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10 22:39

자원의 값어치(2) ; 제레미 리프킨의 시각에 대해 Views by Engineer

  어부님 도와주세요 ㅡㅡ;에서 적어 주신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에서 나온 지문.
 
  자본주의 및 사회주의 이론에 따르면 경제활동이란 쓸모없는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자연계의 모든 것은 인간의 노력이 가미되어 사회 내에서 교환되고 소비될 수 있는 어떤 가치 있는 것으로 탈바꿈하기까지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로크의 주장을 생각해보라. 그는 열역학의 제1법칙과 제2법칙을 뒤집어 버림으로써 현대 경제이론의 모든 경제활동의 기반을 완전히 잘못 해석하는 오류를 범했다. 모든 물질과 에너지의 양은 고정되어 있고 창조되거나 파괴될 수 없으며, 오직 모습이 변할 뿐이라는 것이 제1법칙의 골자이다. 제2법칙은 모습이 변할 때 항상 한 방향, 그러니까 입수 가능한 쪽에서 불가능한 쪽으로, 유용한 쪽에서 무용한 쪽으로 변한다고 말한다. 에너지가 환경에서 추출되어 사회를 통해 처리될 때 그 중 일부는 각 단계마다 분산되고 소비되며 궁극에 가서는 만들어진 제품을 포함하여 모든 것이 다른 형태의 쓰레기로 변한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이 단순한 진리를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들은 인간의 노동이 자원과 결합되면 더 큰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지 가치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너무 깊이 젖어 있다. 기계 자본도 결국 과거의 인간 노동이 자원과 결합된 것이므로 이것도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본다. 이들은 기계와 인간은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과 기계는 기존의 가용한 에너지를 유용한 상태에서 무용한 상태로 변환시킬 수 있을 뿐이며, 그 과정에서 ‘잠시 동안의 효용’을 만들어낼 뿐이다.
― 제레미 리프킨 『엔트로피』


  이 부분만 떼어서 생각하면, 저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제 1 법칙 ; 에너지 보존 법칙
  제 2 법칙 ; 엔트로피 증가 법칙 - 원자 수가 매우 많은, 거시적 고립계(isolated system)에서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

  첫째로, 여기서 관심의 대상인 지구는 고립계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인간이 에너지를 '무용한 상태로 변환'시키더라도 태양이 에너지를 계속 보급해 주므로, 화석 연료 같이 소모가 훨씬 빠르지 않다면 계속 사용할 수 있겠죠.
  둘째로, '모든 것이 다른 형태의 쓰레기로 변한다'는 말도 사실이 아닙니다.  쓰레기를 없애는 과정에서 최종 단계라면 소각이 가장 극단적인 과정인데, CO2와 H2O는 식물이 다시 광합성을 거쳐 자원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CO2 발생량이 너무 한 번에 많지만 않다면 충분히 재활용 연쇄 과정이 성립하겠죠. 

  마지막으로, 자원의 문제는 제 옛날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간단히 요약하여, 자원은 '채굴 - 가공 - 생산'의 세 단계를 거쳐야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데, 이 중 인간의 노력이 필요없는 단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리프킨은 '인간이 '자원에서 근본적으로 창조하는 것은 없기 때문에' 자원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군요.  자원의 경제학적 가치는 그 물리/화학적 가치와 동등하지 않습니다.  리프킨은 이 둘을 혼동했거나 일부러 섞어 써서 의미를 헷갈리게 만들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는 사람은 아무 것도 (물리학적으로는) 창조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사람이 쓰는 자원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노력이 들어가야만 합니다.  다시 말해, 사람이 쓰기에 최적의 형태는 '자연 상태'와는 다르기 때문이죠.  '자원'도 사람이 만든 물건이고, '자원'의 가치는 사람이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쓰레기가 뒷날의 자원이 될 수도 있으며 그 반대 경우도 성립합니다.  물리학적/화학적 견지에서는 자원의 (경제학적) 가치를 100% 정확하게는 평가하지 못하죠.

  漁夫

  ps. 사실, 제가 쓴 내용의 거의 전부는 '지구는 고립계가 아니다'란 사실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이유는 짐작하시겠죠? ^^  
  ps.2. 이 책에 대해 칭찬이 많던데, 이 부분 인용을 보니 제가 꼭 시간 들여 읽어야 하나 의심이 가는군요.

덧글

  • sonnet 2008/11/10 22:45 # 답글

    잘 읽었습니다 ;-)
  • 어부 2008/11/11 16:02 #

    감사합니다 ^^
  • 2008/11/10 22:4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어부 2008/11/11 16:03 #

    http://fischer.egloos.com/3609000 을 보시면 대충은 알 수 있습니다. 저기 안 찍힌 책은 음악 관계 책 뿐이라고 보셔도 별 문제 없거든요.
  • Ha-1 2008/11/10 23:43 # 답글

    저도 이 책을 읽고 포스팅을 했습죠 http://ellesar.egloos.com/4518667 (광고)

    태양에너지는 '갚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
  • 어부 2008/11/11 16:04 #

    제일 중요한 에너지 소스가 태양인데 그걸 고려 안한대서야 문제가 심각하죠 ^^
  • Ya펭귄 2008/11/10 23:48 # 답글

    물질적인 고립계이자(질량보존) 에너지상으로는 일정유량의 에너지를 공급받는 계인데....

    '엔트로피'라는 책이 저런 식으로 서술되었다면.... 좀 문제가 되겠는데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왜사니?" 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인지라...
  • 어부 2008/11/11 16:06 #

    예. 저도 리프킨이 일부러 혼동스럽게 썼다고 볼 수밖에 없어서... 만약 본인이 혼동했다면 더더욱 문제입니다.

    물질적으로도 유성은 계속 떨어지고, 수소/헬륨은 계속 잃어버리는 계가 지구인지라 완전히 질량 보존은 아니지만 근사적으로 질량 보존으로 볼 수 있죠. 하지만 에너지는 계속 공급받는데, 이거 무시했다면 좀 골룸......
  • muse 2008/11/11 01:46 # 답글

    저 지문은 반쯤 졸면서 그냥 쓱 읽으면 맞는 소리처럼 들린다는 것이 무섭군효. 아니 그것보다 경제학자들과 뭔가 있는가, 뭔가 억지섞인 츤츤거림 같아서리...

    그런데 의외로 지구가 고립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고립계냐고 직설적으로 물으면 '아니오'라고 답하지만 무의식적으로...
  • 어부 2008/11/11 16:07 #

    저도 좀 주의깊게 읽어 갔더니 문제가 보이더라고요. 쓱 보고 문제 있다는 것을 깨달으려면 훈련이 필요하겠던데요... 제 과학적 식견이 아직 모자라다는 얘기죠 ^^
  • Alias 2008/11/11 09:25 # 답글

    지구는 태양이 주는 "경제적으로 댓가를 지불할 의무가 없는" 에너지의 20억분의 1만을 받죠...^^
  • 어부 2008/11/11 16:11 #

    그렇게 적었나요? 간단히 단면적으로 계산이 되는군요. 한 6.25*10^(-10) 정도 되니 대략 16억분의 1... 아, order가 거의 비슷합니다 ^^
  • reske 2008/11/11 20:01 # 답글

    우와 빠르고 정성스러운 답변 감사합니다 ^^;

    지난주에 사실 저 제시문 보고 전 틀렸다고 생각해서 무자비하게 비판해버렸는데, 출제자측은 저걸 근거로 다른 제시문을 비판하라고 하더군요.. -_-;

    음, 엔트로피의 법칙이란 우주라는 거대한 고립계 내에서 적용되는 것이지, 지구와 같이 열린계 내에서는 적용하기 힘들고, 과학으로 자원의 경제적 가치를 따질 수는 없다는 거군요.

    과학을 인문사회학에 적용시키는건 고전경제학의 본좌들이나 할 수 있는 짓이고, 아무나 따라했다간 저렇게 망가질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는군요 ㅠㅠ

    저도 리프킨 책을 하도 칭찬해대긴 합니다만, 엔트로피를 비롯한 다른 책들의 서머리를 보면 그닥 읽어야할 필요성을 못느끼겠더군요...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 어부 2008/11/11 22:15 #

    사람의 주관적 가치 판단이 개입하는 경우는 과학의 객관적 잣대를 아주 신중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제게 진화심리학은 근래의 대단히 주목할 만한 진전이었죠. '심리'가 '생존을 위한 즉각적인 의사 결정'이라는 말로 바뀐 후에 진화론으로 설명 가능하게 되었죠.

    과학으로 자원의 경제적 가치를 따질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이번에 논란이 된 지하철 환풍구 같은 경우 완벽하게 사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죠. 하지만 단순히 '반시계 방향으로 바늘이 돌아가는 시계를 판매 가능하냐?'고 묻더라도, 과학으로만은 답을 내기가 불가능합니다. 자원의 가치를 사람의 '주관적 기호'가 결정할 수도 있는데, 이건 과학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니까요.

    그리고 고립계의 범위를 좁히더라도 저 엔트로피 법칙은 충분히 적용 가능합니다. 반드시 우주적일 필요는 없지요. 가령 주변과 고립시킨 물 한 방울 정도에서도 물론 성립합니다(분자 수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 reske 2008/11/11 20:05 # 답글

    아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같은 경우에는 경제학적으로 봐서 기계와 인간의 노동을 통해서는 아무런 가치도 창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파고들었습니다.

    기업가가 적재적소에 위험을 안고 투자하는 기업가 정신
    노동자의 숙련된 기술과 창의력으로 인해 형성되는 제품의 부가가치
    유통과정이나 마케팅 과정에서의 효율상승

    등을 고려할 때 자원이 상품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추가적인 가치창출이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혹시나 어부님들이나 다른 분들이 참고하실까 하여 적어봅니다.
  • 어부 2008/11/11 22:16 #

    저도 자원이 상품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추가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Silicon의 경우 정제를 얼마나 더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값을 다르게 부를 수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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