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07 19:04

슈베르트; 4손 피아노 작품집 - 슈나벨 부자(父子) (EMI) 고전음악-LP

  그러고 보니 슈나벨 포스팅도 처음입니다. ^^ 상대적으로 제가 슈나벨 녹음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때가 늦은 탓도 있고요. 피아노 음악 녹음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게으른 셈입니다.

  아르투르 슈나벨이라면 대부분의 애호가 분들은 '베토벤 소나타 전집 녹음을 역사상 최초로 완성한 피아니스트(협주곡도 완성했으며, 그리고 상당 수의 변주곡과 소품도 동시에 진행하여 녹음을 남겼음)'로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상황으로 보아 이 위업이 그의 공적 중 가장 중요하다는 데는 저도 물론 동의하지만, 하나 또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슈베르트 소나타와 독주곡들입니다. 리히테르의 슈베르트 소나타 리뷰에서도 썼듯이, 1930년대였음을 고려해 볼 때 슈베르트의 소나타 및 4손 작품, 독주곡들을 슈나벨 정도로 녹음한 사람은 없습니다. 슈나벨은 의심할 여지 없이 요즘의 슈베르트 소나타 연주의 선구자입니다. 리히테르에 대한 브루노 몽셍죵의 책에서 리히테르가 고백했듯이, 1940~50년대에도 슈베르트의 소나타들은 거의 연주되지 않았다고 할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슈나벨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갔는지 - 그리고 녹음을 결정한 HMV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갔는지 - 알 만 합니다.
  이 음반에는 슈나벨이 아들인 칼 울리히와 녹음한 4손 레파토리 중 일부가 들어 있습니다. 수록곡은 군대 행진곡(전 3곡. 흔히 아는 슈베르트의 군대 행진곡은 이 3곡 중 1번입니다) D.733, 헝가리풍 디베르티스망 D.818, 안단티노 바리에 D.823, 론도 D.951입니다. Pearl에서 슈나벨의 슈베르트 녹음 거의 전부(완전히 전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를 CD 2장 세트 2개로 내놓았을 때 - 전 이것도 갖고 있습니다 - 거기에는 이 LP의 수록곡 외에 행진곡 D.819와 알레그로 D.947도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Pearl 발매의 약점은 음질인데, 한 곡은 슈나벨 부자의 소리가 기막히게 살아 있는데 나머지 곡들은 영 음향이 죽어 버렸습니다. ㅠ.ㅠ 반면에 이 LP는 소리가 곡들을 비교할 때 훨씬 균일하고, 전반적으로 음색을 잘 들려 줍니다. 레파토리 자체야 그리 재미가 없지만 어차피 재미있으리라 기대하고 샀던 레파토리도 아니죠 ^^ 뭐 잘 안 팔려서 싸게 집어온 만큼 Pearl하고 겹치더라도 소리가 더 좋으니 만족입니다. 앞으로 프랑스 EMI에서 발매한 릴리 크라우스(Lili Kraus)의 Schubert 2CD set에도 4손 레파토리가 들어 있는데, 거기도 D.818이 들어 있으니 좀 진지하게 비교해 볼 생각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크라우스는 슈나벨의 제자였으니 더 재미가 있겠죠.
  1937년 녹음, 일본 도시바-EMI의 GR-2136. 일본 Great Recordings of the Century 시리즈는 자켓이 이런데, 파란 색조만 빼면 디자인은 미국 Angel COLH와 비슷하며 발매 순서는 프랑스 COLH와 거의 같다고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 및 영국 COLH는 일반적으로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일본 GR 시리즈는 이들을 LP로 듣고 싶을 때 좋은 대안입니다. 음반 질도 괜찮으며 값은 전반적으로 훨씬 쌉니다 ^^
  아래는 일본 GR 시리즈의 레이블. 경험 있는 분은 아시겠지만 '원조'인 프랑스 COLH 레이블과 거의 같습니다. 이 디자인은 영국과 미국의 COLH 시리얼도 거의 공통이며, 미국과 일본에서는 상표권의 문제로 Nipper(멍멍이)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 미국에서는 RCA, 일본에서는 JVC가 사용권이 있습니다 - Angel 마크를 쓰는 것만 다르죠. 프랑스에서는 제일 처음 발매된 시기만 Pathe의 수탉 로고를 쓰다가 조금 후부터는 모두 Nipper로 바뀝니다. EMI 족보 페이지를 참고하시길.


漁夫



Commented by 만술[ME] at 2008/04/08 09:22
말씀하신대로 슈나벨의 업적중 슈베르트 녹음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40~50년대에 슈베르트 소나타들을 연주하고 녹음했던 연주자를 또 꼽는다면 Erdmann만 정도가 추가 될 수 있겠죠.
Commented by 어부 at 2008/04/08 12:49
Erdmann이요! 이름만 간신히 기억나는 사람이군요. 그래도 슈나벨은 오래 전부터 레파토리에 넣었고, 원래 사정만 아니었다면 즉흥곡도 38년에 녹음했을 겁니다. 피셔의 전설적인 38년 즉흥곡은 원래 슈나벨이 녹음할 예정이었는데 슈나벨이 녹음 시간에 스튜디오에 못 올 사정이 생겨서 대신 피셔에게 차례가 돌아갔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슈나벨이 이런 일을 30년대에 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합니다. 녹음을 기획한 HMV도 마찬가지고요.
Commented by celi at 2008/05/01 19:51
저도 슈나벨의 슈베르트 소나타를 레퍼런스로 갖고 있습니다만,
정말 극악의 음향인 것 같습니다. ;;
같은 30년대라도 피셔나 페트리의 음반은 비교적 들을만 한데,
그 녀석은 3분 넘어가면 인내심이 필요하니 ;;
Commented by 어부 at 2008/05/05 09:22
레퍼런스 발매도 그렇습니까? 제가 최근에 구해 본 바흐 ART 레페런스는 그다지 문제가 없는데 말입니다.
슈나벨 베토벤 소나타 EMI 초기 발매가 소리를 너무 깎아먹었다고(잡음 깎다가 소리까지 죽인 전형적인 예라는) 말이 많더니, 슈베르트는 아예 음질 자체가 문제가 있는가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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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랜디 2009/01/26 19:52 # 답글

    저는 까다롭고 진지하며 구도적인 이를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슈나벨의 연주가 마음에 들거라는 추천을 하는 분이 계셨죠. 오늘도 좋은 소개 감사합니다.
  • rumic71 2009/01/26 19:53 #

    슈나벨의 문제라면 모짜르트도 베토벤으로 들리게 연주한다는 점이죠.
  • 어부 2009/01/26 23:32 #

    제가 들은 슈나벨이 협주곡과 일부 좀 심각한 독주곡 뿐이라 그런지 아주 베토벤식이라는 생각은 안 했는데 한 번 다시 꺼내 들어 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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