런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람이 많이 존재한다면 경쟁 상대도 많고, mating을 위해 '극단적인 전략'을 사용해야 먹히는 수가 농업사회 이전에 비해 더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crossroad article에서 전 교수님이 주장한 '여자들을 더 새침하게 만드는 이익이 있을 것이라 추측한다'란 말에서 보듯이, '여자들을 더 극단적으로 새침하게 행동하는 유전자(물론 남성에게 남성적인 행동을 덜 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지닌 유전자)'가 이득이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선택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현재 국가 단위로 사는 역사가 길면 길수록 동성애 비율이 더 높든지, 아니면 '전환'한 순서에 따라 동성애자 비율의 차이를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그런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 sunlight 2010/10/04 11:43 # 삭제 답글

    ㅎㅎ, 근육이 우락부락, 힘줄이 울끈불끈해도 속빈 강정이라는 거군요.
  • 漁夫 2010/10/04 22:18 #

    '유전적 잉여'지만 현실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갈등의 대부분을 남자들이 '해결'하고 있어서.....
  • Allenait 2010/10/04 13:45 # 답글

    그러고 보니 예전에 지하철에서 어떤 아줌마가 삐라를 나눠주더군요. 보니까는 거의 동성애를 병 취급하던데 말이죠...
  • 漁夫 2010/10/04 22:19 #

    단순히 '병' 취급한다면 아마 약이나 정신 치료 등으로 나을 수 있다는 정도로 생각한다는 말인데, 그런 식으로 동성애가 나을 수 있다고 요즘에 진지하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최소한 프로작은 아직 먼 얘기 같습니다.
  • 양파 2010/10/04 17:45 # 답글

    상당히 개방적이고 게이 친구들도 많은 아이가, 동성애는 라이프 스타일 초이스라고 해서 놀랐던 적이 있어요. 제일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동성애 문제로 우울증/자살시도를 하고 정신병원에 있어 매달 꼭꼭 방문하면서도 그렇게 굳게 믿더라고요.

    어디서 읽었는지는 모르지만 게이일지라도 자기 자신의 자식이 없으면 조카들에게 헌신하는 경우도 꽤 있으므로, 조카들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유전자 전파가 가능하다고 봤던 것 같아요. (제 기억력이 수퍼 unreliable 하시긴 합니다만 -_;)
  • 漁夫 2010/10/04 22:21 #

    정확하게 그분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양성애자가 경우에 따라 방향 고르는 것처럼 생각하셨을까요?

    본문 중에 link한 크로스로드의 두 페이지 중 첫째 것인가 둘째 것인가가 '좋은 아저씨' 가설입니다. Edward Wilson이 그 가능성을 제안했지만 실험적으로는 뒷받침하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하네요.
  • KittyHawk 2010/10/04 18:44 # 답글

    한국에선 남자로 태어난 게 죄(국가, 사회가 요구하는 여러 의무의 전담)로 통하는 곳이라는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P.S. - 개인적으론 게이들에 대해 꺼림칙해 하면서도 한편으론 의무만이 부과될 뿐 권리를 찾겠다고 하면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는

    심리가 이상한 일부 여자들에게 공격받는 이 나라 남자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게이들이 한편으론 이해되기도 하더군요.
  • 漁夫 2010/10/04 22:25 #

    뭐 여러 사람들이 말하듯이 한 15년 전만 해도 "한국은 충격적일 정도로 남성 위주인 사회"였으니까 말입니다. :-)

    ps. 한국에서 아직 백안시받는 소수자의 상황이다 보니, 게이 분들이 다 그 길을 좋아서 걸어갔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중에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전 제가 게이 성향이 전혀 없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소수자라서 시달리지는 않으니까요.
  • Ha-1 2010/10/05 10:19 # 답글

    남성 위주의 사회가 되는 건 다 affirmative action 의 일환 (...)
  • 漁夫 2010/10/05 22:54 #

    깔깔깔 저도 그런 논리가 '논리상으로만 보면' 그리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는 입장이어서... ㅋㅋㅋ
  • ArchDuke 2010/10/05 21:39 # 답글

    저기 근데 저 이론은 레즈를 설명하진 좀 부족할듯요?
  • 漁夫 2010/10/05 23:18 #

    아직 레즈비언의 존재를 설명하는 진화적 이론은 게이의 존재에 대해서만큼은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말씀처럼 성적으로 반대되는 선택은 Y염색체의 유전자에는 적용할 수 없지요.

    좀 종합적으로 설명을 시도한 사람이 '정자 전쟁'을 쓴 Robin Baker입니다. 하지만 그의 이론은 일반적인 진화심리학자들 사이에서 그리 큰 지지를 받는 듯하진 않습니다.
  • 알렙 2010/10/07 12:03 # 답글

    정신분열증 바이러스 가설은 요즘은 아무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습니다만, 또 모르죠. 위궤양 박테리아 감염설도 한 40년 전에는 '뭥미' 소리를 들었을 것이 분명하니...

    진화심리학에서 남성을 '불쌍한 처지'로 보는 것은 사실 전 별로 곱게 보이진 않네요. 그동안 잘 해 먹어오다가 최근 한 20-30년 동안 여성의 권리 및 사회적 위치가 급작 신장한 것과 진화심리학의 이런 논리가 일종의 '유행'을 타는 것은 뭔가 평행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죠. 사실 근대 사회의 교육 시스템이 100년 이래 그다지 별로 변한 것도 없어 보이는데 갑자기최근 들어 '이런 교육 시스템은 남성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것도 뭐랄까, 있던 거 뺏긴 자들의 불평처럼 보인달까 뭐 그렇죠.

    물론 과학적 내용만 놓고 따지자면 위의 제가 쓴 문단은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과학, 특히 사회 과학이나 심리학이라는 게 사회와 똑 떨어져서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이게 지나치게 논쟁적인 댓글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알려주세요, 미리 사과하겠습니다. 그리고 삭제하겠습니다.
  • 漁夫 2010/10/07 13:42 #

    제 다른 리플들을 보아 오셨다면 혹시 보셨을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반농담삼아) '불쌍한 남자들'이라 얘기하는 것은 약간 심술궂게 비틀어 말하는 얘기입니다. 위의 Ha-1님 리플에 제가

    "깔깔깔 저도 그런 논리가 '논리상으로만 보면' 그리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는 입장이어서... ㅋㅋㅋ "

    이렇게 답했지요. :-)


    아, 쓸데 없는 오해가 없기 위해 제 입장을 밝힌다면, 저도 소수자들을 위한 배려 - 소수 민족들을 위한 affirmative action - 같은 정책들이 '충분히 사전 고려만 잘 해 놓았다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회 낙오자는 아닙니다만 그리 여유 있게 살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지요.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사회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내는 세금을 써서) 배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할 정도로 냉혈한은 아니에요. ^^;; 제가 비틀어 말하는 부분은 "사회에서 높은 확률로 뒤쳐지는 사람들에게 배려를 해야 된다"고 affirmative action을 정당화한다면, "그러면 남자도 이러저러한 문제 때문에 여자보다 높은 확률로 부적응된다. 그러면 남자들을 밀어 줄 거냐"는 말에 어떻게 대답을 할 거냐는 얘기지요.

    그리고 '현대 사회에 남성이 잘 맞지 않는다'는 'fact'입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여기까지만 얘기할 수 있지, 그 다음에 '무엇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정책의 문제지요.
  • 알렙 2010/10/08 12:39 #

    흠 사실 소수자 우대 정책을 언급하신 부분은 제가 논지를 잘 이해 못 하겠습니다. 소수자 우대 정책 때문에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성공이 높아졌으니 남성에 대해서도 동등한 정도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럼 현대 사회에 남성이 더 잘 맞지 않는다는 얘기와 이게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 현대 사회에서는 그럼 남성이 소수 내지는 약자여야 하는 것 아니었나요.

    '현대 사회에 남성이 잘 맞지 않는다'는 'fact'입니다. -> 여기에 대해서는 두 부분으로 나눠서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일단 이러한 정도의 강도를 갖는 언명에 대해서 'fact'라고 얘기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사실'이라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우리가 아는 정도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 윗 리플에서 언급한 부분을 다시 반복하자면, 왜 이게 'fact'라는 논지를 지지하는 연구가 최근 들어서 점차 증가하고 있는지는 좀 고려해 볼 여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제가 알기로는 심지어 양자 역학이나 수학 같은 추상적 학문에서조차 일종의 문화 사회적 경향은 존재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물며 심리학이나 사회 과학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죠.

    2. 정신의학 연구자로서 좀 더 근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현대 사회에 남성이 잘 맞지 않는다'는 언명은 사실 과학적 연구의 주제로서는 거의 가치가 없습니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수주의자다' 정도의 언명과 아무 차이를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증명할 수도 없거니와 이걸 증명할 수 있는 측정 방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과연 과학자로서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심히 회의적입니다.

    (진화심리학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심리학 연구의 문제는 '측정 가능한 사실들로부터 일반 결론을 유도한다'는 다른 과학 분야에서는 거의 당연시 되는 방법론이 거의 대부분 역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일반 언명'으로부터 시작해서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측정 방법들을 디자인하고, 연구 방법들을 선택하고, 그리고 나서 통계를 돌리게 되는 것이죠. 이러다 보니 숫자가 증명해 주는 사실들이 실제로 들여다 보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진화 심리학은 일반 심리학에 비해서 이런 쪽으로는 좀 더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세기 초에 정신 분석학처럼 일종의 '유사 과학적' 사회 과학/정치학 경향으로 후대에 평가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漁夫 2010/10/09 00:12 #

    개인적으로는 20세기 초에 정신 분석학처럼 일종의 '유사 과학적' 사회 과학/정치학 경향으로 후대에 평가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유사 과학적'은 (저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재미있지만 다른 많은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 댕진이 2010/10/07 20:40 # 답글

    저도 좋은 아저씨 가설을 어디서 봤는지가 기억이 애매하네요.

    인간 동물원에서 읽었는지
    뇌의 거짓말: 무엇이 우리의 판단을 조작하는가?
    정자에서 온 남자 난자에서 온 여자

    최근에 읽은 3권중하나에서읽은건 확실한데... 어디에서 읽었는지 기억이 미묘하네요.

    그나저나 x염색체의 진정한 승리인지도 모르겠네요.

    자원획득중 목숨을 걸어야하는 사냥쪽을 하게 하는데 성공했으니 말이져...
  • 漁夫 2010/10/09 00:15 #

    그 세 권을 하나도 읽지 않아서 전 잘 모르겠습니다. 그 좋은 아저씨 이론은 제가 본 책 중에는 D. Buss의 진화심리학 교과서인 번역판 '마음의 기원'에서 나왔습니다. 저자는 단칼에 '이 이론은 어떠한 경험적 지지도 받지 못했다'고 자릅니다 :-)

    X 염색체의 유전자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 :-) 보통 상염색체는 대응 유전자들끼리 저렇게 피나게 치고박고 하는 일은 잘 안 일어나거든요.
  • medizen 2010/10/08 23:45 # 삭제 답글

    뒤늦게 읽고... 뒤늦게 글을 써서... 트랙백 신고합니다.
  • 漁夫 2010/10/09 00:29 #

    잘 보았습니다. 그런 구체적 통계 자료까지는 제가 잘 알지 못하던 내용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_ _)

    그리고 드디어 새 보금자리를 트셨군요. 잘 적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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