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14 00:17

뉴기니; 부족 전쟁 사례 - Tudawe / Daribi tribe Views by Engineer

  부족 사회인 얘기 ; 비행기를 타자 및 부족사회의 폭력성(길 잃은 어린양님)을 트랙백.


개별 일화 하나
 
  제 블로그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소개한, 유명한 '총, 균, 쇠' 및 '제 3의 침팬지'의 저자 제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젊은 시절부터 뉴기니에서 조류 연구를 목적으로 오래 지냈습니다.  이 사람의 경험으로는 부족 사회가 평화롭다는 서술을 수긍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어린양님께서 이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서술을 제시해 주신 만큼, 그에 관한 책을 읽은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제 3의 침팬지'의 16장 '종족 학살의 성향'에 나온 얘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카리니가(Kariniga)는 뉴기니에서 나와 함께 일했던 침착한 투다웨(Tudawe)족 남자였는데, 우리는 목숨을 걸고 위험한 상황에서 두려움과 승리를 함께 나누었으며, 나는 그를 좋아하고 존경했다(실제 '총, 균, 쇠'는 저자의 뉴기니 친구 넷에게 헌정했는데, 카리니가는 그 중 한 명입니다).  카리니가와 알게 된 지 5년째 되던 어느 날 밤, 그는 젊은 시절의 얘기를 들려 주었다.  투다웨족과 인근 마을에 사는 다리비(Daribi, 또는 Dadibi. 참고 링크는 http://en.wikipedia.org/wiki/Dadibi_language)족 사이에는 오랜 대립의 역사가 있었다.  내게는 투다웨나 다리비나 모두 비슷하게 보였지만, 카리니가는 다리비 인은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야비하다고 말했다.
  매복 공격을 반복한 끝에 드디어 다리비족이 카리니가의 아버지를 포함한 많은 투다웨 인들을 제거하는 데 성공하자, 살아 남은 투다웨 인들은 결사적으로 저항해야 했다.  투다웨족의 남자들은 한밤중에 다리비 마을을 포위하고 새벽에 오두막에 불을 질렀다.
  잠이 덜 깬 다리비 인들은 불타는 오두막 계단을 비틀거리며 내려오다가 창에 맞았다.  다리비족 중에는 숲으로 달아나 몰래 숨은 사람도 있었으나, 수주일 동안 투다웨 사람들에게 추적당한 끝에 대부분 살해됐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의 개입으로 카리니가가 부친의 살해범을 붙잡기 전에 그 전쟁은 종결되었다.
  그날 밤 이후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전율이 느껴지곤 한다.  새벽의 학살을 이야기할 때의 카리니가의 눈빛, 부족의 적들에게 창을 쏘았을 때의 강렬한 만족감, 부친의 적을 놓친 일로 흘린 분노와 좌절의 눈물그날 밤 적어도 나는 한 선한 사람이 어떻게 하면 살인을 하게 되는가를 깨달았다.

- '제 3의 침팬지', 김정흠 역, p. 433~434.


  여러분은 이 일화를 보고 어떤 생각이 나십니까?  카리니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창을 휘두르지 않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실 분?  [ 솔직히 전 자신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부족 사회인과 현대인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만, 전자에게 부족한 것은 - 한국 같은 OECD 국가의 국민들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지만 - 역시 다이아몬드가 말하고 있듯이 '사회적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또는 강제)하는 기구'죠.  무슨 이유건 간에 이런 기구의 통제가 풀리는 경우 sonnet님의 말씀(1, 2)이나 Steven Pinker가 젊은 시절 경찰이 파업한 몬트리올에 대해 말하듯이 (이 포스팅 참고) '아수라장'이 됩니다.  부족 사회는 '그것이 일상사'에 가깝다는 점은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합니다.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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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byontae 2009/04/14 00:53 # 답글

    결국 폭력성의 발현이란 빈도의 문제일뿐 어느 사회에서나 잠재되어 있죠. 뉴기니의 부족간에 그런 일이 자주 벌어지는것은 부족간에 언어가 너무 달라서 그런걸까요.
  • 漁夫 2009/04/14 23:01 #

    의사 소통이 쉽지 않은 탓도 부분적으로는 있으리라 봅니다만, 기본적으로는 '더 큰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 이야기에서도 마지막에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개입했다'고 돼 있는 데서도 짐작이 가능하죠.
  • Ya펭귄 2009/04/14 02:20 # 답글

    키건옹의 warfare의 역사에서도 부족간 전쟁방식과 그 단계에 대해서 개론적으로 언급하는데 보통 전투가 확대될 경우 제의적인 전투-->매복기습-->전멸전 의 패턴으로 확대된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 이전에 갈등이 해결될 경우 매복기습에서 끝나거나 하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지만....
  • 漁夫 2009/04/14 23:03 #

    저는 여기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 정도로 잘 알지가 못해서 언급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전멸전'까지 가는 빈도가 얼마나 될는지에 대해서 확신이 없군요.
  • reske 2009/04/14 10:50 # 답글

    몇몇 호사가들이 말하는 아메리카 인디언은 평화롭다.. 라거나 조직적인 폭력은 문명의 산물이다.. 라는거에 대한 심각한 회의가 필요한듯 합니다. 컹.. 다이아몬드옹은 옆에서 듣고 있으면서 좀 무서웠겠네요.

    근데 뉴기니의 분쟁에 왜 호주 정부가 개입했을까요? 저기가 이리안 자야라면 인니의 관할이고, 파푸아령이면 파푸아 정부의 관할이었을텐데.. 물론 뉴기니가 호주 뒷마당멀티라는건 옛날부터 알았지만..
  • 漁夫 2009/04/14 23:06 #

    호사가들의 말은 무지 또는 알면서 구라 친 소산이었다는 말이지요...

    다이아몬드가 뉴기니로 처음 간 것은 아마 1967년 부근이었으리라 짐작하는데, '총, 균, 쇠'의 서문에 보면 1973년 경 호주의 위임 통치에서 벗어나도록 주민을 준비시키는 뉴기니의 정치가 얄리와 대화한 얘기가 나옵니다(얄리의 질문이 '총, 균, 쇠'를 쓴 계기가 됐다고 말하죠). 최소한 5년간 카리니가와 지냈고 부족 전쟁이 일어난 시점은 그 전이었을 테니, 여기서 역산해 보면 분명히 부족 전쟁의 시기는 호주의 위임 통치 시기였을 겁니다.
  • reske 2009/04/15 00:21 #

    아 그렇군요. 뉴기니가 호주령이었는지 몰랐습니다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가고일 2009/04/14 12:59 # 답글

    침팬지의 유전자 레벨의 폭력성을 보면서 인류가 과연 항구적인 평화를 유지하는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니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漁夫 2009/04/14 23:14 #

    말씀에 대해서 동의합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평화가 좋기는 하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평화냐는 얘기도 나올 수 있죠. 이 질문은 Frans de Waal 뿐 아니라, '전쟁의 기원'을 쓴 Donald Kagan도 하고 있습니다. 전 전쟁을 피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다고 보지만 '평화가 절대적 善'이라는 생각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 Safranine 2009/04/14 17:05 # 답글

    이제 대안은 보노보 사회(...)
  • 漁夫 2009/04/14 23:16 #

    http://fischer.egloos.com/3761298 에서 보듯이, 그런 사회는 인간에게는 좀 무리라 봅니다.. ^^;;
  • 길 잃은 어린양 2009/04/16 12:35 # 삭제 답글

    영국정부가 말레이시아 독립전쟁 당시 전쟁 한번 제대로 안해본 부족인들을 전쟁에 투입한 사례가 있는데 실전을 몇 번 겪더니 이 사람들이 엄청난 전투력을 발휘했다고 하더군요;;;;;
  • 漁夫 2009/04/16 18:18 #

    부족 사회 사람들은 대체로 만성적 전쟁에 익숙해 있는데다가, 많이 움직이는 탓에 '뚱뚱한 사례'는 많지 않으니만큼 '현대인들'보단 훨씬 나을 거라 생각합니다. 굳이 구르카족 같은 경우를 들지 않더라도요 ^^
  • 극빈층과학자 2014/08/23 09:25 # 삭제 답글

    저런 일이 자주 벌어지면, 군대와 같은 순찰,경계 체계를 안 깔아둔 까닭이 궁금합니다.
  • 漁夫 2014/08/23 15:21 #

    Jared Diamond의 최신작 '어제까지의 세계'에서 이런 말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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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기니) 마을들 가끔 순찰하는 극소수의 오스트레일리아 경찰이 들어오자 마을들 사이의 폭력적 전쟁이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사실 마을 사람들이 전쟁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그 소수의 경찰을 제압하고 무기를 뺏아 전쟁에 쓰기는 전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이 나타난 이후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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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민들도 반복되는 공격/보복/살인에 지쳐서 더 이상 그러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합니다. 경찰이 나타나면 모두에게 좋죠. 단 문제는 '비용'일 뿐.
  • 극빈층과학자 2014/08/23 21:14 # 삭제

    소수 경찰을 제압하기는 어렵지 않지요. 뒷일이 문제지요. 조폭이 혼자 돌아다니는 경찰 때려 잡기는 쉽습니다. 뒷일이 문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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