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14 21:49

기생충; 두 가지 이야기 Evolutionary theory

  사막에 새우가 산다는데 그 새우 안에 기생충도 산다(byontae님)를 트랙백.

  byontae님께서 독자들이 다 아시리라 생각하고 skip한 부분에 각주를 붙이기로 했다.


가려 놓기
 
  원문을 보면

  사막의 새우들은 genus Artemia에 속하는 새우들로 사막이라기 보다는 주로 마른 소금호수(salt lake)의 바닥에서 cyst에 가까운 상태로 비가 올때까지 기다렸다 부화하는 사이클로 살아간다. 사실 이런 형태의 사이클은 여러 종류의 동물들에게서 발견 할 수 있는데 비단 척박한 환경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천적/기생충을 피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매미인데 매미는 길게는 17년에 한번씩 집단으로 성충이 되는데 이렇게 life cycle이 길 경우 천적이 그 사이클을 예측하고 마냥 매미가 성충이 되어 땅 위로 나오기를 기다리기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막에서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는 친구들에게 기생충이 있는가, 봤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기생충이야말로 만물평등을 온몸으로 실천해나가시는 분들이 아니신가. Artemia parthenogenetica라는 종은 새에게 전염되는 cestode(촌충)의 중간숙주로 활약하고 계셨다. 게다가 감염된 새우들은 급격한 외형/행동양식의 변화를 보이기 때문에 제법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기생충과 숙주 커플이었다. 감염된 새우들은 주로 비감염 새우들과 달리 더 밝고 선명한 붉은색을 띄며 물 안에서도 더 수면에 가까운 곳에서 맴도는 것이 관찰되었다.(Sánchez MI et al, Behav Processes. 2007 Mar;74(3):293-9. Epub 2006 Nov 10.)


  첫 번째, 매미 얘기부터;

  여기에 정말로 놀라운 사실이 있다.  매미 주에는 단지 13년 매미 한 종과 17년 매미 한 종만이 있는 것이 아님이 판명된 것이다.  매미에는 세 가지 종이 있으며 각기 모두 17년 변종과 13년 변종을 갖고 있다.... 왜 그럴까?  모른다.  단지 13이라는 숫자와 17이라는 숫자가 14,15,16과는 달리 소수(prime number)라는 점이고, 이 사실과 어떤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고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 주기적으로 대규모로 발생하는 동물들은 천적이나 포식자, 기생충을 궁지에 몰아넣거나 굶어죽게 함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규모의 발생이 소수의 연주기를 가지도록 조심스럽게 조절된다면 천적들이 자신의 생활사를 거기에 맞추기가 훨씬 더 힘들 것이다.  가령 매미가 14년 주기로 발생한다면 그것들은 7년의 생활사 주기를 가지는 기생충에 의해 침탈당할 것이다.  이것은 기발한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그 숫자들에는 틀림없이 특별한 어떤 것이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세 종류의 매미들이 각기 독자적으로 그 주기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 Richard Dawkins, 'The blind watchmaker' (과학세대 역, 민음사, 148p; 굵은 서체는 원문과 동일)

  두 번째는 새우 얘기;

  ... 아주 가까운 친척 관계에 있는 두 종류의 기생충이 있는데, 이들은 각각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생쥐의 행동을 좌지우지한다.  어떤 기생충은 생쥐를 지나치게 활동적으로 만든다.  그 때문에 생쥐는 들판을 미친 듯이 싸돌아다니다가 육식조의 눈에 띄어 잡아먹힌다.  생쥐를 잡아먹은 새는 기생충도 함께 잡아먹게 되고, 자연히 기생충의 유충한테 새로운 보금자리가 된다.  그의 친척 기생충은 그와는 반대로 생쥐의 동작을 굼뜨게 만들어서 생쥐가 육식 포유류에게 잡아먹히도록 한 다음, 그 포유류의 몸속에서 생의 두번째 단계를 시작한다.

- Natalie Angier, 'The beauty of the beastly' (장미란, 우순교 역, 가서원, 91p)

  이런 부류의 얘기는 소설 '개미'에서도 나왔으니 익숙하시리라 믿습니다.

  하기야 광견병 바이러스가 하는 행동 조작을 생각하면, 바이러스도 이럴진대 기생충이 못할 리가요.

  漁夫
.


닫아 주셔요 ^^


덧글

  • byontae 2009/01/14 21:54 # 답글

    소수의 신비로군요 :D
    행동패턴과 생활패턴의 변화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 상대의 이익을 최대한 취하는 첫번째 걸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 어부 2009/01/15 13:58 #

    'leave nothing, take all'이죠. 일단 살아남아야....
  • 슈타인호프 2009/01/14 21:59 # 답글

    그 대량발생하는 매미를 북미 인디언들은 삶아먹었다죠?

    북아메리카에 간 청교도들은 차마 먹지는 못하고 비누 만드는 데 썼다고 들었습니다^^;;
  • 어부 2009/01/15 13:59 #

    우화 직전 매미 애벌레에 대해 파브르가 '삶은 새우 맛인데 무척 딱딱하고 물기가 없다'고 평했던 기억이.

    근데 기름기가 많습니까? 비누를 만들려면 대체 몇 마리를 모아야............
  • 늑대별 2009/01/14 22:12 # 답글

    저는 "붉은 여왕"을 아직도 읽고 있다는....ㅠ.ㅠ 숙주와 기생충과의 전쟁은 정말 드러마틱합니다..
  • 어부 2009/01/15 14:00 #

    그 덕에 sex가 아직 버티고 있죠. ^^

    자체 생존과 기생의 두 전략은 어디서 생명체가 생기더라도 살아남을 큰 기본 전략이며 심지어 컴퓨터 세상에서도 그렇습니다.
  • organizer 2009/01/14 22:49 # 답글

    세상에... 한번 뿐인 인생 참... 골치 아프가 살아 가는 듯합니다.

    기생충이 새우를, 혹은 쥐를 환장하게 만들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조종한다니... 자연은 참으로 오묘합니다.
  • 어부 2009/01/15 14:01 #

    골치아프다는 뭣도 없어요. 걔네는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 뿐입니다. 전 사람도 그렇다고 생각하죠.

    오묘하긴 한데 저는 다윈의 '악마의 사도들(Devil's champlain; 도킨스가 이 제목으로 책도 썼습니다)'이란 말이 사실에 가장 가깝다고 봅니다.
  • 가고일 2009/01/15 00:28 # 답글

    라이프 사이클을 소수로 만들어 공약수를 없게 만든다......처절하게 기발하군요.....ㅡㅡ;;;;;
  • 어부 2009/01/15 14:02 #

    네 사실 다른 데 보면 더 처절한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일일이 찾아야 하기에 그냥 익숙한 '눈먼 시계공'의 설명을 인용했죠.
  • 알렙 2009/01/15 09:21 # 답글

    기생충이 13년, 17년 생활 주기를 따라서 개발한다면 대략 난감...;;

    그나저나 기생충이 어떻게 동물 행동을 변화시키는 지에 대해서는 좀 궁금하고 흥미롭기도 하고 그렇군요. 무슨 신경전달물질 유사 제품 같은 것을 분비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되기는 합니다만....(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계열 물질을 조금만 중추신경계로 분비해도 행동을 확 바꿔버릴 수 있을테니 말이죠)

    그럼 사람 기생충도 비슷한 짓을 할 지도 모르겠군요. 거기에 대해서 연구된 바가 있는지 궁금하군요. 업계 ;;; 와 좀 관련 있는 분야기도 해서 말이죠...
  • 어부 2009/01/15 14:52 #

    사실 다른 데 보면 더 처절한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2) <--- 기회 되면 인용할게요.

    저도 'how'에 관심이 없지는 않은데, 진화론적 입장에서 보면 'how'보다는 'why'에 훨씬 마음이 끌려서 말입니다. 이 how에 대해선 byontae님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주실 수 있을 겁니다.
  • 구들장군 2009/01/15 12:50 # 삭제 답글

    참 재주도 좋군요. 어떻게 저럴 수 있을런지.
  • 어부 2009/01/15 14:52 #

    다른 생물들이 인간을 보면서도 아마 똑같은 얘기를 할 겁니다. 걔네들은 그냥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죠.
  • 꼬깔 2009/01/15 20:05 # 답글

    역시~ 항상 재밌습니다. :) 생명의 신비란... :) 그나저나 이글루스 TOP100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 짝짝짝!!
  • 어부 2009/01/15 21:10 #

    감사합니다 ^^
  • AFHR 2009/01/15 23:52 # 삭제 답글

    top 100 축하드립니다^^;

    눈먼 시계공을 읽으면서 소수가 되는 생활주기를 상당히 인상깊게 기억했는데, 저 생물들 입장에선 정말 소름끼치는 일이겠네요. 기생충에 의한 행동조작에 관한 이야기들은 상당히 흥미롭지요. 새우가 선명한 붉은색;;을 띠도록 유도하는 기생충이라니, 인상적이기 그지없습니다;
  • 어부 2009/01/15 23:57 #

    저렇게 '비정한' 생활 방식이 자연계에서는 아주 일상적인 얘기죠.

    저 뿐 아니라 풀잎 끝에 개미가 올라가게 만드는 기생충을 비롯하여(그래야 양에게 잡혀먹히는...) 별별 얘기가 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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