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화의 진화 이론(1) ; 기계와 생물
* 노화의 진화 이론(2) ; 성숙, 생식률, 사망률
* 노화의 진화 이론(3) ; 생식률과 수명의 관계
* 노화의 진화 이론(4) ; 거장들의 공헌
* 노화의 진화 이론(5) ; 거장들의 공헌 - 직관적인 이해
* 노화의 진화 이론(6) ; 잡다한 것들
* 노화의 진화 이론(7) ; 이론의 예측
지난 포스팅에서 G.C.Williams가 현대적 노화 이론의 결론으로 제시한 것은 다음 아홉 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기본 가정 네 가지를 완벽하게 또는 거의 만족한다고 말했으니, 이론의 결론들이 사람에게 얼마나 잘 부합하는가를 검토해 볼 차례입니다.
2. 성숙 후 사망률이 낮으면 반드시 노화 속도가 느려야 하고, 사망률이 높으면 반드시 노화 속도가 빨라야 한다.
3. 성숙 후 다산성(fecundity)이 현저히 증가하지 않는 생물에서는, 현저히 증가하는 경우보다 반드시 노화가 빨라야 한다.
4. 성차(sex difference)가 있는 경우, 사망률이 높고 다산성이 현저히 증가하지 않는 쪽의 성이 반드시 빨리 노화해야 한다.
5. 노화는 일반적으로 개체 전체의 기능이 나빠지는 것이지, 단 하나의 계(옮긴이 주; single system. e.g. 신경계, 생식계, 소화계...)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6. 어떤 종에서도 통상의 (야생) 상태에서 '생식 후기(post-reproduction period)'가 거의 또는 전혀 보이지 않을 것이다.
7. 생식 성숙 연령에 도달하면 바로 노화가 시작된다.
8. 개체에서 빨리 발달(development)이 일어나면 반드시 빠른 노화와 연결된다.
9. 수명이 늘어나는 쪽으로 선택이 일어날 경우 반드시 젊은 시기에 활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중 1~3,8,9번은 생물 일반에 적용되는 얘기라 사람이라는 특별한 종에서만 검토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따라서 4~7번이 사람에게 타당한지 검토해 보도록 하지요.
4. 성차(sex difference)가 있는 경우, 사망률이 높고 다산성이 현저히 증가하지 않는 쪽의 성이 반드시 빨리 노화해야 한다.
어느 국가의 인구 및 사망 통계를 보더라도 남자가 여자보다 평균 수명이 짧습니다. 한국이나 일본, 미국 등 OECD 국가에서는 대략 평균 수명의 차이는 7년 정도로 나타납니다. 漁夫가 진화론을 알기 전에는 신문 기사에서 'X 염색체가 짝이 없기 때문에 남성이 일찍 늙는다'거나, 두 번이나 씹은 스트레스 이론(남녀의 뇌 차이; 여자가 오래 사는 이유) 등 별 이유를 다 그럴듯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저 너머에...
질문을 바꿔 보겠습니다. 윌리엄즈의 이론에 따라, 남성이 [현재의 인간이 형성되던 석기 시대에] 특별히 여성보다 사망률이 더 높아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원시 시대를 이상향으로 보는 사람이 아직 있을까 모르겠지만 이 면에서는 현대 사회가 칭찬을 받아 마땅합니다.
"첫 남편은 엘로피족 침략자들에게 죽었어요. 두 번째 남편은 나를 탐내던 남자의 손에 죽었고 나를 탐내던 그 남자가 세 번째 남편이 되었지요. 그런데 그 남편마저도 두 번째 남편의 동생이 복수를 하겠다고 죽여 버렸어요."
- 'Guns, germs, and steel', Jared Diamond, 김진준 역, 지식사상사, p.338~39
위에서도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지만, '여자 차지하려고 남자끼리 치고받는 것'이 높은 사망률의 주범입니다. 제 '군인과 여자' 포스팅에서 이 부분 본 기억 나시겠지요.
- 붉은 여왕(The Red Queen), Matt Ridley, 김윤택 역, 김영사, p.308~09
이 정도로 치고받아서 남자 중의 어느 정도가 죽는지에 대해서는 어린양 대인의 두 가지 포스팅(1, 2)에서 실증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얘기긴 합니다만 링크 2에서 가져오면;
Keely의 설명에 따르면 전쟁으로 인한 사망률을 통계화 할 경우 미국이나 유럽 등의 '문명화된' 사회보다 '비문명화된' 사회의 경우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19세기 프랑스에서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인구 손실은 전체 인구의 2.5%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지만 야노마뫼(Yanomamo)족의 경우 20%를 거뜬히 넘어가며 히바로(Jivaro)족의 경우는 30%를 넘어간다고 합니다. 게다가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성인 남성의 경우는 수치가 더 높아지는데 야노마뫼족은 전쟁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전체 남성의 40% 가량이 사망하며 히바로족은 그 비율이 거의 6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이외에 Keely가 인용한 인류학자들의 조사 결과를 보면 비교대상으로 선정한 '문명화된' 사회와 '비문명화된' 사회의 통계에서 대부분의 '비문명화된' 사회가 '문명화된' 사회를 전쟁으로 인한 사망률에서 압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성인 남자 열 명 중 4~6명이 저승행

반면 여성은 이런 살인을 거의 저지르지 않으며 부족이 정복당해도 여자는 웬만하면 끌고 가지 전부 다 죽이는 일은 드뭅니다[여자 얻으려고 전쟁하는데, 여자를 신나게 다 죽인다면 바보짓이겠지요]. 제 모성 사망률 포스팅에서 개략적으로 추정했습니다만, 모성 사망률은 아마 20%를 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떻게 보아도 남성이 많이 죽는다는 결론에는 변화가 없지요.
두 가지 이유 ]
1. 어차피 (서로 치고받다가 여자보다) 먼저 죽을 게 뻔한데 늙지 않도록 열심히 내부 장기 수리하고 있어 봐야 뭐하냐고..
2. 남자 하나만 있어도 수십 명의 여자에게 애 갖게 할 수 있는데 많아 봐야 뭐하냐? (이것은 약간의 t** 요소 있음)
약간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아래처럼 묘사할 수 있습니다.
- 'Why we get sick', G.C.Williams & R.Nesse, 최재천 역, 사이언스북스, p.177~78
이렇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인데, 이 영향이 어떤가까지 얘기하면 포스팅이 漁夫답지 않아지기 때문에 생각대로 ***
5. 노화는 일반적으로 개체 전체의 기능이 나빠지는 것이지, 단 하나의 계(옮긴이 주; single system. e.g. 신경계, 생식계, 소화계...)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현대 OECD 국가의 사람은 대체로 암이나 순환계 질환(심혈관이나 뇌출혈 기타)으로 많이 죽습니다. 하지만 석기시대에도 그랬을까요?
이러한 리벤인의 사망 추정 연령이 어느 정도 정확하다면, 그들은 위험하고 가혹하며 짧은 삶을 살았음에 틀림없다. 성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34세밖에 되지 않았다. 일부는 오늘날 기준으로도 아주 많은 나이까지 살 수 있었지만, 그 수는 매우 적었다. 리벤 공동체에서는 15세 소년이 50세가 될 확률이 5%밖에 되지 않았으니 하물며 70세는 말할 것도 없다.
- 'Why we age', Steven Austad, 최재천, 김태원 역, 궁리 간, p.73~74
암이나 순환계 질환이 중요한 사망 원인으로 부각되는 나이가 40대 중후반부터임을 감안한다면, 석기 시대에는 도저히 중요한 사망 원인이었다고는 생각하기가 어렵군요. 여러 증거를 종합해 보면, 전염병보다 기생충 감염이나 육식 동물의 공격, 그리고 사고가 큰 원인이었던 듯합니다.
- 'Why we get sick', G.C.Williams & R.Nesse, 최재천 역, 사이언스북스, p.167
다시 요약하면, J. Diamond가 '제 3의 침팬지'에서 한 얘기처럼 '한 가지 단일한 노화 원인이 있을 리가 없다. 만약 그렇다면, 그 기능만 개선하는 진화적 변화가 생기면 바로 수명이 연장될 것이기 때문이다'가 정답입니다.
6. 어떤 종에서도 통상의 (야생) 상태에서 '생식 후기(post-reproduction period)'가 거의 또는 전혀 보이지 않을 것이다.
'폐경'을 다룬 포스팅에서 적었으니 여기서는 길게 논의하지 않겠습니다. 사람의 경우 논란이 좀 있지만, 아직 결정적인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고 압니다.
7. 생식 성숙 연령에 도달하면 바로 노화가 시작된다.
좀 놀라운 결론이기는 합니다만, 이 노화 이론에서 예측하는 것 중 하나가 생식 정점 연령과 상관없이 생식 성숙 연령에 도달하면 곧 노화가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람은? 성적으로 성숙하는 시기가 사춘기가 시작하는 10대 초반입니다.

===
이 포스팅에서는 윌리엄즈가 제시한 노화의 다면 발현 이론이 사람의 노화 현상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지를 검증해 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실제 사망률 데이터를 보기에 앞서서, 수식적으로 '젊은 시절의 활력을 올리고 늙은 시기에 활력을 떨어뜨리는' 전략이 어떻게 더 이로울 수 있는가 간단한 simulation을 돌려 보기로 하겠습니다.
漁夫
.
덧글
이렇게 되면 또 재미있는 현상이 생깁니다. 그건 생각대로... ㅋㅋㅋ
(농담입니닷!)
제 경우는 노화를 직접 느낀 게, 25세 정도군요. 군대에서 손등을 보면서 '아, 피부가 예전같이 않아'라고 생각했던 게 최초입니다.
전 피부가 기름기가 많아서 지금까지 별 문제가 없는 탓에, 피부에 주목해 본 적이 별로 없는지라..........
하지만 지속적인 1부 1처제가 남성끼리 서로 치고받는 아수라장의 정도를 줄여 줄 수 있다면 - 그래서 남성의 사망률이 낮아진다면 - 남성의 노화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Matt Ridley가 간결하게 쓴 말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약간 양을 늘려 나중에 포스팅하고자 합니다. (또 공수표...)
나머지는 이해 가능 하군요.
2번의 경우는 평균 수명이 증가하며 번식 나이가 뒤로 늘어나며 이제 25살은 노처녀 노총각이 아니게 되는 상황과 연관있지 않을까 하네요
'25살은 노처녀 노총각이 아니게 되는 상황'은 너무 단기적인 것이라 진화적 변화로 보기에는 부족합니다.
아 사회적 요인이었죠;;
정말이지 '이거 하나 뙇 잡아서 노화 해결~!' 따위의 breakthrough는 있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총체적 시스템이 생겨먹은 것 자체가 그렇게 돼 있는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