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G 474 010-2(7CDs)
야나체크 4중주단이라면 스메타나 4중주단과 함께 20세기 중반~후반 체코슬로바키아(지금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잘렸습니다만)를 대표하는 실내악단입니다. 창립 연도도 2차 대전 종료 부근이라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단 후자는 디지탈 시대까지 수프라폰(일본의 Denon과 협력하여 녹음)에 상당히 많은 양을 녹음했는데 비해, 야나체크 4중주단은 불행히도 1973년 리더였던 일지 트라브니첵(Jiri Travnicek)이 48세로 사망하는 바람에 그 이후 녹음이 다소 저조했던 느낌이 있습니다. (저는 왜 70년대의 녹음이 드문가 하고 생각했던 일이 있는데, 알고 보니 이런 사정 때문이었군요) 지금은 스메타나 4중주단이 1989년 비올리스트 밀란 스캄파(Milan Skampa)의 손가락 관절염으로 해산한 데 비해, 이 4중주단은 당시의 멤버가 없기는 하지만 아직 이름이 살아 있습니다. 현재는 Pony Canyon 등에 녹음하는 듯합니다.
아뭏든, 이 4중주단의 전성기는 일지 트라브니첵, 아돌프 시코라(Adolf Sykora, 2nd vn.), 일지 크라토치빌(Jiri Kratochvil, va.), 카렐 크라프카(Karel Krafka, vc.)가 멤버였던 1950년대 중반에서 1973년까지였다고 판단됩니다. 그 이후 이 4중주단의 연주가 주목받았다는 이야기를 별로 들은 일이 없어서입니다.
각설하고, 내용에 대해 적으면
1. 모차르트 ; 현악 4중주곡 14번 G장조 K.387 (녹음 ; 1956년 3월, 모노랄)
하이든 ; 현악 4중주곡 39번 C장조 Hob.III-39 '새' (녹음; 1958년 6월)
2. 하이든 ; 현악 4중주곡 38번 E flat 장조 Hob.III-38 '농담',
3. 멘델스존 ; 현악 8중주곡 E flat 장조, op.20
베토벤 ; 현악 4중주곡 8번 e단조, op.59-2 (녹음 ; 1959년 6월. Westminster 원반)
4. 브람스 ; 피아노 5중주곡 f단조, op.34a (녹음 ; 1958년 6월)
드보르작 ; 피아노 5중주곡 2번 A장조, op.81 (녹음 ; 1957년 2월, 모노랄)
- 에바 베르나토바(Eva Bernathova, p.)
5. 드보르작 ; 현악 4중주곡 9번 d단조 op.34, 12번 F장조 op.96 '아메리카' (녹음; 1963년 10월. Decca 원반)
6. 드보르작 ; 현악 4중주곡 10번 E flat 장조 op.51, 14번 A flat 장조 op.105
(녹음; op.51 1957년 2월, op.105 1956년 11월. 모두 모노랄)
7. 스메타나 ; 현악 4중주곡 1번 e단조 '나의 생애에서' (녹음 ; 1956년 11월, 모노랄)
야나체크 ; 현악 4중주곡 2번 '비밀 편지' (녹음; 1956년 3월, 모노랄)
야나체크 4중주단은 DG에 이들을 전부 녹음하지는 않았습니다. CD 2, CD 5는 같은 유니버설 계열의 Decca 녹음에서, CD 3은 얼마 전에 DG가 발매권을 얻은 Westminster 녹음에서 빌어 왔습니다. 사실 저도 이 4중주단이 초기에 DG와 계약했었다는 점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스메타나 4중주단은 Supraphon 외에 주로 EMI와 녹음했는데, 야나체크 4중주단은 Decca와 DG에 녹음했음이 재미있습니다. ^^
이 중 대부분이 CD로는 처음 나옵니다. Westminster 녹음은 아마 (일본을 제외하면) 세계 최초 발매일 것이며, Decca 녹음도 CD로 본 분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지금은 둘 다 폐반입니다). DG 녹음들은 LP로도 대부분 수명이 길지 못했고, CD로 선보인 일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 set는 이 점에서 매우 귀중합니다. 그리고 체코 수프라폰까지 넣어 보더라도 야나체크 팀의 음반들은 CD가 아주 드문 편이며,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이므로 이 세트가 우리 나라에서 이 팀의 녹음을 쉽게 구할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줄곧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스메타나 4중주단과 비교되고는 했습니다. 아직 전부 다 들어 보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음악은 스메타나보다는 베토벤 쪽에 가깝다고 보입니다. 사실 (제 생각으로는) 스메타나 4중주단은 모차르트의 Denon 녹음들은 제 생각으로는 아주 훌륭한데, 베토벤은 다소 논란이 있었고, 브람스는 상당히 위화감이 느껴지더군요. 야나체크 4중주단은 최소한 베토벤은 젖혀 두고라도 브람스 5중주곡에서는 거의 위화감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Decca의 하이든과 드보르작 녹음들은 성음 LP 시절에 발매되었고, 스테레오 초기부터 정평이 나 있던 연주들이니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수입이 잘 안 돼선지, 이상하게 CD로는 구해 보기가 상당히 힘들었습니다(Decca ADRM 시리즈로 나오긴 했죠). 드보르작; 현악 4중주곡 9,12번 - 야나체크 4중주단(Decca) 포스팅을 보시면 드보르작 얘기는 해 놓았습니다. 하이든에서는 무엇보다, 세레나데(실제는 호프슈테터의 작품인가 그렇습니다만) 2악장의 유연하고 잘 뽑아내는 선율은 기가 막힙니다. 제목이 유래한, '농담'의 마지막 악장도 활기와 기쁨이 생생합니다. 두 장 모두 1963년의 Decca 녹음으로 SXL 시리즈가 초반입니다. 이 사진은 성음에서 초반 자켓 그대로 찍어낸 녀석입니다. 초반은 가격이 상당히 비싼 험악한 수준이더만요.... -.-

이 전집의 기분 좋은 점이 깔끔하고 개성적인 표지입니다. 요즘 CD들의 표지 디자인은 정말 괜찮은데(낙소스 같은 염가 레이블은 제외하고요. 표지 디자인에 꽤 돈이 들기 때문에 염가 레이블들에게 좋은 표지 디자인을 기대하기는 무리입니다), 이 시리즈 중 DG의 발매들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푸르트뱅글러나 호터의 경우도, 그림이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툴리 포터(Tully Porter)의 내지 해설(DG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도 꽤 충실합니다. 원 LP 번호와 발매 이력 등 좋은 정보가 많습니다.
좀 안타까운 점이라면 DG에 녹음한 대부분이 모노랄이며, 수록 시간상 CD 6장으로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7장이나 되는 점입니다. Online 매장에서 사도 거의 5만원에 가까운데, 이 점만 빼면 근래 제가 산 음반들 중 가장 영양가 높은 놈 중 하나입니다. 실내악을 좋아하시고 일부의 모노랄 음향에 그리 거부감 없는 분이면(그 점만 제쳐 놓는다면 녹음 자체는 아주 좋은 편입니다)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漁夫
Commented by altewerk at 2006/02/15 16:50


사진 않았지만 아주 옛날에 봤던 기억은 드는데 오리지널 마스터스 음반은 갖고 있어도 이게 거기 들어간 음반인줄은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