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의 번식 전략(꼬깔님)을 트랙백. 새끼 낳는 척추동물들(새벽안개님)도 참고가 될 것입니다.
꼬깔님의 좋은 글을 아주 늦게에야 보아서 지금에야 트랙백을 작성합니다. 漁夫는 사실 정온동물(조류와 포유류)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것이 좀 있습니다만, 다른 척추동물들에 대해서는 헐 더 모릅니다. 따라서 두 분의 글에 크게 덧붙일 것은 없고, 유태반 포유류의 수태 초기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만 좀 끄적거리도록 하겠습니다.
태반이 '저지르는' 일
새끼가 암컷의 몸 속에서 오래 머무르다가 나오려면, 꼬깔님의 글에서 잘 알 수 있듯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1. 영양 보급 문제
2. 면역 체계 문제
면역 체계 문제는 제가 전에 살짝 언급한 적이 있으므로(어디서?) 넘어가겠습니다.실제는 잘 알지 못하는 탓이지 개뿔 하지만 영양 보급 문제는 진화론적으로 대단히 재미있는 주제입니다. 그 심층에 깔린 것이 대단히 의미심장하기 때문입니다.
태반류가 태반을 만들어 모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영양을 공급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태반이 어머니의 자궁에 무슨 짓을 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요.

그림은 언제나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좀 아이러니한 소스지만 사실 자체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만큼~~


1) 오른편이 수정란입니다. 수정란의 세포 중 녹색 부분 2) 이런 식으로 자궁벽을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이 태아로 성장합니다.


3) 어머니의 자궁벽 동맥을 이상하게 만드는 것이 보이지요. 4) 이렇게 되니 어머니가 자기 동맥을 맘대로 다루지
못할 만 합니다.
자기가 영양분을 많이 받아가도록 모체의 혈압을 올리고 혈당치를 높이려 한다니 이건 기생충하고 별반 다르지 않지요. 실제 현재의 진화생물학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태아와 태반이 모두 수정란에서 온 세포로 이뤄져 있다는 것은 융모검사에서도 보듯이 1970년대 이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태아(및 태반)가 이런 짓을 할 것이라고까지는 예상하기 어려웠는데, 이는 Robert Trivers의 기념비적인 논문 'Parent-offspring conflict'(1974)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David Haig가 'Genetic conflict in human pregnancy'란 논문을 1993년 출판할 때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유전자 관점에서 생각하는 데 익숙한 독자라면, 어머니의 유전자를 반이나 태아가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의심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 실험 결과를 보시면 생각이 바뀌실 것입니다.
포유류가 유전적으로 2배체긴 하지만, 수컷에서 온 유전자와 암컷에서 온 유전자는 하는 일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상당히 거칠게 요약해서) 수컷 쪽에서 온 유전자는 태반을 만들고, 암컷에서 온 유전자가 몸을 만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엄격하게 말하면 약간 다른 점도 있지만 대략 말해서요 ]
좀 인간적으로 말하면 "수컷의 유전자는 암컷 유전자가 태반을 제대로 만들 거라고 믿지 않기 때문에 직접 그 일을 한다"(M. Ridley) 입니다.
그러면 수컷과 암컷에서 온 유전자를 구분하는 메카니즘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유전자 각인인데, 유전자의 구성 염기에 메틸기(-CH3)를 붙여 활성을 없애 버려서 그 목적을 달성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메틸기가 붙지 않은 유전자들은 활성으로 '켜진' 상태인데, 발생 때 상당수의 유전자들이 메틸기가 붙어서 '꺼진다'고 합니다.
뭐 그렇다고 수컷에서 온 유전자가 악마 대마왕 같은 짓만 한다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요것이 또 묘하게 모성과 연관이 되거든요~이하생략
漁夫
.
닫아 주셔요 ^^
꼬깔님의 좋은 글을 아주 늦게에야 보아서 지금에야 트랙백을 작성합니다. 漁夫는 사실 정온동물(조류와 포유류)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것이 좀 있습니다만, 다른 척추동물들에 대해서는 헐 더 모릅니다. 따라서 두 분의 글에 크게 덧붙일 것은 없고, 유태반 포유류의 수태 초기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만 좀 끄적거리도록 하겠습니다.
태반이 '저지르는' 일
새끼가 암컷의 몸 속에서 오래 머무르다가 나오려면, 꼬깔님의 글에서 잘 알 수 있듯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1. 영양 보급 문제
2. 면역 체계 문제
면역 체계 문제는 제가 전에 살짝 언급한 적이 있으므로(어디서?) 넘어가겠습니다.
태반류가 태반을 만들어 모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영양을 공급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태반이 어머니의 자궁에 무슨 짓을 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요.
태아가 맨 먼저 하는 일은 자궁 조직을 침범해 들어가는 태반을 형성하고 주변의 정상 혈액 순환체계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체는 태반으로 연결된 동맥을 정상적으로 수축할 수 없고 태반으로 들어가는 혈액의 양을 조절할 수 없게 된다. 태아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스스로 형성한 태반은 잠시 후에 모체의 혈액 속으로 화학적 자극물질을 분비하기 시작한다. 그 화학물질 중의 하나가 다시 모체의 다른 부분에 있는 혈관을 수축하도록 자극하여, 모체의 혈압을 올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높은 혈압은 또 태반으로 더 많은 혈액이 유입되도록 간접적으로 도와준다. 인슐린과는 반대로 혈액 내의 당의 농도를 증가시키는 화학물질도 분비된다.
- 'The pony fish's glow(진화의 미스터리)', George C. Williams, 이명희 역, 두산동아, p.143~44
- 'The pony fish's glow(진화의 미스터리)', George C. Williams, 이명희 역, 두산동아, p.143~44

이거 뭐야 어머니에 대한 아들의 사랑 따위 없잖아...
그림은 언제나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좀 아이러니한 소스지만 사실 자체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만큼~~


1) 오른편이 수정란입니다. 수정란의 세포 중 녹색 부분 2) 이런 식으로 자궁벽을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이 태아로 성장합니다.


3) 어머니의 자궁벽 동맥을 이상하게 만드는 것이 보이지요. 4) 이렇게 되니 어머니가 자기 동맥을 맘대로 다루지
못할 만 합니다.
자기가 영양분을 많이 받아가도록 모체의 혈압을 올리고 혈당치를 높이려 한다니 이건 기생충하고 별반 다르지 않지요. 실제 현재의 진화생물학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포유류의 태반은 태아를 유지하기 위해 고안된 어머니의 기관이 아니라, 어머니의 혈액 공급선에 기생하면서도 해가 되지 않도록 디자인된 태아의 기관이다. - David Haig - (참조; here)
태아와 태반이 모두 수정란에서 온 세포로 이뤄져 있다는 것은 융모검사에서도 보듯이 1970년대 이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태아(및 태반)가 이런 짓을 할 것이라고까지는 예상하기 어려웠는데, 이는 Robert Trivers의 기념비적인 논문 'Parent-offspring conflict'(1974)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David Haig가 'Genetic conflict in human pregnancy'란 논문을 1993년 출판할 때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유전자 관점에서 생각하는 데 익숙한 독자라면, 어머니의 유전자를 반이나 태아가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의심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 실험 결과를 보시면 생각이 바뀌실 것입니다.
1980년대 후반에 필라델피아와 케임브리지에서 두 그룹의 과학자들이 각각 놀랄 만한 발견을 하였다. 이들은 부모가 하나, 즉 어머니만 둘이거나 아버지만 둘인 쥐를 만들려고 하였다. 복제양 돌리가 생기기 이전인 그 당시에는 체세포로부터 개체를 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필라델피아 팀은 두 개의 수정란의 전핵(pronucleus)을 서로 교환하였다. 난자가 정자와 수정하면 염색체를 함유한 정자의 핵이 난자로 들어가지만 바로 난자의 핵과 융합되지 않는데 이 때 두 개의 핵을 전핵이라고 한다. 가는 주사기로 정자의 전핵을 뽑아내고 다른 난자에서 뽑아낸 전핵을 대신 넣어 난자의 전핵만 두 개 있게 하거나 반대로 정자의 전핵만 두 개 있게 할 수 있다. 그 결과 유전적으로 말하자면, 어머니 없이 아버지만 둘이거나 아버지 없이 어머니만 둘인 두 개의 생육 가능한 알이 생기게 된다. 케임브리지 팀도 같은 결과를 얻었지만 약간 다른 기술을 이용하였다. 그러나 양쪽 모두 배아는 발달하지 못하고 자궁에서 곧 죽고 말았다.
어머니가 둘인 경우에는 배아 자체는 제대로 분화되었지만 배아를 유지할 태반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둘인 경우에는 배아가 크고 건강한 태반과 태아를 둘러싸는 양막의 대부분이 만들어졌지만, 태아가 있어야 할 내부에 머리를 식별할 수 없는 분화되지 않은 세포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 'Genome(게놈)', Matt Ridley, 하영미 외 역, 김영사 刊, p.246~47
어머니가 둘인 경우에는 배아 자체는 제대로 분화되었지만 배아를 유지할 태반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둘인 경우에는 배아가 크고 건강한 태반과 태아를 둘러싸는 양막의 대부분이 만들어졌지만, 태아가 있어야 할 내부에 머리를 식별할 수 없는 분화되지 않은 세포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 'Genome(게놈)', Matt Ridley, 하영미 외 역, 김영사 刊, p.246~47
포유류가 유전적으로 2배체긴 하지만, 수컷에서 온 유전자와 암컷에서 온 유전자는 하는 일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상당히 거칠게 요약해서) 수컷 쪽에서 온 유전자는 태반을 만들고, 암컷에서 온 유전자가 몸을 만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엄격하게 말하면 약간 다른 점도 있지만 대략 말해서요 ]
태반이 태연히 기생충 같은 짓을 하는 게 이해가 가지요
좀 인간적으로 말하면 "수컷의 유전자는 암컷 유전자가 태반을 제대로 만들 거라고 믿지 않기 때문에 직접 그 일을 한다"(M. Ridley) 입니다.
그러면 수컷과 암컷에서 온 유전자를 구분하는 메카니즘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유전자 각인인데, 유전자의 구성 염기에 메틸기(-CH3)를 붙여 활성을 없애 버려서 그 목적을 달성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메틸기가 붙지 않은 유전자들은 활성으로 '켜진' 상태인데, 발생 때 상당수의 유전자들이 메틸기가 붙어서 '꺼진다'고 합니다.
뭐 그렇다고 수컷에서 온 유전자가 악마 대마왕 같은 짓만 한다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요것이 또 묘하게 모성과 연관이 되거든요~
漁夫
.
닫아 주셔요 ^^
덧글
과학적으로 분석하니 좀 섬뜩하군요.
저렇게 자궁벽에 태반이 엉켜들어간 것 때문이 큰건가요?
Matt Ridley가 대인배라는 게 참 잘 드러난 책입니다. 알고 보니 영국 귀족 가문...
그러니까 구글 검색에 제발 창조과학회 좀 안걸렸으면. 루비듐을 검색해도~ 탄소연대측정을 검색해도~ 며느리발톱을 검색해도~
태아가 징그럽게 느껴지는군요... 잘 읽고갑니다.
이거 많이 깨는군요(...) 생각지도 못한 거였는데
'남성'의 역할은 항상 깨는 군요. 반대로 남성이 임신(?)을 하게 되면 두 유전자의 역할이 뒤바뀔 수도 있겠네요. ^^;;
t.b.C !!!
너무 확실히 기생스러운데 함께 배우고도 아이를 갖겠다는 여성 동기들을 보면서 전 도저히 이해를 못...;
윗 덧글에도 있듯 나와서도 기생하는 건 여전하지요...;
본능의 힘은 통설보다 훨씬 강합니다. 자연 분만으로 헐 고생해 가면서 낳은 여자들이 1년만 지나면 또 낳겠다는 걸 저도 많이 봐서요. :-)
"이렇게 분노를 느낀 적은 평생 처음이다!" (재빨리 도주중)
2. http://pds18.egloos.com/pds/201008/18/20/b0000920_4c6bb5cbd1936.jpg
근데 웃기는게 그렇게 혈압을 지나치게 마구마구 높이다가 산모가 preeclamsia 나 eclamsia에 빠지게 되면 태아도 결국 위험해 진다는 거...결국 뭐든지 적당히가 좋은데, 그렇게 미묘한 레벨까지는 아직 진화하지 못한 모양이죠.
-_-님 / 여기 리플에서는 존대말을 사용해 주시지요.
한국어로는 자간 전증과 자간증 아닌가요? 임신 중독이라고 하면 왠지 무슨 약물 중독 같은 게 생각나는군요.
histone의 methylation과 DNA의 methylation은 전혀 다른 거죠...근데 둘 다 epigenetic process에 속하는 거 아닌가요. 아무래도 제 업계는 이쪽으로는 아직 좀 crude 한지라. ;
알렙 님 / 저도 '자간'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상황이신지 궁금......
2. 저출산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 이건 반국가적 포스팅입니다. -_-)/ 응?
3. 여성부가 이 글을 본다면...
2. 일단 낳고 나면, 그 고생하고도 또 낳겠다는 여자들이 많습니다. 전 별 걱정 안 합니다 ^^;; 그 면에서 중요한 것은 '잘 키울 수 있는가'지, 낳을 때 얼마나 고생했는가하고는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이더군요. 전 전자에 대해서는 신경 많이 씁니다.
3. 여성부야 머 '즐'이죠. ㅋㅋㅋ
ps:낳고 나서 자원이 더 든다는 면에선 일단 태어나면 더 큰 기생충이 되는 듯...
ps. 사람의 경우 낳고 나서 힘든 것은 사람이 직립보행을 한다는 것이 문제의 요점이지요.
유전자의 대립과 협력이라는 관점에서 생물을 보게 된 지는 아마 한 60년 쯤 됐을까요... G. C. Williams, R. Trivers, W. Hamilton, E.O.Wilson, J. Maynard Smith 등 선구자들의 공은 정말 지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