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03 13:12

노화의 진화 이론(14) ; All the lazy guys over the world, unite! ㄴ노화(老化)의 진화 이론

시리즈의 앞 글은
 
 * 노화의 진화 이론(1) ; 기계와 생물
 * 노화의 진화 이론(2) ; 성숙, 생식률, 사망률
 * 노화의 진화 이론(3) ; 생식률과 수명의 관계
 * 노화의 진화 이론(4) ; 거장들의 공헌
 * 노화의 진화 이론(5) ; 거장들의 공헌 - 직관적인 이해
 * 노화의 진화 이론(6) ; 잡다한 것들 
 * 노화의 진화 이론(7) ; 이론의 예측
 * 노화의 진화 이론(8) ; 이론의 예측과 실제 I - 사람
 * 노화의 진화 이론(9) ; 불로 집단의 안정성 - simulation
 * 노화의 진화 이론(10) ; 'undervaluation of the future' I
 * 노화의 진화 이론(11) ; 'undervaluation of the future' II
 * 노화의 진화 이론(12) ; Gompertz curve - 생물의 사망률 곡선
 * 노화의 진화 이론(13) ; 이론의 예측과 실제 II


 
  
  2010년 4월 10일(토)에 방송된 '애니멀 사이언스'(http://www.kbs.co.kr/1tv/sisa/science/vod/1643144_19853.html)를 보면서 느낀 것은, 진화적 관점에서 노화를 연구한 학자 스티븐 어스태드(Steven Austad)가 한 말이 확실히 옳다는 것입니다.

 ... 이제 두 번째 노화 이론에 대해 (- '생명 활동 속도 이론'이라고 불린다 -) 생각해보자.  이 이론은 저명한 의사와 연구자들이 많이 지지하며 훨씬 널리 퍼져 있고, 그럴듯하며, 흔들림 없고, 직관적으로는 옳다고 여기게 만든다.  이 이론 역시 확실히 틀렸지만, 어리숙한 대중이나 그것에 맹목적으로 열광하는 전문가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게 문제다.

 - 'Why we age(인간은 왜 늙는가)', Steven Austad, 최재천, 김태원 역, 궁리 刊, p.122~23

  저도 노화의 진화 이론을 제 3의 침팬지(The third chimpanzee)에서 처음 접하기 전에는 '생명 활동 속도 이론'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즉 '어리숙한 대중'의 한 사람이었다는 얘기지요 -.- 방송에 나온 분들의 인터뷰가 방송사 입맛에 맞추어 왜곡되지 않았다면, 이 전문가 분들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계셨다는 말입니다.
  직관적으로 이 이론이 맞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같은 책에서 간단히 요약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몸은 산소의 가장 정상적인 효과를 처리하도록 설계되었다.  생화학자들이 산화제라고 부르는 다른 형태의 산소가 손상 부작용을 일으키는데, 이것은 우리 몸이 산화제에 잘 대응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일반적인 대사 과정에서는 산소를 연소할 때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부산물인 이러한 형태의 반응 산소를 생성한다.  오늘날 이런 형태의 산소는 동맥경화증, 관절염, 백내장, 발암 또는 암세포의 증식 등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쇠퇴성 변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자유라디칼[1]이 실제로 유일한 노화의 원인이라면, 그리고 대사 속도에 비례해서 생산된다면 노화의 패러독스는 생명 활동 속도 이론으로 해결된다.  큰 동물은 작은 동물에 비해 더 느린 속도로 자유라디칼을 생산하기 때문에 작은 동물보다 오래 산다.  변온동물은 같은 이유로 항온동물에 비해 오래 살고 여러분 역시 에너지 소비 속도를 낮춤으로써 노화를 늦출 수 있다.  전세계의 게으름뱅이들이여, 단결하라!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고 운동을 파리처럼 조금 하라.  한때 생물학의 복잡성은 만족스런 단순함 앞에 무릎을 꿇었다.

 - ibid, p.146~47

[1] 자유 라디칼(free radical) ; 전자가 모자라는 상태의 원자나 분자.  전자를 다른 데서 뺏아 오려고 주변의 분자들과 닥치는 대로 반응합니다.  인간에게 가장 많은 손상을 입히는 자유 라디칼은 보통 ·OH 로 봅니다.  OH에서 산소에 전자가 하나 모자란 상태지요.

  운동을 하면 대량의 산소를 짧은 시간 내에 소모하게 되며, 따라서 자유 라디칼의 농도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이 먹어도, 그것을 소화하고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산화시키는 과정에서 자유 라디칼이 증가할 것이라는 논리지요.
  이 이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드는 사례가 쥐의 먹이 제한 실험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 하나에서 걸려 넘어지게 되지요.

 ... 야생 동물의 노쇠에 관한 증거들이 노쇠를 타협의 결과로 설명하는 우리의 이론을 지지해 주고 있지만, 수명은 쉽게 연장될 수 있다는 증거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쥐의 먹이를 극도로 제한했더니 수명이 30% 혹은 그 이상 증가했다...
  하버드 대학의 생물학자인 스티븐 어스태드는 먹이 제한 실험에 대한 수 백 건의 연구들을 종합 검토한 후 단 몇 편의 연구에서만 언급된 결정적인 핵심 요소를 찾아냈다.  먹이를 박탈당한 쥐가 더 오래 살지는 모르지만 자손을 남기지는 않는다사실 짝짓기조차 하지 않는다!  그들은 번식 이전의 발달 단계에 붙잡힌 채 적절한 음식 공급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 'Why we get sick(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George Williams & Randolph Nesse, 최재천 역, 사이언스북스 刊, p.174

자손을 남길 수 없다고....
자손을 남길 수 없다고....
자손을 남길 수 없다고....

  이런 점에서 볼 때, 제 일련의 포스팅을 보아 오신 분이라면 먹이 제한을 장수의 요건으로 제안하시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쥐가 수명이 연장된 이유는 줄어든 음식 자원을 우선 생명 유지로 돌려서, 음식이 풍족해질 때를 기다려서 번식하겠다는 전략인 것입니다.  일단 단기적으로 살아남아야 번식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것은 '번식과 생존'의 함수 관계를 보여 주는 또 한 가지 예일 뿐이지요.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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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ooni 2010/05/03 14:47 # 삭제 답글

    고자되기 vs 오래살기
  • 漁夫 2010/05/04 18:18 #

    matter of choice
  • 위장효과 2010/05/03 15:30 # 답글

    그러니까 번식에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소식하면 자손도 남기고 오래살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 한계점이 어디냐고요~~~~)

  • 漁夫 2010/05/04 18:19 #

    소식을 직접 해 본 용자들은 종종 있는데 '번식'까지 시도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 그사이에 2010/05/03 15:54 # 삭제 답글

    사고로 죽을 확률도 만만치 않아서... ㅋ
  • 漁夫 2010/05/04 18:19 #

    죽으면 꽝...
  • Allenait 2010/05/03 17:21 # 답글

    고자되기 vs 오래살기 (2)
  • 漁夫 2010/05/04 18:19 #

    matter of choice (2)
  • 백칠십견 2010/05/04 00:11 # 답글

    고자되기 vs 오래살기라는 덧글을 보고 female이 사고범위에서 벗어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요즘 아낙네들은 (남성들이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뻬빼마른 체형을 병적으로 선호한다는데 그건 자식 한마리당 키우는 비용의 증가 혹은 높아지는 결혼연령과 뭔 관계가 있을까도 생각하다가 변수 세 개 이상이면 프리즈하는 머리때문에 그만 뒀습니다.

    육중한 코끼리나 느릿느릿한 거북은 오래살고 날랜 곤충들은 빨리 죽(을 것이라)는 것 때문에 자칫 stereotype이 될 수도 있는 개념이겠군요. 저도 주의하렵니다.
  • 漁夫 2010/05/04 18:22 #

    그러면 '石女되기 vs 오래살기' (women's version)

    뭐, Simpson 부인은 "여자는 아름답거나 날씬할수록 좋다"는 명언을 남긴 일이 있댑니다. ^^;; 저는 '비용/마리'또는 '연령'과는 약간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건 tbC해 보도록 하지요.

    네 착각하기 쉬운 문제입니다. 곤충은 '쉽게 잡혀 먹히기 때문에' 빨리 죽고, 코끼리나 거북은 잘 안 잡혀 먹히니까 노화가 느리지요. 얼핏 혼동하기 쉽습니다.
  • 백칠십견 2010/05/04 18:52 #

    곤충의 경우, 혹은 수명을 다 누리더라도, 성충기간이 짧은 애들의 성충만 보고 내리는 판단일수도 있겠지요.
  • 漁夫 2010/05/04 21:38 #

    비슷한 크기인 거미/전갈류가 좀 오래 사는 편이기는 한데, 제가 아는 한 곤충의 성충은 1년 이상 사는 경우가 드뭅니다. 솔직히 제가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사례가 있는데 모르는 건지도요 :)

    매미류의 유충이 그렇게 오래 살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땅 속에 틀어박혀 있기 때문이겠지요? 땅 속에서 사는 벌거숭이 두더지 쥐(제가 이전 포스팅에서 예로 든 것)도 상대적으로 오래 사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 ㆍㅅㆍ 2010/05/04 06:58 # 답글

    으허허헛. 동양 불로장생 방중술의 신비가 이런 곳에서 증명이되는군요! 정을 낭비하지 않고, 오래 참으면 장생한다더니만! 그러니까 역시 한의학만 믿고 가면!? ... 죄송합니다
  • 漁夫 2010/05/04 18:23 #

    '사리 생산 공장'™

    재미있는 뒷얘기가 많습니다 :-)
  • hawkeye 2010/05/04 12:47 # 답글

    백칠십견님의 덧글을 사회적으로 보자면 생존에 드는 사회적 비용이 커지니까 번식에 소홀하게 되는 거군요.
    개체단위의 전략이 군집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으로 보아도 되려나요?
  • 漁夫 2010/05/04 18:24 #

    '생존'보다는 '자식의 위치'라고 보는 편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사실 오래 전에 tbC했어야 하는데 워낙 게을러서요.

    이것은 '군집(집단)행동'이라기보다, '개개인의 전략'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같은 성의 다른 개체끼리 협력한다'는 별로 기대 안 하는 편이 좋습니다.
  • 위장효과 2010/05/04 18:32 # 답글

    실제 지나친 다이어트의 부작용중 하나가 생리불순=>조기폐경이라는 사실을 까먹었습니다.

    그런데 지나친 다이어트하면...오래살 가능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으니-정신과에서 얼마 안되는 "사망위험"을 따지는 질병중 하나가 바로 거식증, 폭식증이죠. 다른 정신질환은 대개 자살쪽하고 연관되어 사망률을 따지지만 이것만은 그 자체가 사망을 유발할 수 있는 병이니...-
  • 漁夫 2010/05/04 19:35 #

    아하, 저도 잠깐 까먹었습니다. 지방이 체중의 일정비 이하가 되면 월경이 끊겼었지요.

    석기 시대에는 '지나친 다이어트' 자체가 인간의 행동 레파토리에 있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솔직이 이것만 고려해도 다이어트로 수명을 크게 늘린다는 것은 좀 신뢰도가....
  • Charlie 2010/05/13 22:20 #

    하지만 일부 단체(?)에서는 그 조기폐경을 '재흡수 이론'이라는 특이한 설명으로 오히려 '몸에 좋은것'이라고 믿는것이..
  • 漁夫 2010/05/14 19:04 #

    Charlie님 / 웬 재흡수 이론.... 참 말도 갖다 붙이기 나름이로군요.... oxTL
  • 댕진이 2010/05/04 23:00 # 답글

    번식 활동후(가족계획 달성후) 라면 고자되기를 해서 생명연장을 꾀하는것도 괜찬을 전략일까요? ㅋㅋㅋㅋ
  • 漁夫 2010/05/04 23:55 #

    사람의 경우 '고자되기'를 열심히 해도 생명연장이 되는지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점이 안습이지요...
  • 효우도 2010/05/05 15:19 # 답글

    동자공의 진실.
  • 漁夫 2010/05/05 18:04 #

    :-)
  • 장미 2010/05/14 10:58 # 답글

    나이가 들면 소식을 하라는...
  • 漁夫 2010/05/14 19:04 #

    기초 대사량이 줄어드니까 안 찌려면 더 조금 먹어야 한다는 말이 맞겠지요... ;)
  • 장미 2010/05/15 06:14 #

    번식을 덜 신경써도 되니까????ㅎㅎ
  • 漁夫 2010/05/15 10:47 #

    그것도 그렇지만 '수리'를 덜 하니까 그렇지.
  • ArchDuke 2010/05/17 18:34 # 답글

    최근에 음식 섭취와 번식률에 관한 논문을 수업에서 했었는데 그때 잠와서 그런지 먹을게 없으니 물벼룩처럼 많이낳고 부모가 죽는다 라고 착각했죠. 물벼룩의 알은 먹이 없는 시기를 견디기 위한 건데;
  • 漁夫 2010/05/17 23:09 #

    성(sex)이 기생충의 압력에 의해 존재한다는 얘기가 붉은 여왕 이론입니다. 물벼룩의 '유성 세대'도 그 때문에 유지된다고 보고 있지요.

    이런 것 중의 극단적인 경우가 담륜충(델로이데아)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Bdelloidea 를 보시면 여러 모로 재미있는 현상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ArchDuke 2010/05/17 23:24 #

    아. 최근에 우주에서 오랫동안 gel 화 상태로 지냈다는 동물이 그것이었나요?
  • 漁夫 2010/05/18 18:40 #

    http://kr.blog.yahoo.com/crygene/1087 말씀이십니까? water bear라면 http://en.wikipedia.org/wiki/Tardigrade 이것인데, Bdelloidea하고는 다릅니다. 하지만 Bdelloidea도 water bear와 비슷한 상태로 외부 저항을 줄이는 상태가 있으며 이것이 처녀 생식만으로 번식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합니다.
  • ArchDuke 2010/05/18 19:55 #

    음; 독특하네요
  • ArchDuke 2010/05/19 19:39 # 답글

    참; 효모나 회충에서는 칼로리를 제한하면 신진대사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군요 ;ㅅ;
  • 漁夫 2010/05/20 19:15 #

    그렇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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