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4 19:35

리스트; 소품집(순례의 해 발췌, 기타) - 아라우(Philips) 고전음악-LP

 
  클라우디오 아라우는 독일 고전 및 낭만파 뿐 아니라 프로코피에프나 드뷔시 등 대단히 넓은 레파토리를 자랑하고 있었죠. 사제 관계로 보면 리스트의 제자인 마르틴 크라우제(Martin Krause)에게 배웠으므로 - 이 사람은 에트빈 피셔의 스승이기도 하죠 - '리스트의 제자들'에게 리스트의 스타일을 계승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919년과 1920년에 - 그의 나이 불과 16,17세 때 - 리스트 상을 수상한 경력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리스트 스튜디오 녹음은 아주 많지는 않습니다 - 비록 대다수의 다른 거장급 피아니스트들보다는 많은 편이긴 합니다만. 모노랄 시대부터 보면, 미국 Columbia 시절에 오먼디와 녹음한 협주곡 1번이 있습니다. 모노랄 시대에는 이 외에는 리스트 녹음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1960년대 후반부터 Philips에 주로 녹음을 남겼습니다. 69년의 이 음반, 70년의 소나타 b단조, 71년의 오페라 패러프레이즈, 74년의 초절기교 연습곡, 74,76년의 연주회용 연습곡, 79년의 협주곡 1,2번까지 LP로 대략 7~8장 분량입니다. 이 음반의 내용을 CD로 다 구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저것의 공백 메꾸느라 끼어 나오긴 한 모양입니다.
  전의 초절기교 연습곡 리뷰에서도 이미 지적한 일이 있습니다만, 아라우의 Philips 시대 리스트 녹음의 특성은 '리스트다운(?) 과격한 기교성과 돌진력'과는 거리가 멉니다. 사실 리스트의 말년 제자 중 한 명이었던 에밀 폰 자우어가 '생전의 리스트는 결코 템포를 빠르게 하지 않았다(물론 말년에 기교가 좀 쇠퇴했을 수도 있고,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말년에 템포가 느려짐을 감안해야죠)'고 말한 적도 있으니 이런 해석이 타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더래도 초절기교 연습곡에서는 조금 더 질주해 줬으면 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LP에 실린 서정적인 곡들에서는 아라우의 대범하면서 충실한 해석이 아주 괜찮습니다. 802 906 LY, 영국 시리얼로는 SAL 3783. 1970년 경 발매되었을 텐데 이 시기까지는 아직 6자리 시리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군요. 레이블은 찍는 것을 깜박했는데 thin Philips - Silver lettering, Red tone 입니다.

  이 자켓 그림은 쿠르베(Gustave Courbet)의 그림 '전원의 연인들'입니다. 왼편 여성은 (지금 이름이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다년간에 걸친 쿠르베의 애인으로 둘 사이에는 아이도 있었다고 합니다. 보통 유럽이나 미국 LP에는 자켓으로 사용한 그림 출처 표기가 거의 예외 없이 제대로 돼 있는데, 이 앨범은 전혀 없습니다.

漁夫




Commented by 슈르르까 at 2008/06/18 00:01
'아라우의 충실한 해석'이라 언급하신 부분 저도 끄덕끄덕 동감입니다^^
아, 갑자기 sonetto 104가 듣고 싶어지네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8/06/18 00:12
저도 편견이 있어서인지, 리히테르의 소피아 실황 같은 좀 무지막지하고 괴물이 나올 듯한 연주를 찾는 별로 안 좋은 경향이 있어요. 하하하.
Sonetto 104 정말 좋아합니다. 이건 괴물 나올 필요가 없는 곡이서래...
Commented by 슈르르까 at 2008/06/18 00:19
어, 깜짝이야 답글이 금방 달렸네요ㅋㅋ~
그죠그죠? 104 정말 좋죠?
참고로 저도 귀신나올거 같은 곡은 안좋아하지요^^
그래서인지 어쩐지 현대곡들은 정이 잘 안가더라구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8/06/18 00:20
리스트 소나타는 어케 들으면 귀신나올 법도 한데 - 특히 호로비츠의 1932년 EMI 녹음이 그렇죠. 그래도 참 매력적인 곡입니다. 전 귀신에 별로 신경을 안 쓰다 보니....
Commented by 슈르르까 at 2008/06/18 00:24
ㅋㅋ 어릴땐 리스트 소나타 참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이 들면서 점점 괜찮아지더라구요~
좋아하는 부분도 생기고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8/06/18 00:24
실력이 되면 소나타나 순례의 해도 도전해 보고는 싶습니다만, 집에 피아노가 없는 상황에서는 좀 무리네요.
Commented by 슈르르까 at 2008/06/18 00:28
우와 이렇게 빨리 쓰시다니! ㅋㅋㅋ
소나타는 워낙 길고 순례의 해는 충분히 가능할거 같은데요~
안타깝네요 ㅠㅠ
Commented by 어부 at 2008/06/18 00:35
뭐 언젠간 다시 들여놓겠죠...
요즘은 핸델 주제 변주곡에 다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카첸을 한참 안 듣다 좀 전에 다시 들어봤는데 정말 아름답군요. 카첸을 다시 돌아볼 계기가 되려나요.
( 빨리 답 다는 건 그냥 지금 놀고 있기 때문입니다 -.- )
Commented by 슈르르까 at 2008/06/18 11:27
헨델 주제 변주곡 정말 아름답고 좋은 곡이예요 ㅠㅠ
끝부분이 정말 어렵고 옥타브도 워낙 많고 제겐 좀 벅차지만..
한 13,4년전쯤에 처음 이 곡을 들었었나봐요.(저의 선생님께서 연주하셨었어요)
저로선 상당히 늦게 알게 된 곡이었어요, 하지만 첫눈에(좀 웃기는 표현이지만)
그 단순하고 단아한 주제에 흠뻑 빠졌었죠.
누구를 통해서 또 어떤 연주를 듣게 되느냐가 그 곡의 첫인상에 그리고 그 이후에도
정말로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걸 살면 살수록 실감해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8/06/18 12:35
그 주제는 저도 정말 좋아합니다. ^^ 대락 18년쯤 전 처음 산 음반이 낱장으로 발매된 카첸(Decca) CD였는데, 당시는 사실 아주 좋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요즘 제르킨 음반에 자극받아서 제게 있는 여러 음반을 다시 들어보고 있는데, 카첸이 정말 좋군요. 늦게야 깨닫습니다. 지금은 Decca의 6장 box로 있는데 다른 넘들도 좀 들어봐야 겠습니다.
이 변주곡, 특히 푸가가 3도,6도,옥타브의 전시장이라 손이 크지 않으시다면 좀 피로가 올 만 하죠. 전 다행히 10도가 닿기 때문에 기계적으로는(음악적이 아니라 -.-) 아주 피곤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파가니니 변주곡의 빠른 왼손 6도하고 옥타브 글리산도에서는 GG칠 수밖에 없었죠. 크.....
Commented by 슈르르까 at 2008/06/19 12:02
카첸의 브람스 소나타 3번도 좋아해요.
전 루푸의 3번을 정말 정말 가장 좋아하는데 루푸가 좀 더 서정적인데 비해
카첸은 좀 씩씩한거 같았던 느낌이었지만 암튼 좋았던거 같아요.
지금은 씨디가 저한테 거의 몇장 없어서 듣고 싶어도 못들어요 ㅠㅠ
그건 그렇고 제게 옥타브 글리산도나 옥타브 연습곡 같은건 완전 쥐약이예요.
옛날에 제 욕심에 멋모르고 무리하게 연습하다가 한번 다친적이 있어요.
후유증이 꽤 오래 가더라구요.
그 뒤로는 정말 조심하게 되고 왠만해선 그런 곡들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아요. ㅋㅋㅋ
Commented by 어부 at 2008/06/19 12:56
켐프(스튜디오와 실황), 커즌, 피셔, 루푸, 카첸, 체르카스키, 루빈슈타인이 집에 있는데 아직까지는 루빈슈타인의 강력하고 스케일 큰 연주를 첫째로 생각합니다(하지만 CD 음질이 좀 딱딱해서 잘 안 듣게 되더라고요). 요즘 E.피셔(의외로 추진력 있고 좋습니다)와 켐프 스튜디오를 많이 들었습니다만 카첸도 재평가해 보려고 합니다. 루푸나 체르카스키는 거의 안 듣습니다.
손 문제는... 서클 음악회 때 연주하려고 초절기교 11번 '저녁의 화음(조화?)'을 연습했다가 오른손 둘째 뿌리 관절이 triggered finger로 되는 바람에 '딱딱' 거려 한 달 이상 피아노 관뒀던 경험이. 그 덕에 아르페지오 연습곡을 무리해선 안된다는 심각한 교훈을 얻었죠.
Commented by 슈르르까 at 2008/06/20 00:39
언급하신 연주들중에 몇 가지는 들어본 거 같은데 잘 기억이 안나네요^^
그건 그렇고 저는 한달이 아니라 1년정도 연습다운 연습을 못했었어요.
아르페지오든 옥타브든 더블 3도 6도든 암튼 같은 동작을 계속 오랫동안 반복한다는건
정말 좋지 않다는것도 알게 되었고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8/06/21 14:37
같은 동작을 계속하면 안 좋은데, 특히 손을 쫙 벌린 채로 ff를 계속 연주하는 경우는 힘줄이 뼈에 마찰되어 부어오른다고 하더군요. 저녁의 조화 같은 경우는 특히 그런 곳이 많아서 낫는 데 좀 시간이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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