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7 20:13

이탈리아인 이야기; Idee fixe(^^) 私談

  핀란드인과 이탈리아인, 일본인이 함께 소풍을 가면?(periskop님)을 트랙백.  '고정 관념'이라면 보통 나쁜 뜻으로 많이 쓰지만, 여러 곳에서 자주 나타나는 얘기라면 굳이 '잘못된 이미지'는 아닌 듯해 적어봅니다.

Italiano
 
  Periskop님의 원글에서 이탈리아인의 모습은 아주 생생합니다. ^^  그런데, 이런 이미지가 다른 ... 오히려 전혀 엉뚱해 보이는 소스에서도 나타나니 재미있지 않습니까.

  ... 영국인과 이탈리아인 같은 수가 교통 수단을 타고 이동했다.  그런데 산악 지역을 가다가 잘못되어 계곡 쪽으로 타고 있는 차가(마차인지 무엇인지는 기억이..) 폭주하게 되었다.
  이탈리아인들은 패닉으로 제 정신이 아니었다.  차 안에서 소리치고, 길길이 뛰고, 울고... 난리였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아주 조용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차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돌아다닐 경우 차가 뒤집힐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위기를 벗어난 직후, 안전하다고 느낀 이탈리아인들은 금세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서로 즐겁게 대화하고, 웃고 떠들고 있었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그 때 얼굴이 하얗게 질렸으며, 한 명은 공포 때문에 앓아 드러누울 지경이었다...

(from 종합 영어, 어부의 기억에 의존하므로 정확성은 보장 못하는 인용.  원문 출처는 알 수 없음)


  이거야 소스조차 불분명한 얘기지만 좀 더 심각한 상황에서 나온 얘기도 있습니다.

  ... 오오기 세이지와 같은 막사의 몇 사람은 가까운 막사에 있던 이탈리아군 포로들과 친해졌다.  손짓 발짓 기타 방법으로 의사 소통을 했는데, 좀 익숙해진 한 명이 오오기에게 여기 있는 포로들은 모두 같은 연대에 속해 있었다고 말했다.  오오기는 의아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어?  이유나 좀 물어 봐"

  그는 좀 더 얘기해 본 후 킥킥대며 말했다.

  "연대가 몽땅 손들어 버렸다네요.  이 친구 말로는 적이 우세하다 싶으면 아예 싸우지 않는 게 낫다는 겁니다."
  "우리는 황군이다.  저 사람들처럼 생각할 수는 없지"
  
  ....

  오오기는 이탈리아인 한 사람과 친해졌다.  가족 등에 대해 대화하다가 이탈리아인은 수줍은 듯이 자신의 혁대를 기념물로 주었다...
  오랜 후, 일본에서 오오기는 카우라 수용소에 대해 회고하다가 그 이탈리아인에 대해 이렇게 말하게 된다.

  "... 이탈리아인들은 인생을 즐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만, 그 사람들의 말이 옳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잘못된 교육을 받았었습니다."
 …  .

from 'Reader's digest', an article "Die like the carp!" (번역 제목은 "카우라수용소 일본군 포로들의 末路")

  저야 원래 농담을 모르고 가벼운 일도 심각하게 따지고 드는 쇼스타코비치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지라, 이것을 읽다 보니 우리 나라 사람들은 어떤가 싶습니다.

  과연 인생을 즐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교육을 받았었나요?  

  개개인의 삶이 아주 중요하다는 의식을 자연스럽게 심어 주는 데는 ... 아무래도 아니었다는 느낌이.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민족주의를 강조(강요에 가깝죠)하지만, 개인의 삶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는 데는 매우 소홀한 성 싶습니다.
  사실 애국심도 "내가 목숨을 바치면 국가가 나에게 명예를 주고 가족을 돌봐 줄 것이다"는 생각에서 가장 잘 우러나올 텐데 말입니다.

漁夫

닫아 주셔요 ^^


덧글

  • 구들장군 2008/10/17 20:50 # 삭제 답글

    예. 아무래도 우리 사회가 그런 면이 있죠.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저 자신도 그런 분들에게 별로 감사해본 적이 없더군요.
    누군가가 죽음으로 이뤄낸/지켜낸 것들을, 나 자신도 별로 고마워하지 않으면서 당연하게 누리고 있으면서, 이 나라가 그런 분들을 푸대접하네/독립투사 자손들은 다 거지꼴이네 떠든다는 것도 좀 그렇더군요.

    국가가 뭘 강요해서가 아니라, 그분들 덕에 누릴 것 누리고 살았으니, 때가 되면 제몫을 하는게 도리겠죠. 말은 이렇게 해도, 때가 왔을때 정말 내몫을 다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핑계댈 처자식도 없는데도. -_-;;
  • 어부 2008/10/18 10:42 #

    음... 저도 자신 없는 점은 마찬가지입니다만, 최근에도 서해해전 등의 희생자를 국가가 제대로 대우해 주고 있는가는 의심스러우니까요.
  • reske 2008/10/18 22:49 #

    어떤 눈먼XX가 서해교전 전사자들을 개죽음으로까지 몰고가는 실정이니.. 허참..
  • 어부 2008/10/18 23:50 #

    reske님 / 고등학교 시절에는 잘 봐 줬는데 지금은 ㄳ ㄳ죠.... 쩝.
  • muse 2008/10/17 21:18 # 답글

    "내가 목숨을 바치면 국가가 나에게 명예를 주고 가족을 돌봐 줄 것이다" 제게는 가장 바람직한 애국심처럼 들립니다^^

    저도 인생을 즐기고 살고는 싶은데 세상은...제가 일부러 제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경향이 심해요.
  • 어부 2008/10/18 10:43 #

    미국은 그거 하나는 정말 철저하니까요...

    한국 안은 너무 경쟁이 심해서 다들 '즐기는 것보다는 뛰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 제갈교 2008/10/17 23:06 # 답글

    두번째 인용문은 뭔가 교훈적이면서도 비교훈적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
  • 어부 2008/10/18 10:43 #

    사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문제긴 하죠.
  • 길 잃은 어린양 2008/10/17 23:44 # 삭제 답글

    한국에서는 입으로는 국가와 민족을 팔아먹고 실제 행동은 이탈리아 식으로 하지요.
  • 어부 2008/10/18 10:44 #

    가장 정확한 한줄 요약이군요 ^^

    애국해야 자기도 이롭다는 것을 국가에서 선도해서 보여 주지 않으니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씁쓸하죠.
  • Charlie 2008/10/18 00:12 # 답글

    제가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을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 어부 2008/10/18 10:44 #

    저도 사실 그 때 시큰둥... 축구의 분전에는 감탄했지만 그건 또 별개 문제였죠. 스포츠 잘 해야 애국심이 나는 건 아니니까 말입니다 ^^
  • BigTrain 2008/10/18 01:58 # 답글

    두 번째는 뭔가 아닌 것 같으면서 그게 또 아닌 것 같고... 참.

    저도 굳이 가르려면 보수우파에 가까운데 대한민국이 또 "보수우파적인 국가인가?"를 물어보면 그건 또 아니란 말이죠. -_-
  • 어부 2008/10/18 10:48 #

    '어느 편이 먼저 일어났냐'를 따지는 게 무의미해 보이긴 합니다만, 아마 '국가에 기대 봐야 별 소용없다'는 것을 아니까 '적이 우세하면 항복한다'란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물론 저 일본 사람이 이탈리아 사람의 뉘앙스를 제대로 전달했을까도 의문이긴 해서요. 실제 몇 배 우월한 적에게 포위된 상황을 '적이 우세해서'라고만 말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면 제가 연대장이래도 항복을 명했을지도...)

    저도 보수 우파로 생각합니다만 '진짜' 보수 우파처럼 이 나라가 제대로 애국심을 배양한다는 생각도 안 들고 말입니다. 그건 동감.
  • Semilla 2008/10/18 03:46 # 답글

    저는 고지식했던지, 항상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 (어머니가 많이 주입 시키셨죠..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려고 하면 '그 시간에 공부해라' 혹은 '책 읽어라' 식으로..) 때문에, 잠깐 쉬는 것, 잠깐 노는 것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끼며 살다가 급기야 우울증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런데 하루 벌어 하루 간신히 먹고 살더라도 현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멕시코에서 살다 보니까 '즐기는 게 죄가 아니다'에서 '즐기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로 조금씩 생각이 바뀌더군요. 결정적으로, 저는 기독교의 신을 믿는 사람인데, 어머니의 한국적인 신앙에서 벗어나 보니까 사실은 신도 인간이 즐겁게 살기를 원하시더란 말입니다. 뭐, '진정한 즐거움'에 대한 견해의 차이는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다르지만요.

    해서, 현재 저의 결론은 그렇습니다. 신이 주신 선물인 인생을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신에 대한 예절이 아니다.
  • 어부 2008/10/18 10:49 #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뤄야 하겠죠. ^^

    방글라데시가 가장 행복하게 사는 비율이 높다고 해서 우리가 그걸 따라할 수도 없고요. 단 어차피 살기 힘든 세상인데, 개개인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점도 교육시킬 필요는 있다는 점입니다. OECD에 들어와 10년 동안 있을 정도라면 그 정도 여유도 없대서야 말이 되겠습니까.
  • 알렙 2008/10/18 07:01 # 답글

    트랙백하신 글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 측면을 빼놓은 게 있는데, 바로 인솔자인 리처드 루이스의 영국인으로서의 특성이겠죠. 밤새 비가 내렸고 아침까지 억수같은 빗줄기가 계속되었다면 그 자리에서 학생들하고 다시 논의를 해서 일정을 취소시키는 게 맞았겠죠. 어차피 이탈리아 학생들이야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저도 이탈리아 출신 - 그러니까 Italian american 말고 - 친구들이 몇몇 있는데, 글쎄요, 하나같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고 시간 관념도 철저합니다. 집단으로서의 이탈리아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개개인의 레벨에서는 개인차가 민족성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맞는 듯 해요.

  • 어부 2008/10/18 10:52 #

    아마 지금 계신 위치상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고 시간 관념도 철저한 사람들이 '친구로 선택되었을' 거라고 봅니다 ^^

    전 사실 진정한 국민성이란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가는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봅니다만, 무작위로 뽑은 집단의 평균에 편차가 있을 가능성까지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그 bias가 무엇일까요... ^^ 이탈리아는 아무래도 좀 국가 대신 개인주의가 우선으로 보입니다.
  • 시노조스 2008/10/18 13:45 # 답글

    첫번째 인용문에서 '아 너무 가볍네 이탈리아' 라고 생각했는데 두번째 인용문이 확 깨는군요. 아하!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라고 하면 못 살 것 같네요. 아무래도 대충 사는 기분이 들어서 넋나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한국에서 대충대충 하루 끼니나 때우면서 사는 것 조차도 어렵기 때문에. -_-;
  • 어부 2008/10/18 23:47 #

    저런 기질에도 마찬가지로 명과 암이 있을 테고요, 왜 저렇게 평균적 성격이 정착했을까도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이탈리아는 우리 나라보다도 지역 감정이 더 심하다고 하는데, 국가 소속감 측면에서 저런 식으로 문제를 노출시킬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
  • phice 2008/10/18 14:11 # 답글

    재미있군요. 이런 인종개그/교훈은 항상 아 그래도 한 나라 국민성이 어떻게 그런걸로 다 설명되겠어 라고 입으론 구시렁거리며 말하면서도 정작 누가 보여주면 재미있게 읽는것 같아요. 아 내숭 ....흐흐흐흐흐.
  • 어부 2008/10/18 23:48 #

    무작위로 열 명 이상 모아 놓으면 어느 정도 평균적인 성격이 나올 가능성이 꽤 되겠죠 ^^
  • reske 2008/10/18 22:52 # 답글

    그러게요.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즐기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되돌아보니 고등학교 내내, 아니 중학교 내내 신나고 즐거웠던 기억은 별로 없고, 억지로 꾸역꾸역 학교에 다니고 졸린걸 참아가면서 괴롭게 시험공부하던 기억밖에는 안남아서 참 씁쓸했던 기억이 나네요. 뭐 그렇게 뼈뻐지게 노력했다고 해서 제가 공부를 대단히 잘하냐 하면 또 그런것도 아니고 말이죠. 일과 놀이의 균형이 참 중요한데, 나이드신 분들 중에서는 극단적으로 일만 중시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물론 그분들에게는 그런 마인드가 필요했을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 어부 2008/10/18 23:49 #

    저도 걍 공부만 하다 보니 4년(!)이 지나갔습니다만, 친구들 사귄 외에 그리 크게 즐거운 기억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좀 나이 드신 분'을 모시고 일하고 있습니다만 가끔은 기본 마인드가 달라서 애먹기도 하죠. -.-
  • hepburn023 2008/11/15 01:20 # 삭제 답글

    이태리인 답네요,, 재작년에 이태리 갔을때 한국에서 분명 타임테이블에서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갔는데 그 기차는 없고,, 결국 호텔에서 아침도 못먹고 나오고,, 길에서 신호등 그런거 지키는 사람들도 별로 없지만 별 문제 없이 차와 사람이 지나다니고,,,올봄에 이태리 어학원에서 문법샘이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나네요... 웬만하면 이태리 나가서 들어오지 말고 살아라, 이해가 안됐어요,, 스위스도 아니고 파리도 아니고 이태리에서?? 근데 그러시더군요,, 루스하다고,,, 우리는 일하기 위해 쉬지만,,, 이태리 인들은 놀러 가기 위해서 일한다고,,,, 제 사고 방식으론 독일인이나 스위스 인들처럼 딱 떨어지는 사람들이 더 좋지만 이태리인들의 편안함 자유로움도 좋아요,, 이태리인들 사귀기도 쉬워요,, ^^ 아녜스 샘 보고 싶당,,, ^^
  • 어부 2008/11/15 11:32 #

    하하 진짜 '놀러 가기 위해 일한다'가 정답이죠. 약간 루스하다는 인상.
  • hepburn023 2008/11/15 01:23 # 삭제 답글

    내가 아는 이태리사람 이야기,, 다들 아실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영남 호남 나뉘지만,,
    그들은 남부인과 북부인 사이가 안좋아요,,
    남부인들은 약간의 자격지심이 있는듯,,,
    남부 여행은 약간 위험하다고들 하던데,,,
    사용하는 언어도 몇개 단어지만,, 약간 다르기도 해요,,, ^^
  • 어부 2008/11/15 11:32 #

    전통적으로 분위기가 달랐죠. 북부는 피렌체, 제노바, 베네치아 등 중세에서 근세까지 '한가닥'하던 상인들의 국가였고 지금도 남부보다 훨씬 잘 삽니다. 그리고 남부 풀리아/칼라브리아 지방은 왕이 지비하던 왕국이었으며 훨씬 가난하죠.

    오죽하면 이탈리아의 유력자가 1871년 통일을 달성한 후 "영토 통일은 끝났다. 이제는 이탈리아 국민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겠습니까. 통일 신라 시대 이후 1945년까지 분열된 적이 없고 경제적으로도 비슷하던 대한민국과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이탈리아는 476년대에 서로마 제국이 통제력을 상실한 이후, 500년대부터 1871년까지 쭉 분열되어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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