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23 00:19

근친 상간(incest) [2] Evolutionary theory

  근친 상간(incest) [1]을 셀프 트랙백.

  앞 글에서 웨스터마크의 가설은 몇 가지 실증 가능한 예측을 제공한다고 얘기했습니다. 

  1. 사촌처럼 혈연이 가까운 경우라도 어릴 때 같은 집에서 살지 않으면 성적 회피 대상이 되지 못한다.
  2. 보통 결혼하지 않는 형제 자매와 같은 근친이라도 어릴 때 떨어져 살았으면 성적으로 끌릴 수 있다.
  3. 혈연 관계가 전혀 없더라도 어릴 때 같이 살았으면 성적으로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앞 글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사회적 검증 사례에 대해 얘기해야 하겠지요.

 
웨스터마크 효과; 검증 사례
 
  검증 사례를 열거하기 전, 우선 진화적 질문인 '웨스터마크 효과가 왜(why) 생겼는가'에 답을 해야 합니다.  물론 일차적으로 근친 결혼의 해로운 효과들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답이 떠오릅니다.  근친 결혼이 열성 유전자를 동형으로 조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친척 관계가 아닌 사람들과 결혼할 경우 이형(hetero)으로 남아 있을 열성 유전자가 동형(homo)이 되어서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사례에 대해 친애하는 우리의 多翁은 '붕괴(Collapse)제 3의 침팬지'에서 대서양의 트리스탄 다 쿠냐 섬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워낙 작은 섬이기 때문에, 현재 사는 275명의 조상은 15명(남성 8명과 여성 7명) 뿐이라고 합니다.

  Another cause of night-blindness is pigmentary degeneration of the retina (retinitis pigmentosa) which, combined with partial loss of the visual field, eventually contracting down to ‘tunnel vision’, can be most disabling. This condition is mainly inherited as an autosomal recessive condition (showing itself only when both parents carry the mutant gene), but other forms occur. A high proportion of the population of the Atlantic island Tristan da Cunha was recently discovered to be affected when they were evacuated because of volcanic activity. The disorder is progressive and untreatable.

- source; http://www.answers.com/topic/blindness

  이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 특히 흔한 질병은 이 퇴화성 시력 상실 외에도 천식이 있다고 합니다.  작은 집단 안에서 유전자 pool이 좁았으며, 이런 '족내 혼인'이 반복되면서 열성 유전자의 빈도가 높았던 때문이지요.  이것 말고 다른 사례도 있다는데 지금 집이 아니라 예를 찾지 못하겠군요. [ 多翁은 Martha's Vineyard도 예로 들고 있습니다 ] 漁夫는 집단 생활을 하는 영장류에서 암컷이나 수컷 중 어느 한 편이 자신이 살던 집단을 떠나 짝짓기를 하는 (여러) 궁극인 중 하나가 이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 물론 사람도 포함해서요.

  웨스터마크의 주장을 한 번 다시 보시겠습니다. 

  이 분야에서 프로이트의 경쟁자로 알려진 에드워드 웨스터마크(Edward Westermark)는 1891년에 남자들이 자기 어머니나 누이들과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사회적 규율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남자들이 자신들과 함께 생활해온 여자들에 대해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웨스터마크의 생각은 간단했다.  남자들과 여자들은 외모로는 자신의 친척을 친척으로서 알아볼 수 없으며 따라서 근친결혼을 막아주는 어떠한 수단도 가지고 있지 않다

- 'The red queen(붉은 여왕)', Matt Ridley, 김윤택 역, 김영사 刊, p.429

  여기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은 형제 정도 아니면 - 형제라도 꽤 다른 경우가 많지요 - 외모만으로는 근친을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근친과 결혼하는 사태를 피하는 편이 가장 합리적일까요?  웨스터마크의 말을 달리 표현하면 '어릴 때 같이 산 사람들을 근친으로 인식한다'는 메카니즘이지요.  진화는 '어릴 때 바로 옆에서 오랜 기간 같이 살았던 사람 = 근친'으로 간주해 버린 셈입니다.  사실상 석기 시대에 인간이 자란 환경을 고려하면, 이래도 별로 틀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릴 때) 바로 옆에서 오래 같이 살았던 사람 = 근친

  이란 규칙에 따라 인간의 뇌는 근친을 등록하는 셈이지요.

  가족 내에서도 경우의 수가 몇 개 되지만, 우선 남매처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보통 결혼이 가능할 만한 사람 대상으로 웨스터마크 가설의 예측을 검토해 보도록 하지요.

  1. 사촌처럼 혈연이 가까운 경우라도 어릴 때 같은 집에서 살지 않으면 성적 회피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것이 암시하는 것은, 사촌을 별로 식별할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인간처럼 여성이 족외혼을 하는 경우 외사촌이나 고종 사촌은 아예 다른 부족에서 살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 별도로 치더라도, (아버지끼리 형제인) 친사촌의 경우는 같은 부족에서 살게 되는데도 특별한 회피 기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원인을 뒤집어 보면 '사촌간의 결혼에서는 근친혼의 위험이 별로 크지 않다'가 되며, 실제 사촌 간의 결혼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근친혼이 당대 뿐이라면) 위험성이 의미 있을 정도로 높은가에 대해서는 현재에도 이견이 있습니다. [물론 18~19세기 유럽 왕가처럼 사촌 간의 혼인이 빈번했다면 얘기가 다르지요.  유럽 왕가에 혈우병이 자주 나타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link ;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204050071 

  만약 이 기사 내용대로 사촌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의 기형 확률이 3~4%로, 일반 신생아의 1.3% 부근보다 아주 높지 않다면, 한 명의 여자가 평생 3~4명의 아이밖에 낳을 수 없는 석기 시대에는 큰 선택압을 발휘했을지는 약간 애매한 점이 있지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형제자매 간의 관계와 사촌 간의 관계에 대한 반감의 강도가 비슷하다는 얘기는 별로 들은 적이 없습니다.

  덤으로 漁夫가 근거 없는 추론을 하나 하자면, 석기 시대에도 친사촌끼리는 어려서부터 아주 친밀하게 지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결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 생각하기는 다소 어렵지 않을까요.  [혹시 옆 부족에서 이종사촌이나 고종사촌을 아내로 맞는다면 모를까... ] 
  물론 몇 촌 내의 결혼을 막는 제도들도 여럿 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 아니면 그 다음 포스팅에서 언급할까 합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 한 가족 내의 관계처럼 '본능적으로 등록된' 기질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2. 보통 결혼하지 않는 형제 자매와 같은 근친이라도, 어릴 때 떨어져 살았으면 성적으로 끌릴 수 있다.

    * 근래 독일에서 유명해진 case(link 1, link 2, 한겨레 기사)
      - 이 사례는 남자 쪽이 집을 떠나고 나중에 여동생을 만난 경우입니다.
      - 근친 결혼의 위험 가능성을 알려 주는 것이, 네 아이 중 둘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네요.  

    * 미국 BBC(link)

  옛날 이야기 세 개도 흥미가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1) 오이디푸스 이야기 (http://en.wikipedia.org/wiki/Oedipus) ; 이 포스팅 내의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 경우와는 다르지만 너무 유명해서 집어넣습니다.

2) 바그너 오페라 '발퀴레' (http://en.wikipedia.org/wiki/Die_Walkure)

3) 옛날 슬라브 이야기

  어느 젊고 의협심 넘치는 청년이 있었는데,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눈처럼 순결한 한 처녀를 범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 처녀는 어릴 적에 헤어진 동생임이 밝혀졌다.  그러자 그는 우선 동생과 헤어지게 한 원수를 죽인 후, 동생을 범한 곳으로 와 원수를 죽인 칼로 자살했다.  그의 뜨거운 피가 칼을 따라 흘러내린다...
  
이 포스팅 및 블로그에 전혀 안 어울리는 분위기의 멜로드라마.


  잘 통제된 연구 결과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입양아들이 생물학적 가족을 만난 경우 그들에게 성적 매력을 느낄 가능성은 일반인의 경우보다 높다고들 합니다.  이것은 多翁의 아래와 같은 관찰과 일치합니다.

  사람에게는 자신과 닮은 사람과 결혼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우리들의 행동은 1920년대에 유행한 노래 가사에 집약되어 있다.  '나는 한 소녀를 원한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가 결혼한 사람과 닮은 소녀를.... ' 

- 'The third chimpanzee(제 3의 침팬지)', Jared Diamond, 김정흠 역, 지식사상사, 143~44p

  자신과 닮은 데다가, 어려서 같이 안 자랐기 때문에 웨스터마크 효과에 의한 억제도 받지 않는다면, 떨어져 지낸 친척에게 성적 매력을 더 느낀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닙니다.

  3. 혈연 관계가 전혀 없더라도 어릴 때 같이 살았으면 성적으로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이 얘기는 상당히 흥미진진하고 길기 때문에 또 TBC~~

  漁夫
.


닫아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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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초록불 2010/06/23 00:23 # 답글

    이런 것을 보면 김용의 <사조영웅문>에서 곽정이 칭기즈칸의 딸에게는 결혼할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참 합리적인 설정이었다는 걸 느끼게 되는군요. 황용의 물음에 곽정은 어려서부터 같이 살아서 누이동생처럼 느낄 뿐,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대답하고 있거든요.
  • 슈타인호프 2010/06/23 00:26 #

    소오강호의 악영산 역시 영호충에게 그렇게 대했지요. 다만 영호충은 악영산과 결혼하고 싶어했지만...
  • 초록불 2010/06/23 00:36 #

    슈타인호프님 이야기를 보니,

    <천룡팔부>에서는 단예가 호감을 느끼는 여자가 배다른 동생이었죠. 이것은 자신과 닮은 여자를 원한다는 결론과 상통하는... (김용으로 진화심리학 설명할 기세.txt)
  • 漁夫 2010/06/23 21:20 #

    그거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곽정이 칭기즈칸의 딸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는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사실 진화심리학은 성에 대한 '고정 관념'들을 확인해 준 것이 꽤 많습니다. 하지만 고정 관념의 영역을 벗어난 새로운 예측도 대단히 많이 하고 있으며, 전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도 얻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exciting한 얘기지요. ^^;;
  • 슈타인호프 2010/06/23 00:25 # 답글

    피트케언 섬에서도 주민들 사이에 자주 나타나는 유전질환 같은 게 없나요? 그족은 유전자 풀이 더 좁았을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그 섬은 미성년 소녀에 대한 성행위 강요가 섬의 전통적인 관습이라고 주장해서 문제를 일으킨 전력이 있었군요;;;;
  • Allenait 2010/06/23 00:29 #

    ..그런 일이 있었나요..?
  • 漁夫 2010/06/23 00:37 #

    Allenait 님 / http://fischer.egloos.com/3628181 포스팅을 보면 대충 소개가 있습니다.

    슈타인호프 님 / 트리스탄 다 쿠냐 섬의 경우 외부에서 '유입'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핏케언에서는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에 대한 언급을 볼 수가 없는데 연구가 안 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말씀 덕분에 제 포스팅에서 하나 잘못을 발견해 고쳐 놓겠습니다.
  • 피그말리온 2010/06/23 01:02 # 답글

    라이트노벨 중에 공의경계 라는거 보면 여동생이 오빠를 좋아하는데 같이 살면 자기를 여동생으로만 볼까봐 일부러 집을 나가 따로 떨어져 산다는 설정이 있는데 그게 생각나네요. 거기에 꼭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어릴적에 친하게 지냈다가 헤어진 뒤 나중에 커서 만난뒤 밀땅한다는 설정들이 이런 것에 기반한거 같기도....다음 이야기가 많이 궁금해지네요ㅎ.
  • 漁夫 2010/06/23 21:21 #

    저는 말씀하신 라노베의 내용이 그렇게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 왜냐하면 '그런 식으로 각인하는' 나이가 생각보다 어리기 때문이지요. 다음 편에서~
  • 위장효과 2010/06/23 06:03 # 답글

    "딴 놈들에게는 전쟁시키고, 합스부르크 니네는 결혼해라!"=>원래문구는 훨씬 부드럽지요^^.

    좋은 말이긴 한데...(막시밀리안 1세의 혼인으로 합스부르크가문이 후대에게 물려주게 된 영토가 스페인+오스트리아+이탈리아 일부+로컨트리즈+부르고뉴 일부로 이루어졌고, 그걸 최종적으로 받은 청년이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1세-신성로마제국황제로는 카알 5세. 어디까지나 대충 정리한 겁니다. 사실 그 사이도 무진장 복잡한데 그거 다 따지다간...) 하도 사촌끼리 결혼하는 바람에 결국 합스부르크의 턱돌이는 "밥을 씹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그래서 17-18세기 넘어가는 시기에 전쟁 한 판 고고씽...

  • 위장효과 2010/06/23 06:04 #

    부르고뉴는 빠지던가...하여간 저도 책없이 쓰는 거라...^^;;;
  • 슈타인호프 2010/06/23 10:02 #

    부르고뉴도 포함된 거 맞습니다. 부르고뉴의 공주인 마리아가 막시밀리안 1세와 결혼하면서 가져온 게 부르고뉴 및 네덜란드(현재의 벨기에 포함)였으니까요.
  • 漁夫 2010/06/23 21:24 #

    (악명 높은) '먼나라 이웃나라'에 보면 부르고뉴가 딱 한 번 나오던가 그런데, 스위스에게 패해서 결과적으로 프랑스에게 무너진 듣보잡 수준이더군요. 부르고뉴도 합스부르크 왕가... ^^;;

    합스부르크의 인상은 다른 블로거 분도 제게 여기서 제보를 주신 적이 있습니다...ㅎㅎ
  • 아트걸 2010/06/23 09:43 # 답글

    재밌게 읽었어요.
    멜로드라마에 먼산....쿨럭..
  • 漁夫 2010/06/23 21:24 #

    내 블로그에 저런 내용이 등장하는 거 봤냐..
  • 키르난 2010/06/25 08:50 # 답글

    포스팅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ㅅ<

    혈족간의 혼인을 반복해서 특정 질병이 나타나는 경우에 대한 이야기는 올리버 색스의 「색맹의 섬」에서도 몇 가지 언급되길래 적어봅니다. 태평양 섬의 사례인데, 하나는 섬 위쪽 마을 주민의 25% 이상이 귀머거리로 태어났다 하고, 또다른 예시에서는 선천적 전색맹을 비롯한 시력적 문제더군요.
  • 漁夫 2010/06/25 23:27 #

    감사합니다 ^^;;

    색스가 그런 책도 썼습니까? 전 아직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밖에는 읽지 못했습니다. 기회가 될 때 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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