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19 22:21

Jascha Heifetz 고전음악-음악가

  20세기에는 바이올린으로 각광을 받은 거장이 많았습니다. 19세기 말에 태어난 크라이슬러(1875~1962), 티보(1880~1953), 아돌프 부시(1891~1952), 시게티(1892~1973) 등의 거장들도 무시할 수 없지만, 진정으로 '20세기적인' 바이올린의 첫 거장을 꼽자면 아무래도 야샤 하이페츠(Jascha Heifetz; 1899~1987)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그의 생년은 보통 1901년으로 알려져 왔으나 근래 1899년이 옳다고 밝혀진 모양입니다 ]


▲ 그리그 3번, 브람스 1번 소나타(1936년) 및 소품(1924년) (최근 RCA에서 발매)

  그는 러시아 출신으로, 어려서 아버지에게 처음 바이올린을 배웠으며 6세 때에는 이미 멘델스존의 협주곡을 연주할 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1910년 페테르스부르크 음악원에서 러시아 바이올린계의 거장 레오폴트 아우어(Leopold Auer)에게 배웠으며, 1911년 4월 30일 첫 공개 연주회를 열었는데, 이를 본 당시 베를린 필의 상임 지휘자 아르투르 니키쉬(Arthur Nikisch)가 베를린 필과 차이코프스키 협주곡으로 베를린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이후 러시아의 혁명 소용돌이를 피해 미국으로 가 1917년 10월 27일 카네기 홀에서 연주회를 열었는데, 불과 18세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보여 주는 완벽한 기교에 청중은 열광했습니다. 이 때 객석에 있던 크라이슬러가 "좀 덥군"하고 친구에게 말하자, 친구가 "바이올리니스트들만 덥겠지"라고 재치있게 대답했다는 얘기는 유명합니다. 이 연주회에서 그의 반주는 새뮤얼 초트치노프(Samuel Chotzinoff)가 맡았는데, 이 사람은 후에도 꽤 오래 하이페츠를 반주해 주었으며, 후에는 하이페츠의 여동생(누나인가요?) 파울라인과 결혼했습니다. [ 초트치노프는 토스카니니와도 친했으며, 후에는 이탈리아에 은퇴해 있던 토스카니니를 1937년 N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초빙하는 데 성공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토스카니니의 연주를 음질이 비교적 좋은 테이프 시대의 녹음으로 듣기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
  그는 이후에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및 에마뉴엘 포이어만, 그레고르 피아티고르스키 등 거장들과 어울린 실내악 및 독주자로서도 명성을 확고히 쌓았으며, 1940년대에는 명실공히 크라이슬러와 티보의 뒤를 잇는 세계 최고의 거장으로 이름을 굳혔습니다. 2차 대전 후 다비드 오이스트라흐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자, 하이페츠는 그와 함께 '바이올린계의 쌍두마차'라고 불렸습니다. 1960년대 연주 여행을 중지하고, 1972년 로스 앤젤레스에서 은퇴 공연을 가질 때까지(실황녹음이 있습니다) 이 위치를 유지했습니다. 그의 취미는 테니스와 사진으로, 특히 사진은 자신의 제 2의 예술로 간주했다고 합니다.

▲ 베토벤 협주곡 ; 뮌시 지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RCA; XRCD format 발매)

  그의 음악은 대단히 인상에 오래 남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 독특한 음색과 강렬한 비브라토, 부분적으로는 빠른 템포(!)에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평론가는 그의 템포에 대해 "그는 선천적으로 빠르게 가는 시계를 갖고 태어난 듯하다"고 평했는데, 연주 시간 29분 대의 차이코프스키 협주곡(RCA) 연주를 들은 후에는 진짜 이 말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어집니다'. ^^ 그의 완벽한 기교에 대해서는 누구든 이론이 없습니다. '지고이네르바이젠'은 그가 50세 때의 녹음인데, 오케스트라보다 앞서 질주하는 완벽한 기교는 두말할 나위가 없죠. 아마, 이후에도 그 정도의 완벽한 테크니션은 찾아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는 차갑다는 인상을 많이 주었는데, 이는 과장된 동작과는 거리가 먼 무대 매너나, 그 전의 낭만적이며 주관적인 거장들과는 다른 객관적인 음악 구축에서 왔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다소는 하이페츠 자신의 성향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그뤼미오나 오이스트라흐 등의 온화한 음악과는 좀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하죠.
  그의 녹음은 RCA와 EMI(HMV)에 남아 있습니다. 스탠다드 레파토리의 협주곡 대부분과 상당한 수의 실내악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는 의외로 소품들에 평이 매우 좋은 대신에 실내악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소위 '백만 달러 트리오'라고 불린 루빈슈타인, 포이어만 및 피아티고르스키와 한 3중주 활동에 대해서도 비슷한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루빈슈타인은 "순전히 하이페츠의 음색과 고집 때문"이라고 말했다는데,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처럼 동료들과 융합하는 면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협주곡으로는 베토벤(토스카니니 협연, 뮌시 협연), 브람스(라이너 지휘), 멘델스존(뮌시 지휘), 모차르트 4,5번(사전트 지휘), 시벨리우스와 글라주노프(헨들 지휘), 브루흐 1번과 스코틀랜드 환상곡, 비외탕 5번(사전트 지휘) 등이 인기가 있고, 소품으로는 'Showpieces'(지고이네르바이젠, 랄로 스페인 교향곡, 생상스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등 수록)와 'plays Gershwin'등, 실내악으로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멘델스존과 차이코프스키 트리오, 베토벤 '대공'과 슈베르트 1번 등이 남아 있습니다. 몇 년 전에 하이페츠의 녹음 전체를 RCA에서 전집으로 낸 일이 있는데, CD 65장인가 그랬죠. ^^ (이거, 누가 살 수 있을지....)

漁夫




Commented by 고운아침 at 2007/10/20 14:33
예전에 처음 브람스 바협을 라이너껄로 그리고 멘델스존과 베토벤은 뮌슈와 협연한 것으로 처음 들었지요. 그런데 솔직히 대학교 시절이었는데... 프레이징이 숨돌릴 새 없이 빠르게만 흘러가는 것 같은데다가 소리가 날아가는 것 처럼 들려서 안타깝게도 전 하이페츠를 싫어하게 되었답니다.^^ "아 이 사람은 뭐든지 빨리연주하고 급하게 밀어붙이면서 자기 멋대로 연주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오이스트라흐를 더 좋아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요새 유튜브나 다른 인터넷 영상으로 연주들을 들어가면서..점점 이 분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지게 되더군요. 그런데 그것도 개성으로 이해하고 들어주니 요새는 알씨에이 빅터 음반이 참 좋은 것 같아요.^^(예전에는 하이페츠때문에 아예 니퍼 로고가 찍힌 음반은 사지 않을려고 했거든요) 두 음반을 요새 다시 들어보니 요 음반들만이 가진 장점이 다시 들려오더군요. 하이페츠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에 요새 다시 동의하고 있답니다. 귀도 변하나 봐요.

그런데 RCA에도 보석이 있었습니다. 프리츠 라이너의 음반들이죠. 특히 림스끼 꼬르사꼬브의 교향시 "셰헤라자데"같은 경우 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이런 연주가 있나!! 이렇게 일사불란하고 강력하게 사람의 귀를 파고드는 음색과 프레이징이라니...그리고 정확한 리듬감이 어우러지면서 나중에 배의 난파장면을 강렬하게 전달해주는 부분에서는..입이 벌어지더군요. 하이페츠가 흐려놓은 감정을 라이너가 다잡았다고 해야 하나...

특히..요새는 가장 존경스러워지는 지휘자가 아르뚜로 또스까니니랍니다. 이 양반의 바그너 서곡집은 꼭 한번 찾아서 구입해서 들어보고 싶어요. 오히려 전 개인적으로 또스까니니의 바그너가 귀에 쏙 들어오더군요. 특히 마에스뜨로 깐또리 디 노림베르가 서곡은 이 양반것이 정말 아름답고 쏟아져 흘러내리는 멜로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최고라고 생각해요. 왜 지크프리트 바그너가 독일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데려 왔는지 이해가 바로 되더군요. 또스까니니...요새는 다시 새겨듣고 싶은 지휘자입니다...

하프너 전기가 약발을 발휘하는 듯...그 전기를 읽어갈수록 점점 푸씨의 진실을 대면하면서 환상이 다 깨질 것 같습니다. 이순열 선생님같은 분들 특히 왜인들의 글에서는 가히 푸르트벵글러를 지휘계의 "만세대종사"로 그리고 있던 것이 다 거짓말????
Commented by 어부 at 2007/10/22 18:49
RCA도 대략 1970년대 초기까지는 좋은 음반이 많습니다. 그 이후에 죽어 버려서 그렇죠.
전 토스카니니는 여전히 좋아지지가 않는군요. 그런 스타일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럴지도 모르고, 실연을 직접 접하지 않는 한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지휘자가 그라고 생각합니다. 실연 사운드는 정말 대단했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마에스뜨로 깐또리 디 노림베르가 서곡이 무슨 곡인가 한 2~3분 생각해야 했답니다. 하하.
뭐 저야 푸르트뱅글러의 음악만 들으면 되니까, 인간성이 어땠는지 별로 생각 안 해도 되니 다행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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