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23 00:52

'漁鳥走甲; 한의학적 인체 구조론'에 대한 질문 Views by Engineer

  어(魚) 조(鳥) 주(走) 갑(甲) 과 한의학적 인체 구조론 (에로거북이님)을 트랙백.

  이 글은 의학과 한의학에 대한 개인 의견(1)에 딸린 트랙백에 대한 질문을 에로거북이님께서 윗 글로 트랙백하신 데 대한 응답입니다.  원래 이 글에 있던 posting thread에 대한 정리는 이 posting으로 옮겨 이 blog 상위에 배치했습니다. 

 


내용
 
  편의상, 몇몇 부분을 따서 질문드리는 데 양해를 구합니다.  글 전체를 다 훑어보았으며, 몇 부분에 대해서만 질문하는 것이 포스팅 전체의 취지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신경을 썼음을 밝힙니다.

  한의학이 Science 는 아닐 지 몰라도, 한식, 한복, 한국음악과 맥을 같히 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길(way) 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거든요. 한식 한복 한국음악이 효용 있듯이. 한의학도 충분한 효용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Science 의 방식'으로 정리 해 내지 못하고 있는 것 뿐이죠.
  이번 논쟁의 전체적인 주제는 "Science 란 무엇인가" 보다는 "한의학이란 무엇인가" 쪽이 아니겠습니까?

  '한의학도 효용이 있다'는 명제를 정면으로 부정한 사람은 이 토론에 참가한 분 중 얼마 많지 않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에 대한 개인 의견에서 모모님의 리플[1]처럼, "이 글의 촛점은 '기저 학문이 있는 공학/의학이 그렇지 않은 공학/의학보다 더 믿을만하다' " 인 것입니다.  오래 내려온 경험적인 지혜에 뭔가 진실이 있을 가능성은 꽤 높습니다.  현재의 한의학도 그럴 가능성은 높습니다.  단지 거기서 빠진 것이라면 엄격한 검증을 거친 신뢰성입니다.  이 차이는 대단히 큽니다.
  그리고 이번 논의를 일관하며, 제가 일관되게 제기한 질문은 '과학과 그에 기반한 의학만큼 한의학이 신뢰도가 있냐'입니다.  의학과 한의학에 대한 개인 의견 (2)에서도 전 거의 신뢰도에 관한 말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한의학이란 무엇인가'보다 '한의학의 근본 원리가 뭐건('환원주의에 대한 질문?' 참고), 한의학의 기초 이론과 세부 사항이 얼마나 신뢰도가 있냐'란 질문이 일반 의료 소비자에게는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에서 이를 설명함에 어, 조, 주, 갑 네 동물을 빌려와 설명한 것은 그 동물의 행동거지 특징을 따온 것입니다. 어류(물고기)는 복부운동으로 수영하고, 조류(새)는 목을 꼿꼿하게 치켜들고 다니며, 주류(개 말)는 꼬리(엉덩이)를 흔들고 다니고, 갑류(거북이)는 가슴을 쭉 펴고 다니죠...

  이것은 인간이 걸어가는 모습이 이렇게 네 종류로 나누어진다는 뜻입니다. ( 애초에 인간의 걸음걸이를 관찰 한 뒤 태어난 개념이니... ) 어떤 사람은 배꼽, 복부를 흔들면서 걸어가고, 어떤 사람은 목을 꼿꼿히 세우고 목을 흔들며 걸어가며 , 어떤 사람은 가슴을 쭉 펴고 어께를 흔들면서 걸어가고, 어떤 사람은 엉덩이를 흔들며 걸어갑니다. 이를 살펴보는 능력은 좀 연마, 개발 해야 됩니다만, 어떤 사람이든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몇 개월 유심히 관찰해 보면 깨닮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전번에 적은 것 처럼, 병아리 성별 감별사 같은 섬세하게 개발된 인간의 관찰 능력이라고 할까요.

  재미있는 건, 인간의 네 종류에 따라 각각 잘 걸리는 병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컨데 조류 같은 경우 기혈 교차의 중심축이 목에 있는 유형 입니다.  중심축이 위로 치우쳣죠? 심장이 않좋고 심장병에 잘 걸립니다. 우리가 새가슴 이란 말 쓰죠? 새가슴, 바로 눈이 크고 겁이 많은 새와 비슷합니다. 겁이 많으니 깜짝깜짝 잘 놀라 심장병에 잘 걸리는 것이죠. 그래서 조류 를 보면 심장을 튼튼하게 하면서 심장의 열을 끄는 약을 씁니다. 어떤 병이든, 똑 같은 고혈압 당뇨 비만 감기 소화불량 일지라도, 조류 인게 확실하다면 심장약을 조금씩 넣어야 효과가 좋습니다. 반대로 어류 의 경우 중심축이 아래로 치우쳤습니다. 그러니 신장병에 잘 걸린다 보면 됩니다.

  분류를 어떻게 했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인간의 네 종류에 따라 각각 잘 걸리는 병이 다르다'가 얼마나 타당한가겠지요.  한의학의 길을 열심히 밟고 계신 듯합니다만, 그렇다면 일반 서양 의사가 환자에게 받는 질문처럼 "그러면, 걸음걸이의 모습을 기준으로 사람을 분류했을 때 그에 따라 잘 걸리는 병이 왜 달라지지요?"라는 질문에도 대답을 하실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저도 궁금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서양 의학이 거둔 엄청난 성공과 현재의 신뢰도는 저런 질문에 일관되게 답을 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짜가 아닙니다.  검증하느라 엄청나게 돈을 써 가면서 얻은 것이죠.  이유에 대해서는 저도 명확히 잘 모르겠습니다만, 전통 한의학은 그래 왔습니까?  [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다행히 지금은 좀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
 
  감기가 들어 가래가 많고 열이 난다고 해서 진해거담제 해열제를 투여하는게 아니라, 윗쪽이 약한 조류는 구미강활탕, 아랫 쪽이 약한 어류는 쌍화탕 이런 식으로 다르게 들어가야 합니다. 바로 '기혈의 중심축이 어디냐' 를 맞춰서 약을 써야 하는 것이죠. 이걸 Science 적으로 정리하기란 어렵습니다. 일단 음양(陰陽) 부터 정의되고 어조주갑(魚鳥走甲)부터 정의되고 기혈(氣血)부터 정의되어야 한약의 효과를 제대로 통계적으로 정리할 것 아닙니까? 어류 인지 조류 인지 주류 인지 갑류 인지 나누지도 않고, "쌍화탕을 '무조건' 건강한 30대 남성 1000 명에게 투여 해서 유효율을 측정한다" 는 방식은 한의학적 이론에 충실하자면 있을 수 없는 연구 방식입니다. 

  이것도 '검증'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조류'인 분에게 구미강활탕을 투약해서, '어류'인 분에게 구미강활탕을 사용하는 경우보다 효과가 얼마나 더 좋다는 결과가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표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일단 어떤 유형의 환자가 '조류'이고 '어류'인지 통일되게 분류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각 유형에 비해 어떤 약을 쓰는 편이 더 나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사람마다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표준화가 곤란하다'고 못을 박는다면 그 다음 나갈 길이 정말 막연합니다.  Quo vadis?

  동서양을 막론하고, 식전에 간단하고 부드러운 에피타이저를 먹는 관습을 수천년간 지켜 온 이유가 바로 '인체의 소화기능' 을 준비 시키기 위해서 인 것입니다.

  맞는 말이며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 설명은 굳이 한의학 이론을 동원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습니까?

======

  마지막 말은 좀 의미심장할 수 있습니다.  이 리플에서 보듯이;

Commented by 오토싱 at 2009/12/19 19:43
저도 한의학을 '과학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한의학을 신뢰한다고 해서 한의학이 과학적이 아니라는 말에 다들 왜 그렇게 분노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한의학이 아무리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해봤자 한의학은 과학에 기반을 둔 학문이 아니지 않나요? 그렇다고 한의학이 사이비라는 뜻은 아닌게 한의학의 효과면에서는 전 대부분의 동의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부정을 하시니 오히려 당황스럽네요; 한의대학이라든지 한의사같은 제도는 그 합의에 바탕을 둔 것으로 생각했구요. 저 역시 전문가가 아니라 많은 자료를 드릴 순 없지만 EBS '명의'라는 프로그램에서 양의학과 한의학의 협진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대학병원을 다룬 적이 있었는데 혈과 통증과의 인과관계를 밝힌 논문이 소개되었던 것이 기억나네요.
Commented by 漁夫 at 2009/12/22 12:31
한의학의 효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기서 누구도 부정한 적이 없습니다. 진짜 문제는 '검증이 세부 항목까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옥과 돌을 골라내야 한다'인 것이지요. 많은 분들이 검증 절차를 현재는 채택해 가고 있다고 말씀을 해 주셔서 그 점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서양의학과 뭐가 달라지냐'라는 질문을 하는 분이 있겠지요. 저도 이 질문에 대해 한의학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는가가 한의학이 현재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21세기의 시점에서, 제 생각으로는, 한의학 이론이 서양 의학 이론(뭔지는 반복 설명을 해 왔으니 여기서는 줄이렵니다)에 비해 독자적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이렇게 되면 '서양의학과 뭐가 달라지냐'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통 서양 과학에서는, 관찰한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두 개 이상이 되기는 어렵고 이 경우 보통 잘 안 맞는 이론을 버리는 식으로 결론을 내 왔지요.  아직 이런 방법이 틀렸단 사례는 제가 본 적이 없습니다.
  한의학 쪽에는 이래저래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한' 검증을 피해 갈 수는 없습니다.  그 자체가 한의학에 어떠한 미래를 열어 주건 말이지요.

  漁夫
.


닫아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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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막 to the 장 2009/12/23 09:35 # 삭제 답글

    출근하고 나서 봅니다. 나름 갑의 위치에 있다 보니 블로그 눈팅을 해도 제 마음이지요 ㅋㅋㅋ
    의학에서 설명하는 인체의 작용이 한방에서도 있다는 것은, 그것이 한의학의 우수성을 홍보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라 그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체는 다르지 않다'는 심증이 가능한 요소일 뿐이지요. 따라서 기존의 각 지역 의학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늘어난 것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의학보다 먼저 어떤 지식을 알고 있었다고 해서 더 뛰어난 학문, 또는 비슷한 위상을 지닌 학문인 건 아닙니다. 문제는 지식을 처리하는 프로세스인 것이니까요. '어, 조, 주, 갑'으로 분류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아마 영원히 '과학적'이라는 말은 못들을 겁니다. 아직도 '약제나 침의 효과나 검증하는 것이 과학'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논쟁은 계속되겠지요.
  • 漁夫 2009/12/23 23:29 #

    의학에서 설명하는 인체의 작용이 한방에서도 있다는 것은, 그것이 한의학의 우수성을 홍보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라 그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체는 다르지 않다'는 심증이 가능한 요소일 뿐이지요. <=== 말씀처럼 같은 요소가 있다고 해서 한의학이 우수하다는 명제를 증명하는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슬슬 이 문제에 대해 다른 건수가 터지기 전에는 포스팅을 접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 qaz 2009/12/23 10:49 # 삭제 답글

    과학하는데 철학이 필요없다는 거 깨닫기 전엔, 발전 못합니다. 인과율, 삼단논법, [1+1=2]가 공통된 약속이란 것을 아는 것 이렇게 셋이면 과학이 되고 현상을 현상 그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현상을 설명하는데 철학은 아무짝에도 힘을 못쓰죠.
    여기까지 쓰면 꼭 철학 좀 봤네 과학철학 공부했네 하는 분들이 등장해서 옛 이야기 하시는데, '현재' '실제 연구분야'에서 출판되는 제대로 된 논문들에는 한마디도 철학에 대해 언급하거나 레퍼런스를 단 것을 찾을 수 없습니다. 레퍼런스 트리 올라가봐도 절대 없죠. 대가가 가끔 철학연한 말씀을 리뷰나 컨클루젼에 쓰십니다만, 다 씹고 그림만 보는 게 보통입니다.
    한의학이 의학 소리 듣고 싶으면, 현상을 설명하고 그다음 설을 갖다붙이고 그 설이 다른 현상과 이어지는지를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설명이 '기존의 제대로 된 설명'과 배치되지 않아야 하는데, 아무도 그런 건 안하고 딴소리만 합니다. 돈타령? 돈안쓰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 200명 모으고 중풍진단 한 다음 식은 삼각김밥이랑 콜라를 세끼 주고 다시 중풍진단해서 유의성이 있는지 보면, 그것도 충분히 괜찮은 과학이지요. ('세끼론 모자란다' 결론이 나와도 과학인 겁니다.) 과학이 거창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아예 생각이 다른 겁니다.
    그리고 꼭 이론체계 놓고 싶지 않으면, 생화학과 분자생물학을 한번 한의학적으로 풀어보는 것도 좋은 시도입니다. 앞뒤 맞추는 데 상당히 힘이 들겠지만 말입니다. 차라리 'AT/GC pair의 비율이 정상수치 왼쪽인 사람과 오른쪽인 사람을 구분한다' 내지는 '미토콘드리알 DNA의 heritage grouping이 가능한데 그것이 한의학적 진단 XXX론과 상당한 유의관계를 갖는다' 식의 이야기라면 좀 더 혹하기 쉬울까나요.
  • BigTrain 2009/12/23 12:12 #

    저도 철학과목은 과학철학 하나만 수강했습니다만, 과학철학 자체가 먼저 과학이 발전하고 나서 그 과학체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나온 거라 사실 수강 안해도 별 문제없다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그게 기존 철학(& 한의학)과 다른 점이겠죠. 자본주의가 나타나고 나서 경제학이 출현한 것 처럼...

    그나저나, 링크 감사드립니다. 제 글이 여기 실릴만한 정도의 글인지 모르겠네요. ^^
  • 漁夫 2009/12/23 23:35 #

    qaz님 / 한의학적 이론을 그렇게 기존 과학에 맞춘다 해도 결국 '그럴려면 한의학적 이론이 왜 필요한데'란 질문을 벗어날 수가 없다는 점이 참 안타깝다고나 할까요.
    현대 과학의 핵심이야말로 실증 정신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실증을 하려고 하면 한의학의 필요성 자체를 잠식할 수가 있다는 이 딜레마야말로 참...

    BigTrain님 / 사실 (자본주의) 경제학도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 물론 BigTrain님 글은 여기 실릴 만하지요..
  • medizen 2009/12/23 14:41 # 삭제 답글

    좋은 글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오늘 국회토론회에서 발표할 발제문을 정리하여 인쇄 보냈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올리겠습니다.

    미처 이름이 빠진 이글루의 블로거가 있으면 알려주셨으면 감사드리겠습니다.

    p.s. : 바로 위의 bigtrain님의 글에서 전부터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漁夫 2009/12/23 23:30 #

    감사합니다.

    저 위에 나온 정도면 대략 정리가 다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외부 트랙백은 일부 빠졌을 수도 있고, 트랙백이라도 이 논의의 핵심 사항에서 좀 벗어난 경우에는 올리지 않았습니다.
  • 꼬깔 2009/12/23 20:00 # 답글

    이 포스트에 다 있군요? :) 아무튼, 어부님의 박식함, 그리고 논리정연함에 감탄하고 갑니다. 크리스마스 잘 보내세요. :)
  • 漁夫 2009/12/23 23:31 #

    천만에요, 사실 과학의 process가 어떻게 돌아가나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을 것들입니다.

    Happy holidays, 꼬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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