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진화심리학(아이추판다님)을 트랙백.
무엇을 위한 패션인가
muse님 말씀과 같이, Matt Ridley의 저서들은 포스팅에 매우 유용한 국물을 제공하는 '무한대의 사골'입니다. [ 책 ] 붉은 여왕(The Red Queen)은 대략 절반 정도의 분량을 인간 남녀의 성적 (심리) 전략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 단 침실에서 남녀가 사용하는 전략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누차 써먹었던 '정자 전쟁(sperm wars)'을 참고하시길 ] 그런 만큼 당연히 패션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분명한 해답을 내리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 책에서 거듭거듭 얘기해 왔고 금방 이해할 수 있듯이, 남자들이 항상 제 1순위로 찾는 것은 '영계임을 나타내는 (번식 가능성) 신호'입니다. 반면 여자들이 우선적으로 찾는 것은 자식에게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또는 얼마나 앞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죠. 그런데 최소한 현대의 패션 경향을 보면 이 대원칙으로 설명하기가 상당히 곤란합니다. 아이추판다님의 말씀처럼, 남자보다 여자가 패션에 훨씬 더 민감한데 여자 자신이 옷차림에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죠. 남자가 옷차림에 신경 쓴다면 '여자에게 보여 주기 위한' 목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 반대니까요. 여러 연구에서, 남자들은 사물의 특정 세부를 기억하는 데는 여자들보다 능력이 떨어진다고 확인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성의 패션에 대해서는 세 가지 가설을 그럴듯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 가지는 상호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진실은 이 셋이 적당한 정도로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마치 경우에 따라 성적 취향이 폭주 선택이 원인일 수도, 건강상의 지표가 원인일 수도 있듯이 말입니다. (물론 둘 다가 원인일 수도 있죠) 각자의 취향에 따라 그럴듯한 답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What? 개인적으로는 저는 2번과 3번 쪽에 마음이 끌립니다.
그리고 또 감안해야 할 것은, 진화심리학자들이 늘상 하는 말이긴 합니다만 원래 이런 인간 심리가 생겼을 때는 '진화적 적응 환경(environment of evolutionary adaptedness; EEA)'에 있던 수십 만~수만 년 전이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현재의 환경은 EEA하고 크게 다를 수 있으니 말입니다.
漁夫
.
닫아 주셔요 ^^
무엇을 위한 패션인가
muse님 말씀과 같이, Matt Ridley의 저서들은 포스팅에 매우 유용한 국물을 제공하는 '무한대의 사골'입니다. [ 책 ] 붉은 여왕(The Red Queen)은 대략 절반 정도의 분량을 인간 남녀의 성적 (심리) 전략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 단 침실에서 남녀가 사용하는 전략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누차 써먹었던 '정자 전쟁(sperm wars)'을 참고하시길 ] 그런 만큼 당연히 패션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분명한 해답을 내리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 책에서 거듭거듭 얘기해 왔고 금방 이해할 수 있듯이, 남자들이 항상 제 1순위로 찾는 것은 '영계임을 나타내는 (번식 가능성) 신호'입니다. 반면 여자들이 우선적으로 찾는 것은 자식에게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또는 얼마나 앞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죠. 그런데 최소한 현대의 패션 경향을 보면 이 대원칙으로 설명하기가 상당히 곤란합니다. 아이추판다님의 말씀처럼, 남자보다 여자가 패션에 훨씬 더 민감한데 여자 자신이 옷차림에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죠. 남자가 옷차림에 신경 쓴다면 '여자에게 보여 주기 위한' 목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 반대니까요. 여러 연구에서, 남자들은 사물의 특정 세부를 기억하는 데는 여자들보다 능력이 떨어진다고 확인되고 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까지는 남성도 여성 못지 않게 옷차림에 신경을 썼댑니다.
漁夫 같은 사람에겐 그렇지 않아서 큰 다행입니다만. ^^;;
漁夫 같은 사람에겐 그렇지 않아서 큰 다행입니다만. ^^;;
개인적으로는 여성의 패션에 대해서는 세 가지 가설을 그럴듯하다고 생각합니다.
- 신분의 단서; 새로움을 추구하여 눈에 잘 띄게 만들려는 도구. 일단 여성들 입장에서는 (레크에 모인 뇌조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남성들에게 주목받도록 만들어야 할 수 있습니다. 이 가설의 약점은 패션이 '폭주 선택(runaway selection)'을 부르는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여성들에게는 남자 입장에서 보아 신분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공작새 같은 과장된 패션은 (적어도 하고 다니기 힘들 정도의 과도한 치장은) 현대에는 별로 없는 듯합니다[옛날에는 있었지만요].
- 순응주의;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따라하는 편이 유용하겠지' 심리입니다. 이 심리는 어려서부터 성인을 따라해야 하던 이유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이러면 크게 히트는 못 쳐도 적어도 불리하지는 않죠. 이 견해에 따라가면 '패션은 종교'가 되는 셈입니다. 하하하.
- 나이 숨기기; Ridley의 말처럼, 대부분의 여성 패션은 확실히 더 아름다워 보이도록 디자인합니다. 아름다워 보이려는 열망이 (즉 진짜 나이보다 어려 보이려는 열망이) 나이가 든다고 수그러지지 않듯이(할머니들에게도 그 나이에 맞는 패션이 존재하죠) 패션은 이 틈을 타고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상호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진실은 이 셋이 적당한 정도로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마치 경우에 따라 성적 취향이 폭주 선택이 원인일 수도, 건강상의 지표가 원인일 수도 있듯이 말입니다. (물론 둘 다가 원인일 수도 있죠) 각자의 취향에 따라 그럴듯한 답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What? 개인적으로는 저는 2번과 3번 쪽에 마음이 끌립니다.
그리고 또 감안해야 할 것은, 진화심리학자들이 늘상 하는 말이긴 합니다만 원래 이런 인간 심리가 생겼을 때는 '진화적 적응 환경(environment of evolutionary adaptedness; EEA)'에 있던 수십 만~수만 년 전이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현재의 환경은 EEA하고 크게 다를 수 있으니 말입니다.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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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아 주셔요 ^^
덧글
남자들이 항상 제 1순위로 찾는 것은 '영계임을 나타내는 (번식 가능성) 신호'
= 젊어보이는, 탱탱한 피부나 탄탄한 가슴 및 엉덩이, 탄력있는 몸매, (소위 말하는 섹시함)등을 과시하는 옷차림.
반면 여자들이 우선적으로 찾는 것은 '자식에게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
= 비싸보이는 옷차림, 명품 수트, 명품 시계, 명품 자동차, 브랜드 추구.
어느정도는 대원칙이 작용하는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제가 '패션을 대원칙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한 이유는 '패션은 여자들끼리 경쟁하는 것 같아 보이고, 그리고 여자들이 패션에 이용하는 수단은 남자들이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하기 때문'이지요.
"비싸보이는 옷차림, 명품 수트, 명품 시계, 명품 자동차, 브랜드 추구"는 남성들의 패션에 가깝지만, 보통 '패션'이라고 말하면 옷차림을 주로 연상할 뿐더러 남자들은 옷차림이나 패션에 대체로 둔감한 편이죠.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패션을 이용한다'면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는 겁니다.
....라는걸 보여주기 위해 발달한 거라고 여기서 읽은것 같군요.
가고일님 / 대체로 R.A.Fisher의 'Runaway selection', 다른 학자들의 'Good-gene' theory, 그리고 말씀하신 Amotz Zahavi의 'handicap theory'가 세 가지 유력한 설명 방법인 듯합니다. 다 맞는 사례를 풍부하게 확보하고 있으며 반드시 상호 배타적이지도 않습니다.
털도 없고 밋밋한 체구, 손 코 입 이마 등등 모두 조그맣고 볼품없는 암컷에 비해, 턱수염을 포함해 잘 발달된 체모(사자갈기?), 울퉁불퉁한 근육, 각진 손 콧날 이마, 큰 체구....-_-;
p.s. 저 GAY 아닙니다...-_-;
제가 생각하기에도 펑퍼짐한 엉덩이에 덜렁덜렁한 가슴, 좁은어깨 등등 순수히 미적 감각으로 보면 남체보다 떨어지는게 여체 아닐까요? 개나 돼지를 생각해보세요. 암캐의 그 젖퉁이들을 보면 숫캐의 평평한 가슴(개들의 경우 배라 해야하나요?-_-)에 비해 흉칙하단 느낌마져 들지 않습니까? 그 두개의 흉물스런 봉우리에 남자들이 열광하는건 그저 호르몬의 장난이 아닐지...
p.s. 저 GAY 아닙니다...-_-; (2)
나중에 다시 봐야 할 듯..으..
하지만 세부까지 관찰해야 하는 [여성] 패션이라면... 남자들이 과연 얼마나 잘 알아차릴까에 대해서는 솔직이 의문이 좀 갑니다.
등급에 맞는 남자를 선호한다기보다는, '눈높이를 낮춘다'는 말이 더 현실적입니다(더 잔인한 표현이기도 하죠).
"패션으로 자기 등급을 높여서 더 상위 클래스의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말은, '남자가 패션에 신경 쓴 여자를 높은 등급이라고 봐 주면' 맞습니다. 그런데 저나 아이추판다님이나, (Matt Ridley까지도 마찬가지로!) 아주 설득력이 있다고 보지 않고 있습니다. 여자가 패션에 신경 쓰는 부분을 남자가 파악을 할 수 있을까가 좀 의문스럽기 때문이죠.
아이추판다님 해석에다가 푹스 교수가 100년전에 해놓은 해석을 더하면 상당히 사실에 근접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푹스의 저서 "풍속의 역사"를 다시 읽고서 보충해보겠습니다만, 저도 어디까지나 전공은 칼쓰기인지라 이런 인문학적인 분야는 매우 취약...)
르네상스나 근대 자본주의 시대의 경우 남성은 "성적으로 충만한 능력의 소유자로서 육체적 노동, 혹은 노동은 아니더라도 힘든 경제적, 사회적 과제를 아무런 무리없이 해치울 수 있는 체력과 강인한 정신력을 겸비"한 모습을 이상형으로 봤고, 여성역시 "다산, 건강한 2세를 출산하고 기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이상형으로 봤고, 그렇기 때문에 르네상스 시대에는 거시기가리개-이것도 내부에 솜을 채워서 크게 보이는 게 유행^^-, 타이츠-울퉁불퉁 근육이 잘 드러나는-등의 패션이 유행했고 여성역시 가슴을 노출하는 이유도 "이렇게 애를 잘 키울 수 있는 유방봤어?"라고 과시하려는 목적이 강했다는 겁니다^^. (푹스는 흔히 생각하는 르네상스보다는 중세 농업 혁명 이후 경제력이 향상된 중세후기부터 종교개혁이후까지를 르네상스라고 정의하긴 합니다.) 상인 계층이라 해도 밖에 멀리까지 나가고, 때로는 배타고 험한 바다를 지나가서 거래하고 올 수 있는 담력과 체력을 갖춰야 한다, 이런 의미랄까요.
반대로 절대왕정시대의 경우는 "본인의 손으로 직접 벌지 않고 남이 버는 걸 세금으로 받아서 생활하는, 유한계층"이 시대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이었고요. 퀼로트나 긴 양말, 루이 14세식의 굽높은 구두, 화려한 가발로 치장한 머리등이 유행했던 거지요. 사실, 그 당시 유행한 의상은 남성복도 요즘으로치면 여성복이라고 내놔도 흠이 없을 정도 아닙니까. 회화같은 것을 봐도 당시 남자들이 근육이나 큼지막한 손등 육체노동의 상징으로 재현된 경우는, 작가 자신이 특별하게 묘사하려고 하지 않은 한 거의 안보이고요. 또 이 시대의 여성의 가슴 노출역시 그 전시대처럼 "나 애 잘 키울 수 있어!"가 아니라 "이렇게 이쁘고 원래 그대로인 가슴봤어?"를 강조하는 쪽이었다는 겁니다. 한쪽은 생식능력을 강조한다면 반대쪽은 오히려 그런 능력의 부족함을 강조하는 목적에서 비슷한 유행이 생겼다는 거...
어떻게 보면 "남들 하는 대로 따라한다."정도가 아니라 이 시대상에 나만큼 부응하는 사람도 없어!라고 내세우는 편이 되겠군요.
말씀하신 상세한 점까지는 제가 잘 모릅니다. -.- 하지만 漁婦 曰 "본인의 손으로 직접 벌지 않고 남이 버는 걸 세금으로 받아서 생활하는, 유한계층" 식의 패션은 중국에서도 있었다고 하네요.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애 ( 미를 추구하는 본능)+ 차별화 ( 신분과시욕구)
매우 단순화해 보았습니다.
자기애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차별화에는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군요.
최소한 설명의 명쾌함이란 측면에서만 따지면 자기애보다 차별화가 훨씬 낫습니다.
저는 미추구를 본능으로 이해합니다.
간난아기에게도 미추구의식이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간난아기라니까 좀 그런데.. 사회적 학습단계이전의 아동기에서조차 미와 추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답니다.
이런 본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 아닐까요?
하지만, 사회화 과정에서 어느정도 미의식의 변화가 생기는거겠죠. 미라는 가치 자체에 대한 의미부여와 미추경계까지도 변할 가능성이 있겠죠.
그래도 그 경계영역은 그다지 개인간 편차를 발견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 자체에 대한 의미부여는 다른 가치(예, 인간성)와 선택갈등과 비중조절에 의해서 조정을 받을 수도 있겠죠.
한줄요약- 밥먹고 쎅스하는 것도 왜 하는데? 답; 본능이니까;;
앞 리플에서 다소 설명이 부족했는데, 제가 제시한 WHR 등 일부 '성에 관련된' 미의식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술로 대표되는 '고차원적 미의식'은 논란이 많습니다. 저는 이것도 주로 '남성이 여성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의견에 동조합니다만 (대다수 진화심리학자들도 그리 본다고 압니다) 제가 여기서 아직은 그리 포스팅하고 싶진 않습니다.
혹시 남녀 패션의 노출 차이에 대해서 진화심리학적 시각으로 언급한 책이 있을까요?
남녀 아이돌의 복장을 보면 여아이돌은 노출 경쟁이 극심한 데 반해, 남아이돌은 정장 차림이 많습니다. 여성 팬들이 남성 수준으로 이성의
노출을 선호한다면, 남성 육체는 상대적으로 선정성이 약하기에 뮤직뱅크등에선 준 보디빌더 대회같은 모습도 가능할텐데 말이지요.
일반적인 패션을 봐도 남성은 노출과는 거리가 먼 경향을 보입니다. 노출이 과하면 느끼하다거나 게이스럽다는 반응이 나오지요.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문화적 요인과 함께 진화적 원인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단순화 하자면 여성은 남성의 사회적 지위, 남성은 여성의 생식력에 민감한데, 패션은 본문에서 언급한 신분에 대한 단서 역할도 하기 때문에 정장 차림이 사회적 지위에 대한 강한 신호로 인해 여성들이 더 선호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몸매 좋으신 남자분들을 보면 멋지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현대사회에서의 말끔한 정장차림과 비교하면 지성미가 결여된 뭔가 없어 보이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근육마초맨 쿨럭)
이미 보셨겠지만 여성의 복장은 여성 자신의 사회적 지위보다는 남편 혹은 애인의 사회적 지위와 더 상관성이 크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