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31 18:26

Karl Richter 고전음악-음악가

역시 오래 전 프리챌 고전음악동호회에 썼던 글의 '복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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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소개할 사람은 칼 리히터(Karl Richter, 1926~81)입니다. 20세기 중반 바흐의 고전적인 해석으로 이름 높았던 명지휘자이자 쳄발리스트, 오르가니스트입니다.
  그는 독일 플라우엔 태생입니다. 아버지가 목사여서 독일 프로테스탄트 음악에 일찌기 익숙해졌고, 12세 무렵 드레스덴 십자가 학교에 입학했고, 종전 후 라이프치히 음악 학교에서 루돌프 마우어스베르거에게, 라이프치히 종교음악 인스티튜트에서 귄터 라민(성 토마스 교회 칸토르로도 재직했습니다)과 칼 슈트라우베(바흐 음악의 당시 권위자로 '푸가의 기법'을 처음 연주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에게 배웠습니다. 그는 드레스덴 십자가 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천재성을 발휘하여 바흐의 합창곡 거의 전부를 놀라운 속도로 암기했다고 하는데, 21세 때인 1947년 라이프치히 토마스 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 지명될 정도로 능력을 일찍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동독의 정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1950년 서독으로 이주했고, 뮌헨에 정착하여 1951년 뮌헨 바흐 합창단을, 1953년에는 그의 수족으로 더 유명한 뮌헨 바흐 오케스트라를 창립하였습니다. 여기에는 주로 뮌헨 필하모닉의 멤버가 많이 참가한 모양인데, 후일 빈 필하모닉의 악장으로 장기간 활동한 게르하르트 헤첼 같은 사람도 연주한 적이 있습니다. 이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거느리고 안스바흐 페스티벌 등 각지의 음악제에서 연주하는 정력적인 활동을 폈고, 당시의 소련까지 바흐 작품으로 연주 여행해서(물론 소련에서 바흐의 종교곡이 거의 연주 안 되던 시대였다고 합니다) 격찬받았습니다. 지휘자 뿐 아니라 각지에서 오르가니스트와 쳄발리스트로도 활동하였는데, 건강이 일찍 나빠져 아쉽게도 55세밖에 되지 않은 1981년 뮌헨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습니다. (상당 부분은 http://www.allclassical.com/cg/acg.dll?p=acg&sql=1:48582~C을 번역했습니다 ㅠ.ㅠ)

  그의 연주들은 부분적으로 시대 악기를 채용했고 엄격한 템포 등의 점에서 현재의 경향을 예견시키는 면이 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중후한 음향을 만들어낸다는 것과 연주자의 규모 등의 측면에서는 20세기 초반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녹음이 상당수 있으며, 심지어는 브루크너까지 무대 레파토리로 삼았다고 합니다. 한 인터뷰에서는 시대 악기의 전면적인 채용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토로한 일이 있다고 하는데, 이 점을 보면 동시대의 아르농쿠르와 레온하르트에 비하면 좀 더 19세기 쪽에 가까왔다고 봐야죠.


▲ 그가 DG 산하의 고음악 전문 레이블인 Archiv에 처음으로 녹음한 음반인, 1958년의 마태 수난곡. 이 곡의 완전 전곡 (스튜디오) 녹음으로는 처음으로 보이며, 아직까지 명연으로 정평이 높다.

  그의 음반은 우리 나라에서 성음 라이선스 LP 시대 때부터 Archiv(or DG) 레이블로 상당히 많이 들어왔습니다. 상당한 양의 칸타타 낱장 발매, '마태 수난곡' 신반, 요한 수난곡, 미사 b단조,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전곡, 관현악 모음곡 4곡, 오르간 협주곡, 니콜레와 연주한 플루트 소나타집, 쳄발로 독주곡집, 오르간 독주곡집(
DeccaDG), 헨델 작품으로는 메시아 신반, 합주 협주곡집 op.12, 글룩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하이든 교향곡 '놀람'과 '시계' 등이 생각납니다.
  CD 시대가 되어 '시대 악기(또는 원전 악기)' 연주가 주된 흐름으로 자리잡았지만 그의 음반들은 여전히 카탈로그에 남아 있습니다. 바흐 작품으로는 5집에 나눠 발매된 총 CD 26장의 칸타타집(Archiv; 마티스, 슈타더, 퇴퍼, 하마리, 피셔-디스카우, 회플리거, 슈라이어 등 당시 독일 최고의 콘서트 가수들을 동원한 호화로운 성악진이 매력입니다), 여전히 성가 높은 마태 수난곡 구반(Archiv, 전엔 신반이 나와 있었는데 오히려 신반은 폐반되었습니다), 요한 수난곡(DG, 2for1), b단조 미사(Archiv, 스튜디오와 일본 실황 두 가지가 있습니다. 후자는 버짓 박스 세트에만 들어 있는데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중평),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Archiv), 관현악 모음곡과 브란덴부르크 협주곡(Archiv), 오르간 협주곡(Archiv), 플루트 소나타(Archiv), 마니피카트(DG)를 볼 수 있습니다. '음악의 헌정', 쳄발로 협주곡 전집, 이탈리아 협주곡과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 등 쳄발로 리사이틀, 골드베르크 변주곡, 1964~67년의 오르간 작품 1~4집(DG) 등은 LP나 일제 CD 외에는 거의 보기 힘들다가 근래 대부분 The Originals와 Original masters 시리즈로 발매됐습니다. 그의 쳄발로 선택은 주로 노이페르트(Neupert)로 'modern cembalo'인데, 이 때문에 'historical cembalo'의 우수한 연주가 많은 요즘 다시 CD로 발매되기는 좀 힘든 면도 있겠죠. 제가 이 중 굳이 꼭 들어 볼만한 연주를 꼽는다면, 마태 수난곡 구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관현악 모음곡, (CD 복각은 안 됐지만) 쳄발로 리사이틀과, 오르간 리사이틀 정도입니다. 건반악기 연주에서 그가 보여 준 추진력과 일관된 주장은 사용한 악기의 문제를 젖혀 두고 정말로 훌륭합니다.
  바흐 외의 작곡가로는 C.P.E.바흐 신포니아집(Archiv, Original masters set), 헨델의 메시아 신구반(DG; 구반은 독일어 녹음이고 현재는 발췌만 CD로 보입니다. 신반은 영어, 2for1으로 일반적으로 현대 악기 연주 중 가장 좋은 선택으로 간주됩니다), op.3 & 12의 합주 협주곡집(Archiv), 오라토리오 '줄리어스 시저'(Archiv), 글룩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DG, 2for1), 하이든 교향곡 '놀람'과 '시계'(DG, CD 미발매다가 근래 Original Masters로 발매) 등이 있습니다. 아래 LP 자켓은 좀 드문 레파토리를 담은 음반인데, 최근 Original Masters box로 재발매됐죠.

▼ 뮌헨 레지덴츠 헤르쿨레스잘의 오르간을 사용한 모차르트, 브람스, 리스트 작품집 음반(DG)


  이 DG 시대의 녹음들 외에, 그는 사실 모노랄 시대에는 독일 Telefunken(Teldec)에서 녹음했으며, 스테레오 초창기까지 여기에 상당수의 녹음을 남겼습니다.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6개의 파르티타, 골드베르크 변주곡 등을 위시해서, 모차르트 레퀴엠, 니콜레가 독주자인 플루트 협주곡 2곡 등 전체 양이 CD 14장인가로 기억하는데, 지금 집이 아니라서 자세한 목록을 알 수가 없네요. 지금까지도 구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시기인 1954년, 제네바 빅토리아 홀의 오르간을 써서 바흐 BWV.565 등 푸가와 코랄 전주곡 4곡을 Decca에 녹음한 일이 있는데, Decca의 Classic Sound 시리즈로 나왔다가 지금은 폐반되었습니다. 여러 모로 DG의 녹음과는 다른데, 흥미있는 점이 많습니다.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그가 녹음하면서 남긴 인터뷰 기사 하나를 링크하겠습니다.

漁夫




Commented by 목캔디 at 2007/06/01 21:53
아주 세심하게 읽다가 알게 된 사실입니다. 어부님은 리히터의 비단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네요. 맞죠?
Commented by 어부 at 2007/06/01 22:26
곡 자체를 거의 못 들어서 취향이고 뭐고 없습니다.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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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01/27 00: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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