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30 19:51

음식과 맛; 진화론적 판단 Evolutionary theory

  요리의 진화(byontae님)에서 나온 얘기에 대해서..


'맛'의 진화
 

  우선 이것부터.

Commented by 漁夫 at 2009/04/29 12:35
'맛이 있다'는 자체는 유인원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니, 사실 유인원도 '기회만 있다면' 요리한 음식을 선호할 겁니다.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4/29 18:33
'먹는 것'에 대한 욕구 만큼이나 '맛있는 것'에 대한 욕구도 큰것 같습니다. 잘못 먹으면 비명횡사하는 복어 같은것도 기어이 독있는 부분만 발라내고 먹는 걸 보면 말이죠 :D
Commented by 추유호 at 2009/04/29 20:41
만약 '맛이 있다'는 감정 자체가 생존에 적합한 음식을 선택하게 된 진화심리학적 결과라면, 그러한 감정 자체가 진화의 결과이므로, 요리를 통해 진화하지 않은 유인원이 요리된 음식을 특별히 더 선호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Commented by 라세엄마 at 2009/04/29 23:31
'맛'이라는 자극이 더 효율적인 영양을 공급해주는 음식을 구별하기 위해 생겨났다면 유인원이라도 요리된 음식을 선호할거 같기도 한데요?

근데 그런식으로 생각하면 회,샐러드는 우주로 날아가고 패스트푸드가 녹즙보다 몸에 좋다는 뜻이[....]


  제가 '맛이 있다'에 대해 유인원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라고 한 것은 좀 지나치게 일반화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침팬지하고 비슷하다고 해야겠죠.  사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의 식성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고기를 맛볼 기회만 있으면 전혀 마다하지 않습니다.  침팬지가 익힌 고기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http://www.ncbi.nlm.nih.gov/pubmed/18486186의 abstract에는 이런 세부 사항까지는 없습니다), 저는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맛'이라는 감각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가려내기 위해 진화했습니다.  특히 인간의 조상인 원숭이 시절에는 주로 채식을 했기 때문이죠(고릴라나 오랑우탄, 긴팔원숭이가 거의 채식만 하는 것으로 보아 인간이 육식을 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침팬지 계열로 갈라진 다음으로 보입니다).  채식의 경우 '먹을 수 있는지'의 여부 판단이 육식보다 더 중요합니다.  육상 동물을 잡아 먹을 경우, 바로 먹는다면 굳이 익히지 않더라도 중독될 걱정은 크게 필요 없습니다(물론 기생충의 문제는 있습니다만).  하지만 식물의 경우 진화적으로 여러 다양한 독을 갖고 있기 때문에 - 움직이지 못하는 만큼 독으로 자신을 보호합니다 - 독을 피할 수 있는 감각이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J. Diamond의 '총, 균, 쇠'의 다음 구절을 상기해 봅시다.

  가령 야생 아몬드에는 지독한 쓴맛을 내는 아미그달린이란 독이 있다.. 이 쓴맛의 경고를 무시하고 다짜고짜 야생 아몬드를 먹어치우는 바보는 죽음을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좋은 맛'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설탕 등 단당류/이당류의 단맛, 그리고 아미노산이 주는 감칠맛 등은 석기 시대 때 얻기 힘든 귀중한 식량에 속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대체로 '많이 먹을수록 좋다'란 신호를 미각이 보내게 마련입니다.  즉 '안심하고 먹어라'는 신호가 된 것이죠.

  그러면, 일부러 실험을 해 보기 전에는 알기 어려운 발효 음식은 어떨까요?

  Commented by asianote at 2009/04/29 11:54
뿐만 아니라 미생물을 활용한 발효음식들도 인류의 역사를 바꿨지요. 요구르트, 치즈, 젓갈, 술, 야채절임 등등요.
Commented by asianote at 2009/04/29 11:55
특히 이러한 발효음식들은 저분자화된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는 강점이 있지요.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4/29 18:32
그러고보니 발효음식 같은 경우에는 불의 발견과는 별개로 나타났을것 같은데 어찌된것일까 궁금하네요.
Commented by 라세엄마 at 2009/04/29 23:30
썩은걸 아깝다고 먹어보다가 발견했지 않을까요 'ㅅ';


  저는 라세엄마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http://en.wikipedia.org/wiki/Roquefort 링크에서 history를 보시면... ^^  그리고 asianote님 말씀처럼 발효가 진행되면 '분해 산물(저분자)'이 늘어나서 맛이 좋아진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漁夫

.


닫아 주셔요 ^^




핑백

덧글

  • byontae 2009/04/30 20:53 # 답글

    인간이 느끼는 '맛'이라는 것 자체가 진화적 영향을 많이 받았겠지요. 만약 단것이 영양적으로 가치가 없거나 위험물질이 아니더라면 아예 '단맛'이라는것을 느끼는 수용체 자체가 발달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 漁夫 2009/05/01 16:57 #

    네, 동의합니다. 추유호님이 아래 리플에서 말씀하신 고양이와 일부 영장류들이 단맛을 못 느낀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들이 먹는 음식에 당분이 거의 들어 있지 않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리라 생각합니다.
  • 추유호 2009/04/30 22:17 # 답글

    그렇군요. 설명 감사합니다. 우문현답이군요. ㅎㅎ
    고양이와 일부 영장목은 단맛 수용체가 없어서 단맛을 못 느낀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위키에서 봤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Sweetness#The_sweetness_receptor ) 생존에 단맛이 썩 필요없다면 단맛을 선호하는 감정도 생기지 않나 봅니다. :)
  • 漁夫 2009/05/01 16:59 #

    '진화심리학'보다는 그냥 '진화적'이라는 말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

    그렇다면 하나 궁금한 점이 있는데, 실제 식성에 따라서 입맛 종류가 달라지는가 하는 점입니다. 말씀하신 고양이도 그 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Ya펭귄 2009/04/30 22:39 # 답글

    20년쯤 전에 읽은 책에서 '새'에 대한 미각을 테스트한 사례가 나오더군요...

    간단한 결론은 짠맛쓴맛단맛신맛떫은맛을 다 느낄 수 있고, 선호도도 사람이나 비슷했는데 다만 쓴맛의 경우에는 새들이 워낙 쓴맛에 익숙했던 탓인지 별 감흥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뭐, 곁다리로의 이야기로는.... 동물원 호랑이 중에서 단팥만두를 한 번 먹어본 후 단맛을 좋아하게 된 경우도 있더라나....
  • 추유호 2009/05/01 01:33 #

    고양이과 동물은 단맛 수용체가 없어서 단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 漁夫 2009/05/01 17:09 #

    Ya펭귄님 / 새가 잡식성인지 육식성인지 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 asianote 2009/04/30 23:06 # 삭제 답글

    차나 커피같은 쓴맛이 나는 음료가 어떻게 이렇게 광범위한 인기를 얻을수 있었는가를 진화심리학적으로 해석하면 어떨가요? 특히 녹차같은 경우 전통적으로 당분 없이 마시는게 자연스럽게 여겨진다는 점은 이런 관점에서 의문이라서요.
  • Safranine 2009/04/30 23:10 #

    으음, 카페인의 중독성을 제하더라도 말이지요.
  • hansel 2009/05/01 10:28 #

    향을 즐기는 것 아닐까요...?
  • 漁夫 2009/05/01 17:11 #

    all / 차나 커피의 알칼로이드 성분들은 가벼운 흥분 작용이 있죠. 담배의 니코틴도 알칼로이드인데 이들은 사실 많이 먹으면 죽는 독성 물질입니다만, 사람의 경우 원래 이것 저것 먹다 보니까 치사량이 높은 편이라 어느 정도 먹어도 끄덕이 없습니다.
  • Safranine 2009/04/30 23:13 # 답글

    발효식품의 경우에는, 공진화를 통한 normal flora같은 것도 생각해볼수 있겠군요...
  • 漁夫 2009/05/01 17:11 #

    ^^;; 코끼리도 사람이 만들어 놓은 술을 즐긴 사례는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 愛天 2009/05/01 01:47 # 답글

    나이가 듬에 따라 맛있다고 느끼는 기준이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는 연구내용이 있을 것 같군요.
    단순히 단맛 수용체 수가 변하는 것인지 아니면 뇌내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 것인지...
    위의 차 같은 경우 어린아이는 보통 별로 안 좋아하지 않나요. 어찌보면 문화적 각인 작용인 것 같기도 한데요.
  • 漁夫 2009/05/01 17:12 #

    어린아이가 성인과 식성이 다른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선 기회가 오면 나중에 포스팅 한 번 하겠습니다.
  • 닷오-르 2009/05/01 10:39 # 답글

    1. 고양이나 너구리 같은 도시 동물들은 한번 MSG가 든 음식을 맛보면 그것만 찾아다닌다고 하더군요.
    2. 도대체 타이어맛, 벼루맛, 찰흙맛, 크레파스맛이 나는 검은색 알맹이를 처음 맛본 용자는 누구일까요...게다가 마야인들은 그것을 바닥에 흘리면 마치 자기 눈알이 빠진 것처럼 얼른 그것을 주워담았다고 하니...
  • 漁夫 2009/05/01 17:17 #

    1. MSG야 글루탐산이니 훌륭한 아미노산 source가 될 수 있고 그것을 육식 식성을 가진 동물들이 좋아한다는 말에는 논리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2. 초콜렛은 원래 무지 쓴데, 아주 오래 전에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보았기 때문에 좀 기억이 가물거립니다만 신경 전달 물질과 관계가 있다고 듣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모험심은 대단하기 때문에... 가령 뉴질랜드에서 처음 정착한 마오리족이 쓸 만한 돌이 나오는 곳을 다 찾는 데 100년도 안 걸렸다고 합니다. 뉴질랜드의 전 면적이 27만 km2로 남북한 합한 면적보다 더 넓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랄 만한 일이죠.
  • 한우 2009/05/01 10:44 # 답글

    결국 맛이란, 자기가 먹었을때 행복하고 (표현이 약간 어색하기는 하지만), 자기가 먹었을때 죽지만 않으면 된다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건가요... 쩝

    그리고 댓글 중에서 단맛이 아무리 소용없다는 것이라도, 그게 아예 발달하지 않았다는 아닐것 같습니다.. 그 맛없는 것을 구분하려면 단맛을 느낄줄 알아야 하니까요.
  • 漁夫 2009/05/01 17:18 #

    표준적인 음식 레파토리가 대부분의 동물에게는 제한이 있습니다. 그 중 단맛을 느끼는 sensor가 발달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다지 이상할 것은 없다고 봅니다. sensor 만드는 데도 다 '비용'이 들어가게 마련이니까요.
  • hansel 2009/05/01 11:03 # 답글

    위에서 언급된 논문에 따르면 익힌 고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종류의 식품에서 익힌 음식을 더 좋아하는 건 아니고요. 익힌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씹기 쉬워서라는 듯 합니다. 음... 왠지 생소한 동물 행동학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그런데 제가 항상 의아해하는 것은
    식물의 독특한 맛과 향은 (쓴 맛 뿐만이 아니라 매운 맛 혹은 허브의 향 까지도) 모두 이차대사산물로 식물체의 방어기작을 위해 만들어낸 물질들이란 말이죠. 그런데 왜 인간들은 그런 걸 더 좋아하면서 찾아먹는 걸까요... -_-
  • 漁夫 2009/05/01 17:19 #

    알칼로이드 종류들에 약간의 신경 작용이 있는 외에도, 소량의 타닌(많이 먹으면 죽기는 마찬가지)도 소화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 새벽안개 2009/05/01 15:59 # 답글

    사람의 입맛은 익은 과일에 많은 당류의 단맛과 단백질을 함유한 해산물과 육류에 많은 감칠맛, 고지방 식품의 고소한 맛을 선호하도록 발달된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이런 식품이 영양많은 훌륭한 식품들이 었을텐데 요즘은 비만을 유발하는 애물단지가 되었죠.
  • 漁夫 2009/05/01 17:20 #

    비만 유발 애물단지라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
  • 그람 2009/05/01 19:44 # 답글

    잘 기억은 안나는데 '식해'류 음식도 한국전쟁때 썩어가는걸 아까워서 먹다보니까 발전했다고 한 글을 본 기억이 납니다. 음식에 대해서는 현재진행형인 것 같습니다.
  • 漁夫 2009/05/01 21:05 #

    식혜가요? 식혜는 좀 더 오래 전부터 있지 않았습니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Roastbeaf 2009/05/01 21:35 # 삭제

    식해/식혜 공히 겁나 오래된 음식들입니다 :) 얼마나 오래됐냐면... 적어도 고려, 아마도 삼국시대까지는 올라갈 겁니다.
  • 그람 2009/05/01 22:15 #

    안동 식해였던가 그걸 설명하던 글이었습니다. 식혜와 식혜는 다른 음식이더군요.
  • 새벽안개 2009/05/01 23:15 #

    고향이 안동인데....안동식혜는 일반 식혜(감주)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물김치와 감주의 중간쯤 되는 발효식품입니다. http://koreanfood.rda.go.kr/tf_srch/TF_detail.aspx?TFCode=TF10002097
  • 그람 2009/05/02 22:07 #

    새벽안개//으으으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지금까지 알고 있던게 뭐였던거지. 역시 확실히 공부를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 루니아 2009/05/04 01:22 #

    '식해' 류라면, 가자미 식해같은 거 말씀하시려던 거 아닌가요?``;
  • highseek 2009/09/13 01:25 #

    식해 란 토막친 생선에 소금과 밥을 섞어 발효시킨 음식을 뜻하는 말입니다. 순우리말로는 생선젓이라고 하죠.

    조선 중엽부터 문헌에 등장하는 걸 보면 그 전부터 있었지 않나 싶네요. 이게 함경도의 가자미식해가 유명한데, 한국전쟁때 여러 지방으로 피난간 함경도민들이 가자미식해를 전파(?)하면서 식해를 널리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했죠. 물론 이 피난민들이 가자미식해를 먹는 모습을 보는 토박이들이, 썩어가는 걸 아까워서 먹는거라고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참고로 식해는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는 단어입니다.

    식해2(食) [명사]
    생선에 약간의 소금과 쌀밥을 섞어 숙성시킨 식품. ≒생선젓.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내부 포스팅 검색(by Google)

Loading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화이트)

826

통계 위젯 (화이트)

174263
1014
1077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