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8 21:03

진화심리학 ; FAQ(2) - 실제 연구의 방식 Evolutionary theory

  진화심리학 ; FAQ (1)을 자체 트랙백.

  앞 글에 대해 반론이 들어왔으니 그에 대한 변론 성격으로 적을까 합니다.  FAQ라기에는 약간 방향이 엇나간 감은 있습니다만 - 요점만 요약하는 편이 적당한 FAQ에 너무 시시콜콜하게 세부 사항 적기는 개인적으로는 좀... - 좋건 싫건 이런 방향으로 한 개는 적어야 했을 것이고 동기도 생겼으니까요.
  이 포스팅에서는 진화심리학의 전형적인 문제 취급 방법 및, 구체적인 사례 하나에 대해 어떻게 증거를 모으고 추론하는지에 대한 실례를 다루겠습니다.

  모모님이 적은 리플에 대해(강조는 漁夫가 추가)

3. '될 수 있지'만 '안될 수도 있'지요. 그리고 다른 근거들이 '허리둘레-엉덩이둘레 비율에 따른 선호'가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EEA(과거)에서 선택된 어떤 형질이 있다면 그리고 그게 정말 형질(trait)이라면, 그건 현재까지 계속 한결같은 영향을 H.sapiens라는 종 전체에 걸쳐 일관되게 보여야--종이나 무리 전체에 해당하는 일관적인 특성이야말로 진화론에서 'trait'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지요-- 합니다. 하지만 심지어 '같은 혈열을 가진 인간 집단'에서도 세대에 따라 여성의 허리-엉덩이 둘레 선호 비율은 달라집니다. 삼국시대 - 고려 - 조선시대 - 현대의 복식과 '미녀도' 들, 기녀들의 그림들, 사진들을 비교하면 그 체형 차이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금방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 '겨우' 몇백년 단위로 변하는(게다가 일관적인 방향으로 변하지도 않는) 인간 남성의 허리둘레-엉덩이둘레 비율 선호를 자연선택으로 결정된 H.sapiens의 trait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진화심리학적 추측(가설 설정)'이 있으면, 그걸 뒷받침해줄' 다른 근거'들이 필요한데, 현재 어부님이 써 놓으신 주장들은 '그 다른 근거'들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허리둘레-엉덩이둘레 문제처럼 다른 근거에 의해 반박되는 경우도 있구요. 이러니, 진화심리학의 주장들을(진화심리학 자체가 아니라) '가설' 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에 비해 진화론은 다른 분야의 연구에서도(ex. 지질학)그 근거가 발견되고, 진화론 연구 자체뿐 아니라 다른 연구에서도 증거들이 진화론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오랜 시간 연구되면서 진화론 자체가 논파되거나 더 나은 이론이 제시된 적이 없었기에, 충분히 '이론'이라고(아니, 어떻게 보면 '과학적 사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Commented by 모모 at 2009/06/24 16:05
그리고, '심리'는 개인차가 상대적으로 큰 분야지요. WHR의 경우도 그렇지만, 로리콘도 있을 수 있고 갸냘픈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 풍만한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 몸매 안 보고 얼굴만 보는 사람 등등 다양합니다. 여러모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걸 과연 'H.sapiens라는 종의 공통적인 특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심이 듭니다. 기린의 긴 목이라든지, 사람의 퇴화한 꼬리뼈라든지, Archaea들의 고온에 저항할 수 있는 특이한 세포막 구조 같은 것들은 겉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기도 하지만 일단 그 종에 속한 모든 개체에서 그 특성이 관찰되고, 그 특성을 통해 분류를 합니다. (꼬리가 있으면 인간이라는 종에서 제외됩니다. 분류학도 특정 '특성'들을 가지고 계-문-강-목-과-속-종으로 내려가면서 분류하죠. 척추가 있는가? Yes or No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심리는 그렇지가 못합니다. 특정 범위의 WHR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개체를 인간이 아니라고 분류할 수 없잖습니까. '그 심리특성이 H.sapiens라는 종의 공통되고 일관적인 특성이다'를보여야 하는데, 심리는 그 조건을 만족하기 힘든 측면이 많습니다. 설사 만족한다고 해도 보이기도 힘들구요.


어차피 적어야 할 내용이니만큼
 
  사실 이 분의 문제 제기는 진화심리학이 직면해 온 반론 중 가장 대표적인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될 수 있지'만 '안될 수도 있'지요. 그리고 다른 근거들이 '허리둘레-엉덩이둘레 비율에 따른 선호'가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지 않습니까?"란 언급부터 다루겠습니다.  조금 돌아가는 느낌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진화심리학 관계 설명을 할 때 어떠한 순서를 밟는지를 적고 그에 맞추어 WHR에 대한 논지를 진행하겠습니다.  

  David Buss는 이 진화심리학 분야에서 선도적인 학자로 손꼽힙니다.  그의 진화심리학 교과서('Evolutionary Psychology', 국내에는 '마음의 기원; 인류 기원의 이정표 진화심리학'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는 본격적으로 이 분야를 어느 정도 심도 있게 공부할 경우 매우 좋은 안내서입니다[번역 수준은 몇 가지 면에서 안습이긴 합니다만].  번역서의 71~72p에 있는 진화심리학 설명의 위계 수준에 맞추어 WHR(waist-hip ratio) '가설'의 설명 수준을 표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0. 일반 진화론 ;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 (W.D.Hamilton의 포괄적 적응도 이론)
1. 중간 수준 진화이론 ; R. Trivers의 양육 투자 이론과 성선택설
2. 특정한 진화 가설 ; 수컷이 때때로 자손을 위한 자원 제공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 암컷은 수컷의 자원제공 능력에 기초하여 짝을 선택하며, 수컷은 (자신의 자원 투자를 살리기 위해) 암컷에게 성공적인 양육을 위한 더 엄격한 조건(e.g. 건강, 양육에 대한 성실성 등)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3. 가설로부터 나온 특정한 예측 ; 인간의 경우 여성의 번식 가능 시기는 대체로 10대 후반~40대 말기로 제한되어 있으므로, 남성들은 여성의 젊음과 건강을 나타내는 신호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4. 구체적 사례에 대한 적용 ; 여성의 연령 또는 건강은 다음 사항을 관찰하여 짐작할 수 있다.
  1) WHR
  2
) 얼굴; 대칭성, 피부 상태, 피부병이나 흉터
  3) 체중

  여기서 WHR은 해당 남성이 살고 있는 사회에서 여성의 건강을 짐작하게 해 주는 여러 지표 중 하나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남성들이 WHR에 주목하는 이유는 WHR 값에서 여성의 건강 상태를 추론하여 궁극적으로는 생식 능력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지, '무엇이건 간에 WHR만 특정 수치로 맞으면 최고'가 아닙니다.  여성의 건강 상태를 알 방법에는 얼굴이나 체중, 여성의 과거 병력(이용 가능하다면) 정보 등 다른 수단도 있기 때문이죠. 

  싱(Devendra Singh)은 WHR이 실제로 여성들의 매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싱에 의해 수행된 12개의 연구에서 남성들은 WHR과 지방의 전체 양이 서로 다른 여성들 간의 매력을 평가했다.  그 결과로 평균적인 여성이 날씬하거나 살찐 여성보다 더 매력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지방의 전체 양에 관계없이 남성들은 보다 낮은 WHR을 가진 여성들을 더 매력적으로 보았다.  0.7의 WHR을 가진 여성들은 0.8의 WHR을 가진 여성들보다 더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되었으며, 0.8을 가진 여성들은 0.9의 WHR을 가진 여성들보다 더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컴퓨터로 만들어진 사진 이미지를 가지고 시행한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보고되었다.  마지막으로 싱은 지난 30년간의 미국 미인대회 수상자들과 플레이보이 잡지를 분석했는데, 여기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비록 잡지 사진과 미인대회 입상자들은 그 기간 동안 약간 날씬해 졌지만, 그들의 WHR은 대략 0.7로 같았다.
  낮은 WHR이 다양한 인종 집단 모두에서 선호된다는 증거가 있는가?  일련의 연구들에서 싱과 루이스(Singh & Luis, 1995)는 젊은 인도네시아인 그리고 흑인 남성 집단에게 WHR과 신체 크기가 다른 여성들의 신체선 그림을 제시하고 매력의 정도를 판단하게 했다.  결과는 기존의 연구와 거의 일치했다.  남성들은 정상 체중이고 낮은 WHR을 갖고 있는 여성들을 가장 매력적으로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WHR에 대한 선호는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독일, 인도, 귀니아-브리산(아마 여기 같습니다만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이 번역서는 오타가 꽤 많아서요), 그리고 아조르 섬에서도 역시 발견되었다(Connoly, Mealey, & Slaughter, 2000; Fumham, Tan, & McManus, 1997; Singh, 2000).  

- ibid. p.219

  데벤드라 싱의 원 논문(1993)을 보면 WHR과 여성의 건강이 어떤 관계를 갖는가가 꽤 길게 언급됐습니다.  그냥 아무 뒷받침도 없이 WHR에 대해서만 논하지는 않았었죠.  설문 방법에 대해서도 약간 자세히 말하자면, 싱은 '매력'만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질문한 항목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 Good health
  • youthful looking
  • attractive
  • sexy
  • desire for children
  • capability for having children
  실험 결과는 비슷한 체중 내에서는 낮은 WHR 쪽이 위와 같은 항목에 대해 일관되게 점수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나 언급을 하자면, 체중이 높게 그린 그림의 WHR 0.7보다 체중이 평균적인 그림의 WHR 1.0이 더 매력적으로 평가됐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남성들이 궁극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여성의 건강이지, WHR같은 특정 지표가 아님을 알려 줍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연구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페루에서의 연구(Yu & Sheperd, 1998)와 탄자니아의 하드자 족 연구(Marlow & Westman, 2001)가 그것이다.  사실, 하드자 남성들은 평균보다 약간 더 몸무게가 나가는 높은 WHR을 가진 여성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드자 연구의 저자들은 WHR에 대한 선호가 생태학적으로 조건부적이므로 환경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고 제안했다.  말로우(Marlow)와 외츠만(Westman)에 따르면 에너지 수준이 높은 여성이 필요한 약탈자 사회에서는 더 높은 WHR을 가진 살찐 여성이 더 매력적으로 평가될 것이며, 필요한 음식이 풍부해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에너지 수준이 더 적은 사회에서는 낮은 WHR을 가진 날씬한 여성이 선호될 것이다.  이 가설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을 위해서는 보다 확장된 범문화적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 ibid. p.219~20

   위에 언급된 페루 연구에 대해 후속 연구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드자 족에 대한 후속 연구는 있습니다.  사실 위에 언급한 2001년 연구는 싱이 미국인들에게 제시한 그림을 약간 수정하여 사용했기 때문에, 날씬해 보이는(즉 '낮은 체중' 그룹과, 평균 체중에서 low WHR) 그림을 하드자 족 남성들이 선택하지 않으면서 한 말이 '아파 보여서 싫습니다'였다고 합니다 ^^;;
  F. Marlow, C. Apicella, D. Reed가 2005년에 발표한 후속 연구 결과는, 2001년에 사용한 그림 대신 실제의 WHR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옆에서 여자의 몸을 묘사한 그림을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수정하자 하드자 족 남성들은 미국 남성보다 오히려 더 낮은 WHR을 선호했다고 합니다.  제가 이 책의 3판을 보지 못했습니다만(번역 없다고 압니다) 아마 여기에는 후속 연구 결과도 나왔겠지요.

  WHR에 대한 결과를 요약하고 조금 덧붙이자면

 1. 남성들은 여성의 건강 상태를(궁극적으로는 아이 낳아 기르는 능력) 알아내는 지표들 중 하나로 WHR을 사용한다.  낮은 WHR의 뚱뚱한 여자보다, 높은 WHR의 평균적인 여자들을 선호하는 현상이 이를 알려 준다.
 2. 1993년에 데벤드라 싱이 본격적으로 WHR의 중요성을 알린 후, 싱 자신의 12개의 연구 및 다른 사람들의 적어도 11개의 연구 결과는 (체중 등의 다른 변수를 유사하게 유지하면) 남성에서 관찰하기 힘든 낮은 WHR을 남성들이 선호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이 정도 되겠습니다.

  제가 수백만 년 동안 살아서 지켜보지 않았기 때문에 '남성의 low WHR 선호'가 진화의 산물인지 아닌지 100%는 모르겠습니다만, 진화 심리학의 기본 논리 및 예측과 - 본질적으로 진화론 각론의 기본 논리와 동일합니다 - 조사 결과는 완전히 일치합니다.  (최소한, 모순되는 결과보다는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결과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최소한, 어느 진화심리학자도 '특정 범위의 WHR을 선호하지 않으므로 그 사람은 인간이 아니다'란 주장을 하지는 않습니다.  '통계적으로 어느 범위의(보통 낮은) WHR를 선호하는 경향은 확연하며, 이 사실은 진화론적 및 진화심리학적 예측과 일치한다'고 말하긴 합니다만.
  그리고 상당히 넓은 범위의 사회에 대해서도 이 가설은 시험을 꽤 많이 통과했으며, 漁夫가 아는 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1993년부터 적어도 2005년까지는 부정되었다는 문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종류의 정보가 비교적 빨리 올라오는 영문 Wikipedia에도 부정적 얘기는 (대충 훑어본 한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구든지 최근 정보를 접하실 수 있는 분께서는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신 동향이 이렇지 않다면 기꺼이 글을 수정할 의향이 있습니다.

  이 특정 사례, 즉 '남성의 WHR 선호 분포'에 대한 해석이 실제 진화심리학자들이 어떤 식으로 추론을 하는가에 대한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漁夫

  ps. 1. 이것 말고 일반적인 조사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WHR은 사실 사진이나 그림을 놓고 설문 조사를 하는 방법으로 거의 모든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드문 경우입니다만, 더 간접적인 방법까지 동원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시간 되면 올리죠.
  ps. 2. 또 하나 제가 답해야 할 것이라면, 특정 선택 압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동물의 어떤 행동이 한 가지로 수렴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지입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수렴하지 않을 수 있다'인데, 사실 진화론 쪽에서 충분히 답이 나와 있기 때문에 굳이 진화심리학적 문제 해결에서 다시 언급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시간이 남았을 때에는 일반론에 대해 다루고, 진화심리학적 문제들에서 왜 행동이 단일하게 수렴하는 경우가 드문가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일부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닫아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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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Frey 2009/06/28 22:08 # 답글

    진화심리학쪽으로는 별로 공부한 적이 없었는데 덕분에 좋은 책을 알게 되었네요. 언제 한 번 사봐야겠습니다.

    글을 읽다 보니, 두 분의 논쟁이 '진화심리학이 과학적이라는 근거'보다는 지엽적인 쪽으로 빠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 漁夫 2009/06/29 12:29 #

    잠깐 '지엽'으로 '일탈'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 블로그 로고가 '청소년 범죄(일탈)' 잖아요! ^^;;

    단 '원래 줄기를 보여준다'는 FAQ의 근본 취지에서는 좀 벗어났습니다만, 그거야 실제 연구가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안다는 목적을 꿰어 맞추자면야 '모든 것이 다 OK'?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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