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23 23:17

일처다부제(polyandry) ; 새에서 관찰된 사례 Evolutionary theory

  일처다부제(polyandry) ; 사람에서 관찰된 사례와 관계 있는 참고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새에서는 어떤가
 
  새들은 보통 포유류보다 수컷이 새끼들을 훨씬 많이 돌봅니다.  이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만 그것이 이 포스팅의 목적이 아닌 만큼 일단 접어 두기로 하고요, 그렇더라도 기본적으로 암컷이 수컷보다 더 많이 새끼를 돌본다는 데는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예외는 존재합니다. 

  보통 열대-아열대 지방의 습지에 주로 사는 jacana라는 새가 있습니다.  어떻게 생겼는지는 이 비디오 클립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이 녀석이 별난 이유는 근연종들 중 일처다부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넘들이 왜 일처다부제를 취하는지는 제가 읽은 진화 교양서를 쓴 저자들 사이에도 그렇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은 모양으로, 어디서 나왔는지 기억은 못하겠습니다만 "어째서 이런 형태가 되었는지 궁금하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한에서는 조류학자로도 정평이 나 있는 J. Diamond의 저서 'Why sex is fun'에서 유일하게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선 이들이 왜 일처다부제가 되었는지, 궁극적인 원인부터 요약하면

  1. 이들은 물가 평지에 둥지를 튼다.
  2. (근연종 중에서도 일처다부제의 새들은) 대체로 따뜻한 곳에 살아서 연중 2회 이상 번식이 가능하다.

  입니다.  여기서 왜 이들이 일처다부제가 됐는지 아실 수 있겠습니까?
  추론은 이렇습니다.  책의 내용은 좀 길기 때문에 약간 재구성했습니다.

  이들의 둥지는 평지에 있기 때문에 포식자가 접근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알의 크기는 암컷의 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큰 편으로, 새끼가 까고 나오자마자 곧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스스로 먹이를 찾습니다(잘 날지 못하고 땅 위에 둥지를 트는 잘 알려진 다른 새인 닭도 병아리가 금방 일어나 돌아다닐 수 있음을 되새겨 보십시오.  계란도 상당히 큰 편이죠).  새끼가 이렇게 빨리 돌아다니지 못하면 잡혀 먹히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새끼가 많이 자라서 알에서 나오면, 암컷이나 수컷 중 어느 한 쪽만으로도 충분히 새끼를 돌볼 수 있죠
  일처다부제 중 한 예인 점박이도요는 한 배에 알을 네 개 낳는데, 알의 중량을 다 합하면 어미 체중의 80%나 나간다고 합니다.  이렇게 알의 크기가 크다 보니 한 번 알을 낳은 뒤에는 암컷은 기력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그 동안 수컷은 새끼들을 품고 돌봐 줄 수 있죠.  게다가 새끼들을 돌보는 데는 큰 수고도 필요하지 않으니 암컷이 회복하기를 기다려서 수컷은 다시 알을 밴 암컷과 교미하여 아버지가 될 기대를 할 수 있습니다(연중 2회 이상 번식이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암컷의 최대 이익은 수컷과 다를 수 있습니다.  수컷이 새끼를 키우는 동안에 자신이 다른 수컷에게 알을 낳아 줄 수 있다면 암컷은 새끼 수를 2배로 늘릴 수 있게 되죠.  즉 암컷의 몸이 커지면 알을 배고 빨리빨리 낳는 데 유리할 뿐더러, 덤으로 다른 암컷과 경쟁해서 수컷을 차지하는 데도 유리해집니다.

  이 새들은 번식기 막판이 되면 알을 품을 수 있는 수컷의 수에 비해 암컷의 수가 7배까지 되기도 합니다.

  [ 결과 ]
  1. 포악한 성격을 지닌 쪽은 어느 편? ^^
  2. 성질이 순한 편이 거의 지쳐 쓰러질 때까지, 포악한 편 몇 마리가 졸졸 따라다니기도 합니다.
  3. 어느 편이 수명이 더 짧을지는 바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만, 새들의 싸움은 무기를 동원하는 사람의 싸움과는 약간 다르기 때문에 수명에 큰 편차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까지 이 새들의 암수 수명 차이에 대한 자료를 본 적은 없습니다.

  漁夫

.


닫아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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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byontae 2009/03/23 23:42 # 답글

    몇가지 궁금증이 생기는데요, 보통 알의 크기가 커지고 새끼가 많이 자란상태에서 나온다면 암컷의 임신기간이 길어져 암컷 자신이 포식자에 잡아먹히거나 상대적인 fitness가 더 오래 저하되는 단점이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그러한 단점을 보완할 정도의 환경이 뒷받침 되는걸까요.
  • muse 2009/03/24 04:33 #

    jacana는 알과 새끼의 mortality가 엄청납니다. 종에 따라서는 알에서 성체까지 가던 중에 죽은 새끼들이 90%쯤 된다고...보통 알 상태에서 반은 죽고 새끼에서 성체로 자라는 동안 반 죽는다고 하네요. 얕은 물위에 수초로 둥지를 짓고 거기서 계속 생활하니까 뭐 뱀이라던가 다른 새라던가 (이하 생략). 오히려 성체들은 발톱길고 날개관절에 갈고리까지 있어서 엄청 잘 싸운다고-_- 암컷의 영역이 상당히 크고 일부다처제에 수컷 한마디랑 둥지가 하나씩 퍼져 있으니까 아마도 포식자 (주로 다른 새)를 만날 확률은 수컷이 큰데 그러면 수컷은 암컷을 소리로 불러서 (그러면 암컷은 재빨리 달려오죠) 부부합동으로 개발살-_-냅니다. 암컷이 안오는 것 같으면 둥지에서 멀어져서 날개 다친 흉내까지 냅니다.

    아마도 새끼들이 너무 포식자가 많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서 암컷이 좀 투자를 많이 하더라도 저런 형태가 정착했다고 보더군요. (일단 깨면 잘 먹고 도망다닐 수 있는 큰 새끼, 다수의 수컷들과 빠른 번식, 수컷 한 마리 한 마리가 새끼들을 분산해서 돌보는 등).
  • 漁夫 2009/03/24 21:31 #

    byontae님 / muse님께서 상당 부분을 설명하셨군요 ^^ 일단 J.Diamond의 저 책에 알의 손실율이 엄청나게 높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연구자들이 이런 이유로 일처다부제가 된 넘들의 둥지를 조사하다 보면 황당한 일이, 밍크 한 마리가 둥지 40개 이상을 왕창 '쓸어가는' 사태가 벌어진 적이 있댑니다. (허탈)
    이런 건수로 보아 암컷이 잡히는 것보다는 알을 보호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muse님 / 발톱이 긴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날개관절에 갈고리까지... 그것을 포식자 또는 암컷 서로끼리 싸우는 데 쓴다면, 틀림없이 암컷이 수컷보다는 수명이 짧겠군요.
  • muse 2009/03/24 23:56 #

    아 지금 제가 관련 포스팅 한다고 썼는데 도요목이긴 하지만 jacana는 알의 크기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니라더군요. 어부님 포스팅에 트랙백할게요.
  • 漁夫 2009/03/25 21:05 #

    muse님 / jacana는 그래도 암컷 덩치가 좀 큰 모양이군요. 도요새들도 알 까고 나오자마자 돌아다닌다고 희미하게 기억나는데 그래서 알 중량이 상대적으로 매우 큰가 봅니다.
  • muse 2009/03/24 04:16 # 답글

    태클하나: jacana는 자사나라고 읽습니다. 포르투갈어라서요. (머 물론 속명을 옮긴거라고 하면...:P) ...라고 하지만 학자들도 자카나라고 해버리니 그냥 영어는 자카나가 되어 버린 것 같군요. (후비적)

    쟤들의 경우는 암컷이 하렘의 주인(?)의 본분답게 한 암컷이 이미 다른 알을 배고(?) 있는 수컷들의 하렘을 차지하거나 하면 (암컷끼리 싸우죠 히죽) 알과 새끼들을 모두 죽여버립니다. 심지어 알/새끼를 부양하던 수컷이 어떤 이유로 홀아비가 되면 아마도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자신이 기르던 새끼들을 죽이기도 합니다. 그냥 알아 두시라고 (씨익)
  • 漁夫 2009/03/24 21:35 #

    영어로 밀어붙이기... (ㅎㅎㅎ)

    이 넘도 영아살해(알 살해)까지 저지릅니까? 오나전 고릴라의 조류 거꾸로 version이군요.
  • muse 2009/03/24 22:27 #

    영아살해는 사실 생각보다 흔한 관습(?)이죠. 고릴라가 유명하고, 사자도 하고...하렘의 조건이랄까(야)
  • 漁夫 2009/03/25 21:05 #

    제 수비범위 안에서 infanticide가 빠질 리가 있겠습니까 (하하)
  • 얼운 2009/03/24 09:50 # 답글

    밸리 타고 왔습니다.
  • muse 2009/03/24 23:58 # 답글

    관련 포스팅 트랙백합니다. jacana의 남녀 성비율에 대한 조사(?)와...암컷의 알에 대한 에너지 소모에 대한 간략한 반론...은 아니고 추가입니다.
  • 漁夫 2009/03/25 21:06 #

    역시 전문 자료를 볼 수 있는 분하고 grade 차이가 나는군요.
  • RuBisCO 2011/12/08 11:05 # 답글

    균형을 잡는 대신 아예 투입하는 자원의 비중 자체를 확 늘려버리는 전략이로군요. 확실히 이런것도 종족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겠군요.
  • 漁夫 2011/12/08 12:57 #

    일단 어느 한 쪽으로 균형추가 이동하면 많은 경우 '아예 비교 우위를 살리는 전략'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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