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9 21:14

기생자의 '행동' 방식 Evolutionary theory

  Behavioral adaptation; 기생충은 어떻게 우리 삶을 변화시켜 왔는가(7)에서 구들장군님께서 달아 놓으신 리플;

Commented by 구들장군 at 2009/03/05 12:42
글 잘 읽고 갑니다.
그런데 독성을 약하게 해서 광견병이 만성질환으로 되면, 광견병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더 좋지 않을까요? 숙주가 죽으면 광견병 바이러스도 좋은 일은 없을텐데...
Commented by 漁夫 at 2009/03/05 22:41
말씀하신 것이 전염병에 대해 매우 중요한 측면을 지적하셨습니다. 이것은 짧게 따로 다뤄 보겠습니다.


내용
 
  광견병 바이러스 뿐 아니라 숙주의 영양분을 얻어먹고 살아야 하는 기생체들에게 '무엇이 가장 좋은가'는 주변 상황에 따라 최적의 전략이 달라집니다.  제가 가끔 예로 드는 스타크래프트처럼, 상대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주로 생산하는 유닛을 바꿔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몇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숙주를 죽이지 않고 오히려 숙주에게 이로운 상태로 완전히 특화

  같이 오래 있다 보니, 숙주를 이롭게 만들면서 숙주가 번식할 때 같이 묻어들어가는 전략을 취한 넘입니다.  너무 자주 나오는 사례라 신선미는 떨어집니다만, 미토콘드리아가 그 좋은 예지요.  미토콘드리아는 자신의 DNA를 갖고 있으며, 이 DNA는 세포의 핵 DNA와는 별도로 복제합니다.  이런 '세포 소기관'의 사례는 엽록체도 똑같습니다.
  아주 엄밀하게 얘기하자면, 미토콘드리아의 이해 관계는 '숙주'인 동물의 이해 관계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tbC~~  그렇더래도 미토콘드리아가 없으면 동물은 꼴까닥이며 동물이 꼴까닥하는 경우 미토콘드리아도 꼴까닥이시니만큼, 놀랄 정도로 특화한 공생 관계임엔 틀림 없습니다.  
  미토콘드리아 정도까진 안 되더라도, 대장균도 인간의 대장 속에서는 나름 유용한 일을 하고 있죠(물론 미토콘드리아처럼 번식 세포에 묻어서 따라갈 정도까지 가지는 못했습지만, 이 넘들은 유아가 젖을 먹자마자 묻어서 대장 안으로 들어가는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대장 밖으로 나오면 결과가 별로 유쾌하지 못합니다만....

  2. 숙주에게는 있건 없건 별반 이득도 해도 주지 않는 경우

  말라리아 포스팅에서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만, 일부 말라리아 원충들을 침팬지의 피 속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침팬지는 특별히 말라리아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불현성 감염'은 사람의 경우에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소아마비 등 몇 질병은 (특히 '소아병'으로서 어린 시절에 걸린 경우) 걸렸는지 아닌지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수가 많죠.

  3. 기생체의 번식 전략이 숙주에게 해를 주는 경우

  강조해야 할 점은 기생체의 번식 행동이 숙주에게 일부러 해를 입히려고는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J. Diamond의 말을 빌면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데 기생체가 숙주를 죽이는 전략까지 진화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기생체가 자신을 퍼뜨리려는 행동의 뜻하지 않은 부산물일 뿐이다(그렇다고 숙주에게 위로가 되지는 않지만).  가령 콜레라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는 하루에 몇 리터씩 설사를 하다가 끝내 죽고 만다.  하지만 최소한 환자가 살아 있는 동안은 (다른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물 속으로 콜레라균이 대량으로 유포된다는 장점이 있다..."

  기생체의 1차 목적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번식입니다.  대량 번식만 가능하다면 숙주의 생명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추론 ] 기생체가 언제 숙주의 생명을 신경쓸까요?

  더 쓰기가 구찮은 관계로 tbC.

  漁夫

.


닫아 주셔요 ^^


핑백

  • 漁夫의 'Questo e quella'; Juvenile delinquency : 전파(propagation)와 독성(virulence) 2009-08-02 22:32:43 #

    ... 있습니다. 초심자가 보기에는 도대체 왜 병원체의 독성과 전염성이 관련이 있는가 의심스러울 수 있습니다만, 그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기초적으로 기생자의 '행동' 방식을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Why we get sick'에서 나타난 다음 얘기가 제일 좋은 참고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유독성의 ... more

덧글

  • 愚公 2009/03/09 21:29 # 답글

    그런데 기생자의 '전략'이라는 것은 어떻게 발휘되는 것인가요? 세균들끼리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도 아닐테고;
    번식하면서 각종 돌연변이들이 제각각 활동하다가 최적화된 것들이 살아남는 것인가요?
  • 漁夫 2009/03/10 09:00 #

    밑의 guardunit님의 리플처럼 여러 가지 다른 '천성'을 가진 기생체들이 제각각 조금씩 다른 전략을 쓰고, 그 중 가장 많이 살아남는 넘이 곧 수적인 우위를 점하게 됩니다. 기생체들의 짧은 수명을 고려할 때 (한 세대가 며칠밖에 안 되니까요) 수십 세대는 아무것도 아니고, 이 정도 지나면 '당시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지닌 넘'이 바로 거의 100%를 점유하게 됩니다. 물론 '지능적으로 전략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전략이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실제로는,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회의'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저는 '회의'가 상당히 그럴듯한 표현이라고 봅니다. 단 1대 多가 아니라 1대 1이라는 차는 있습니다만). 이것도 재미있는 얘기긴 하죠.
  • guardunit 2009/03/09 22:24 # 삭제 답글

    /愚公
    말 그대로 무수한 시행착오를 격다가..."우연"히 생기는겁니다.
    진화가 무슨 신의 손이니 의지니 하는 헛소리하시는 창조설화를 진짜로 믿으시는 분들이 하는 말이 그거죠.
    어떻게 한낯 미물이 그렇게 진화할수 있느냐 불가능하다...그러니 신의 의지가 개입하는거다...라고 헛소리들 하는데 "자연은 합니다."
    말 그대로 지구는 45억년간 셀수없는 무한대의 주사위를 굴려왔고 그 주사위 숫자에 해당하는 생물들이 거기에 우연히 맞아서 번식하고 또한 그들도 무수한 시간동안 무수한 주사위를 굴려서 그중에 우연히 몇개가 현재의 상태에서 최적화되어 생존하고.... 그러다가 주사위 잘못굴려서 멸종하고 또 딴놈이 주사위 잘굴려서 왕창 번식하고...
    그거의 반복입니다.
  • 漁夫 2009/03/10 09:02 #

    전적으로 지당하신 얘깁니다.

    그런데 제가 같은 설명을 한다면 '무한대'라기보다는 '대단히 많지만 충분히 유한한'이라는 말을 사용하겠습니다. 자연 선택의 특성상 '전혀 말도 안 되는 점보 747형 돌연변이의 가능성'은 애초에 차단되니 그 수많은 가능성은 다 제쳐버릴 수 있겠죠 ^^
  • organizer 2009/03/09 22:53 # 답글

    숙주를 죽이는 것은 '단순' 실수군요... <--- 적어도 숙주가 죽기 전까지는 최대한 퍼질 수 있을 테니... [ㅎ] ;;
  • 漁夫 2009/03/10 09:02 #

    번식이 우선이니 숙주를 죽이는 정도의 실수는 봐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
  • 라임에이드 2009/03/09 23:27 # 삭제 답글

    에이즈가 딱이군요. '번식시켜줄 확률이 높은' 바람둥이가 '감염 확률이 높으니' 억하고 걸리니 '치사율도 높아서' 억하고 죽는다면 완전 삽질 ㅎㅎ
  • 漁夫 2009/03/10 09:05 #

    실제로 기생체 측 입장에서 보더라도 시행착오지요. 게다가 사람처럼 오래 사는 동물의 경우에는 면역계도 '빡시기' 때문에(이건 좀 설명이 필요합니다만 지금 할 말은 아닙니다) 더 엄격하게 걸러지게 마련입니다.
    Ebola 같은 격렬한 질병이 사람에게 안정적인 전염병으로 정착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 가고일 2009/03/09 23:38 # 답글

    하기야 숙주가 병에 걸려 죽는 기간과 병원균 개개의 라이프 사이클을 비교한다면 병원균 입장에선 숙주가 죽든 말든 손해는 아니겠지요..
  • 漁夫 2009/03/10 09:11 #

    제가 쓰다가 귀찮아서 tbC로 밀어 버렸는데 ^^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숙주가 죽지 않는 편이 이로운 경우하고 죽어도 별 상관없는(죽으면 이로운 경우는 없습니다) 경우가 있습니다. 이건 나중 글에서 조금씩 덧붙이겠습니다.
  • 한우 2009/03/10 01:50 # 답글

    흑흑 우리가 죽는것이 개네들의 생식활동의 부산물이라니.. 약간 어울하군요..

    그리고 미토콘드리아 이야기는 처음보는 이야기이네요.. 여기서 새로운 지식을 얻어가는군요.,
  • 漁夫 2009/03/10 09:12 #

    인간에게 잡혀 먹히는 동식물 입장에서 보더라도 '우리가 죽는 것이 인간의 생명 유지 활동의 부산물이잖아' 이럴 것이라능 ㅎㅎ

    미토콘드리아 얘기는 이제는 거의 이 분야 사람들에게는 상식에 가깝습니다. 제가 잘 알고 있을 정도니 말입니다.
  • muse 2009/03/10 04:19 # 답글

    뭐 막 입성한 어리버리한 애들은 이고깽 양판소 주인공처럼 오만 곳에 쑤석대다가 빠른 시간에 숙주 골로 보내버리죠. 짬(?)이 좀 생겨야 숙주를 필요한 시간만큼 살려놓는다던가 더 유용한 전염법을 획득한다던가 하고 미토콘드리아 같은 경우는 아예 말뚝박아버린...(퍽)
  • 漁夫 2009/03/10 09:15 #

    사실 사람처럼 면역계가 빡신 생물의 경우 침입한 어리버리의 상당수는 쑤석대기도 전에 자신이 골로 가죠. ㅎㅎ

    그나마 좀 운이 좋은 놈은 번식할 기회를 갖는데, 그 중 극히 일부만이 살아남아서 '전략을 시험할' 기회를 갖습니다. 저는 말라리아의 경우에도 침팬지처럼 사람에게도 한 때 별볼일 없던 전염병이던 시절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봅니다(아니면 아예 전염병이 처음부터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독성 꽤 높은 말라리아는 상당히 예외적인 상황입니다.
  • muse 2009/03/10 16:12 #

    원래 판타지에서는 용사가 되지 못해 끔살당하는 조연들에게는 스포트라이트가 가지 않는다능...이 아니라 저는 이미 번식할 기회를 가진 애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음 생각이 너무 앞으로 갔군요. OTL
  • 漁夫 2009/03/10 18:41 #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야 굉장히 성공한 '말뚝'의 사례로 볼 수 있죠. 부모에서 자식으로 수직 전파까지 될 정도니....

    어허 전 가장 일반적으로 보기 땜에 조연들까지도 고려를.... (조연들에게도 빛을 비춰 줍시다)
  • 구들장군 2009/03/10 13:08 # 삭제 답글

    이런 이치였군요. 글 잘 읽고 갑니다. ^^;;
  • 漁夫 2009/03/10 18:41 #

    개별 사례를 봐도 참 재미있는 놈들이 숱하게 많습니다.
  • 새매 2009/03/11 10:14 # 답글

    매트 리들리의 붉은여왕을 보면 미토콘드리아가 자성유전을 하기 때문에 후손에서 웅성을 제거시키는 압력을 가하는 생물도 있다고...
  • 漁夫 2009/03/11 12:23 #

    그것이 '이해 관계의 대립'이죠.
  • Esperos 2009/03/11 10:21 # 답글

    적절히 잘 정리해주셨군요. 한때 맹위를 떨치던 돌림병이 어느 순간부터 독성이 약해지기도 하고, 반대로 어느 때까지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병이 갑자기 한 집 건너 한 집씩 염라대왕 앞으로 보내는 큰 역병이 되기도 하지요. 또 숙주가 고립된 채 사느냐 집단으로 사느냐도 중요한 외부요소 중 하나고요.
  • 漁夫 2009/03/11 12:25 #

    감사합니다.

    해를 '얼마나 끼치냐'의 변화 원인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좀 더 자세히 포스팅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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