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7 10:02

노화의 진화 이론(13) ; 이론의 예측과 실제 II ㄴ노화(老化)의 진화 이론

 시리즈의 앞 글은
 * 노화의 진화 이론(1) ; 기계와 생물
 * 노화의 진화 이론(2) ; 성숙, 생식률, 사망률
 * 노화의 진화 이론(3) ; 생식률과 수명의 관계
 * 노화의 진화 이론(4) ; 거장들의 공헌
 * 노화의 진화 이론(5) ; 거장들의 공헌 - 직관적인 이해
 * 노화의 진화 이론(6) ; 잡다한 것들 
 * 노화의 진화 이론(7) ; 이론의 예측
 * 노화의 진화 이론(8) ; 이론의 예측과 실제 I - 사람
 * 노화의 진화 이론(9) ; 불로 집단의 안정성 - simulation
 * 노화의 진화 이론(10) ; 'undervaluation of the future' I
 * 노화의 진화 이론(11) ; 'undervaluation of the future' II
 * 노화의 진화 이론(12) ; Gompertz curve - 생물의 사망률 곡선
  
  한의학 논란이나 기타 다른 주제에 포스팅을 할애하다 보니 한 달 동안 지연되었군요.


 
  마지막 포스팅에서 한 달이나 지났으므로, 노화가 왜 나타나는지 간단히 요약을 다시 해 보겠습니다.

  0. 생물은 모두 '적대적'인 환경에서 살아간다.  벼랑에서 추락, 잡혀 먹히는 것 등의 사고는 항상 가능하다.
  1. 사고율이 높은 경우 당연히 높은 연령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은 낮아진다.
  2. 이 때 높은 연령에서 번식할 가능성을 줄이고 낮은 연령에서 더 빨리 번식하도록 만드는 돌연변이가 이롭다.
  3. 위의 돌연변이가 누적되면 사고로 죽지 않더라도 시간에 따라 외부 손상에 취약해진다.  이것이 노화이다.

  7번과 8번 글에서 윌리엄즈가 했던 예측을 다시 보면

1. 노화는 (내가 제기한) 이론에 명시한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에는 어디서나 관찰할 수 있어야 하며, 만족하지 못하면 관찰할 수 없어야 한다.
2. 성숙 후 사망률이 낮으면 반드시 노화 속도가 느려야 하고, 사망률이 높으면 반드시 노화 속도가 빨라야 한다.
3. 성숙 후 다산성(fecundity)이 현저히 증가하지 않는 생물에서는, 현저히 증가하는 경우보다 반드시 노화가 빨라야 한다.
4. 성차(sex difference)가 있는 경우, 사망률이 높고 다산성이 현저히 증가하지 않는 쪽의 성이 반드시 빨리 노화해야 한다.
5. 노화는 일반적으로 개체 전체의 기능이 나빠지는 것이지, 단 하나의 계(옮긴이 주; single system. e.g. 신경계, 생식계, 소화계...)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6. 어떤 종에서도 통상의 (야생) 상태에서 '생식 후기(post-reproduction period)'가 거의 또는 전혀 보이지 않을 것이다.
7. 생식 성숙 연령에 도달하면 바로 노화가 시작된다.
8. 개체에서 빨리 발달(development)이 일어나면 반드시 빠른 노화와 연결된다.
9. 수명이 늘어나는 쪽으로 선택이 일어날 경우 반드시 젊은 시기에 활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8편에서 인간에 이 이론이 어떻게 적용되나를 다루었는데, 인간 외의 다른 생물에서 이 이론이 얼마나 합당한 예측을 하는지 관찰하겠습니다. 

  가장 쉽게 직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종에서 성숙 후 개체의 평균적 사망률이 노화 속도와 비례한다(2번)는 결론입니다.  사망률이 낮으면, 장기 투자하는 개체가 이롭게 되겠지요.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생물이 오래 산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실제로 그럴까요?  네, 그런 증거는 매우 많습니다.

  1 ] 작은 동물은 일반적으로 오래 살지 못한다.
  쥐는 고양이, 개, 심지어 매나 올빼미 등에게도 잡혀 먹히지만, 말을 잡아먹을 수 있는 동물은 적습니다.  이 결과는 쥐의 평균 수명이 1년 남짓이지만 말은 10여 년 살수 있다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2 ] 비행(flying) 가능한 동물은 오래 산다.
  날아다니는 경우 당연히 덜 잡아먹히기 때문에 그렇지요.  참새 등 작은 새들은 쥐하고 크기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작지면 수명은 몇 년이나 됩니다.  박쥐도 몸 자체는 크지 않지만 종류에 따라 사람이 수명을 정확히 모를 정도로 오래 살지요.  앵무새가 수명이 긴 것은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3 ] 다른 어떤 방법으로라도 몸을 보호할 수 있으면 오래 산다.
  개미 같은 진사회성 동물로는 포유류 중 단 두 종 중 하나인, 벌거숭이 두더쥐 쥐(Heterocephalus glaber)는 몸 크기에 비해 대단히 오래 사는데(최소 10~15년 이상), 이는 아마 지하 굴 속에서 집단 생활을 통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확보했기 때문 아닌가 합니다.  아래에서 보듯이 크기가 전혀 크지 않습니다.

       ▲ source ; http://www.cas.vanderbilt.edu/bioimages/animals/mammalia/naked-mole-rat.htm

  고슴도치, 바늘두더지, 아래 사진의 호저 같은 동물들은 가시가 몸을 보호하므로 몸 크기에 비해 훨씬 오래 삽니다.  일반적으로 설치류는 오래 살지 못하는데, 호저는 20년 이상 산다고 알려져 있지요.  [ 참고로 호저의 의미 있는 유일한 포식자는 fisher입니다 ]

  포유류 중에서는 북극 고래가 거의 가장 오래 사는 동물로 추정됩니다.  원래는 인간 정도의 수명으로 추정되었으나 최근 몸 속에 1890년에 만들어진 작살이 박힌 채로 다니는 녀석이 발견되면서 150~200년 정도까지는 살 수 있다고 추정치가 바뀌었습니다.  사실 이런 대형 고래들을 잡아먹을 녀석이 몇 없을 테니 오래 산다는 것은 무리가 아닙니다.

 (source; Wikipedia)

  단단한 등껍질이 보호해 주는 거북이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대단히 오래 살며 얼마 전에 다윈이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데려온 개체가 176세로 죽었다는 뉴스가 뜬 적이 있습니다.

  4 ] 안정된 환경에서 사는 동물
  비교적 환경의 변화가 적은 바다 밑에 사는 동물들은 어떨까요?  특히 심해에 사는 동물들은 포식 압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의외로 오래 사는 수가 많습니다.  Orange rouphy는 심해에 살고 대략 70~80cm 정도까지 자라는 어종입니다.  별 것 아닌 듯하지만 이 녀석의 수명은 200년 정도로 추정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동물 중 최대로 오래 사는 종은 무엇일까요?  놀랍게도 조개류인 ocean quahog(Arctica islandica)가 차지하는데, 껍질을 뒤집어쓰고 안정된 바다 밑에서 살아서 그런지 최대 수명은 대략 400년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런 동물들이 놀랍기는 해도, 사실 사람도 예외적인 사례에 들어갑니다.  사람보다 더 힘이 센 유인원 친척들은 사람처럼 오래 살지 못합니다(힘이 세면 좀 안전하겠지요.  침팬지의 힘은 성인 남자의 적어도 3배 정도는 됩니다).  '자연 상태'(고고학적 발굴 사례)에서 사람은 드물기는 해도 60~70대로 추정되는 수명 기록이 있는 반면에, 유인원에서는 이 정도 수명을 거의 보기 어렵습니다.  이 이유는 사람이 집단 생활을 하면서 불과 무기로 무장한 상태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다른 유인원에 비해 포식 압력을 낮추는 데 성공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 점점 똑똑해진 경로를 밟은 탓도 있겠지요.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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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꼬깔 2010/01/07 10:09 # 답글

    그렇다면 익룡의 수명 역시 만만치 않았겠구나란 추론이 가능하겠군요?
  • 漁夫 2010/01/07 18:35 #

    몸도 크고 주로 날아다녔을 테니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 aeon 2010/01/07 10:21 # 답글

    인간 개개인이 노화를 지연시킬 방법은 없는 건가요.. 우울하네요.ㅠ_ㅠ
  • 漁夫 2010/01/07 18:36 #

    개개인이 노화를 지연시킬 방법은 전혀 없지만, 운동을 하면 '노년 시기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는 있지요.
  • 위장효과 2010/01/07 10:32 # 답글

    그런데 호저의 의미있는 유일한 포식자가 "어부님"이라니 어부님은 호저 고기를 좋아하셨습니까?(재빨리 튄다)
  • 漁夫 2010/01/07 18:34 #

    Almost the only siginificant predator of porcupine (see the photo below)
    When it preys on porcupines, it attacks the porcupine's face repeatedly until the porcupine is weakened from trying to defend itself. It will eat the porcupine's organs first and save the rest of the kill to eat over the next couple of days. Fishers don't always win battles with porcupines and they are sometimes badly injured or killed by the porcupine's quills. The fisher also eats fruits, berries, plants and carrion. The fisher, despite its name, rarely eats fish. [ from http://www.nhptv.org/natureworks/fisher.htm . ]

    내장을 달라! 내장을! (꺼~~~~~~~~억)
  • Allenait 2010/01/07 10:36 # 답글

    역시 인간은 장비의 힘이었군요(...)
  • 漁夫 2010/01/07 18:37 #

    장비도 장비지만, 저는 두뇌 및 언어의 위력도 크다고 봅니다. 불을 사용했던 네안데르탈인도 유인원과 수명이 별 차이가 없었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 레몬향최루탄 2010/01/07 10:49 # 답글

    링크 신고합니다~
  • 漁夫 2010/01/07 18:37 #

    감사합니다 ^^;;
  • 단멸교주 2010/01/07 17:07 # 답글

    최근 몸 속에 1890년에 만들어진 작살이 박힌 채로 다니는 녀석이 발견되면서

    --> 우와, 구한말때 때어난 녀석이 지금까지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군요...

    어쨌든 안 늙고 사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당.... 늙기 정말 싫어요~ 요즘 해가 넘어갈때마다 우울증이.....
  • 漁夫 2010/01/07 18:37 #

    젊을 때 좀 더 골골하게 지내시고 싶으시다면 불로를 선택하실 수 있다능....
  • 누렁별 2010/01/07 17:15 # 답글

    400년 묵은 조개를 먹으면 이건 "임진왜란의 맛" -_-;
  • 커티군 2010/01/07 18:00 #

    아앜ㅋㅋ
  • 漁夫 2010/01/07 18:38 #

    임진왜란에서 전사해 바닷속에 잠긴 일본인(또는 한국인)을 암냠한 조개일 수도 있습니다....
  • 누렁별 2010/01/07 20:18 #

    "왜구의 맛" 또는 "조상의 맛" (억)
  • 漁夫 2010/01/07 22:33 #

    하하하.... ^^;;
  • 실피드 2010/01/09 15:27 # 삭제 답글

    친구랑 자연 사망율과 사고 사망율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문득 떠올랐던 궁금증들이 있었는데 이런 흥미로운 이론이 있었군요. ^^ 읽으면서 많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수명이 길어짐에 따른 통계의 변화와 그걸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궁금했거든요. 친구한테도 보여줘야겠습니다. ^^
  • 漁夫 2010/01/10 14:42 #

    감사합니다. ^^;;

    노화에 대해 이렇게 생각이 바뀌면 노화에 대한 연구 방향에도 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G.C.Williams나 J. Diamond도 그 얘기를 했지요.
  • aeon 2010/01/26 13:26 # 답글

    개인차원에서 노화를 지연시킬 방법은 전혀 없다고 하셨던 게 기억납니다. 그렇다면 노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 漁夫 2010/01/28 09:00 #

    담배 열심히 피고 감염에 노출되어 맛이 가더라도, 노화는 '집단 전체 또는 개체에서 상대적인 activity의 비율'로 정의하기 때문에 가속화할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
  • Whirlwind 2010/01/31 15:11 # 삭제 답글

    이런 이론도 있지요. 비행하는 동물의 경우, 유전적으로 미토콘드리아의 수가 많아서 노화가 지연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漁夫님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 漁夫 2010/02/01 23:48 #

    미토콘드리아가 많으면 산소를 많이 소모하는, 즉 활발히 활동하는 동물이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그 중 날아다니는 동물도 포함). 그 점에서 말씀하신 '미토콘드리아 수가 노화를 지연시킨다'는 이론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저는 이 이론이 궁극인(ultimate cause)과 근접인(proximate cause)을 혼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1. 한 세포 안에 미토콘드리아가 많아서 산소를 많이 소모하면 그만큼 자유 래디컬이 많이 나와 해당 세포에 주는 손상이 커진다.
    2. 이런 환경에서도 그 생물이 오래 산다면, 그 생물은 자유 래디컬에 의한 [노화 유발] 손상을 제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이렇다면 그 생물이 왜 세포 손상을 잘 치유하고 있는가를 설명해야만 합니다. 그 이유가 '미토콘드리아가 많아서'라면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그 생물의 조상들 중 세포 손상을 잘 치유하는 넘이 선택되어 왔다'니, 결국 '그 생물은 포식압을 낮추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오래 사는 개체가 주로 선택되었다'고 설명해야 하죠.
  • vivian 2010/05/05 13:45 # 삭제 답글

    비행능력이 있는 동물은 수명이 길다는 말은.
    단순히 포식자에게 잡혀먹을 위험이 줄어들어서라기보다
    비행능력을 가진 동물은 세포나 조직등을 유지하거나 회복시키는 능력뿐만 아니라 마모의 징후를 지연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때문이라는데, 이것이 위에서 말했듯 미토콘드리아가 많아서 인가요?
  • 漁夫 2010/05/05 18:10 #

    간단히 요약하면 '사고사 위험(포식 포함) 감소 --> 오래 사는 개체들(산화손상 복구 능력 높은 개체)이 이익이 증가 --> 오래 사는 개체들이 대다수를 점유'의 테크트리죠.

    미토콘드리아가 많은 것하고는 상관이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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