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17 14:32

3색 색각(full-color or tricolor vision) (2) ; 영장류 Evolutionary theory

  3색 색각(full-color or tricolor vision) (1)의 두 번째 글.  (사실 몇 개 쓰겠다는 명확한 계획은 없습니다.... -.-)

  전 글에서 뜻하지 않게 방문자가 폭증했다고 적었는데, 딱딱한 내용의 첫째 글이 어케 이오지마에 올라갔는지 갸우뚱.  추천해 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  상당히 전문적이라 생각했던 넘인데 역시 제 생각은 안 맞습니다 -.-



   지난 번 글에서, 파충류의 tricolor vision에서 포유류의 조상은 주로 밤에 활동했기 때문에 원추 세포(cone cell) 한 종류가 소실되어 dichromatic vision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파충류가 소행성이 한방 날려서 쫄딱 없어진 생태계의 빈 자리(niche)를 쫙 채우는 동안에도 대부분은 dichromatic vision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지금도 그렇죠.  약간 더 자세히 말하자면, 대부분의 포유류는 적색과 녹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청색-녹색(B-G)' 또는 '청색-적색(B-R)'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장류(primate)에서는 조금 얘기가 다릅니다*.  영장류에서 상당수의 종류, 특히 인간과 가까운 종들은 대부분 암수 상관없이 완벽한 tricolor vision(이 경우 앞으로 full color vision으로 얘기하겠습니다)을 보이며, 좀 먼 종류들에서도 독립적으로 full color vision이거나 암컷에 국한된 tricolor vision을 진화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 * 영장류가 아닌 것 중에도 tricolor vision을 갖는 종이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만 아직은 보편적으로 인정받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

  진화 경로를 보는 데는, 처음에 좀 머리가 아파 보이더라도 계통수(phylogeny)를 놓고 같이 검토하는 경우에 뜻밖의 통찰을 얻는 수가 많습니다.  영장류의 계통수는 대체로 이렇다고 합니다;


  고등 영장류 그룹(simiiformes)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광비원류(廣鼻猿類; platyrrhini)와 협비원류(狹鼻猿類; catarrhini)입니다.  뜻만 갖고 풀이하면, '코평수'로 분류했다는 얘기죠 ^^ latin어로는 '납작코'와 '좁은 코'란 뜻입니다.
  사람은 협비원류 아래의 긴꼬리원숭이상과/사람상과 중 사람상과에 속해 있습니다.  협비원류를 '구세계 원숭이(old world monkeys; OWM)'이라 하기도 하는데, 사는 곳이 구세계(유라시아/아프리카)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광비원류는 '신세계 원숭이(new world monkeys; NWM)'이라 하기도 하며 신세계(남북아메리카)에 삽니다.
  [ ** 구세계 원숭이라고 할 때 hominoidea를 제외시키는 수가 많은 것 같습니다만 그냥 협비원류와 동의어로 쓰겠습니다.  이 글의 목적에서는 하등의 문제가 없습니다. ]

  제가 위에서 언급한 것을 다시 정확하게 말하면

  1. 협비원류(OWM) ; 암수 모두 tricolor vision (full color vision)
  2. 광비원류(NWM) ; 복잡하며, 여러 양상이 혼합.  monochromatic부터 full color vision까지 모두 나타남

  그러면, 다음 단계에서는 '왜 영장류에 특히 tricolor vision이 흔한가'란 질문에 답을 해야 합니다.  영장류의 일반적 생태에서 답을 찾아야겠죠.
  영장류 중에는 낮에 활동하는 (diurnal) 종이 특히 많습니다.  그리고 상당 수의 종은 어린 잎이나 (색이 있는) 과일을 주식으로 삼고 있죠.  이에 기반한 
설명 중에는 다음 세 가지 가설이 유력합니다.

1. 잘 익은 과일과 그렇지 않은 과일을 구분하려면 적색과 녹색을 구분해야 한다. [ 선택 압력은 과일을 먹는 식성임 ]
2. 먹을 수 있는 새로 난 잎과 오래되어 색이 변한 잎을 구분하려면 적색과 녹색을 구분해야 한다. (단풍이 들면 잎이 적색으로 변하는 것을 상상하면 됩니다) [ 선택압; 잎을 먹는 식성 ]
3. 현재 full color vision을 보이는 종들 중에는 (즉 수컷도 tricolor vision) 배란기에 암컷의 생식기 주변이 붉게 변하고 부풀어오르는 경우(sexual swelling)가 많다.  OWM은 페로몬(pheromone)을 감지하는 서골비 기관(vomeronasal organ)이 쇠퇴해 있는데, 이 때문에 '냄새'로 암컷의 발정기를 알 수 없으므로 수컷들도 붉은색을 분별해야 했다. [ 선택압 ; 페로몬 의사소통 쇠퇴 ]

  이 셋 중 무엇이 맞는지는 책상 위에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다 '설명'으로서는 충분히 일리가 있기 때문이죠.  성(sex)이 왜 존재하냐는 질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었는데, 결국 해답은 생태학적 조사로 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 셋 중 어느 것이 현존하는 영장류에 잘 들어맞는가는 다음 포스팅에서 설명하겠습니다.

  漁夫



덧글

  • 꼬깔 2008/09/17 16:55 # 답글

    아~ 재밌네요. :) 이와 관련한 글을 도킨스의 '조상 이야기'에서 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신세계원숭이와 구세계원숭이의 trichromatic의 형성 과정이 전좌와 중복의 개념으로 서로 달랐다고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ㅠ.ㅠ 다시 한번 읽어 봐야겠네요.
  • 어부 2008/09/17 18:29 #

    저는 '조상 이야기'를 아직 못 봤습니다. 사실 다른 포스팅에 쓰려고 한 것이 '어떤 방식으로 tricolor vision이 재등장했나'인데, '조상 이야기'에 이미 나와 있었군요.
    전좌가 chromosonal translocation이라면, 제가 알고 있는 유인원 tricolor vision의 등장 원인하고는 약간 다른 것 같습니다. 다른 포스팅에 올리겠습니다.
  • 꼬깔 2008/09/17 19:54 #

    저도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조상이야기는 정말 어부님께 딱인 책입니다. :)
  • 어부 2008/09/17 20:56 #

    사실 Ancestor's Tale은 업무 관계로 알고 지내는 한 외국인이 제게 추천해 준 책이기도 합니다. ^^ 그런데 영 기회가 안 오는군요.
  • 날거북이 2008/09/17 17:16 # 답글

    선택압을 보니 혹시 색채심리학에서 참조할만한 사항은 없을까요.
  • 어부 2008/09/17 18:30 #

    색채심리학 측면에서 참고할 만한 사항은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
  • 구들장군 2008/09/17 20:02 # 삭제 답글

    글 잘 읽고 갑니다.
    적색과 녹색을 구별 못하면, 경고색을 띄고 있는 벌레-대개 독이 있겠죠?-도 그냥 먹게 되는 낭패가 있겠군요.
  • 어부 2008/09/17 20:57 #

    대체로 그런 벌레를 먹는 동물은 개구리 같은 양서류나 새들인데, 두 부류 다 tricolor vision을 자랑하니 별 낭패 볼 일은 없을 겁니다. ^^
  • 어부 2008/09/17 23:42 #

    앗 식충류를 까먹었군요. 그래도 포식자 쪽이 금방 적응은 하는 모양이던데요. 냄새로 알아차릴까요? -.-
  • Asuka_불의넋 2008/09/17 23:38 # 삭제 답글

    재미있는 글입니다 :) 생물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진화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게 읽을 수 있더군요. 헌데 청색-녹색이나 청색-적색을 구분하는 것보다 적색-녹색을 구분하는 것이 포유류의 조상들에게 더 적은 중요성을 가졌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아니라면 단순히 우연에 의한 소실인가요? 글을 읽다 보니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 어부 2008/09/18 16:17 #

    엇 저보다 더 전문가실 텐데 여기 오신다니 헉....
    저도 이 분야 논문의 전문을 자유롭게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왜 G/R 구분이 소실되게 됐나는 아직 읽은 일이 없어 명확하게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제 생각으로는 파장이 비슷하기 때문에 사물 식별에서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 보고 있는데, 여기에도 예외가 있어서 결론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후속 포스팅에서 기술하도록 하겠습니다.
  • Asuka_불의넋 2008/09/18 22:27 # 삭제

    오호 하긴 R-B에 비해 G-R이 파장 면에서는 차이가 덜하군요. 생각하지 못했던 면입니다^^;
  • 어부 2008/09/19 11:10 #

    저도 이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왜 청색이 꿋꿋하게 살아남았나 생각을 해 보았는데 아직까지는 딱 부러지게 답을 못 내고 있습니다. 위 리플 얘기처럼 예외 사항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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