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02 22:32

전파(propagation)와 독성(virulence) Evolutionary theory

  며칠 동안 휴가 여행을 떠났었기 때문에 포스팅 관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분간은 좀 바쁘게 지낼 것 같으니 포스팅이 상당히 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어로졸의 힘(byontae님)을 보면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특히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하는 레지오넬라균의 경우 기존 레지오넬라균 보다 치사율이 훨씬 높았다고 하는데(10%→20%) 인간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하여 그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기생충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전파 성공률과 독성
 
  아실 분은 다 아시는 얘깁니다만 병원체의 독성과 전파 성공률(전염성)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초심자가 보기에는 도대체 왜 병원체의 독성과 전염성이 관련이 있는가 의심스러울 수 있습니다만, 그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기초적으로 기생자의 '행동' 방식을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Why we get sick'에서 나타난 다음 얘기가 제일 좋은 참고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유독성의 진화는 일반적으로 잘못 이해된 과정이다.  그 동안 우리는 기생체들이 항상 유독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믿었다.  그 추론은 숙주가 오래 살수록 기생체도 더 오래 살 수 있고, 그래서 더 많은 자손을 새로운 숙주들에게 전파시킬 수 있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예상되는 진화적 단계는 유독성 기생체에서 출발하여 안정적으로 점점 양성이 되어 궁극적으로는 숙주의 생존에 도움이 되도록 변한다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합리적인 이 논증에는 몇 가지 오류가 있다.  예를 들어, 병원체가 궁극적 원하는 새로운 숙주로 자손들을 전파시키는 일을 무시하고 있다...  전통적 관점의 또 다른 오류는 진화가 세대라는 시간 단위뿐만 아니라 절대 시간상으로도 느린 과정이라고 가정한 점이다...
  기존 지식의 또 다른 실수는 방금 HIV를 논하면서 암시했듯이 숙주 안의 서로 다른 기생체들간의 선택 과정을 무시한 것이다.  만약 숙주가 세균성이질(shigellosis)로 거의 죽어간다면 간흡충(fluke)이 숙주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활동을 자제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일반적으로 다른 모든 조건들이 동일하다면 그러한 숙주 내 선택(within-host selection)은 유독성을 증가시키는 반면, 숙주간 선택(between-host selection)은 유독성을 감소시킨다.  최근 11종의 무화과 말벌과 그들의 기생체들을 비교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기생체의 전파 가능성의 증대는 기생체 유독성의 강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원주; Population Structure and the Evolution of Virulence in Nematode Parasites of Fig Wasps, Edward Allen Herre, Science, 1993, Vol.259, no.5100, p.1442~45 ]...
  ... 유독성의 진화에 대한 이론은 정해진 숙주 내에서 새로운 감염이 확립되는 속도, 서로 경쟁하는 병원체들간의 유독성의 차이 정도, 숙주 내에서 돌연변이에 의해 새로운 균주가 발생하는 속도, 이 새로운 균주가 보이는 유독성의 차이 정도 등을 고려해야만 한다... 만약 병원체의 전파가 숙주의 생존뿐만 아니라 그 이동성에도 관련된 문제라면, 숙주에 대한 손상은 병원체에게 반드시 해로울 것이다.  만약 당신이 감기로 인해 몹시 아파 침대에 누워만 있다면, 당신의 바이러스가 감염시켜야 할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이 힘들어진다... 대조적으로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말라리아원충(Plasmodium)은 숙주를 그런 대로 괜찮게 만들어도 얻는 이득이 없다.  실제로 토끼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입증되었듯이, 병으로 드러누운 숙주가 모기에 더 쉽게 물린다...

- 'Why we get sick', R. Nesse & G. Williams, 최재천 역, 사이언스북스, p.93~95.

 cf.1.  bold체는 번역 원문에서 강조한 부분임.
 cf.2. 무화과말벌에 대해서는 무화과와 기생충(byontae님)을 참고하시길.  이 놈들의 짝짓기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얘기가 있지만 그것은 나중으로 돌리겠습니다.  tbC tbC~~~ ㅎㅎㅎ

  요약하자면

  1. 다른 생물체 사이의 관계가 서로 이롭게 되려면 고립된 긴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다.
  2. 한 숙주 내에서 여러 기생체가 있는 경우, 제일 독한 넘이 우세해진다(숙주내 선택).
  3. 같은 기생체가 여러 숙주에 있는 경우를 비교하면, 제일 독성이 낮은 넘이 우세해진다(숙주간 선택).
  4. 한 숙주에서 다른 숙주로 기생체가 이동하는 전파 전략에 따라 독성이 달라진다.
  
  제가 생각하기에 4번은 좀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제가 소개한 '모기'란 책에서 언급했듯이, 일반적으로 넓은 의미의 매개자(vector라고 보통 씁니다만, 곤충 외에 물을 매개로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매개자'라고 하겠습니다)를 이용하는 전염병들은 - 전형적으로 곤충을 이용하는 발진티푸스, 말라리아, 페스트 및 물을 이용하는 콜레라, 이질 등 - 증상이 지독한 편입니다.  이런 전염병들은 '숙주를 편하게 해 봐야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 점은 진화론적 의학의 제창자 중 한 명인 Paul Ewald가 이미 지적한 점입니다. [ 추가; http://yongyeol.com/blog/32.  더 자세한 포스팅입니다. ]

  그러면 byontae님이 지적하신 에어로졸의 힘 얘기는 이 중 무엇에 해당할까요?  "특히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하는 레지오넬라균의 경우 기존 레지오넬라균 보다 치사율이 훨씬 높았다고 하는데"는, 먼 거리를 이동한 균주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염력이 더 높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 균주들이 에어로졸로 대기 중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려면, 태양에 의한 자외선 및 대기 중의 산소에도 버텨야 하는 등 생존 조건이 더 까다롭죠.  균주의 입장에서는 바깥에서도 충분히 오래 살아남아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는데, 애초에 감염된 사람이 얼마나 더 살아남을 수 있는지가 더 이상 큰 관심거리가 아니지 않겠습니까?
  이것처럼, 아주 사소해 보이는 일입니다만 레지오넬라 독성의 증가 현상은 진화론적 시각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漁夫
.
닫아 주셔요 ^^


핑백

덧글

  • asianote 2009/08/03 21:41 # 답글

    진짜 어렵네요. ㅡㅡ. 갈수록 멍청함을 인증하는 듯한 느낌.
  • 漁夫 2009/08/03 22:18 #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즉 '감염된 사람이 직접 병원체를 옮기고 다녀야 하는' 질병은, 감염된 사람을 바로 죽여 버릴 수 없습니다. 그랬다가는 병원체를 옮기기도 전에 감염된 사람과 함께 병원체도 천국행이죠. 하지만 감염된 사람이 아니라 다른 경로로 병원체가 옮아가는 질병은, 감염된 사람이 어떻게 되든지 크게 신경 안 써도 됩니다. 이런 경우에 독성이 고약하더라도 병이 퍼지는 데는 아무 하자가 없으므로 독성이 증가하게 되는 셈이죠.
  • asianote 2009/08/03 23:23 # 답글

    감염 지도에 나와있는 콜레라(이 녀석의 학명이 비브리오 콜레레였나?)가 이런 속성을 가진 것이로군요. 원래 콜레라가 살던 지역에서는 그다지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지 않았는데 런던으로 이주한 순간 수천명에게 피해를 끼쳤던 사례가 있지요.
  • asianote 2009/08/03 23:23 #

    아 Ghost map이라는 책요. 번역본인데 바이러스와 세균도 구분 못하던군요. OTL.
  • asianote 2009/08/03 23:51 #

    정확히 말하면 번역자가요. 그 책 자체는 잘 써졌는데 번역이 영 아니올시다라서. 진짜 영어 못해서 서러운 1인...ㅠㅠㅠㅠ
  • 漁夫 2009/08/04 18:59 #

    영어 알면 '제대로' 좋은 책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만, 한글로만 본다면 좀 아쉬운 수도 많습니다. 한국에 태어난 게 죄라면 죄죠. -.-

    콜레라는 본고장에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을 죽이는 무서운 전염병입니다. 18~19세기에 유럽으로 들어와서 대단히 많은 사람을 죽이기도 했지만, 현재 콜레라가 그다지 OECD 국가에서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는 먹는 물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민성 2009/08/04 17:11 # 답글

    에볼라 바이러스같이 숙주를 금방 죽이는 바이러스(독성이 아주 강하다고 할 수 있는)가 전세계적으로 퍼지지 않은걸 보면 숙주를 잘 살려야 한다는걸 알 수 있죠.^^

  • 漁夫 2009/08/04 19:01 #

    네. 에볼라는 환자의 배설물/피 등으로 주로 전염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현대처럼 이런 경로에 대해 대비가 잘 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유행이 크게 번지기는 어렵죠. 에볼라가 공기 전염의 가능성도 보여 주었다고는 합니다만 아직 실제 전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내부 포스팅 검색(by Google)

Loading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826

통계 위젯 (화이트)

55167
1104
1086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