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27 23:12

근성 남자 과학인 고고학

  또 다른 근성 과학인을 셀프 트랙백. 
  어린양님께서 다신 리플;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9/08/05 18:24
저분이야 말로 진정한 근성녀군요!
Commented by 漁夫 at 2009/08/05 18:32
기회 되면 진정한 근성남을 소개하기로 하죠 ^^;;


근성남 시리즈
 
  오늘은 이스터 섬 얘기에 등장하는 분을 뽑아 보았습니다.  바로
David Steadman.
 
  이 분은 여기서 처음 알았습니다.  친애하는 우리의 먼치킨 옹께서 이 분을 어떻게 소개하고 계신지 일독을.
 
 이스터 섬에서 인간이 가장 먼저 상륙해서 정착한 지역으로 여겨지는 아나케나 해변의 패총에서 발굴된 6,433조각의 조류와 척추동물 뼛조각을 연구한 사람은 동물고고학자 데이비드 스티드먼이었다.  그 뼈들을 끈기 있게 관찰하며 분류해낸 스티드먼의 업적에 조류학자인 나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개똥지빠귀의 뼈를 보고도 비둘기의 뼈, 심지어 쥐의 뼈와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지만 스티드먼은 서로 아주 흡사한 10여 종의 바다제비들의 뼈까지 구분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 결과로, 현재 이스터 섬에는 단 한 종의 육지새도 남아 있지 않지만 과거에는 왜가리 한 종, 닭과 비슷한 두 종의 하얀눈썹뜸부기, 두 종의 앵무새, 한 종의 외양간올빼미 등 적어도 여섯 종의 육지새가 있었던 것을 증명해냈다.  또한 이스터 섬에 둥지를 튼 바닷새도 25종이 넘었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 'Collapse', by Jared Diamond, 강주헌 역, p.149

  John Flenley와 Paul Bahn의 저서에도 등장합니다.
 
  ... 실제로 스테드먼은 오세아니아에서 동물군의 붕괴는 8천 종 혹은 개체군의 소멸을 의미한다고 추정했다.... 스테드먼이 태평양 제도 전역에서 발견된 새의 뼈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발견한 것은 인간이 섬에 들어오기 전에는 역사적으로 기록된 것보다 훨씬 더 풍부한 새들이 서식했다는 사실, 그리고 인간이 태평양의 열대지역을 통틀어 뭍의 새들 절반 이상을 멸종시켰다는 사실, 즉 인간의 약탈 때문에, 서식환경이 바뀐 탓에, 인간이 섬으로 데려온 쥐들과의 경쟁에 지거나 잡아먹혀서, 혹은 인간과 함께 유입된 병에 걸려 죽어갔다는 사실이었다.
  이스터 섬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아나케나의 발굴을 통해 6천 가지가 넘는 식별가능한 뼈들이 나왔는데, 이 중에 2,583개가 작은 돌고래였다...

- 'The enigmas of Easter island', by J. Flenley & P. Bahn, 유정화 역, p.140

작은 뼈다구 몇천 개를
 하나하나 세고 분류하려면...


  이 근성 과학인의 작업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 분이 스티드먼이죠.  소스는 여기.

  사실 이스터 섬 얘기에서는 만만찮은 근성가이들이 많이 등장하죠.  전매특허!  [ t**~ ]

  漁夫

.


닫아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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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꼬깔 2009/10/27 23:21 # 답글

    사실 화석으로 발견되는 파편들의 조각을 맞추느라 발견 후 수십 년이 지나 명명되는 경우도 있어요. 정말 근성... ㅠ.ㅠ
  • 漁夫 2009/10/28 23:24 #

    인류고고학 쪽에도 거의 기적 같은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더군요. 근성은 필요조건!
  • 아빠늑대 2009/10/27 23:21 # 답글

    후훗... 여기에는 언제나 근성노예들 (이라고 쓰고 대학원생이라 읽는다, 혹은 학부생도 인정) 이 있지요 느허허헐헐허럴
  • RedPain 2009/10/28 00:05 #

    듣고 보니... 교수님께서 대학원생들에게 "두 당 하루에 20개씩만 분류해놔라~"라고 할 수도 있군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는 듯한... 응?
  • 漁夫 2009/10/28 23:25 #

    all / 대부분 지당한 얘긴데, 이 포스팅의 핵심인 '식별법'은 스티드먼 자신이 찾아냈을 가능성이 높죠. 그리고 스티드먼 박사는 교수가 아니라 어디 근무하더라... 아무튼 현재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생을 부렸을 가능성이 약간 낮지 않았을까요. 자세히는 찾아 봐야 겠지만...
  • 위장효과 2009/10/27 23:39 # 답글

    근성하면 현대 신경해부학-조직학의 기틀을 확립한 에스파니아의 의학자 산티아고 라몬 카할 교수도 한 근성하지요. 뉴런을 신경 구조의 기초단위로 확립한 공로로 1906년 골지 교수와 공동으로 노벨 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분인데, 이 양반의 인간 신경 세포 표본이 방대하다는 자체때문에도 한 이름 합니다.
    인간의 신경 세포는 사망한 즉시 퇴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신경세포 표본은 생전에 시신 기증 의사를 밝힌 분에게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사후에 유족들하고 상의해서 기증하네 뭐하네 하다가 세포는 벌써 다 망가져버리니까요. 그래서 고인께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돌아가시자마자 표본획득작업을 시작합니다-영화 로보캅 2에서 아주 적나라하게 제대로 재현했지요- 그러니 그 엄청난 표본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셨겠습니까.
    게다가 자신의 저서는 모두 프랑스어 아님 스페인어로만 발간했고 다른 언어로의 번역을 허락하지 않아서(이건 썰입니다만) 신경해부학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주 죽을 맛이죠. 우리나라 신경해부학계의 모 교수님-돌아가신지 꽤 된-도 본인이 신경세포표본만들기 위해서 카할못지않은 노력을 하셨고-특히 시신기부에 대해서 굉장히 터부시하는 우리나라에서!-, 카할의 저서를 읽기 위해서 남들 안 배울때 스페인어를 공부하셨을 정도인데다 돌아가시며 남기신 방대한 자료는 후학들중에 누가 제대로 정리를 못할 정도였습니다.
  • asianote 2009/10/28 00:07 #

    헉, 스페인에는 과학자 없는 줄 알았어요... 메이저 과학자는 모두 미국에 있으니 미국 과학자 = 세계 과학자라는 편견에 사로잡힌 1인(이라 쓰고 asianote 본인만 그런다고 우긴다.).
  • 위장효과 2009/10/28 00:38 #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과학의 본산은 유럽이었지 미국은 아니었죠^^. 2차대전때 엄청난 수의 두뇌들이 미국으로 건너갔고요. 19세기-20세기 초 의학사의 주요 업적은 거의 대부분 비인의과대학출신들이 이루어냈습니다.이그나츠 젬멜바이스,카를 로키탄스키,루드비히 피르호,테오도르 빌로트,카를 콜러,지그문트 프로이트, 클레멘스 폰 피르케, 오토 뢰비, 로베르트 바라니, 율리우스 바그너 야우레크, 카를 란트슈타이너...그야말로 20세기 초까지 의학사에서 중요한 업적을 이루어낸 인물들이죠. 아마도 독일어권에서는 비인의과대학이 가장 큰 의과대학일 겁니다.
  • asianote 2009/10/28 00:43 #

    뭐 독일이야 저도 인정하지만 스페인 따위야... 라고 생각했습니다. 본좌독일은 유명하니까요.
  • BigTrain 2009/10/28 02:43 #

    핼 헬먼의 '의사들의 전쟁'에서 골지와 라몬이카할의 이야기가 다뤄져 있는데 거기서 살짝 본 기억이 납니다. 당시 스페인이 asianote님 말씀데로 학문의 본류에서 살짝 비켜나가 있었는데, 라몬이카할 교수가 독일어나 영어로 출판을 안해서 논쟁에서 상당부분 접고 들어갔다고... ^^;
  • 漁夫 2009/10/28 23:27 #

    all / 제가 신경학 분야에서 뭘 알겠습니까만, Matt Ridley의 '본성과 양육'에서 카할이 잠시 등장한 기억이 납니다.

    물리학 분야에서도 미국은 19세기 말의 J. Gibbs(Gibbs free energy의 바로 그 사람)가 나오기 전에는 깜깜무소식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죠. 나치 덕에 엄청 득본 나라가 미국....
  • Ha-1 2009/10/27 23:44 # 답글

    ... 개복치 알은 누가 셌나요 oTL

  • 漁夫 2009/10/28 23:27 #

    아마 표본추출해서 extrapolation하지 않았을까요.
  • 늑대별 2009/10/27 23:55 # 답글

    어느 분야건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집념이란....정말 범접하기 어려운 경지들이네요..
  • asianote 2009/10/28 00:08 #

    괴수의 세계는 정말 넓습니다. 그나저나 늑대별님도 과밸모임 참석 안하시나요?
  • 漁夫 2009/10/28 23:28 #

    근성은 필요조건이죠. 열심히 안 하면 뭔가 될 가능성이 없으니까....
  • asianote 2009/10/28 00:08 # 답글

    고수의 길은 멀고도 험하지요. 그리고 언제나 고수 옆에는 그들을 받쳐주는 사람들이 있다능.
  • 漁夫 2009/10/28 23:28 #

    뉴튼마저 '나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다'고 할 정도니 진공 상태에서 나온 업적은 없죠.
  • 새벽안개 2009/10/28 00:32 # 답글

    ㅎㅎ 연구는 근성이라능...
  • 漁夫 2009/10/28 23:29 #

    근성이 받쳐줘야 아이디어도 나오는 법이죠.
  • aeon 2009/10/28 00:46 # 답글

    인문학계에도 저런 근성남이 있는데... 기회가 되면 한 번 소개할까 싶습니다. 원하시는 분이 있다면 소개합지요(...)
  • asianote 2009/10/28 00:52 #

    누굴지 궁금하군요.
  • reske 2009/10/28 08:16 #

    대표적인 근성가이들이 사전 편찬자들.......-_-;

    "1872년 미국인 윌리엄 C 마이너는 정신병 요양차 런던에 왔다가 발작 상태에서 행인을 살해했다. 자수한 그는 정신병원 평생 구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독방에 갇힌 채 21년 세월을 옥스퍼드사전 편찬을 돕는 데 바쳤다. 끊임없이 책을 읽고 어떤 단어가 몇 페이지, 몇 행에 쓰였는지 일일이 색인을 만들었다. 사전 편집진은 그가 보내주는 방대한 자료를 "정보의 수도꼭지"라고 불렀다."

    "모로하시 데쓰지를 대한화(大漢和)사전 편찬의 길로 이끈 것은 은사의 한 마디였다. 도쿄고등사범 담임이었던 대일본국어사전 저자 마쓰이 간지가 "한자사전은 제대로 된 게 없으니 만들어보지 않겠느냐"고 권하면서였다. 모로하시는 눈을 너무 혹사해 한쪽 눈까지 실명해가며 중국 강희(康熙)자전보다 방대한 사전을 펴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0/19/2009101901833.html

    우와아아아아앙!?
  • aeon 2009/10/28 10:06 #

    저것 말고도 선형문자 해독한 사람들이나 로제타석을 해석한 샹폴리옹이 진정한 근성가이인데... 나중에 소개할까 말까 고민중입니다(후다닥)
  • 漁夫 2009/10/28 23:31 #

    aeon님 / linear letter B를 해독한 Michael Ventris나 샹폴리옹 얘기를 제일 잘 볼 수 있는 책이 'Code book'인 듯하네요. 참 재미있고 암호에 대한 개략적 기본 정보를 잘 전하는 책입니다.

    reske님 / 그러고 보니 누군가가 사전 편찬자를 '사회에 악을 안 끼치는 편집광들'이란 식으로 말했던가요...
  • 피그말리온 2009/10/28 11:01 # 답글

    리얼 본 콜렉터네요....
  • 漁夫 2009/10/28 23:32 #

    '** collector' 의 ** 자리에는 무엇이 들어가더라도...
  • curlyapple 2009/10/28 11:43 # 답글

    대학원생을 들들 볶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 漁夫 2009/10/28 23:32 #

    Steadman 박사가 어디하고 joint research를 했는가가 참 궁금합니다 ^^;;
  • 아브공군 2009/10/28 15:35 # 답글

    근성이다!!!
  • 漁夫 2009/10/28 23:32 #

    필요조건!!!
  • 길 잃은 어린양 2009/10/28 16:19 # 삭제 답글

    저 정도의 노가다를 하려면 정신적으로 꽤나 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평범한 사람은 이를수 없는 경지같군요;;;;
  • 漁夫 2009/10/28 23:33 #

    최소한 Steadman 박사가 뼈 식별법을 찾아낸 정도는 맞을 텐데, 그것만 알아내려고 해도 참 힘들었겠죠. 저만 해도 참 어찌했나 궁금합니다.
  • Ha-1 2009/10/28 23:34 # 답글

    중요한 건 저런 근성가이 중 성공한 근성가이들만 알려졌다는 것이겠지요 oTL
  • 漁夫 2009/10/28 23:35 #

    하하하.... 그렇죠.

    되는 쪽으로 성공한 근성가이들이야 뭐 그렇다 치고, 말도 안되는 분야를 택한 근성가이들은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죠.
  • hasad el 2009/12/21 14:50 # 답글

    언젠가 노가다를 했씁니다. 완성직전의 아파트 단지에서 온갖 잡쓰레기를 분류별로 구분하여 주워 담는 작업인데요. 이 분류라는 것이 참 대단 합니다. 먼저 나무, 철금속, 비철금속, 플라스틱, 쓰레기 등으로 원료별로 분류를 해야 하고 그다음, 나무같은 경우 쓸수있는 각목, 쓸수 없는 각목, 목이 박힌 각목, 쓸수있는 널판지, 쓸수 없는 널판지, 큰 널판지, 작은 널판지, 긴 나무, 작은 나무, 썩은 나무, 특수한 형태의 나무 등등으로 세 분류를 해야만 합니다. 철금속이나 비철금속이나 플라스틱 각종 연장과 재료 및 쓰레기등도 각각의 세분류에 따라 분류를 해야 하지요. 이 걸 생각해 보았습니다. 적어도 1분에 3개이상의 물건을 세분류하고 각각의 모아놓는 통에 담아놓게 되더군요. 시간당 적어도 180개입니다. 12시간이면 1960개의 항목을 분류한 셈이 됩니다. 이렇게 하루종일 때양볕에서 더위나 추위에 아랑곳 않고 일하고 나면 6만원을 받습니다. 대단하지요?

    한달에 200만원만 준다면 8000개 아니라 8000만개의 뼈라도 기꺼이 분류할수 있는 사람들이 아마도 세상엔 나말고도 여럿될것 같습니다^^;
  • 漁夫 2009/12/22 12:51 #

    힘든 일 많지요...

    물론 비슷한 뼈 분류하는 것이 쓰레기 분류하는 것하고 완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학문 분야에서 대단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른 종류의 분류는 현미경 갖고 들여다보면서 하는 것도 봤거든요(결정하는 데만도 몇 분씩은 걸릴 듯). 본문 중의 '또 다른 근성 과학인' 링크에서는 약간 다른 근성을 보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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