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31 23:05

한 후보; 전쟁이냐 평화냐 Critics about news

  원래 '좋지 않은(so-so) 설명'을 먼저 다루려고 했지만, shaind님의 좋은 글 "그럼 전쟁하자는 말이냐"이 있어 트랙백했습니다.

1. http://hanms.net/687 

  전쟁을 부추기는 ‘안보무능정권’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볼 이들은 노동자 서민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바로 노동자 서민의 삶터는 물론 부모, 형제, 자매, 자식들을 잃게 됩니다.
‘1번 찍으면 전쟁’이라는 평화의 호소에 공감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2. http://www.dailian.co.kr/news/news_view.htm?id=205758

  한 후보 지지자들 역시 “전쟁이냐, 평화냐. 투표로 심판하자, “전쟁을 막는 방법 한명숙”, “국민은 평화, 정부는 전쟁” 등이 쓰인 피켓을 들었다.
  한 후보측 임종석 대변인은 “이번 선거를 정권견제론 및 심판론으로 끌고 갈 것”이라며 “천안함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가 지난 10년간의 경제안정과 발전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태를 둘러싼 반전(反戰)과 평화를 고리로 현장유세를 펼쳐 ‘야권표 결집’을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한 후보의 수사는 보기에는 좋지만, 漁夫는 그가 요점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평화가 누구를 위한 평화지요
FOR WHOM the bell is tolling

  한 나라의 야당을 대표하여 서울 시장에까지 나온 인물이 이 상황에서 '전쟁이냐 평화냐 선택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면, 이것은 국가 간의 관계 및 국제 정략에 대해서 매우 무지하다는 증거니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요즘은 약간 다른 분야의 포스팅을 주로 하시지만, sonnet님의 글들은 이 분야의 보물 창고나 다름 없습니다.

  우선 정치/경제적인 접근만 합리적인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군사적 위협을 동반한 봉쇄, 억지정책 등도 전략적 사고에 입각한 합리적인 접근이다. (예를 들어 게임 이론의 발전은 핵억지정책의 개발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게임이론이 비합리적인 접근방법일까?) 그러니 정치/경제적 접근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상대를 비합리적인 상대방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를 비합리적인 존재로 생각하고 있다면 6자회담 같은 회담은 뭐하러 하는가? 비합리적인 상대와 회담하면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겠는가? 회담을 종용한다는 것 자체가 상대를 합리적인 존재로 판단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여기서 히요씨는 중대한 비약을 하나 한다. "남은 건 군사적으로 쳐 쓰러뜨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라고.
즉 자신이 제시한 유화책과 전쟁 중 택일하라는 식으로 독자에게 제시한다. 이게 과연 좋은 선택일까? 전 미 국무장관 제임스 베이커는 전쟁과 평화의 양자택일이란 구도는 한마디로 협박에 굴복한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이 지적은 정말 통렬하다. 94년 북핵합의의 미국측 당사자였던 갈루치 조차도 이 말이 옳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을 정도니까 말이다.

... 결국 이렇게 살펴보면 "정치/경제적인 합리적 접근으로 될 상대가 아닌, '비합리적인 상대방' 이라고 간주한다면, 남은 건 군사적으로 쳐 쓰러뜨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란 히요씨의 이야기는 문제를 평화와 전쟁의 양자택일인 것 처럼 포장해 제시함으로서, 잘 모르는 독자로 하여금 유화책을 택할 수 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전술임을 쉽게 알 수 있다.


 - sonnet, '히요씨의 주장에 답하다 #4' 에서 (강조는 sonnet님이 직접 넣음)
 
  한명숙 후보가 평화를 사랑한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한 후보가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漁夫도 모릅니다만, 맹목적으로 '평화를 선호하도록' 만드는 선택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행동의 자유를 심각하게 좁혀서 결국에는 북한에게만 이로운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럴 거라는 생각까지는 안 하지만, 대한민국이 손해를 보더라도 북한에게 좋다면 괜찮다는 생각은 설마 아니겠지요.
  제 개인적 관점으로 보자면(shaind님의 관점과도 일치하지요) 이것은 또 다른 형태의 흑백 논리입니다.  제 취미인 진화생물학에 대해 서술할 때에도 '이 모든 변화는 연속 변수다'거나 '절대적(100%나 0%만 있는)이 아니고 서로 상대적이다'란 말을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이번 천안함 건도 마찬가지지요.

  중요한 것은 여러 가설 중 무엇을 믿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절대적으로 신뢰도 얼마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여러 가설 중 신뢰도가 가장 나은 것'을 선택했나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이 포스팅에서)
  
  마찬가지로 사람의 머리로 전쟁과 평화라는 길항개념을 취급하기는 쉽지만, 완전한 평화와 전면 전쟁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의 "그라디언트"를 취급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 shaind -

  흑백 논리가 무서운 것은 그 외에 다른 가능성을 봉쇄해서 유연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이번 천안함 사태 같은 경우 진짜로 전쟁을 할 가능성이 실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한국에게 무슨 군사적 도발을 하더라도 한국이 적극적 대응을 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 줄 경우에, 북한이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뻔하지 않습니까?  군사적 도발을 더 크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겠지요

  영장류의 사회 생활을 연구해 온 Frans de Waal의 말로 이 포스팅을 끝내는 편이 좋겠습니다.

  '평화'라는 단어에는 '공격성'이라는 단어와는 정반대의 문제가 있다.  사람들은 예외 없이 평화와 화해를 바람직한 목표로 여긴다.  하지만 나는 아래에서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몇 가지 사례를 이용해 '평화'가 '공격성' 만큼이나 기만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생각이다.  실제 삶에서는 순수한 형태로 마주치는 경우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단어에 부가되는 함의와 도덕적 가치에 유혹당해 우리는 잘못된 이분법에 빠지고 만다...
  일반적으로 말해 평화는 좋은 것일 수도 있지만 핵심적인 질문은 이렇다.  누구를 위해 좋은 것일까?  팍스 로마나(pax romana)는 로마인들에게는 축복임에 틀림없었겠지만 로마 제국의 속국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까? 모든 사람은 자기 입맛에 맞는 평화를 원한다...
  
영국의 주간지 '옵저버(Observer)'의 전 편집장인 코너 크루즈 오브라이언(Conor Cruise O'Brien)은 1950년대 유엔에 제출한 한 결의안 초안을 두고 달라이 라마의 한 티베트인 참사관에게 승인을 요청한 일화를 들려준 바 있다.  초안에는 '승리(victory)'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 참사관은 티베트인은 평화의 종교를 신봉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처럼 끔찍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반대했다.  오브라이언은 불교를 믿는 사람들도 싸움을 하는지, 그리고 싸움에서 이기면 그것을 무엇이라 부르는지 물었다.  그러자 참사관은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그런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 있지요.  우리는 그것을 아주 훌륭한 최고의 평화(very excellent best peace)라고 부릅니다."

 
- 'Peacemaking among primates(영장류의 평화 만들기)', Frans de Waal, 김희정 역, 새물결 刊, p.38~39
  { 추가하자면, 이 포스팅도 보시면 재미있을 것입니다 }
 

  漁夫

  ps. 원래 이런 포스팅은 다 아시다시피 漁夫의 장기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연속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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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Ha-1 2010/05/31 23:14 # 답글

    '전쟁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전쟁을 해서라도' (...??)
  • 漁夫 2010/06/02 10:21 #

    으아아아악
  • .... 2010/06/06 20:29 # 삭제

    THE WAR TO END ALL WARS(...)
  • 漁夫 2010/06/07 22:08 #

    .... 님 / 으아아아악(2)
  • Charlie 2010/05/31 23:21 # 답글

    네가 이게 싫다는 이야기는 저게 좋다는 이야기구나? 식으로 이야기를 끄는 상대와는 이야기하기가 피곤하더라고요.
    그것은 마치 돌림노래..
  • 漁夫 2010/06/02 10:21 #

    대체 중간이 없어요 중간이....
  • 2010/05/31 23:3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漁夫 2010/06/02 10:21 #

    하하, 읽으실만 하다고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RedPain 2010/06/01 00:07 # 답글

    For whom the bell tolls... 따릉따릉~ 소리로 시작하는, 올드보이의 OST 중 우진이 누나 테마죠. 전 미도 테마 The last waltz와 우진 테마 Cries of whispers를 더 좋아한답니다. 응?
  • 漁夫 2010/06/02 10:22 #

    올드보이를 보긴 했습니다만 OST가 전혀 생각이 안 나는군요 -.-
  • Allenait 2010/06/01 00:09 # 답글

    ...여러모로 이번 야당의 선거전략에 실망했습니다.
  • 漁夫 2010/06/02 10:22 #

    한명숙 후보 찍겠다고 전화여론조사에 응답까지 했는데 이거 도저히 안되겠더군요.
  • 액시움 2010/06/01 01:07 # 답글

    반전을 주제로 한 일본 애니(주로 건담류)가 죽도록 까이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죠.
  • 漁夫 2010/06/02 10:23 #

    건담의 주요 줄거리를 제가 잘 몰라서...

    일본이 데인 게 있어서 좀 '무조건 반전' 성향이 없지 않지요...
  • 길 잃은 어린양 2010/06/01 07:49 # 삭제 답글

    김대중 정권 이후 '자칭 진보'들이 전쟁 공포를 팔아먹고 있으니 이것이 참 개그입니다.
  • 漁夫 2010/06/02 10:23 #

    그러고 보니 '진보'가 공포 장사를 하는 상황이 됐군요. gag도 이런 개그가 없네요.
  • BigTrain 2010/06/01 11:45 # 답글

    말 그대로 옆 동네 부족과 전쟁으로 날을 지세웠던 석기시대도 아니고 참..
  • 漁夫 2010/06/02 10:24 #

    선택 가능성이란 것을 생각이나 해보는지 모르겠습니다.
  • 아돌 2010/06/01 19:27 # 답글

    슬픕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니 그냥 영웅심에 블러드 키고 달려들고 싶어하는 어린 사람들은 민주당이 내거는 1번=전쟁을 맹신하고 우워어어어어어 하고 있으니까요.
    전 이명박 대통령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자국민이 공격을 받았을 시 국가의 수장이 저렇게 단호하고 강경한 의지의 자세를 보인다는 것이 바로 수장의 모범이라 생각하는데 어째 민주당 애들은 얼른 돈 주고 빌어 전쟁난다 우웡어어ㅓㅓㅓ 전쟁싫어 잉잉 2번뽑아주세요 잉잉 이러고 있습니다. 하긴 대놓고 해전이었던 김대중 대통령때 월드컵 구경 간 그분에겐 한 마디도 없는 당이긴 합니다만
    이젠 저 인간들 얼굴도 보기 싫네요
  • 漁夫 2010/06/02 10:26 #

    이런 식으로 나가면 만년 야당 신세를 못 면할 텐데 말입니다. 견제란 입장에서 봐도 이건 전혀 바람직하지도 않고,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저런 이분법을 받아들이는 것도 그리 좋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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