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1 00:04

노화의 진화 이론(1) ; 기계와 생물 ㄴ노화(老化)의 진화 이론

  기억하실 분은 기억하시겠지만, 이번 과밸 모임에서 얘기한 내용입니다.  다 아시다시피 노화의 진화 이론에 대한 얘기입니다.
  못 들으신 분께서 보고 참고하실 수 있도록 올려 놓겠습니다. 


 
  우선, 인간이 만든 기계가 ‘닳아 가는(소모되는)’ 현상과 생물의 노화 현상을 비교해 봅시다.
  

 [ 공통점 ] 

1. 금방 고장나는 경우 수리가 필요없다

  일회용 주사기 같은 경우, 아주 튼튼하게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반면 일반 가전 제품 같은 경우 소비자보호법으로 5년 동안은 부품을 보관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두 사례에서 보듯이, 금방 쓰고 버리거나 어차피 금방 고장나 버릴 경우, 수리를 염두에 둔다는 것은 어리석지요
  생물체에서도 이런 논리는 마찬가지입니다.  1년생 풀에서는 줄기나 잎 등이 튼튼하지 않습니다(이런 경우 씨앗에 에너지를 저장하므로, 씨앗은 크고 튼튼한 경우가 많죠).  반면 나무처럼 몇 년 이상 버티는 경우 줄기가 아주 튼튼합니다.

2. 한꺼번에 고장나게 만든다

  여러 책들에서는 자동차왕 헨리 포드 얘기를 합니다.  그는 어느 날 직원들에게 폐차장에서 부품들의 상태를 조사해 오도록 시켰습니다.  직원들은 대부분의 부품이 낡아 갔다는 얘기를 전했는데, 단 하나 킹핀(kingpin)만이 예외였습니다.  그러자 헨리는 "지금까지는 돈낭비 하고 있었군.  앞으로는 킹핀 만드는 데 드는 돈을 줄여라"고 명령했습니다.
  다른 부분이 다 낡아서 못 쓰게 되어 가는 마당에 어느 한 부분만 쌩쌩하다면 헨리의 말처럼 돈낭비일 뿐이죠.

3. 대부분이 낡을 때쯤 새거로 바꾼다

  시간이 많이 경과하면 기계는 새것으로 바꾸는 편이 좋습니다.  2번의 이유 때문에 한두 군데를 땜질하더라도 좀 있으면 다른 부분에서 고장이 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죠.  생명체도 2번 얘기가 잘 적용되는 만큼, 어느 정도 생명체가 수명이 지나 '이곳저곳 땜질할 데가 많아지는 경우'는 차라리 새로 시작하는 경우가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4. 정식 수명이 다하더라도 보통 좀 더 사용할 수 있다

  기계를 내구 연한을 5년으로 설정해 놓았더라도, 대개는 5년보다 좀 더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5년을 쓸 수 있게 보증하려면 그 때까지는 최소한 버틸 수 있게 만들어야 하며, 이 경우 시한 폭탄이라도 장치하기 전에는 5년 되자마자 갑자기 망가져 버리는 일은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생물에서 이런 예를 찾는다면, 사람이 가장 좋은 예일 것입니다.  생물의 '목적'은 번식이기 때문에, 번식을 마친 후에도 사는 예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인간 여성은 폐경(이것도 설명해야 할 현상이지요)이 지난 후에도 꽤 오래 삽니다.

  이 반면에 중요한 차이점도 있습니다.
 
   기계는 '자체 수리'가 없습니다.  사람이 만든 기계가 주변에서 기계 자신의 재료를 모아다가 상한 곳을 재생시킨다는 얘기 들어 보신 일 없으시겠지요.  하지만 생물은 주변 환경에서 자기 몸의 재료를 스스로 모은 후, 여러 이유로 손상된 자신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성인은 자기 자신을 유지하는 데 매일 일정량 이상의 음식을 먹어야만 합니다.  소위 '기초 대사량'이 바로 그것이지요.  이 에너지로는 머리가 자란다든가, 역할을 다한 피부 조직이 조금씩 떨어져 나오는 것을 보충한다든지 하는 데 씁니다.  그리고 또 하나, 생물은 '자기 자신의 복제물을 퍼뜨리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기계는 이런 목적이 없죠.  
  그러면, 자기 자신을 상당히 재생할 수 있는 생물이 왜 결국에는 노화를 겪고 최종적으로는 죽는 것일까요?  노화를 엄격하게 말하자면, 자기 재생은 되지만(노인이래도 피부에 난 작은 상처는 웬만하면 낫습니다), '이 능력이 시간에 따라 점차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노화가 단지 '시간이 지나면서 수리에 드는 비용이 점점 커지기 때문에' 일어날까요?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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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Ya펭귄 2009/11/11 00:24 # 답글

    제가 볼 때 노화가 생물에게 남아있게 된 원인은.... 노화로 인한 사망이 없었을 경우 생명체라는 것들이 나타나게 된 순간부터 수십년만에 폭망했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화 없이 번식을 하면 우주정벅조차도 쿰은 아니라는....
  • 漁夫 2009/11/11 12:39 #

    '우주정벅'이 노화의 '목표'니 기가 찰 노릇 아니겠습니까.
  • Allenait 2009/11/11 00:28 # 답글

    이렇게 보니 그때 들었던 것하고 또 다른 느낌이군요
  • 漁夫 2009/11/11 12:39 #

    약간 더 공식적이죠 :-)
  • 한우 2009/11/11 14:40 # 답글

    이런 이야기는 어디서 본것 같네요.. 어디서 봤지..

    마지막 질문.. 결국 일정한 수를 맟추기 위해서 그런거 아닐까요??
  • 漁夫 2009/11/11 22:00 #

    tbC~ :-)
  • 꼬깔 2009/11/27 12:10 # 답글

    과밸 모임에서 들었던 얘기로군요!! 이렇게 재정리해서 포스팅하는 것도 좋을 듯하네요.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 漁夫 2009/11/27 12:46 #

    시간 제한 때문에 아무래도 그 때 자세히 모두 다루기는 힘들었거든요. 포스팅 거리 땜질 겸~~ ... ^^;;
  • ddd 2010/05/14 10:46 # 삭제 답글

    분자생물학에서 반복된 과정이 노화된다는 걸 설명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윗글은 말장난 수준인데, 가장 간단하게 물 분자 주위를 무한히 돌고 있는 전자가 너무 오래 돌았다면서 돌기를 포기해서 물 분자가 붕괴되던가요? 아닌 게 뻔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놈들이 모인 건 왜 그러냐를 설명해야 되는 것이죠.
  • 漁夫 2010/05/14 19:47 #

    말씀처럼 '물 분자 수준'에서는 노화가 일어날 수 없습니다.

    단 전형적인 산화 손상을 보수하는 측면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 확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산화 손상의 누적 현상을 노화의 원인으로(물론 진화론적으로는 근접인은 될 수 있어도 궁극인은 안 되지요) 주장하는 분이 아직 많습니다. 많이 등장하는 Hayflick limit도 노화학자들은 노화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으니 세포 노화가 개체 전체의 노화와도 동등하지 않다고 봐야 하겠지요. 다른 얘기들은 이 시리즈 다른 포스팅을 참고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닥터 코난 2011/10/13 10:33 # 답글

    노화가 피부가 상처 났을 때 잘 안 낫는 것으로 정의되나요? 님은 용자인 듯
  • 漁夫 2011/10/13 12:55 #

    이 포스팅 및 관계 다른 포스팅에서 말하는 노화에 관한 내용을 그렇게 읽으셨다니, 상당히 용자신데요.........
  • Apraxia 2012/09/27 10:00 # 답글

    선리플 후감상
    8편이나 연재됐으니 슬슬 정주행해 보겠습니다 둑흔둑흔

    지금 "Survival of the Sickest"란 책을 읽고 있는데, 마지막 챕터 제목이 'That's Life : Why you and your iPod must Die'네요ㅋㅋㅋㅋ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漁夫 2012/09/27 19:05 #

    수리에 대한 원칙은 자연물이나 생물이나 똑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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