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28 22:25

개와 고양이; 장(腸) 길이의 변화 Evolutionary theory

  인간; 식성과 소화관에서, 개와 고양이를 비교하는 데 흥미를 느끼신 분이 많습니다.  인간의 애완동물로 세 손가락에 들어갈 넘들이니 당연하죠.
  그러면, 이들의 장은 인간과 같이 생활하면서 어떻게 변했을까도 되새겨 봄직 합니다.  짧게 적죠(사실 길게 적을 만큼 모릅니다).


개와 고양이; 다른 점
 

 개; 늑대에서 대략 10만 년 전에 이미 분리하여 인간의 주변을 맴돌다가 1만 2천 년~ 2만 년 전 가축화.  중국이 최초의 가축화 지점이었을 가능성 높음.
 고양이; 아프리카 들고양이를 인간이 사로잡아 대략 1만 년 전 '반(半)' 가축화.

 제가 半 이라고 특히 강조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 개; 사람이 길들여 대단히 외관 및 크기가 다양해짐.  1kg 부근의 치와와에서 거의 80kg 급인 허스키까지 존재.
  * 고양이; ???

  무슨 말이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고양이가 얼마나 외관이 다양한데.
  하지만 이게 과학적 진실입니다. "고양이는, 개(늑대에서 갈라짐), 소(오록스), 양(서남아시아산 무플론 양), 말(페르제왈스키 말) 등과 비교하면 사실상 길들여지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인간이 고양이를 바꿔 놓은 것은 (바꿔 놓았다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것 뿐입니다; 털 색, 사회적 태도.  후자는 유전적 문제인지 학습 문제인지도 애매한 상황이죠.

  참, 또 하나 차이가 있긴 합니다.  고양이와 아프리카 들고양이는 외관상 구별이 불가능하지만 - 제가 위에 올려놓은 사진이 바로 아프리카 들고양이 Felis silvestris lybica 입니다. 구분 가능한지요 ^^ - 해부학적으로 고양이가 장이 좀 길다고 합니다.  고양이도 식물성 먹이를 전혀 안 먹지는 않는데, 사람과 함께 살면서 쓰레기를 뒤지는 데 익숙해진 넘들이 '약간 적응'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식물성 먹이에서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도록 약간 바뀌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냥 '약용 또는 장 청소용' 목적으로 먹었다면 장 길이가 바뀌었을 리가 없겠죠.
  불과 1만 년 동안 인간과 지낸 고양이에 비해, 10만 년 전부터 자발적으로 인간에 붙어 지내기 시작한 개는 얼마나 많이 달라졌겠습니까.  늑대하고 개의 장 길이를 비교해 놓은 (제가 이해할 수 있던) 자료는 아직 경험이 일천해서 본 적 없습니다.  하지만 고양이와 아프리카 들고양이의 차이보다는 확실히 더 크겠죠.  실제로 고양이가 개만큼 자발적으로 열심히 식물을 먹는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사람이 길들인 어떤 동물이든지 간에 사람은 다소간 잡식성으로 만들려 하는군요(이번 광우병 사태에서 제대로 확인시켜 줬듯이 소에게도 육골분을 먹이는 게 사람입니다).  하기사 고양이 키우면서 맨날 고기만 멕여야 한다고 상상해 보셔요.  사람도 제대로 못 먹을 고기를 고양이에게 먹여서 애완동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1만 년 전 몇이나 있었겠습니까?

漁夫

ps.  Source ; '고양이에 대하여', by Stephen Budiansky, 이상원 역, 사이언스북스.
ps.2. 확실히 아래 두 글이 모두에게 관심이 많은 주제긴 한가 봅니다.  리플에 답하느라 정신이 없군요.  그 동안은 진짜 널널한 블로깅이었는데 우와... 힘듭니다 힘들어.

닫아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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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제갈교 2008/08/28 22:44 # 답글

    개는 정말 인간이 남긴 음식물 찌꺼기의 주요 처리 생명체(?)이죠. :)
  • 어부 2008/08/29 09:32 #

    세계 주요 대도시는 공식적인 음식물처리 동물이 개, '비공식'이 고양이로 이미 정착한 모양이에요. ^^
  • 꼬깔 2008/08/28 22:48 # 답글

    재밌네요. 확실히 장의 길이는 늑대와 개의 차이가 클 것이라 예상합니다. 사람도 그 나라 사람의 식생활에 따라 장의 길이가 달라지고 우리나라 사람의 소장 길이는 거의 최장급에 해당하며,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롱허리라는 슬픈 얘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
  • 어부 2008/08/29 09:35 #

    한 마디로 '짬밥 먹은 시간'이 다르다는 설명 ㅎㅎ

    오호, 진짜 차이가 있습니까? 하지만 롱허리.. ㅋㅋㅋㅋ
  • 새벽안개 2008/08/28 23:24 # 답글

    어부님의 장길이와 먹이 포스팅은 저에게는 쵝오의 흥행꺼리 입니다.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이렇게 많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습니다.
  • 어부 2008/08/29 09:36 #

    그러게요. 저도 좀 뜻밖입니다.
    고양이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식물성 음식을 더 먹더라고요.
  • 늑대별 2008/08/28 23:26 # 답글

    어부님이 물을 만난 것 같습니다.(어부님은 원래 물에서 살아야..^^) 저도 무척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 어부 2008/08/29 09:36 #

    '일할 때는' 물에서... (일과 여가는 다릅니다!)
  • byontae 2008/08/29 01:13 # 답글

    가축화의 선택과정중에서 스러져간 수많은 개/늑대들에게 애도를(...........)
    옛날에도 음식물쓰레기는 제법 나왔을테고 음식물 쓰레기가 모이면 각종 질병매개체가 번식할만한 환경를 제공해주게 되니 잔반을 처리해줄만한 잡식성 동물을 반려동물로 선호하게 된게 아닐까요.
  • 어부 2008/08/29 09:38 #

    개/늑대 뿐 아니라 개의 병원체에 감염되어 스러져간 사람들에게도 애도를(.....)

    물론 사람의 의식적 선택은 아니었겠지만, 가장 효율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해 줄 만한 녀석을 골랐다는 가능성은 있죠. 하지만 선택 대상이 너무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개의 생태적 지위와 겨룰 만한 경쟁자가 있었는지는 좀 의문입니다.
  • 구들장군 2008/08/29 09:48 # 삭제 답글

    사진을 보니, 우리 동네 도둑고양이와 거의 비슷하네요. 참 신기합니다.

    그런데... 대중화의 기상이 개에까지 미쳤군요!
  • 어부 2008/08/30 13:21 #

    그야말로 '동네 고양이'하고 다를 바가 없어요. 학자들도 금방 못 구분할 거라는 데 1000원 겁니다.

    popularization인 줄 알았는데 大中華였군요 ^^
  • bluewind 2008/08/29 10:48 # 답글

    뚜렷한 근거가 없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고양이의 가축화(?)는 농경 생활과 함께 저장된 곡물을 설치류의 피해로부터 보호하려는 의도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사냥이나 번견이나... 실용적인 이유에서 품종을 개량할 필요가 있었던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그냥 냅둬도 잘 살고, 먹을 거 알아서 잡아먹고, 쥐를 잡는 임무를 충분히 수행하기 때문에 길들일 필요가 없었던게 아닐까 싶어요.
  • 에르네스트 2008/08/29 20:18 #

    덤으로 원래 성격차이도 가축화에 영향을 미쳤을것입니다...
    무리지어 살면서 지도자에게는 충성하는 늑대가 개가되면서 인간을 지도자로 모시고 살게되었지만
    고양이는 개인주의적이지 않습니까~
  • 어부 2008/08/30 13:24 #

    설치류 피해에서 보호하려는 의도도 분명히 있었을 텐데, 애초의 '목적'은 사실 명쾌하지 않습니다. 개의 가축화도 요즘은 별반 목적이 없었다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세계 각처의 수렵 채집 사회에서도 '그냥 애완동물'로 사육되는 넘들의 수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고양이는 사실 'disliked to be tamed'라는 말이 진실에 더 가까울 것입니다. 가축화 과정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정말로 아주 제한적이거든요(사람의 자존심이 좀 상할지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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