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에 대한 편견들; 편견타파 릴레이(byontae님)을 트랙백.
이미 하고 있던 내용이긴 합니다만
제가 쓰고 있던 진화심리학 FAQ 개별 글 시리즈는 한 소주제에 대해 너무 길고 자세하기 때문에, 기존 글을 포함하여 약 한 문단씩 정도로 요약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0. 진화심리학의 전제가 무엇인가요?
진화론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분이면 누구든지 생물의 기관이 생존과 번식에 기여하기 위해 진화되었다는 데 동의하실 것입니다. 현대 진화론에서, 동물들의 경우 그 행동도 마찬가지 이유에 따라 진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특정 행동에는 대체로 심리적 기반이 있습니다. 즉, 사람의 이 심리적 기반도 진화적 선택에 의해 현재처럼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진화심리학입니다.
1. 우리의 행동도 모두 진화가(즉 유전자가) 조종하고 있단 말입니까?
유전자가 개체를 통제하는 방식은 '지침 입력'으로, 컴퓨터의 ROM과 비슷합니다. 태어나기 전 입력한 뒤에는, 뇌 등의 기관에 그 일을 맡겨 놓습니다. 태어난 후에는 유전자가 더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죠. 유전자의 명령이 "(아이를 낳기 위해) 성행위를 해라"라 해도 우리가 꼭 그 명령을 들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 않는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습니다.* 단 이 경우,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의 자손이 줄어들 것입니다만...
진화가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 놓은 것은 '과거에 성공적이어서 자손을 많이 남긴 행동 방식'입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그것을 꼭 따라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옛날에는 살인을 하는 남성이 더 성공적으로 살았지만(지금도 남성은 갈등의 해법으로서 여성보다 살인을 현저히 더 많이 선택합니다), 현재는 (최소한 OECD 국가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남성은 살인을 하는 성향을 타고났다'고 진화심리학자가 말한다고, 그것을 '그러면 남성이 살인하는 것은 유전자가 시킨 것이니 어쩔 수 없다'라 말했다고 받아들인다면 난처합니다. ゴル―ムですよ.
* 실제는 대부분의 경우 부모님들께서 "장가가 임마! 왜 애 안 낳아!"란 식으로 압력을 가합니다. 어째서 잔소리 하는 부모님들이 됐는지 족히 이해할수 있습니다. 하하.
2. 인간의 행동이 그렇게 다양한데 진화가 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요? 있을 법하지 않습니다.
어떤 '행동'을 할 때 대부분은 조건적입니다. 가령 '소변이 마려우면 배설해라'와 같이, 전형적인 행동 방식은 'if... then... '의 조건부라는 얘기죠. 하지만, 소변이 마렵다고 바로 그 순간에 아무 데나 배설하지는 않습니다. 그 때 너무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이 더 우선인 상황이라면 그 편 행동을 먼저 할 수도 있습니다. 먹는 행동을 먼저 했다고, '소변이 마려우면 배설해라'가 잘못된 명제는 아니죠. 이것이 너무 간단한 사례라면 강간의 경우를 들겠습니다. ㄱㄱ에 대한 포스팅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전쟁 ㄱㄱ은 ㄱㄱ 비율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는 전쟁이란 상황이 여성에 대한 보호 정도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남성이 (전쟁을 하는 상대측 여성에 대해) ㄱㄱ을 번식 전략으로 이용하더라도 보복받을 가능성이 낮아지므로 ㄱㄱ의 빈도가 증가하는 것입니다. 모두 '조건부 실행 전략'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좀 일반화한다면, 행동의 전제 조건이 생기고 나서 시간 지연이 있을 수도 있고(소변보다 먹는 것을 먼저 택한 경우), 전제 조건의 변화가 모든 경우에 바로 행동으로 나타나지도 않습니다(전쟁 때 ㄱㄱ 빈도가 올라가기는 합니다만 모든 남자가 다 ㄱㄱ을 실행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행동의 원인과 결과가 겉보기 관찰만으로는 관계가 없어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때문에 '있을 법하지 않다'라고 말한다면 '진화론에 대해 그럴 법하지 않다'는 주장이나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Richard Dawkins의 말처럼 '개인적인 무지에 따른 불신'의 함정에 빠지면 곤란합니다.
3. 진화심리학의 실험들은 상황이 너무 단순합니다. 이것으로 '인간 본성'이라 일반화할 수가 있나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행동의 조건부 성질' 때문에, 진화심리학 실험은 결과를 명확히 판단하기 위해 조건을 통제합니다. 사실 진화심리학 외에 일반적인 심리학 실험도 마찬가집니다. 엉덩이 대 허리 비율(WHR)에 대한 실험 사례에서 관찰하면 어떤 식으로 실험을 진행하는지 분명합니다. 다른 분야의 실험도 대개 그렇듯이, 조건을 통제하지 않으면 애초부터 올바른 결론을 얻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런 실험실 실험 한두 개만으로는 누구나 일반화의 오류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만, 진화심리학의 실험 방법은 이 외에도 다양합니다.
1) 기존 문헌을 조사하는 경우 ; 인류는 다양한 기록을 남겨 왔기 때문에 이를 조사하면 인간이 해 온
행동 패턴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얻은 가장 재미있는 결과 중 하나가 로라 베치그
(Laura Betzig)의 연구인데, 그녀가 재해석한 옛날 이야기 - 특히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and
Isolde) 얘기는 ㅋㅋ 그 자체죠.
2) 수렵/채집 사회 연구 ; 인간의 현재 본성은 석기 시대 수렵/채집 사회에서 형성되었다고 간주합니다.
열대나 극지방 등 농업이 부적절한 지역에 아직 많이 거주하는 수렵/채집민의 사회를 검토하면 진화
심리학의 결론을 검증할 만한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3) 전세계의 여러 다양한 사회를 조사 ; 서유럽 기반의 사회 뿐 아니라, 동양권 및 아프리카 등의 사회
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얻는다면 인류 공통의 본성에 접근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얻은 결론으로는, 진화심리학은 인간 본성을 파헤치는 데 세운 공적이 대단히 혁혁합니다. 관심을 끄는 연구는 10여 회 이상 방법을 바꿔 가면서 다른 연구자들이 수행하기도 합니다. 이 와중에, 상당히 잘 알려진 설명의 경우엔 잘못된 가설이 살아남을 확률은 2000년대로 들어와서는 매우 낮아졌습니다.
===
일단 이 정도로 하고, 생각 날 때에 다음 포스팅으로 추가하겠습니다. 집 PC 문제 땜에 집에서는 포스팅이 될지 모르겠네요.
漁夫
.
닫아 주셔요 ^^
ps. 이 릴레이는 길 잃은 어린양 님과 오돌또기 님께 돌려드리겠습니다.
ps. 2. 바빴던 데다 집 PC O/S가 뻑가는 문제가 있어서 그간 글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하고 있던 내용이긴 합니다만
제가 쓰고 있던 진화심리학 FAQ 개별 글 시리즈는 한 소주제에 대해 너무 길고 자세하기 때문에, 기존 글을 포함하여 약 한 문단씩 정도로 요약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0. 진화심리학의 전제가 무엇인가요?
진화론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분이면 누구든지 생물의 기관이 생존과 번식에 기여하기 위해 진화되었다는 데 동의하실 것입니다. 현대 진화론에서, 동물들의 경우 그 행동도 마찬가지 이유에 따라 진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특정 행동에는 대체로 심리적 기반이 있습니다. 즉, 사람의 이 심리적 기반도 진화적 선택에 의해 현재처럼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진화심리학입니다.
1. 우리의 행동도 모두 진화가(즉 유전자가) 조종하고 있단 말입니까?
유전자가 개체를 통제하는 방식은 '지침 입력'으로, 컴퓨터의 ROM과 비슷합니다. 태어나기 전 입력한 뒤에는, 뇌 등의 기관에 그 일을 맡겨 놓습니다. 태어난 후에는 유전자가 더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죠. 유전자의 명령이 "(아이를 낳기 위해) 성행위를 해라"라 해도 우리가 꼭 그 명령을 들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 않는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습니다.* 단 이 경우,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의 자손이 줄어들 것입니다만...
진화가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 놓은 것은 '과거에 성공적이어서 자손을 많이 남긴 행동 방식'입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그것을 꼭 따라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옛날에는 살인을 하는 남성이 더 성공적으로 살았지만(지금도 남성은 갈등의 해법으로서 여성보다 살인을 현저히 더 많이 선택합니다), 현재는 (최소한 OECD 국가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남성은 살인을 하는 성향을 타고났다'고 진화심리학자가 말한다고, 그것을 '그러면 남성이 살인하는 것은 유전자가 시킨 것이니 어쩔 수 없다'라 말했다고 받아들인다면 난처합니다. ゴル―ムですよ.
* 실제는 대부분의 경우 부모님들께서 "장가가 임마! 왜 애 안 낳아!"란 식으로 압력을 가합니다. 어째서 잔소리 하는 부모님들이 됐는지 족히 이해할수 있습니다. 하하.
2. 인간의 행동이 그렇게 다양한데 진화가 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요? 있을 법하지 않습니다.
어떤 '행동'을 할 때 대부분은 조건적입니다. 가령 '소변이 마려우면 배설해라'와 같이, 전형적인 행동 방식은 'if... then... '의 조건부라는 얘기죠. 하지만, 소변이 마렵다고 바로 그 순간에 아무 데나 배설하지는 않습니다. 그 때 너무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이 더 우선인 상황이라면 그 편 행동을 먼저 할 수도 있습니다. 먹는 행동을 먼저 했다고, '소변이 마려우면 배설해라'가 잘못된 명제는 아니죠. 이것이 너무 간단한 사례라면 강간의 경우를 들겠습니다. ㄱㄱ에 대한 포스팅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전쟁 ㄱㄱ은 ㄱㄱ 비율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는 전쟁이란 상황이 여성에 대한 보호 정도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남성이 (전쟁을 하는 상대측 여성에 대해) ㄱㄱ을 번식 전략으로 이용하더라도 보복받을 가능성이 낮아지므로 ㄱㄱ의 빈도가 증가하는 것입니다. 모두 '조건부 실행 전략'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좀 일반화한다면, 행동의 전제 조건이 생기고 나서 시간 지연이 있을 수도 있고(소변보다 먹는 것을 먼저 택한 경우), 전제 조건의 변화가 모든 경우에 바로 행동으로 나타나지도 않습니다(전쟁 때 ㄱㄱ 빈도가 올라가기는 합니다만 모든 남자가 다 ㄱㄱ을 실행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행동의 원인과 결과가 겉보기 관찰만으로는 관계가 없어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때문에 '있을 법하지 않다'라고 말한다면 '진화론에 대해 그럴 법하지 않다'는 주장이나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Richard Dawkins의 말처럼 '개인적인 무지에 따른 불신'의 함정에 빠지면 곤란합니다.
3. 진화심리학의 실험들은 상황이 너무 단순합니다. 이것으로 '인간 본성'이라 일반화할 수가 있나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행동의 조건부 성질' 때문에, 진화심리학 실험은 결과를 명확히 판단하기 위해 조건을 통제합니다. 사실 진화심리학 외에 일반적인 심리학 실험도 마찬가집니다. 엉덩이 대 허리 비율(WHR)에 대한 실험 사례에서 관찰하면 어떤 식으로 실험을 진행하는지 분명합니다. 다른 분야의 실험도 대개 그렇듯이, 조건을 통제하지 않으면 애초부터 올바른 결론을 얻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런 실험실 실험 한두 개만으로는 누구나 일반화의 오류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만, 진화심리학의 실험 방법은 이 외에도 다양합니다.
1) 기존 문헌을 조사하는 경우 ; 인류는 다양한 기록을 남겨 왔기 때문에 이를 조사하면 인간이 해 온
행동 패턴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얻은 가장 재미있는 결과 중 하나가 로라 베치그
(Laura Betzig)의 연구인데, 그녀가 재해석한 옛날 이야기 - 특히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and
Isolde) 얘기는 ㅋㅋ 그 자체죠.
2) 수렵/채집 사회 연구 ; 인간의 현재 본성은 석기 시대 수렵/채집 사회에서 형성되었다고 간주합니다.
열대나 극지방 등 농업이 부적절한 지역에 아직 많이 거주하는 수렵/채집민의 사회를 검토하면 진화
심리학의 결론을 검증할 만한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3) 전세계의 여러 다양한 사회를 조사 ; 서유럽 기반의 사회 뿐 아니라, 동양권 및 아프리카 등의 사회
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얻는다면 인류 공통의 본성에 접근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얻은 결론으로는, 진화심리학은 인간 본성을 파헤치는 데 세운 공적이 대단히 혁혁합니다. 관심을 끄는 연구는 10여 회 이상 방법을 바꿔 가면서 다른 연구자들이 수행하기도 합니다. 이 와중에, 상당히 잘 알려진 설명의 경우엔 잘못된 가설이 살아남을 확률은 2000년대로 들어와서는 매우 낮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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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정도로 하고, 생각 날 때에 다음 포스팅으로 추가하겠습니다. 집 PC 문제 땜에 집에서는 포스팅이 될지 모르겠네요.
漁夫
.
닫아 주셔요 ^^
ps. 이 릴레이는 길 잃은 어린양 님과 오돌또기 님께 돌려드리겠습니다.
ps. 2. 바빴던 데다 집 PC O/S가 뻑가는 문제가 있어서 그간 글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습니다.
덧글
(뭐 듣고 싶은 이야기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반영은 제 맘이니까ㅋ)
경영 쪽에서 좀 상식을 깨는 얘기 어떻습니까.
저도 진화 심리학에 대해 불쾌해 하거나 거부하는 사람들 많이 접해봤습니다만, 잘 보면 많은수가 인간이 뭔가 특별한 존재이고 싶어서 혹은 자신은 특별한 존재이고 싶어서 그러는거 같습니다. (한마디로 유아적 세계관) 그런 세계관에서 빠져나와야지 합리적인 사고를 할수 있고 효율적인 판단을 할수 있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