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01 12:39

숨겨진 배란(concealed ovulation); part I Evolutionary theory

  폐경;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에서 [현대] 인간 (여성)의 중요한 성적 특성 중 하나인 폐경에 대해 적었습니다.
  그런데, 인간 (여성)에게는 포유류의 일반 관점에서 보아 또 특이한 특성이 있습니다.  바로 언제 배란을 하는지 거의 혹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죠.



  (20세기 사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제 3의 침팬지'에서 저자 Jared Diamond는 아주 유쾌한 상상을 했습니다.  엄연한 저작권 무시입니다만 일단 용서해 주시길.

  ...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현대의 수렵 채집민인 우리가 배란기와 성관계를 숨기지 않고 남들 앞에서 한다면 어떻게 될까를 묘사한, 가상적인 드라마의 한 장면을 상상해 보자.

  등장 인물; 보브, 캐럴, 테드, 앨리스, 랠프, 제인
  부부 관계; 보브-캐럴, 앨리스-테드
  상황; 6명은 모두 같은 회사임.  캐럴과 테드는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아침 앨리스와 제인은 자신들이 배란기가 임박해 성기가 분홍색을 띠며 성적 수용 상태가 되었음을 알았다.  앨리스와 테드는 각자의 사무실로 일하러 가기 전에 집에서 관계를 갖는다.  그러나 제인과 랠프는 회사로 함께 출근하여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무실 소파에서 업무 중에도 몇 번씩 관계를 한다.
  보브는 앨리스와 제인을 보고, 또 관계를 갖는 제인과 랠프를 보며, 앨리스와 제인에 대한 욕망이 높아져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는 몇 번이나 제인과 앨리스를 유혹한다.  랠프는 제인에게서 보브를 떼어 낸다.  앨리스는 보브를 거부하고 시종 테드에게 충실하지만, 이 소란으로 일이 잘 되지 않는다.
  한편 다른 사무실에 간 캐럴은 앨리스와 제인의 정사를 생각하며 하루 종일 질투심으로 속이 끓어오른다.  앨리스와 제인은 빨갛게 달아올라 보브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회사에서는 계약이나 계정이 거의 모이질 않는다.  그 동안 배란도 성관계도 은밀히 하는 회사가 번영한다.  결국 이 회사는 망하고, 살아 남은 것은 배란도 성관계도 드러내 놓고 하지 않는 회사뿐이었다..

  (번역본의 내용이 다소 모순된 점이 있어서 일관성을 갖도록 약간 수정했습니다)

  저자가 이런 상상을 한 것은, 배란과 성관계가 감춰지면 인간의 협력 행동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단, 이 재미있는 상상은 현대 사회(근본적으로 4만 년 전과 동일)에 적용했기 때문에, 만약 배란과 성관계를 드러낸다면 현대 사회가 현대 같지는 않았겠죠.  침팬지 사회는 배란도 아주 노골적이며 성관계 자체도 거의 공개입니다.  그렇더라도 침팬지의 소규모 사회는 그럭저럭 결속이 되는 편입니다.  특히 다른 침팬지 사회를 공격할 때는 더더욱.

  협력 행동을 해야 한다는 압력 때문이 아니라면, 도대체 인간에게는 왜 배란을 드러내는 현상이 없어졌을까요?(성관계를 숨기는 것은 이것과 약간 다른 문제입니다.  Matt Ridley는 심지어 "식사를 비공개적으로 하고 성관계를 공개적으로 한다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에 대해서 저자 자신이 'Why sex is fun'에서 고찰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저도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습니다.  좀 후에.

  漁夫

  ps. 참고로, 더 뒤의 'Why sex is fun'에서는 저자의 의견이 좀 바뀌어 있습니다.  한 저자의 책을 계속 관찰하면 가끔 이런 일을 볼 수 있는 것도 독서의 즐거움 중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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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Frey 2008/07/01 12:56 # 답글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한 번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간만큼 배란기가 특징이 없는 생물도 찾기 어렵죠.
  • 어부 2008/07/01 22:11 #

    포유류 전체로 보면, (사람이 볼 수 없는 경우라 해도) 배란을 공지하는 경우가 압도적입니다. 단 영장류는 이 점에서 예외일 텐데, 관계 포스팅으로 다시 다룰 겁니다.
  • 가고일 2008/07/01 15:14 # 답글

    당사자 여성 자신도 배란기를 알수 없음으로 해서 유전자의 전승이 확실히 이루어졌는지 (내 자식인지 확실한지) 알고 싶은 남성을 붙들어 둘수 있었다.그리고 이는 아버지를 붙잡아둠으로서 자손의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라는 설은 본적이 있군요.
  • 어부 2008/07/01 22:12 #

    말씀은 '좋은 아빠' 이론으로 불리는데, 이거이 역시 문제점이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 다룰 겁니다.
  • 날거북이 2008/07/01 18:14 # 답글

    전 왜 자꾸 저런 면에 대해 진화심리학적으로 이해하고 싶은지......
  • 어부 2008/07/01 22:13 #

    그만큼 진화심리학이 매력적이긴 하죠 ^^
  • 늑대별 2008/07/02 09:12 # 답글

    재미있는 이론이네요..왜 인간만이 배란이 은밀할까...하는 의문은 있었는데 깊이 알아 볼 생각은 아예 못 했죠. 덕분에 많이 배웁니다. 일부일처제, 일부다처제 이런 것과는 관계가 없는건가요?
  • 어부 2008/07/02 10:20 #

    진화론의 대가 G.Williams가 의사 R.Nesse와 협력하여 'Darwinian medicine'의 이론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질병을 진화론적으로 분석하는데, 늑대별님 세대(:^D 30대? 50대?)의 의사분들은 이것을 들으실 기회가 없었을 겁니다. 최재천 교수가 몇 년 전 서울대 의대생들에게 기본 개념을 강의한 일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 흥미 있으실 거여요.

    물론 숨겨진 배란 문제는 인간의 mating system과 매우 관계가 깊습니다. 그건 다음 글에서 다룰게요.
  • 늑대별 2008/07/02 23:43 #

    그 이론에 대한 저서나 자료가 있을까요? 흥미있을 것 같은데요.
  • 어부 2008/07/03 00:20 #

    G.Williams, R.Nesse 두 사람의 공저인 'Why we get sick'입니다. 최재천 교수의 번역으로 구할 수 있고 soft cover라 값도 저렴한 편입니다. 개론서로서 딱이죠.
  • 늑대별 2008/07/03 08:01 #

    아, 감사합니다. 꼭 구해 읽어보겠습니다..^^
  • 꼬깔 2008/07/02 12:44 # 답글

    재밌네요. :) 궁금했던 부분이 많이 해소되었습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 어부 2008/07/02 12:58 #

    아직 '진짜 왜 그랬나'는 등장하지도 않았는데요 ^^
    그런데, 진화적인 문제의 상당수가 그렇듯이 이것도 추론 단계에서 '가장 그럴법한 결론' 이상은 가기가 어렵더군요. 논문도 갖고 있으니 좀 천천히 제대로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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