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15 17:19

[ 07.9.15]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러시아 협주곡 연주회 돈내는 구경꾼

일자 ; 2007.9.15(토), 오후 8시
장소 ;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연주자; 보리스 베레조프스키(Boris Berezovsky; 피아노 솔로)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드미트리 야블론스키(Dmitry Yablonsky; 지휘)

  근래 개인적인 사정으로 연주회 참석이 어려웠던 관계로 실황 연주에 대해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기야 음반 가격은 몇 년 동안 거의 제자리걸음이고 염가반이 쏟아져 나오는데 콘서트 가격은 천정부지니 그렇게 손해 보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지도요. 이런 이유 때문에 예당 콘서트 홀도 거의 몇 년 만에 와 보는 듯한... 스티븐 코바체비치 예당 첫 연주회가 언제였더라... -.-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몇 년 전부터 사실 좋다고 많이 들어 오던 사람이었습니다. 초절기교 연습곡이 좋은 평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놀라운 체력 얘기도 사람들을 아연하게 하기에 충분했죠. 어제도 하룻밤에 상당히 난이도 높은 협주곡 3곡을 연주한다고 하길래 간만에 큰 맘 먹고 가 보았습니다. 더군다나 토요일이니까요. 좀 뭣했던 점이라면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는.
  연주자가 입장하면서 좀 놀란 것이, 엄청난 거구의 소유자가 입장하시더라는. 좀 급하게 간지라 팸플릿을 못 본 상태였던지라, 보리스의 얼굴을 어느 정도 알지 못했다면 당연히 그 사람이 피아노라 생각했을... (피아노는 체력전이라니까요) 좀 후에 키가 크고 (서양 사람으로는) 마른 젊은 분이 걸어나오시더라고요. ^^

  차이코프스키의 연주는 전반적으로 아주 좋지는 않았습니다. 이유는 몇 가지; 그야말로 낭만파 협주곡의 표본 같은 이 작품은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육중한 화음으로 대결한다는 개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는 말입니다. 경기 필은 현 수가 11+11+8+6+6인데(full orchestra는 보통 14/12/10/8/6 정도가 표준), 관이 크게 연주할 때는 현이 약간 묻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pp를 연주할 때 관이 (특히 금관이) 좀 더 소리가 작았으면 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뒷 프로그램의 연주로 미루어 보아, 현이 좀 더 음량이 컸으면 보리스도 거기에 음량을 맞추어 키우지 않았을까요. 보리스의 피아노도 소리는 아름다왔지만, 그렇다고 오케스트라를 완전히 압도하는 기백을 보여 주지는 않았다는.
  프로코피에프가 어제 연주회에서 가장 좋았는데, 95점 수준으로 웬만한 음반 이상 점수를 줘도 좋겠습니다(실연은 음질이란 보너스가 있어서 그런가요?). 열기 띤 지휘와 피아노, 실연의 장점이 실려서 차이코프스키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습니다.
  쇼스타코비치도 사실 프로코피에프 못지 않았는데, 제가 그만큼 좋다고 감히 이야기를 못 하는 이유는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들었기 때문입니다...만 알고 보니 집에 자작 자연의 1958년 녹음이 있더군요(음반 효율성 측면에서 맹성해야 한다는..). 선명한 테크닉과 활기 있는 연주로, 생생한 '놀이'의 인상을 받고 오늘 아침 자작 자연을 올려 보니 훨씬 진지한 느낌이라 - 쇼스타코비치가 원래 심각한 얼굴로 꼬치꼬치 따지기 좋아했다고 합니다 - 또 한 번 놀랐다는. 제 말보다는 漁婦의 말이 더 신빙성이 있을 겁니다. "어제 실연이 더 좋았다니까."
  하도 반응이 좋으니까 쇼스타코비치 마지막 악장을 앙코르로. 젊은이들이 이런 땐 좋다니까요. [ 근데, 시간이 갈수록 연주회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제 나이 차가 줄어드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

  오케스트라의 기술과 소리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 잘 모르는 오케스트라라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던 탓일까요? ^^ ] 우리 나라 오케스트라의 현은 이제 일반적인 문제를 지적할 것은 별로 없고, 문제는 관인데 차이코프스키에서 좀 아쉬웠던 점을 빼면 전반적으로 좋았죠. 굳이 말할 점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pp에서 좀 더 소리가 줄어들었으면 하는. 야블론스키의 역량이 컸겠지만, 특히 나중 두 곡에서 템포가 상당히 빨랐는데도 꼬이지 않고 피아노를 잘 받쳐 준 기술은 매우 좋았습니다. 이게 일상적인 수준의 연주라면, 현만 좀 보충하면 믿을 만 하겠습니다.

  피아노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차이코프스키에서 보여 준 약간 아쉬운 모습을 빼고는 기교나 소리나 음악이나 거의 문제삼을 만한 구석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하루에 세 곡 연주하는 '무리수' 보다는 차라리 한 곡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뒷 프로그램에서 보여 준 정력과 활기를 차이코프스키에 집중했더라면 그야말로 완벽했겠죠. 무엇보다도, Ignaz Friedmann처럼 무리한 프로그램을 감행하여 손에 고장을 일으키는 사태는 바라고 싶지 않습니다. 그의 연주회는 좀 더 듣고 싶습니다.

  漁夫

ps. 비올라 수석 분을 개인적으로 약간 알고 지낸 일이 있는데, 코심에 계시다가 여기 수석으로
  이동하셨군요. 
그런데 유라시안 필 수석이라고 유라시안 홈페이지에 아직 올라 있는데, 경기
  필 홈페이지 보니까 역시 수석
으로 올라 있습니다. 어느 편이 맞는지 헷갈리는군요. [ 더군다나
  유라시안은 금난새 씨의 지휘로 비슷한
시간에 다른 데서 공연을 했거든요. ] 어제 제가 앉은
  좌석에서는 비올라 수석 분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출연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쨌건 소식을 들을 수 있어 반갑습니다. ^^ 그 분의 독주 무대를 가 볼 수 있다면 좋겠네요.
ps.2. 초절기교 연습곡 소장 음반이 하나 더 늘어날 가능성이 급상승. BB(B.Bere~ ) 호감지수
  900% 상승
.

Commented by 만술[ME] at 2007/09/17 09:38
베레좁스키는 정말 체력하나는 끝내줍니다. 초절기교를 들고 왔을 때 놀랬던게, 초절기교를 인터미션 뒤에 몰아서 연주하고 전반부에는 또다른 프로그램을 편성했었죠. 가능하시다면 라로끄 당데롱에서의 초절기교 실황을 담은 DVD도 구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참고하시라고 제 블로그의 포스팅을 링크걸어 드립니다.^^ (http://blog.empas.com/mansurfox/1091875)
Commented by 어부 at 2007/09/17 20:23
체력을 과신하면 안 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말이죠.
특히 저런 레파토리는 손가락에 무리가 많이 가거든요.
Commented by inboklee at 2007/09/26 01:56
저는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무식하고 힘세고 쇼맨쉽 - - 이라는 제가 싫어하는 점을 다 갖추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ㅎㅎ 아마 이건 제가 쇼팽-고도프스키의 연습곡을 연주하는 걸 듣고 '안돌아가는 손을 힘으로 밀어붙인다'라는 느낌을 받아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연주에 있어서 쇼맨쉽보다 저렇게 괴력 과시형 쇼맨쉽이 더 문제가 많을 듯 합니다.
Commented by 어부 at 2007/09/26 10:12
쇼팽-고도프스키의 연습곡에서 손 잘 돌릴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
괴력 너무 과시하는 스타일은 내가 생각해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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