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25 17:26

바흐; 마태 수난곡 - 클렘페러/필하모니아 O.(EMI) 고전음악-CD



  그러고 보니,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오토 클렘페러의 음반을 단 한 개도 포스팅하지 않았습니다. ^^
  이 음반은 트랙백한 칼 리히터; 마태 수난곡(일본 Archiv CD)과 함께 오랜 기간 이 레파토리의 대표반으로 군림해 왔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아직까지 캐스트의 화려함만으로는 이 음반을 능가할 것은 없습니다. 단짝(어떤 의민지....) 벤자민 브리튼을 따라 거의 Decca에만 출연해 온 피터 피어즈가 에방겔리스트를 맡은 점도 특이하고요(피어즈는 후에 Decca의 뮌힝거 음반에 같은 역으로 출연합니다). 대규모의 현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물론 비올라 다 감바가 등장하긴 하지만), 낭만적으로 유유하게 흐르는 정서는 역시 클렘페러가 자라 온 시대를 대표하겠죠. 이 음반의 총 연주 시간이 3시간 44분 가까이 걸리는 큰 이유는 합창인데, 합창 프레이즈 끝의 페르마타를 그대로 연주하는데다 기본 템포 자체도 꽤 느리기 때문입니다. 전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음반으로 처음 들어서 그리 이상하지는 않습니다만, 국내 어느 유명 평론가께서는 "클렘페러의 바흐 대표반이 일반적으로 이것이 거론되는데 이 곡을 위해서 불행이다. 왜냐하면 이것이야말로 이 곡을 지루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연주기 때문이다"라 일갈하시기도. ^^ 전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이 분 취향이 원전 연주와 리히터 구반 쪽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그리 이해 못 할 말씀은 아닙니다. 물론 요즘 이런 식으로 연주한다면 거의 시대착오에다 미친 넘 취급 받기 딱 좋습니다만, 시계추가 언제 반대 편으로 쏠릴지 알 수 없지 않습니까? 1970~80년대에 카라얀도 마태 수난곡을 냈는데 그 음반 심각하게 욕하는 사람 못 본 이상, 이 음반이 그리 욕을 먹어야 할지.
  여담입니다만, 이 음반의 표지는 내셔널 갤러리 소장 '십자가에 못 박히는 그리스도'입니다. 화가는 David라고만 나와 있습니다. 잘 보면 손바닥에 못을 박는데, 이건 해부학적으로 잘못입니다. 저러면 사람 체중을 지탱할 수 없습니다. 제대로 하려면 손목에 못을 박아야 합니다. 모든 중세 십자가형 그림이 근본적으로 다 잘못돼 있는 이유는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 이후 십자가형을 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죠.
  1961년 11월 21~28일 런던 킹즈웨이 홀 녹음. 녹음을 지휘한 사람은 물론 월터 레그, 기술은 EMI의 왕고참 더글러스 라터가 맡았습니다. 참고로 합창 지휘는 바이로이트 합창을 단련해 이름이 높은 빌헬름 피츠로, EMI의 스튜디오 녹음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아래는 초반 Columbia SAX 2446~50(5 LPs). 아래 사진처럼 레이블은 Blue & Silver(ES1)로 값은 물론 후덜덜입니다.


漁夫
Commented by inboklee at 2007/09/26 02:03
그렇군요! 이제야 그 그림 본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저 판을 샀었는지 안 샀었는지 기억이 안나서 지금 이 시간에 판을 다 뒤져봤습니다... 안샀었군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7/09/26 10:16
지금은 GRoC로 다시 나왔는데 아무리 그래도 first choice로는 좀 문제가.
Commented by 명랑만화 at 2007/09/26 12:27
클렘페러는 그냥 늘어터진 지휘자 - 이런 선입견이 가시기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 '느림'이 꽤 설득력 있게 들리고 심지어는 재미있는 해석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언급하셨듯이 요즘 보통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서는 축에 끼지도 못하는 '빨리 빨리'가 큰 흐름 아니겠습니까. 저는 CD로 듣다가 다시 LP로 돌아간 경우니까요. 이 연주도 나쁘게 말하면 좀 '둔중'하게 들리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그야말로 눈부신 독창진 덕분에 그저 감사할 따름의 음반 입니다. 60년대 마에스트로들은 오페라나 종교곡을 녹음하려 할때 참 행복한 딜레머에 많이 빠졌을 듯 합니다. 좋은 성악가가 좀 많았었어야지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7/09/26 14:04
그가 항상 느려터지지는 않았다는 점이 참 재미있습니다. 브람스 교향곡 4번이나 독일 레퀴엠을 보면 오히려 정상적이거든요. 피델리오도 그다지 느리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도 성악가들은 제한돼 있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팔릴 만한 사람 골라 쓰다 보니까 말이죠. 그러다 보니, 슈바르츠코프나 디스카우 같은 대박('어떤 곡 녹음해도 팔린다') 성악가들은 그 때에도 많지 않았고 - 물론 이들은 전속 계약 돼 있었죠 - 안 그런 사람들 중에 실력이 상당한데도 전속 성악가들에 밀려서 주목 못 받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합니다. 누구는 가브리엘라 투치(Gabriela Tucci)를 그 한 예로 꼽기도 하더군요.
Commented by 고운아침 at 2007/10/18 21:11
GROC시리즈로 이 음반 구입하고 싶네요. 벼르고 있는 중입니다. 괸넨바인의 하이라이트 연주로만 들었는데, 이번에 본격적으로 마태수난곡의 입문반으로 저 음반을 선택하고 싶네요. 그 다음에는 칼 리히터의 해석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클렘페러...아... 저는 독일 진혼곡과 장엄미사를 클렘페러의 음반으로 처음 들었습니다.^^ 역시...진짜 감동이... 마태수난곡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 같은 확신이 듭니다.
Commented by 어부 at 2007/10/19 23:48
가장 중도적이면서도 현대 악기의 표준은 리히터라고 봅니다. 클렘페러는 너무 심하게 느리다는 문제가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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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umic71 2009/01/25 20:10 # 답글

    '매우 깊은 사이' 였지요 ㅋㅋ
  • 어부 2009/01/25 20:15 #

    그냥 파트너였다고만 하기엔 좀... ㅎㅎ
  • 어리버리 돈키호테 2013/01/01 04:15 # 답글

    어제 어리버리 돈키호테의 다음 블러그에 포스팅 했습니다.

    스마트폰에 넣고 끝짱까지 갈려고 듣고 있습니다.

    1961년 녹음반이더군요....

    오늘 혹시나 해서 여기저기 구글로 뒤지다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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