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6/24 22:28

WTC ; 유명한 피아노 음반들 고전음악-음반비교

  WTC(well-tempered clavier; 소위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Book I/II는 음반이 매우 많은 편이라서 무엇을 추천해야 할지 쉽지 않지만 가장 흔히 회자되는 피아노 음반이라면 아무래도 다음 넷일 것입니다.

1. 에트빈 피셔 <33∼36년> (EMI)
  최초 전곡 레코딩이라는 역사적인 의미 말고도, 연주만으로도 지금까지 경쟁력이 있는 음반입니다. 다소 빠른 템포와 낭만적으로까지 들리는 스타일은 아무래도 시대를 반영한다고 해야겠지요. 피셔의 훌륭한 피아노의 음색은 아직까지 이 곡에서 경쟁자가 없습니다.
  중가인 레페랑스(요즘은 GRoC) 3장이니 가격도 괜찮습니다(요즘 낙소스로 재발매된 것이 녹음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녹음은 SP 복각이니 아무래도 요즘보다는 상당히 못하지만, 그 때 녹음치고는 결코 나쁜 편은 아닙니다. 녹음 때문에 거부하기는 정말 아까운 음반이지요.

2. 글렌 굴드 <62, 64, 65년> (Sony)
  굴드를 듣는 데는 좋으나 평균율의 교과서를 원하는 분께는 결코 권할 수 없는 음반입니다. 굴드의 후반 녹음들은 일반적인 피아노 연주 스타일에 점차 가까워지는데, 이 초기의 평균율은 정말 가벼운 터치가 쳄발로를 연상시킵니다. 리히테르를 먼저 들었다면 이 음반에 적응하기는 정말 어려울 듯.... 묘한 매력이 있는 것은 사실로, 이 음반을 첫째로 놓는 사람도 많죠.
  전에는 CBS Masterworks 시리즈의 3장 중가로 팔렸는데, 요즘은 글렌 굴드에디션으로 재발매되면서 4장으로 장수가 느는 바람에 가격 경쟁력이 많이 없어졌죠.

3.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 <70, 72, 73년> (Melodiya)

  70~73년 잘츠부르크에서 스튜디오 녹음했습니다. 피아노의 스탠다드라고 해야 할 음반입니다. 결코 쳄발로를 흉내낼 생각을 하지 않는 리히테르의 연주 방식은 평균율에 아주 잘 맞으며, 너무 과도하게 피아노의 큰 표현력에 의존하지 않고 중간적인 위치를 잘 잡은 균형 감각은 매우 훌륭합니다.
  모두 4장인데, BMG-RCA로 나온 것은 중가 또는 염가이고, 일본 빅터 것은 top으로 팔립니다. 이 음반의 최고의 문제는, 70년대 답지 않게 흐릿한 경우가 많은 녹음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리히테르의 WTC 전집은 이 스튜디오 녹음 외에 인스부르크 실황(1973년 7,8월)이 더 있습니다만, 이것은 일본과 중국에서만 CD로 나왔고 한정판으로 전혀 수입되지 않았으므로 국내에서는 보기 불가능. 가끔 외국에 뜨기는 합니다. 비싸서 그렇지.... ^^

음반들 자켓 ;
바흐; WTC(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 리히테르(Melodiya) 
참고

  추가] 음질은 이 스튜디오 녹음보다 인스부르크 실황이 훨씬 더 들을 만 하다는 것을 밝힙니다.  CD로 구워서 들어 보시길.

4. 프리드리히 굴다(72,73년, MPS 원반, Philips 발매) ; Duo 2매(4장)

  굴다의 독특한 개성을 싫어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이 음반은 아주 재미있습니다. 굴드와는 다른 의미로 재미있는데, 분위기가 다소 밝으면서도 그의 탁월한 기교로 푸가를 아주 선명하게 들려 줍니다. 전체적인 표현의 폭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그의 Amadeo 베토벤 소나타 전집을 연상시킵니다. 이 음반도 녹음이 약간 울림이 부족한 결점이 있습니다.
자켓 ;
바흐; WTC(평균율 클라비어곡집) - 굴다(Philips) 참고

5. 안드라슈 쉬프 <80년대> (Decca)

  이 디지탈 녹음도 마찬가지로 기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쉬프의 연주는 항상 '힘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말썽이 많았죠'. ^^ 쉬프 본인은 '평론가들은 섬세한 표현과 드라마의 부족에서 오는 맥빠진 표현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는데, 제가 들어도(몇 곡 못 들어봤지만) 섬세한 맛은 있습니다만 확실히 힘은 부족합니다. 다시 말하면, 듣는 사람에 따라 표현의 폭이 부족하다는 평도 나올 수 있겠습니다. 개인 의견으로는, 쳄발로가 아니라 어차피 피아노를 선택했다면 이런 방향의 연주는 No Thanks입니다.
  4장짜리 top이나, 아니면 클라비어 작품 전부를 수록한 중가의 큰 전집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피아노로는 이 외에 니콜라예바 여사의 Melodiya와 Hyperion 녹음, 투렉 여사의 DG 모노랄 녹음(원 녹음은 USA Decca), 안젤라 휴이트의 Hyperion 녹음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모두 아직 못 들어봤습니다. '신약 성서'라 불리는 베토벤 소나타 전집에 비해 여류 대가들의 유명한 녹음이 비교적 많은 편입니다.

  쳄발로는 워낙 연주가 많으니... 가장 많이 추천되는 것은 레온하르트(DHM)이며, 모로니, 길버트(Archiv), 오르간까지 동원한 코르젬파(Philips), 틸니, 아스페렌(EMI), 발햐의 EMI(마던 쳄발로)와 Archiv(히스토리컬 쳄발로) 레코딩, 란도프스카(RCA), 최근 복각된 커크패트릭(Archiv; 음, 클라비코드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까지 음반이 숱하게 많습니다. 쳄발로 쪽은 제가 뭐라 할 바가 아니니 다른 분께 자문을 구하셔요.

漁夫




 Commented by tori at 2005/06/30 18:19
니콜라예바, 투렉 모두 좋더군요. 휴이트는 별 감이 안왔지만.
쉬프는 참 밍밍했습니다. 저에게 굴드는 피해가는 대상입니다. 너무 변칙으로 들립니다.
피셔 혹느 리히테르를 듣고 싶군요.

프랑스 조곡과 파르티타는 어떤 연주 좋아하세요?
파르티타는 펠츠만과 투렉으로 듣고 있는데 둘 다 맘에 듭니다.
프랑스 조곡도 참 즐겁게 듣고 있는데 연주자 Andrei Gavrilov는 낯선 이름이더군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5/07/03 07:53
요즘 피아노는 좀 잘 안 듣습니다. 근래 산 것이 저~ 밑에 있는 발햐의 Archiv 녹음(아쉽게도 일제로만 CD가 발매), 그리고 성음 LP로 커크패트릭. WTC는 레온하르트를 살까 말까 고려중입니다.
프랑스 모음곡은 발햐의 낡은 EMI 녹음, 쿠프만(Erato)을 보통 듣습니다. 굴드는 거의 안 듣고... 파르티타는 굴드를 좀 듣고, 로스의 염가음반(Erato)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박하우스의 5번 낱장을 아주 좋아합니다. 가브릴로프 음반은 없습니다.
Commented by 길손 at 2005/11/03 19:35
게시글들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근데 레온하르트 WTC 중에서 BASF-HARMONIA MUNDI를 모숍에서 보고 맘속에 찜해두고 있었는데 DHM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고전음악; 중고 at 2005/11/03 21:41
(어부) 저도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동일녹음일 겁니다.
Commented by 길손 at 2005/11/04 11:21
빠른 댓글 고맙습니다. 한가지 여쭙자면 만약....어부님의 경우라면 가격 대비 성능, 소장가치등을 따져 BASF-HARMONIA MUNDI와 DHM 중 어떤 놈으로 지르시겠습니까? 이번 주말 중으로 외출해서 현장에서 슬쩍 갈등하는 척하다가 결정의 순간에 참고하렵니다. 대놓고 여쭈면서도 제가 너무 집착하는 거 아닌가 심히 부끄럽습니다. 부끄 부끄...그래도 두둥...
Commented by 어부 at 2005/11/07 09:01
솔직이, 제가 요즘 offline에서 직접 나가 LP 구경하는 일이 없어서 BASF-HM 자켓 또는 속을 직접 구경한 일이 없습니다. ^.^ 끙.

덧글

  • rumic71 2009/01/27 22:38 # 답글

    굴다의 모짜르트를 엄청 좋아하는 제 입장에서는 굴다의 바흐도 꼭 들어봐야겠군요.
  • 어부 2009/01/28 00:28 #

    굴다 식 연주와 소노리티의 가장 큰 약점이라면 '입체감 및 피아노의 다양한 톤 칼라가 부족하다'일 겁니다. 고전파 및 바흐에서는 그렇다 쳐도, 낭만파 이후의 작품에서는 아무래도 약점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 muse 2009/01/27 23:03 # 답글

    개인적으로 평균율 녹음은 굴다가 피셔보다 좋습니다. (<-여기서 또나오는 마이너 근성) 감상용으로는 피셔도 아름답지만 (개인적으로 표현방식이 제 취향이 아닙니다. 저는 바흐는 하드코어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역시 연습할 때 참고용으로 듣기에는 기교가 확확 드러나는 굴다 버전이 유용하더군요.

    ...아아 그런데 1년 넘게 피아노를 건드리지도 못했어요 손 다 굳었겠다...orz orz orz
  • 어부 2009/01/28 00:29 #

    굴다 절대로 나쁘지는 않아요. 그런데 녹음이 좀 거시기....

    전 한 4년 쯤 됐을라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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