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28 13:47

노화의 진화 이론(10) ; 'undervaluation of the future' I ㄴ노화(老化)의 진화 이론

 시리즈의 앞 글은
 * 노화의 진화 이론(1) ; 기계와 생물
 * 노화의 진화 이론(2) ; 성숙, 생식률, 사망률
 * 노화의 진화 이론(3) ; 생식률과 수명의 관계
 * 노화의 진화 이론(4) ; 거장들의 공헌
 * 노화의 진화 이론(5) ; 거장들의 공헌 - 직관적인 이해
 * 노화의 진화 이론(6) ; 잡다한 것들 
 * 노화의 진화 이론(7) ; 이론의 예측
 * 노화의 진화 이론(8) ; 이론의 예측과 실제 I - 사람
 * 노화의 진화 이론(9) ; 불로 집단의 안정성 - simulation


 
  시리즈 5편에 단 리플에서는 "...결국 '(음식으로 섭취하는) 같은 자원으로 유지/보수 또는 번식 중 어느 편에 더 사용할까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죠. 'x+y=const'란 식에서 x=유지/보수, y=번식으로 보시고 외부 상황에 따라 얼마씩 할당해야 자손(=유전자) 번식에 가장 유리한가를 정하는 상황입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문제는, 약간 범위를 넓혀 보면 '유지/보수'와 '번식'을 '어느 시점에 얼마나 자원을 할당하냐'하는 것입니다.  어느 편이든지 간에 '자원 사용 시점을 개체의 이른 시기에 중점을 두는 편이 유리하다면(적어도, 사람을 포함해 대부분의 포유류는 그렇습니다) 노화가 나타난다'로 현대적 노화 이론의 핵심을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미래의 가치를 현재의 가치보다 낮다고 보는 전략(undervaluation of the future)'입니다.
  이런 '소모 자원에 대한 시간 비중 계산'이 어떻게 자연 선택에서 나타났는지의 실례를 보시겠습니다.  유전병을 연구하는 도중에 이런 data를 많이 얻을 수 있지요.

  Huntington disease부터 보시겠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질병에 대해서는 J. Haldane이 '이 병은 증상이 성년까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예상보다 흔하다'고 말한 데서 '늙어서까지 선택을 받지 않는 유해 유전자'라는 개념과 연관시켰습니다.  하지만 이 병의 단일 유전자(4번 염색체 단완에 있습니다)가 단지 '유해 유전자'이기만 하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파괴적 유전자가 제거되지 않았는가?  해답은 역시 헌팅턴병이 마흔 살까지는 거의 위험이 없고 그 결과 나이를 먹은 후 그 병을 발현시킬 잠재적 보유자들인 아이들의 숫자를 충분히 감소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어른이 되어 헌팅턴병을 나타내는 여자일수록 평균적으로 아이를 더 많이 낳은 것으로 알려졌다.

- 'Why we get sick', G.C.Williams & R. Nesse, 최재천 역, p.147

  [ 한 예로는 다음 문헌을 볼 수 있습니다 ]

  Huntington's chorea, tor example, is a fatal inherited neurological disease that occurs with above-normal frequency in southeast Australia. Some painstaking record searching shows that at least 432 Australian victims were directly descended from one English widow named Miss Cundick, who took her 13 children by two marriages and immigrated to Australia in 1848.

- THE CRUEL LOGIC OF OUR GENES, J. Diamond

  같은 책에서는 남성염색체허약증후군(Fragile-X Syndrome)에 대한 설명도 나옵니다.

  남성염색체허약증후군 역시 잘 알려진 유전병으로, 사내아이 2000명 중 1명 꼴로 정신지체장애를 나타낸다.  이 증후군의 유전자를 이형접합자(heterogozytes)로 가지고 있는 여성이 높은 번식성공도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 'Why we get sick', G.C.Williams & R. Nesse, 최재천 역, p.151

[ 전문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을 위해 조금 더 설명을 드리면, 이 병은 X 염색체의 끝 쪽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아서 생기며, 남성의 경우 X 염색체가 1개 뿐이기 때문에 문제의 X 염색체(X')가 있으면 100% 증상이 나타납니다.  여성은 X 염색체가 2개이기 때문에, 이 중 한 개가 문제가 있더라도(X-X'; 異形 접합자) 증상이 가볍거나 정상입니다.  위 말은, X-X'인 여성이 평균적으로 자식이 많다는 얘깁니다. ]

  이 두 유전병은, (출생 후 어느 시점의) 개체의 건강을 희생하면서 번식 성공도를 높인 예입니다.  이것이 진화적 교환(trade-off)의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지금까지 여러 포스팅에서는 개체의 출생 후 생존 기간에 일어나는 일을 중심으로 진화적 교환 사례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접어 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궁 속입니다.  수정란부터 시작하는 인간의 생애 전체를 통틀어 볼 때 가장 위험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센스 있으신 분이라면 제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금방 눈치채시겠지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생리학자는 제러드 다이어먼드(Jared Diamond)는 최근 질병을 유발하는 몇몇 유전자들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빈도를 보이는 현상을 설명하는 또 다른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그는 임신 중 80%가 임신 초기의 낙태나 후기의 유산으로 실패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경우 배아가 착상되기 전이나 착상된 직후에 일어나기 때문에 알려지지도 않는다.  만일 어떤 유전자가 아주 조금이라도 유산의 기회를 줄일 수 있다면, 나중에 그 유전자가 병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선택될 수 있다.  다이어먼드는 DR3 유전자 때문에 발생하는 소아당뇨병을 예로 들었다.  만약 부모 중 한 명은 정상 형질의 동형접합자를 가지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이 유전자의 이형접합자를 가지고 있으면 태어나는 아기의 반은 이 유전자를 가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양친 1 ; N-N
  양친 2 ; N-A  (A; 당뇨병 유발 DR3 유전자)
  자식 대 ; N-N, N-A 각각 50% 확률  [ 이 부분은 漁夫 첨가 ]

  그러나 실제로는 그 수치가 66%에 이른다고 한다.  이것은 곧 태아가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때 유산율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으며, 비록 당뇨에 걸리더라도 태아를 존속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 ibid. p.152

  Both examples involve diabetes mellitus, a common condition that is often classified as either insulin-dependent or non-insulin-dependent. The insulin-dependent variety is caused by damage to the pancreatic cells that produce insulin, a hormone controlling our blood sugar levels, and it is treated by insulin injections. In contrast, non-insulin-dependent diabetes arises from the body's developing a resistance to its own insulin; treatment usually involves controlling the patient's diet. (These two types of diabetes were formerly known as juvenile-onset and adultonset diabetes, respectively, because of their tendencies to arise earlier or later in life.) Both forms are genetically influenced, though not in such a simple way as the other diseases I've mentioned.
  Only one out of five people genetically at risk actually develops insulin-dependent diabetes (the outcome may depend on infection by a virus that damages the pancreas). Nevertheless, until insulin injections became available, those who did develop diabetes were likely to die. so one would have expected that eventually the frequency of diabetes-related genes would have declined to a level low enough to be sustained by mutations. How did the disease manage to remain common?
  Surprisingly, the answer may be that the risk of diabetes is offset by a genetic protection offered to a fetus against the risk of miscarriage. Consider a parent who is heterozygous for a diabetes-related gene. That is, of the parent's two copies of the gene, one is the normal form, while the other is the form that predisposes to diabetes. You'd then expect that half the babies born to such a parent would inherit the normal gene, and half would inherit the diabetes related gene. In fact, at birth up to 72 percent of the children carry the diabetes-related gene. This suggests that the frequency of miscarriage was higher for fertilized eggs carrying the normal gene than for those carrying the diabetes-related gene. Since four out of the five fetuses with diabetesrelated genes will not develop diabetes, the improved chance of prenatal survival keeps the genes common despite the postnatal deaths of one-fifth of the carriers.
Protection against miscarriage will surely prove to be important in explaining the persistence of some genetic diseases, whether or not it proves valid for diabetes in particular.
  Recall that many or even most conceptions end in miscarriage. Any genetic advantage that helps the fetus survive death before birth is evolutionarily valuable, for its whole childbearing career lies in the future. Evolution may have given us many genes that favor fetuses and babies while causing diseases in adults past childbearing age.

- THE CRUEL LOGIC OF OUR GENES, J. Diamond

  미래 저평가 문제는 생물학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알기로는 경제학에서 흔히 나타난다고 합니다.  사람의 사고 방식도 역시 진화가 빚어 놓은 산물인 만큼, '같은 전략'을 유전자나 사람의 행동에서나 모두 볼 수 있다고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겠지요.

  漁夫

  ps. 이 드문 유전병 외에 같은 전략을 택한 훨씬 더 보편적인 생리 현상들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언급하도록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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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eon 2009/11/28 13:50 # 답글

    다이아먼드 옹이 손을 대지 않는 분얀 도대체 뭡니까;;
  • 漁夫 2009/11/28 23:27 #

    '제 3의 침팬지'에서 나온 분야는 거의 모두 그가 손을 대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 Allenait 2009/11/28 15:50 # 답글

    다이아먼드 옹이 손을 대지 않는 분얀 도대체 뭡니까;;(2)
  • 漁夫 2009/11/28 23:27 #

    '제 3의 침팬지'에서 나온 분야는 거의 모두 그가 손을 대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2)
  • 마나™ 2009/11/29 03:04 # 답글

    오늘 경제성장론 책을 보는데 다이아먼드 옹 이론이 소개되더군요(..........)
  • 漁夫 2009/11/29 12:41 #

    진화론은 경제학과 관계를 떼어놓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game theory에서 그렇고, 인간의 '경제 관념(정확히 말하면 교환 거래)'은 원래부터 인간에게 내장된 module이라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지요.
  • 알렙 2009/11/29 14:18 # 답글

    흠 근데 헌팅턴이나 fragile x가 어떤 기전으로 생식 능력을 증진시키는지에 대해서 가설적으로나마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요? 이런 이야기는 저로서는 과문해서인지 금시 초문이라서요...두 병 모두 단일 유전자에 의한 질환이라 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부위를 잘 뒤져보면 생식 능력과 관계 되는 기전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을 듯도 한데 말이죠...

  • 漁夫 2009/11/29 14:35 #

    음... 제가 볼 수 있던 대중서나 (공짜 다운로드가 가능했던) 문헌에서는, '그런 경우 해당 유전자가 어떻게 생식 능력을 증진시키느냐'에 대해서는 크게 설명을 잘 하지 않아서 저는 거기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게 진화론적인 궁극인(ultimate cause)에 대한 설명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세부 mechanism으로건 간에, 결과적으로 포괄적응도(inclusive fitness)를 증진시키기만 하면 해당 유전자가 예상보다 더 많이 퍼져나가는 결과는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여기 나온 얘기는 제가 증거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다음 사례는 아주 잘 알려졌으니 제가 알렙님께 '새로 설명한다'면 민망할 지경입니다. 하지만 연속 포스팅을 하는 겸 같이 올려 놓겠습니다.
  • 漁夫 2009/11/29 20:41 #

    G.C.Williams가 말한 Fragile X에 대한 논문은 이것입니다. 불행히도 전 abstract밖에 읽을 수가 없습니다..

    Selective advantage of fra (X) heterozygotes ; http://www.springerlink.com/content/x26748g74220474m/

    생식 능력을 증진시켜 주는 반면, 이런 가문은 사회적으로 위치가 낮았다고 합니다. 하기야 행동이 정상에서 약간 벗어나 있으니 반대가 되기는 어려웠겠지요. 이것이 요즘의 정설인지 아닌지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비전공자가 알아 봐야 어디까지... ]
  • 위장효과 2009/12/01 00:09 # 답글

    두 번의 결혼에서 13명의 자식을 둔 것을 유전자 자체의 생식능력 증진으로 보기는 어렵지요. 헌팅턴 무도병 환자에서 성적인 능력의 증가나 유산의 감소와 같은 현상이 보이는가에 대해서 연구가 진행된 것이 있는지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 漁夫 2009/12/01 18:26 #

    물론 이 한 사례만 갖고는 '입증'은 안 되지요. 위에 제가 달아 놓은 Fragile X 얘기처럼 광범위하게 통계적으로 조사를 하고 그것이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완전 입증'은 사실 어렵습니다.

    저도 신기한 것이, Hungtington이나 Fragile X나 모두 짧은 DNA sequence가 복제할 때 반복되면서 문제를 일으킨 경우인데, 이것이 어떻게 번식력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지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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