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7 13:21

비타민 C와 요산 이야기 Evolutionary theory

  요즘 쓰고 싶어도 큰 글을 쓸 형편이 되지 못한 관계로 이전에 작성하다가 남긴 글을 대충 완성하기로. -.-

  ===

  제가 즐겨 읽는 이사무의 soft한 해군사에서 요즘에 올라온 글괴혈병 얘기입니다.  원래 약간 다른 내용이었는데 시간도 지나고 해서 보강하여 공개합니다.  잡다한 이 테마 저 테마가 섞여 있습니다만 단순한 흥미거리로 보아 주시길 :)


비타민 C의 중요성
 
  vitamin C(ascorbic acid)는 다음 구조의 화합물입니다.

     ◀ source ; wikipedia

  비타민 C는 동물의 몸에서 두 가지 이유로 중요합니다.  첫째, 위 그림에서 파란 네모 부분의 수소 두 개가 떨어지면서 환원제 작용을 하여(antioxidant) 산화 손상에서 조직을 보호합니다(산화 손상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는 제 노화 포스팅의 11편을 참고하십시오).  둘째, 척추동물의 결합 조직들에는 - 예를 들면 잇몸이나 근육, 힘줄 등의 조직에서 - 콜라겐(
collagen)이 필수적인데 이것을 만드는 데 비타민 C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제가 링크한 위키피디어 페이지에서 나온 것처럼 일반 아미노산인 프롤린(proline)과 라이신(lysine)에 -OH를 붙이고 콜라겐의 주요 구성 성분으로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타민 C가 꼭 필요합니다.


  위에서 빨간 네모 부분이 없으면 각각 proline과 lysine(source; wikipedia).  빨간 네모 부분을 덧붙이는 데 비타민 C가 꼭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비타민 C가 이렇게 꼭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척추동물에게는 비타민 C는 매일 음식으로 먹어야 하는 물질이 아닙니다.  그러면 어떻게?  다른 동물들은 몸 안에서 합성할 수 있지만, 일부 영장류(사람도 포함), 모르모트, 박쥐의 경우 vitamin C를 합성하는 기능이 망가졌습니다.  아래 영장류의 진화 계통수를 보면,

  위에서 보시다시피 진원아목(Haplorrhini)으로 오면서 안경원숭이 그룹이 갈라져 나가기 전인 5,800~6,300만 년 전 어디선가에서 진원아목의 공통 조상은 비타민 C를 합성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보통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이나 신선한 풀을 주로 먹는 생활을 하다 보니 굳이 체내에서 합성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하지요.
  재미있는 점이라면, 체내에서 항산화 작용을 하는 용도로 진원아목에서는 요산(uric acid)이 비타민 C의 자리를 대체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 요산(source ; wikipedia)

 요산은 퓨린(purine)대사의 최종 산물에 가깝습니다.  비타민 C만큼이나 강력한 환원제로(많은 생물은 요산을 알란토인 allantoin 으로 산화시켜 배설), 진원아목에서는 요산이 혈장 내 항산화 능력의 1/2 이상을 점유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사람은 비타민 C를 하루에 g 단위로 안 먹어도 될 것입니다.  성인 남성의 경우 하루 권장량은 대략 90mg에 불과하지요. [ g 단위로 먹어서 healing portion 생각한다면 좀~ ^^;; ]
  뭐 이것까지는 다 좋은데, 진원아목 특히 사람이 치르게 된 댓가는 뜻밖에도 통풍(痛風; gout)입니다.  사람은 육식 비중이 상당히 높은 영장류기 때문에, 퓨린 섭취량이 많은 편입니다.  요산과 그 염은 중성과 산성에서는 용해도가 상당히 낮기 때문에, 퓨린을 많이 먹어서 늘어난 요산 또는 요산염이 결정 상태로 관절 윤활액 내에 침전하면 통풍이 생깁니다. 

  ◀ 통풍을 묘사한 그림(wikipeia)

  얼마나 아픈지 악마가 물어뜯는 모습으로 그려 놓았군요 :-)  통풍이라는 이름도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의미니 알 만 합니다.
 
  비타민 C 얘기로 돌아가서, 이유가 무엇이었건 간에 진원아목은 비타민 C 합성 능력을 잃었기 때문에 진원아목에 속하는 종들은 비타민 C를 (비타민 치고는 꽤 다량으로) 먹어주지 않으면 괴혈병에 걸립니다.  결합 조직을 이루는 콜라겐이 제대로 생성되지 않으니, 혈관 조직이 약해져서 피가 흘러나오며, 한 번 상처를 입을 경우 낫지 않습니다.  잇몸에서 피가 나는 증상과 모낭에서 점상 출혈이 보이는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 source ; http://health.allrefer.com/health/scurvy-scurvy-corkscrew-hair.html ]

  린드 등의 노력에 의해 괴혈병에 효과가 있는 수단을 알기 전까지는 괴혈병 때문에 세상을 등진 선원이 얼마나 되었을지는 신만이 아실 노릇이지요.  이것은 여기보다 이사무 님의 홈페이지에서 찾으면 제대로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이 포스팅의 동기가 된 이사무 님의 포스팅에 조그맣게 붙어 있는 쥐 얘기에 대해서 사족을 붙이자면 
 

덧 4) 비타민C는 과일이나 채소뿐만 아니라 고기에도 들어있습니다. 단, 비타민C 자체의 특성상 도축한 뒤 오래 되거나 하면 급격히 파괴되긴 했지만 말이죠. 그래서 염장 고기를 먹었을 때는 차도가 없던 수병이 배에서 돌아다니는 쥐를 잡아먹었을 때는 가끔 괴혈병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브이도 아니고.... ^^;;


  놀라실 분이 있겠지만, 쥐를 식용으로 쓰기가 불가능하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지요.  우리의 친애하는 多翁의 말을 들어 보시지요.

  [ 이스터 섬이 식량 자원 저하로 사회가 붕괴되어 가던 ] 이런 와중에서 유일하게 줄지 않는 식량원은 쥐였다... 쥐를 어떻게 식량으로 삼을 수 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내가 영국에 있던 무렵에, 실험실 사람들에게 육류 배급이 줄자 실험용 쥐를 식량으로 삼았다며 쥐 요리법을 들은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 'Collapse', Jared Diamond, 한국어판에서.  기억에 의존한 관계로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쥐 등의 혐오 동물까지도 문제 없이 먹을 수 있는 인간의 다종 다양한 식성이, 인간이 극지방까지 점령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은 뭐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漁夫
.


닫아 주셔요 ^^



덧글

  • shaind 2010/02/07 13:35 # 답글

    헐퀴, 요산이 비타민c 대신에 항산화제로 기능했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 漁夫 2010/02/07 23:40 #

    저도 M. Ridley의 'Nature via Nurture'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약간 '헉' 했지요...
  • 아케르나르 2010/02/07 14:31 # 답글

    대항해시대 당시 선상생활을 하던 선원들에게 쥐는 매우 유용한 식량공급원이었다지요.. 그 쥐들이 건빵을 주로 파먹어서 온 몸에 밀가루를 뒤집어 쓰고 있었기 때문에 방앗간 주인..이라고 불렀단 얘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건빵을 먹는 쥐라면 사람이 먹어도 크게 해될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보고 먹으라면 생각을 좀 해봐야겠지만요.
  • 漁夫 2010/02/07 23:43 #

    신선한 단백질이 극히 부족한 상황이라면 가릴 겨를이 없었겠지요. 마스터 키튼에서도 들쥐 잡아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중앙아시아 들쥐는 쥐벼룩 땜에...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렇게라도 해야 살아날 가능성이.
  • Alias 2010/02/07 15:25 # 답글

    쥐도 많은 포유류들처럼 비타민 C를 체내에서 합성하는지라 잡아먹으면 비타민도 보충하고 단백질도 보충....-_-
  • asianote 2010/02/07 17:17 #

    생으로 먹지 않은 이상은 그것도 힘들지요. 비타민 c는 일반적으로 열에 약하니까요.
  • 漁夫 2010/02/07 23:43 #

    비타민 C는 건조해도 파괴된다고 기억합니다. 그렇다고 쥐를 날걸로 먹기엔 좀..... -.-
  • 효우도 2010/02/07 15:46 # 삭제 답글

    프랑스에서는 한때 쥐고기를 저육접에서 흔하게 팔았다고 들었던것 같습니다.
  • 漁夫 2010/02/07 23:44 #

    한때 쥐포를 쥐고기로 알았던 꼬꼬마 시절이... (음)
  • Levin 2010/02/07 18:15 # 답글

    덧글들만 봐도 본문을 열어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_-
  • 漁夫 2010/02/07 23:44 #

    아 본문에는 몬도가네 장면 없어요 ^^;;
  • dididi 2010/02/07 18:37 # 삭제 답글

    우씨.. 링크남길려고 하다가 실수로 지웠네요..

    암튼 다시.

    국내 유명대학 해부학 관련 교수님이신것 같은 링크의 이 박사님의 말씀으로는,
    70Kg성인의 경우 하루에 10g씩 복용하라고 하시면서 이렇게 하면 건강에 정말 좋다고 하시네요.

    일리가 있는말인가요? 궁금합니다.
  • 漁夫 2010/02/07 23:47 #

    http://ods.od.nih.gov/factsheets/vitaminc.asp#h2

    미국 NIH의 일일 추천량인데, 많이 먹겠다고 결심해도 이것의 2배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10g을 먹으려면 알약 등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겠네요.
  • 위장효과 2010/02/07 19:55 # 답글

    10gm까지는 너무 과하고요, 일반적인 비타민 씨 정제 하나 정도 드시면 충분합니다. 물론 그 전에 과일, 야채등을 통해 섭취가 충분하다면 그것도 별 필요가 없습니다만.

  • 漁夫 2010/02/07 23:47 #

    근데 가끔 gram을 gm으로 쓰는 경우를 보는데, mg하고 헷갈립니다 :-)
  • 커티군 2010/02/07 20:51 # 답글

    먼 항해를 떠나는 선원들은 항해 초기에 쥐를 발견해도 굳이 잡지 않았다고 하니까요 ~_~
  • 漁夫 2010/02/07 23:48 #

    살아 있는 비상식량이군요. -.-

    뭐 가장 이상적인 비상식량은 코끼리거북이었다고 합니다만...
  • ㅁㄴㅇ 2010/02/07 21:25 # 삭제 답글

    링크가 연결이 안되네요.. 이쪽으로 주소가 바뀐거 아닌가요?

    http://grim1980.isfreeweb.com/
  • 漁夫 2010/02/07 23:49 #

    아 그렇군요. 제가 이 글 처음 임시저장하고 몇 달이 지났는데 그 동안 링크 주소가 바뀌었네요.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 액시움 2010/02/07 23:01 # 답글

    '상품의 화학'이라는 교양과학서에서 비타민 C의 일일 권장량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던데요. 어떤 양반은 조금만 먹어도 괜찮고, 또 다른 양반은 지금보다 더 많이 먹어도 모자라다고 하고. 흠...
  • 漁夫 2010/02/07 23:49 #

    Linus Pauling처럼 megadose 수준까지는 저는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별로 타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 BigTrain 2010/02/07 23:12 # 답글

    多翁은 업계의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을 너무 잘 알려주시는 듯... ^^;

    아마 2차대전 당시 이야기겠죠? 전시의 봉쇄가 심하긴 심했던 모양입니다.
  • 漁夫 2010/02/07 23:50 #

    네. 多翁이 36년 생인가 그러니까, 영국에서 공부할 때라면 60년대니 2차대전 때 연구했던 분들이 충분히 실험실에 있었겠지요.
  • Allenait 2010/02/08 00:34 # 답글

    저도 선상에서 식량이 떨어지면 쥐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최후의 비상식량이었더군요
  • 漁夫 2010/02/08 12:38 #

    구워 익힌 고기라면 무엇이건 별로 꺼리지 않는(단, 누린내는 싫어요..) 제 입장에서도 쥐는 어째 약간.... ^^;;
  • 새벽안개 2010/02/08 09:52 # 답글

    비타민C 합성 유전자를 날려먹은게 그 때쯤이었군요.
  • 漁夫 2010/02/08 12:39 #

    네. 비슷한 시기에 요산을 allantoin으로 바꾸는 효소가 없어진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 장모군 2010/02/08 15:38 # 삭제 답글

    건강검진을 했더니 요산 수치가 높아 의사가 등푸른 생선을 먹으면 요산이 증가한다고 먹지 말라고 하네요 -_-;
  • 漁夫 2010/02/08 21:19 #

    퓨린이 많이 함유된 음식에 (제 허술한 기억에는) 새우, 멸치 등이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통풍에 먹지 말아야 할 음식 같은 것은 제가 안 검색해 봐서 그렇지 아마 인터넷에는 널려 있을 것입니다.
  • ENCZEL 2010/02/09 00:59 # 답글

    일전에, 네팔 출신 석사과정 교환학생 (40대 중반) 한 분이 통풍에 걸려서 병원 가서 통역한 적이 있었더랬습니다.. 술/담배도 증세를 악화할 수 있으니 자제하라는 권고는 납득하셨는데 '고기/등푸른 생선 등에 퓨린이 많이 들어 있으니 자제하라' 는 의사의 말을 듣고... 그날 하루 왠지 굉장히 우울해 보였어요.... (다행이 돈은 들지 않았지만.. 그것보다 동물성 단백질을 마음껏 먹을 수 없다는 게 좀 충격적이셨던듯..)

    앗, 여담입니다만 '비타민C 섭취량과 감기 예방/치료의 비례적 상관관계' 떡밥이 아직도 유행이라는 정보를 들은 것 같습니다. (.........)
  • 漁夫 2010/02/09 17:10 #

    맘대로 못 먹는다는 것은 참 비극이지요...

    비타민 C의 대량 복용과 감기는 L.Pauling의 주장에서 기인한다고 들었는데 현재는 뭐 그닥 별로.....
  • medizen 2010/02/11 10:52 # 삭제 답글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비타민C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이 꽤 되더군요.

    부분을 부풀리는 것은 전형적인 사이비들의 수법이지요...

    어느 중독을 치료한다고 비타민C를 100 ample 주사하며 연구라고 하는 모 대학병원 교수를 보며... 10년전인데 발상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데 이를 연구랍시고 하는 사람들 보며 실소를 했던 기억이나네요. 물론 연구는 꽝이났죠.
  • 漁夫 2010/02/11 17:52 #

    이 정도면 다 배우셨을 내용인데 재미있다고 말씀하시니 감사합니다.

    비타민 C 100 ample... 무슨 mana 아니면 healing portion으로 생각한 모양입니다. 아무리 비타민 C가 독성이 매우 낮다고 해도 좀 ㅎㄷㄷ이네요.
  • 2010/02/17 12:0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漁夫 2010/02/17 22:56 #

    '흠많무.... '란 말밖에 안 나오는군요. -.-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내부 포스팅 검색(by Google)

Loading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833

통계 위젯 (화이트)

47199
1600
1239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