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이겐 요훔이 가장 장기를 발휘하던 레파토리는 브루크너(보통은 DG의 첫째 전집이 더 인기 있습니다)라는 말이 많고 꽤 설득력도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그가 하이든에서 브람스, 바그너까지 이르는 독일 정통 영역을 녹음에서 도외시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이든 교향곡은 녹음도 꽤 많으며 특히 런던 필과 녹음한 잘로몬 세트 전집(DG)은 인기가 있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전집은 정식 스튜디오 녹음만 DG와 Philips에 두 번(하나는 사 보고 싶습니다), 브람스 교향곡도 적어도 두 번(DG의 모노랄과 EMI 스테레오), 모차르트 교향곡은 체계적으로 녹음은 안 했지만 이 레이블 저 레이블에 몇 개 흩어져 있으며 주피터와 슈베르트 미완성이 붙은 보스턴 심포니와 한 녹음(DG)은 어떤지 정말 궁금한데 살 기회가 안 오는군요.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 녹음(DG)과 베버 '마탄의 포수'(DG)는 그의 오페라 지휘 역량을 잘 보여 준다고들 평하고 있습니다.
이 '하이든 주제 변주곡'과 엘가 '수수께끼 변주곡'은 작곡가로 보면 상당히 생뚱맞은 커플링입니다만, 관현악을 위한 대규모 변주곡을 쓴 유명 작곡가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 이것 말고는 나름대로 괜찮은 것은 드보르작, 브리튼, 힌데미트, 월튼, 쇤베르크, 베베른 등밖에 생각이 안 납니다. 차이코프스키의 모음곡 3번 op.55 중 마지막 악장이 규모가 큰 변주곡이지만 단독 작품은 아니죠 - 낭만주의 시대의 작품 커플링으로서 이해가 갑니다.
런던 심포니는 이 시기 부근에 DG에서 몇 녹음을 했습니다. 칼 뵘이 지휘한 차이코프스키 4~6번 교향곡처럼 상당히 의아(!)스러운 선택도 있는가 하면 아바도 등과 한 것처럼 평이 좋은 것도 있습니다. 이 녹음에서도 기술적인 훌륭함과 적응성을 잘 보여 주기는 합니다만, 이 음반에서는 아쉽게도 요훔의 매력 쪽이 십분 발휘되지는 않았다는 느낌이 납니다. 그의 소박함과 무게 있는 소리를 만드는 방법이 엘가에서는 약간 어울리지 않고, 브람스에서는 다른 쟁쟁한 경쟁 상대들에 비해 - 특히 푸르트뱅글러의 낭만성(가끔 지나치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이나 발터/콜럼비아 심포니(Sony)의 서정적인 품위 있는 아름다움이 독보적입니다 - 약간 '잔재미'가 덜한 편입니다. 엘가에서는 바비롤리 지휘 필하모니아의 따스한 해석(EMI)이 진짜 훌륭하니까요(몽퇴 지휘 Decca 음반은 아직 제게 없습니다). 녹음 상태는 좋은데, 엘가의 12변주에서 '좀 뭔가 배경이 이상한' 느낌이. 한 마디로 어딘가 2% 모자란데 꼭 집어 설명하기 어려운 연주.
녹음은 1975년 3월 런던에서. 원래 LP 초반은 아래 2530 586. 어느 인터넷 LP점에서 샀다가 상태 표시가 실제 상태와 달라서 반품하고 나중에 일제 CD를 샀습니다. UCCG-3997(476 8417).

붙어 있는 바그너 '파르지팔'의 1막 전주곡과 성금요일의 음악은 원래 브루크너 교향곡 5번 2장 세트(바이에른 라디오 심포니)의 네 번째 면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초반 자켓은 여기를 보시면 됩니다. 1957년 12월 14일 뮌헨 헤르쿨레스잘 녹음으로, 프리차이 지휘 '피델리오' 등과 함께 DGG 자체의 기술진이 맡은 최초의 스테레오 녹음들 중 하나. 음향은 눈 감고 들으면 1950년대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아직도 선명하며, 금관의 울림도 예리하고 짱짱합니다. 오히려 메인 프로그램보다 충분히 매력적인 편.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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