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녹음의 시점은 여러 모로 흥미있습니다. 레코드 산업 뿐 아니라 Decca, 그리고 이 녹음을 지휘한 존 컬쇼(John Culshaw)에게도 전환기였기 때문이죠.
컬쇼는 Capitol로 잠깐 갔다가 대략 1955년 경 Decca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전까지 Decca의 수석 프로듀서였던 빅터 올로프(Victor Olof)는 1957년 중반에 EMI로 (후배 Peter Andry와 함께) 옮겼으며, 후임으로 복귀한 컬쇼가 그 자리에 앉습니다. 컬쇼는 자신의 꿈 중 하나던 '최초의 반지 스튜디오 레코딩'을 성사시키기 위해, 피터 앤드리가 바이로이트에서 1955년 스테레오로 카일베르트 지휘의 반지 전곡을 실황 녹음하는 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발매하지 않기로 결정했죠(이 녹음은 최근까지 Decca의 창고에서 잠자다가 최근에야 Testament가 발굴해서 CD와 LP로 발매합니다).
바그너; 4부작 '반지' - 솔티/VPO(Decca)의 기념비적인 전곡 음반을 [ 현재 이 링크에서 보다시피 비판도 많이 받습니다만 어쨌거나 기념비적이긴 하죠 ] 녹음하기 전에, 컬쇼는 시험적으로 '발퀴레'의 1막과 3막을 당시 막 Decca로 데려오는 데 성공한 명 소프라노 키르스텐 플라그슈타드(Kirsten Flagstad)를 기용하여 빈 필과 함께 녹음했습니다. 1막은 플라그슈타드(지글린데), 스반홀름(지크문트), 반 밀(훈딩)의 가수진에 크나퍼츠부시가 지휘를 맡었고, 이 3막은 셰흐(지글린데), 에델만(보탄) 등과 함께 했으며 솔티가 지휘했습니다. 녹음 장소는 무직페라인잘의 황금 홀(Grosser Saal), 1막은 1957년 10월, 3막은 5월입니다. 1막은 SXL 2074~75, 3막은 SXL 2031~32로 발매. 이 3막 음반은 성음에서 라이선스로 냈던 적도 있습니다.
대충 흘려서 들어 봤는데, 뒤의 전곡 음반보다는 오히려 더 귀에 잘 들어오는 편입니다. 조금 나이 먹은 감은 있지만 플라그슈타드의 브륀힐데는 닐손보다는 좀 더 쉽게 귀에 들어옵니다. 파워 브륀의 대표 닐손이 못 불렀다는 얘기가 아니라 순전히 제 취향(좀 유연성 있는 편이 아무래도 제 취향 쪽...). 솔티의 전곡반 녹음이 1957~58년 정도까지 후닥닥 끝날 수 있었다면(전체 사이클의 일관성을 위해서도 이 편이 나았겠죠), 'Ring resounding'에서 읽은 바로 추측하건대 컬쇼는 100% 플라그슈타드를 브륀힐데로 기용했을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플라그슈타드는 1958년 '라인의 황금' 녹음 후 아파서 스튜디오에 오기도 힘들어 하다가 1962년 세상을 떴으며 컬쇼는 대단히 아쉬워했습니다. 단 에델만(대부분 푸르트뱅글러의 베토벤 9번 실황으로 이름을 아실 베이스죠)의 보탄은 누가 뭐래도 호터 편이 위군요.
아뭏든 너무 쉽게 귀에 들어와서 저도 놀랐습니다. 이러다가 바그네리안이 될지도 모른다는 [경제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이 녹음의 음향은 당시 치고는 아주 좋은 편입니다만, 아무래도 후의 솔티 지휘 전곡반에 비하면 떨어지는데, 전곡반은 1965년 녹음인데다가 Decca가 뜻대로 설비를 설치할 수 있던 조피엔잘(Sofiensaal)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은 아마 이 CD도 폐반됐겠죠. Classic Sound series에 좋은 넘이 많았는데 더 멋 없는 Legends 시리즈 땜에 너무 빨리 없어졌습니다.
漁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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