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16 21:40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집 - 피셔(EMI) 고전음악-LP

  이 더블 LP로(Electrola 1C 147 01674~75), 이 음반 저 음반으로 흩어져 있던
피셔의 베토벤 소나타 음반을 그냥 하나로 다 합쳐 버렸습니다. 정리하면

7번 D장조 ; 1954년 녹음
8번 '비창' ; 1952년 녹음
23번 '열정' ; 1952년 녹음
31번 A flat 장조 ; 1938년 녹음
32번 c단조 ; 1954년 녹음

  7번은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의 오래 전 CD 발매에 포함. LP로는 아래 사진이 초반.
  8번은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의 근래 CD 발매에 포함. Dacapo 시리즈 LP로는 피아노 협주곡 4번의 여백을 채우기도 했습니다. 초반 사진은 아래에서볼 수 있습니다. 구녹음인 APR 음반 쪽이 연주는 더 나음.
  23번은 초반에서는 8번과 커플링이며 황제의 근래 CD 발매에 역시 8번과 포함.  단 협주곡 4번 LP에는 안 들어가 있습니다. 
  31번은 APR 음반과 동일녹음. 음질은 이 LP가 약간 더 낫습니다.
  32번은 CD로 거의 나오지 않았죠. 초반으로는 7번과 같이 들어갔습니다.

  7번은 분위기가 신비스럽습니다. 2악장의 안개 낀 듯한 속에서 갑자기 강렬한 햇빛을 비추는 듯한 표현은 기가 막합니다. 4악장도 일품인데, ff로 들리는 론도 주제의 동기를 어떻게 연주할까 자신도 모르게 기대하게 됩니다. ff에서 들을 수 있는 단단한 음색과 pp의 부드럽고 녹아내리는 듯한 아름다운 음색은 피셔가 아니면 불가능하죠.
  8,23번이 특별히 연주 수준이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APR 음반 쪽이 적극적이고, 더 박진감이 있습니다. 단, 음색은 당연히 이 1952년 스튜디오 녹음이 더 낫죠. 8번 1악장 Grave의 첫 fp를 피셔가 다룬 방법이 재미있습니다. 1938년의 APR 녹음에서는 비슷한 모든 곳에서 치자마자 바로 소리를 줄이고 있는데(피아노에서 안 된다는 생각은 마셔요. 치자마자 손을 건반에서 떼고, 페달을 들어서 소리를 죽여 버리면 됩니다), 이 1952년 녹음에서는 이런 방법을 전혀 쓰지 않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1952년 뮌헨 실황 녹음(Music & Arts)인데, 전부 다가 아니라 몇 곳에서만 이 방법을 썼더군요.
  솔직이 이 8,23번은 피셔의 실력을 제대로 포착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 50년대 녹음은 아쉽게도 피셔의 기막힌 음색을 제대로 잡지 못했을 뿐더러 - 뭐, 당시의 EMI가 낡은 장비로 피아니스트들의 소리를 제대로 못 잡아 음반을 버린 공은 인정해 줘야죠. 피셔만 당한 일이 아닙니다. 솔로몬, 기제킹, 모이세이비치 등 많아요 - 해석도 30년대 녹음보다 매력이 떨어집니다.
  31번은 피셔 전성기의 음색이 압도적이며, 기교도 충분한 명연주입니다.  APR의 복각은 사실 피셔의 음색을 충분히 못 살려 준 느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Pearl의 복각을 구해 보고 싶습니다만 지금은 너무 드뭅니다.   핸델은 아직 EMI 본사나 지사의 LP발매를 보지 못했습니다. 있으면 좋은데 아예 없는 모양입니다. 
  32번은 음색의 아름다움은 7번과 마찬가지로 대단한데, 하나 마음에 안 드는 점은 2악장 '재즈 변주'의 리듬이 좀 너무 둔하다는 것입니다. 피셔가 BWV.552의 부조니 편곡 '성 안나' 전주곡과 푸가를 연주할 때도 부점음표의 리듬을 이렇게 흐리는데, 그의 습관인지 모르지만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래는 DaCapo 시리즈의 레이블.

  솔직이 APR의 일반적인 복각 수준을 저는 못 미더워하는 편입니다만 - 그리고 이 음반도 다소는 그런 편입니다 - 그렇더라도 이 음반은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우선 1950년대의 연주보다 절대적으로 더 뛰어나며, 스튜디오 녹음의 31번에다가 핸델 녹음까지 한 번에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1번도 특히 아름답고, 핸델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Interesting'이란 말 말고는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데, 요즘의 쳄발로 스타일로 곡에 익숙해졌다면 더더욱 그렇죠. 극적이고 긴장감이 넘칩니다. 

  위는 소나타 8,23번의 LP 초반 자켓. 알고 지내는 네덜란드의 어느 분께서 사진을 보내 주셨습니다. 감사~

  위는 HMV ALP 1271, 소나타 7번과 32번의 자켓. 이 LP는 그가 정식으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중에는 거의 최후의 것 중 하나로, 1954년 5월 녹음입니다.  이 두 소나타 모두 Music & Art의 실황 double set로 갖고 계신 분이 꽤 있을 것입니다. 이 스튜디오 녹음과 비교할 때, 1950년대의 피셔는 확실히 실황에서 실수가 꽤 많습니다. 레코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피셔의 전성기는 30~40년대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켓을 보내 주신 분께서 고맙게도 LP에서 CD를 만들어 주셨는데, 이것을 들은 한으로는 아래 CD보다 (오래 전에 tape로 뜬 것으로 비교하여) LP가 소리가 더 선명하네요. 반드시 CD를 못 만들었다기보다는 세월이 지나면서 마스터가 열화되었을 수 있으니까.
  아래 CD는 오래 전에 나온 References 시리즈. '황제'의 뒤에 7번이 붙어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32번은 CD로 나온 일 없음(일제는 완전확인 불가. 일제로도 극히 최근에는 없다고 압니다).


漁夫
Commented by helldiver at 2008/03/20 22:25
뮌헨 실황에서는 38년 녹음보다 f를 아주 약간 살짝 길게 처리했죠. 저렇게 쳐도 옛날 녹음인데도 잔향이 좀 남아 녹음이 된다는 게 너무 신기했었습니다.
Commented by 어부 at 2008/03/21 18:04
그 뮌헨 실황을 들은 지가 너무 오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처리했는가가 약간 가물거리네요. ^^ 어쨌건 음반에서 저런 식의 fp를 들을 기회가 의외로 아주 드뭅니다.

Commented by celi at 2008/01/11 09:15
일단 자리를 잡으면,
펄과 접촉을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
31번을 제대로 들을수만 있다면, 그 어떤 희생도 ;;;
Commented by 어부 at 2008/01/11 19:17
저도 DaCapo LP를 구해 보려고 하는데 잘 안보이네요. 누군가가 이 LP 소리가 APR보다 낫다고 하더이다 0.0


Commented by 페스츄리 at 2006/10/22 14:43
제가 가지고 있는 음반이 맨 아래껍니다.^^ 뭐 혹평하시니 할말은 없지만.."2악장"은 정말 눈물나게 아름답지 않습니까?^^
Commented by 어부 at 2006/10/22 22:43
부분적으로는 매력적인 데도 꽤 많은데 전체적으로 보면 좀...


Commented by 만술[ME] at 2006/03/28 15:44
APR 발매 음반은 개인적으로 진짜 "시그니쳐" 씨리즈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연주가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려주신 EMI 초반 이미지는 처음 보는 귀한 이미지네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6/03/28 17:41
예 전 특히 핸델 때문에 자주 꺼내 듣습니다. 정말 녹음이 좋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Commented by 김정민 at 2006/03/28 16:36
회현동에서 골라잡아 LP세일할때 이 음반을 발견 했었는데 음반을 사포로 밀어 버린 듯한 상태로 구입을 포기 했었습니다... 이렇게 귀한 음반이라니... ㅜ.ㅠ 여하튼 ALP, CLP,DLP, 33CX, 33C 등등 초기 모노 LP 음반들은 음질이 너무 들쑥 날쑥합니다. 데카의 LXT는 구입해서 음질로는 거의 후회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만...
Commented by 어부 at 2006/03/28 17:41
ALP가 귀하긴 한데, 33CX처럼 상태 좋은 녀석이 드물어서 그런지 사실 일부 타이틀은 너무 비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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