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31 14:39

진화적 문제; 한의학 포스팅에서 '도전'했던 것 Evolutionary theory

  의학과 한의학에 대한 개인 의견(1)에 딸린 트랙백에 대한 질문에서 제가 한의학 쪽에서 의견을 주셨던 분께 한 번 설명해 보라고 제시했던 사실들입니다.  응답이 없으시니, 지금쯤이면 답을 공개해도 되겠지요.

1] 대체로 작은 동물들은 오래 살지 못합니다(쥐 같은 것은 오래 살아야 대략 2년).  하지만 박쥐는 몸이 작지만 몸 크기에서 예상한 것보다 훨씬 오래 삽니다. 
2] 전세계적으로 얻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더 성관계 상대를 많이 갖고자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3] 지금까지 알려진 어느 사회에서도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폭력을 더 많이 구사합니다.
4] 사마귀는 성행위 후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수가 많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5] 현대 생활에서 과다한 탄수화물 및 지방 섭취는 건강의 큰 적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사람은 어디든 설탕과 기름이 줄줄 흐르는 음식을 맛있어합니다.
6] 동물에서 성비(수컷/암컷의 숫자 비율)는 대체로 1:1입니다.  하지만 몇 종에서는 상당히 희한한 성비를 볼 수 있습니다.  가령 벌도 그렇고, 인간의 모낭에 기생하는 진드기류 같은 경우가 그렇지요.  담륜충류 같은 경우는 수컷이 아예 없습니다.  이런 '이상 성비'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니 보편적인 성비가 왜 1:1인가부터 설명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7] 인간의 가장 보편적 짝짓기 체제는 일부일처제입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일부 남성들은 일부다처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처다부제는 훨씬 드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8] 포유류의 상당수 종은 배란을 광고하며 사람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고 여성 자신도 거의 시기를 모릅니다.  왜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문제는 아직 논란이 있고 학자들도 정확한 답에 완전히 의견 일치가 안 된 것으로 압니다.  한의학의 관점에서 그럴 듯한 답만 제시해 주시면 됩니다)

  이에 대해 진화생물학 쪽에서 내놓는 답을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기로 하면 이렇습니다.


진화생물학의 모범 답안
 
  1. 제 노화 이론 설명 13번 포스팅에 나와 있습니다.  박쥐는 날아다니니까 잡혀 먹힐 가능성이 쥐보다 낮지요.

  2. 제 Wonderful Guys 포스팅에서 Steven Pinker가 한 말이 가장 간결한 요약이라 볼 것입니다.  남자는 파트너가 아무리 많아도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자손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3. 제 노화 이론 설명 8번 포스팅의 4번 항목에 대한 답에 나와 있습니다.  다른 남자를 죽이고 그 짝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파트너를 (꽤 많이) 늘릴 수 있습니다.

  4. 제 Cannibalism 포스팅에서 J. Diamond가 한 설명이 명료하지요.  사마귀 수컷의 입장에서 보아 교미 후 잡아먹히면 더 많은 알을 암컷이 낳아 줄 가능성이 높지만, 사람은 여자가 성교 후 파트너를 잡아먹더라도 딱히 자손 수가 더 증가할 리가 없습니다.

  5. 인간이 지금처럼 된 석기 시대에서는 음식이 항상 남아돌 리가 없었기 때문에, 설탕이나 지방이 많은 음식은 일단 '먹는 게 남는 것'이었습니다.

  6. 성비 문제는 한두 개의 포스팅으로 될 리가 없으니 일단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t**).  단, 암수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짝을 지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1:1이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ESS)임을 강조하도록 하지요.  담륜충 얘기는 진짜 흥미진진하니 독립 포스팅으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 오후 9시 추가 ; 대체로 1:1이 맞습니다만, 제가 하나 까먹은 것이 있습니다. 이 '1:1'은 어디까지나 부모가 암컷과 수컷 자손에게 자원을 동등하게 투자한다는 전제에서 성립합니다.  일부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성비가 다를 수 있습니다. ]

  7. 인간 사회에서 일처다부제의 몇 안 되는 사례로 꼽히는 티벳 얘기를 이 포스팅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여자에게나 남자에게나 일처다부제가 자손을 증가시킬 수단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며, 특히 남자에게 손해가 크기 때문에 여유만 생기면 바로 붕괴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8. 독립 포스팅으로 따로 다루겠습니다.  이 문제가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대단한 논문이 하나 있으니 그것을 인용하기로 하지요.

  이 문제들에 대해 바로 답을 말씀하실 수 있다면, 웬만한 생물학의 '궁극인'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보만 주어진다면 대부분 바로 답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의학 쪽에서 이 현상들을 어떻게 통일적으로 설명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요.

  漁夫
.


닫아 주셔요 ^^



덧글

  • Allenait 2010/01/31 22:22 # 답글

    저도 한의학에서 내놓을 답이 매우 궁금해집니다
  • 漁夫 2010/02/01 21:29 #

    그렇지요. 어떤 답이 나올지 예상을 할 수 없어서 .... [ Surprise! ]
  • 므리야 2010/02/01 03:39 # 삭제 답글

    8번 답은 인간암컷이 인간수컷을 육아와 보육에 유리하도록 붙잡아 두기 위함이 아닌가요?
    배란을 속임으로써 뻐꾸기 새끼를 기르지 않기 위해 수컷은 암컷을 지키며 붙들려 있을수 밖에 없고
    암컷의 외도에 관한 진화적 특성이 있었는데;;; 가령 침팬지, 고릴라, 인간의 고환의 크기비교라던가;;;

    한의학에서 내놓을 답은 짜증날게 자명하기 때문에 별로 안궁금합니다. 서로 모르는게 낫다고 생각해요.
  • 漁夫 2010/02/01 21:45 #

    8번 답은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한 가지로 결론난다고 생각들 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물론 말씀하신 '좋은 아버지' 이론도 그 중 하나입니다.
    제 전 포스팅은 http://fischer.egloos.com/3807239 이고, 관계 있는 현상인 폐경에 대해서는 http://fischer.egloos.com/3796718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근간 포스팅 하나 하겠습니다. ^^;;
  • ENCZEL 2010/02/01 11:09 # 답글

    한 달이 넘어가는 지금까지 답이 안 나오는 것을 보면... 아직 그 쪽에서 시간이 더 필요한 걸까요?
  • 운향목 2010/02/01 20:18 #

    한의학 역사가 2000년이니, 저 답이 나오려면 다시 2000년만 기다리면 될듯 합니다 (응?)
  • 漁夫 2010/02/01 21:47 #

    ENCZEL님 / 뭐 저도 제 포스팅들에 달리는 리플에 관해 큰 포스팅을 하려면 한 달 이상 걸리는 일도 제법 있으니까, 한의학 쪽에서도 그럴지 알 수 없습니다. 단 제 포스팅에서 보는 것처럼 한 가지 근본 원리에 근거한 설명을 설득력 있게 해 줄 수 있을지는 당연히 잘 모르겠습니다.

    운향목님 / :-)
  • 한정호 2010/02/01 21:39 # 삭제 답글

    운향목님의 2000년 답을 읽다... 터진 웃음을 옆에서 방학숙제(내일 개학)하며 심통난 제 큰아이가.... '왜 웃어???'하며 자기 때문에 웃는지 오해를 하는군요...

  • 漁夫 2010/02/01 21:50 #

    하하 漁童은 오늘 개학이었습니다 ^^;;
  • 공보리밥 2010/02/02 11:20 # 삭제 답글

    운향목님 리플이 재밌네요^^
    그런데 2000년간 '전통'을 지켜온 한의학을 보았을때는 2000년뒤에도 별 차이 없으면 어쩌죠?
  • 漁夫 2010/02/03 12:51 #

    그럴 것이라는 의견도 유력하다는 점이 한의학의 비극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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