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아래 포스팅인 바흐; 마태 수난곡 - 클렘페러/필하모니아 O.(EMI) 및 멩겔베르크(Philips)와 함께 옛 거장들이 남긴 마태 수난곡 음반 중 흔히 거론되는 기록의 하나입니다. 물론 전곡도 아니고(원 녹음에서는 14곡이 없으며, 마스터의 상태 때문에 2곡을 추가로 삭제) 칼 리히터; 마태 수난곡(Archiv)와 같은 수준에서 논할 수는 없지만, 푸르트뱅글러가 바흐를 보는 시각을 제공하는 귀중한 음반. 의외로 담담하며, 멩겔베르크처럼 신파조로 흐르지는 않습니다. 푸르트뱅글러가 자주 기용했던 젊은 피셔-디스카우(목소리 진짜 생생합니다)를 비롯하여, 빈 최고급의 가수들을 동원. 그뤼머의 비(非) 오페라 음반은 드문 편인데 제가 갖고 있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무슨 오라토리오가 있는 것 같던데....
콘체르트하우스에서 1954년 4월 14~17일 녹음.
아래는 처음 공연한 14일의 프로그램. 아무리 부분 삭제라고 해도, 7시 30분부터 시작했으니 대략 밤 10시 넘어서 끝났겠죠. 공연장에서 직접 마태 수난곡의 실연을 들으려면 힘듭니다 -.- 오케스트라의 솔리스트 명단을 보면 빌리 보스코프스키, 에마누엘 브라벡, 한스 레츠니첵, 한스 카메시 등 당시 빈 필에서 실내악으로 날리던 저명 인사들입니다. 안톤 하일러는 뒤에 야니그로와 함께 Vanguard에 녹음이 많고, 합창지휘인 한스 길레스베르거는 RCA에 녹음도 몇 있습니다.
漁夫Commented by 고운아침 at 2007/10/07 15:56

안녕하세요. 아... 이 음반이 바로 푸르트벵글러 선생님의 위대한 유산이로군요. 멩엘베르흐의 해석에도 관심이 많이 갑니다. 물론 원전연주가 득세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그것이 저런 연주들의 가치를 부정할 수 있는 근거는 될 수 없다고 봐요. 저도 이야기만 들었던 음반인데 여기서 이런 자세한 설명을 들으니 참 반갑군요.^^ 제가 들어보니 실제로 예전에는 바흐의 마테우스파시온의 전곡중에서 일부를 생략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었다고 하니, 푸르트벵글러님도 시대의 관례를 따르셨던 것이겠지요.
누구신가 했더니 ^^
푸르트뱅글러의 드문 레파토리긴 합니다. 사실 리히터의 전곡 녹음 전까지는 생략 안 한 녹음은 없었으니 생략이 문제될 건 없고, 문제는 양식인데 이 점에서도 의외로 상식적이더군요. 빈의 명 테너 안톤 데르모타의 에방겔리스트란 점에서도 흥미가 있습니다.
[ 그런데, 멩겔베르크는 독일계 1세기 때문에 네덜란드식으로 읽어야 하는지는 좀..... -.- ]
저도 알게 모르게..의외로 발음에 신경을 쓰게 되더라구요. 프리차이가 아니라 프리초이라고 읽어야 하고 헤레베헤 보다는 헤레웨헤가 더 원음에 가깝고, 쇼스타코비치보다는 쑈스딱꼬비찌가 원어에 가까운 발음이고..(러시아어 공부한 양반한테 직접 물어봤죠 ^^) 조지 셀이 아니라 죄르지 셀이 맞다네요. 루돌프 마우에르스베르거보다는 루돌프 마우어스베르거가 원음에 가깝고..(마우어스베어거 정도) 조르디 사발 보다는 호르디 사발이 맞는 발음이고.. 전 요새 앙드레 끌뤼땅스가 맞는지 아니면 앙드레 끌뤼땅이 맞는지 고민중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표기법이죠.^^ 아무리 원음에 가깝다고 제 마음대로 발음표기를 하게 되면 외국어 표기법이 파괴되어버리고 말거든요. (솔직히 저도 중국어를 좋아해서 하는 이야기지만, 왜 1911년 신해혁명을 기점으로 해서 그 이전발음은 우리 한자식 발음으로 읽어야 하고 그 이후는 중국한자발음으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외국어 표기법으로는 원 한어발음을 충분히 반영할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죠) 예를 들어 曲江縣(곡강현)을 지금 표기법으로 하면 취장시앤(qu zang xian)이지만 원래 발음을 최대한 반영하자면 취쨩시앤 또는 취쟝시앤 (qu jiang xian)이라고 읽어야 하거든요. 더 큰 문제는 중국어의 xi발음을 모두 간단한 si(스)발음으로 처리해 버리고 있다는 겁니다. 혀가 천장에 붙어서 발음되는 아주 두꺼운 "씨"인데도 말이지요. 문제는 이런 것 저런 것 따지면 외국어 표기법은 공중분해될 수 밖에 없다는 것....사실 외래어 표기법 특히 중국어나 서구 유럽언어는 영어와 다른 표기법이 따로 공인되었으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또는 아예 표기법 자체를 없애버리고 사회의 결정에 맡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외국어인 만큼 다 수긍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말해 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말 표기를 듣고 외국어 스펠링을 거꾸로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도 있거든요.
참고로, 셀은 미국으로 이름 고치면서 귀화했기 때문에 조지 셀이라고 불러 주면 된다고 합니다. 호르디 사발보다는 조르디가 맞대는데, 바르셀로나 스페인어가 J를 ㅈ 발음한다는 골치 아픈 문제가. 외국어 표기에서 경음을 피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하니 클뤼탕(스)가 맞죠.
- 1947년이던가요... 아직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전이었던 마리아 슈타더가 당시 스위스에서 일종의 망명 생활 중이던 푸르트벵글러를 방문했을 때, 그가 "요즘 바흐를 공부하고 있습니다"고 말하며 이 곡의 일부를 피아노로 연주하여 들려주었다는 일화가 전합니다. 푸르트벵글러가 바흐의 작품을 좀 더 많이 녹음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 엘리자베트 그륌머는 루돌프 켐페 지휘 모차르트 "레퀴엠"(EMI)에서 소프라노 독창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음반도 역시 Reference 시리즈로 발매된 바 있습니다.
예 그 일화 저도 알고 있습니다 ^^
그뤼머의 오라토리오 음반은 이제는 좀 더 알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켐페의 독일 레퀴엠 외에(켐페 디스코그라피 만들어 놓고 이 글 쓸 때 까먹었다니까요) 카를 포르스터 지휘 바흐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가 있을 겁니다. LP로는 구경해 봤는데 CD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아 있는지 약간 가물거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